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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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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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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3쪽

학살자 블라디(2)

DUMMY

“블라디 남작 군대가 불스타운을 떠나서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아슬라프는 매일 정찰병을 보내서 블라디의 움직임을 보고받았다. 키헨은 험한 산에 있어서 진군 속도가 느려서 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보병 3천명, 기병 5백명, 공병 3백명입니다.”


군대의 규모는 예상보다 컸다. 게오르그가 지원해줬을 것이다. 남작인 블라디의 군사력으로는 백작인 아슬라프의 재력과 군사력을 감당하기 어려울 터. 게오르그가 자신의 군대와 지휘관을 딸려 보낸 것이다.


게오르그가 블라디를 지원하는 이상, 아슬라프도 병력을 더 동원할 계획을 세워야했다.

아직은 갤리온 공국과 맞설 만큼 아슬라프의 영지가 넓지 않았다. 재정상태도 이제 막 적자를 면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게오르그가 남쪽으로 눈을 돌린 이상, 어차피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게오르그가 직접 참전하면 지그리드도 참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 둘을 갈라서게 만드는 것이 아슬라프의 목적이긴 했다.


계획한 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뜻하지 않게 상티누스가 합류해서 믿을 만한 신하가 한 명 더 생겼다는 점이 었다.


“상티누스. 자네를 아주르 성의 재정장관으로 임명하겠다.”


야인으로 살던 상티누스로서 갑작스러운 벼락 출세였다.

그는 의아해서 아슬라프를 쳐다보았다.


“며칠 전에 처음 본 저를 뭘 믿고 그렇게 요직에 임명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그런 중책을 맡기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게 당연했다.


“지금은 전시고, 한 명이라도 더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상티누스는 칼도 쥘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는 전력에 큰 보탬이 되었다.


“포르디스의 은행으로 가서 자금을 대출해 오게. 사비나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뒀으니 찾아가서 보증을 서달라고 하면 서 줄 거야. 대출한 돈으로는 식량을 사오고, 바탕카의 길드에 가서 외상으로 무기도 구매해 오게.”


식량, 자금, 무기 조달 업무는 전투 못지않은 전쟁의 핵심 업무였다.


“전에도 아주르 공국의 총리였으니 이런 일쯤은 눈감고도 할 수 있지 않나?”


상티누스는 후방에서 알렉세이1세가 요청하는 백여 가지 전쟁물자를 수급하는 역할도 해서, 전투에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떨어진 물품을 편지로 요청하기도 전에 알아서 공급해주었다.


그는 알렉세이1세의 신하였다는 이유로 그동안 탄압과 멸시만 받아왔는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알지도 못하는 젊은 영주에게 발탁되어 다시 고위직을 맡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왜? 하기 싫은가? 알렉세이1세에 비하면 나는 보잘것없는 영주라 섬기기 싫은가?”


아슬라프의 말에 상티누스는 머리를 조아렸다.


“아, 아닙니다. 백작님을 보니 알렉세이1세 전하의 젊었을 적 모습이 생각나서요.”


그는 고개를 숙이고 힘있게 대답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이 늙은이를 믿고 써주시니 남은 힘 다해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즉시 포르디스로 출발했다.


아슬라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자금과 물자를 끌어모았다.

에셀부르에 있는 은쿤과 비셰 성의 예레이에게는 룽족과 연족 용병을 모집해서 곧바로 출정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연락했다.


그러는 사이에 블라디 남작의 군대가 거의 도착했다. 사흘 안에 키헨에 도착할 것이다.


블라디는 본대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선발대와 도착해서 협상을 요청했다.

아슬라프는 요새 밖으로 나가서 성문 앞에서 블라디가 오기를 기다렸다.


말을 타고 나타난 블라디는 말에서 내려 천천히 아슬라프에게 다가왔다.


‘잘 만났다. 블라디.’


그의 얼굴을 보자, 아슬라프는 과거의 일이 떠올라서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 천하에 몹쓸 개자식아.’


당시 게오르그 군대는 지그리드 군대와 합류할 시간을 벌려고, 알렉세이1세와 정면충돌을 피하고 시간을 끌며 이동했다.


게오르그는 블라디에게 알렉세이1세의 추격을 막도록 지시했고, 블라디는 매복하고 있다가 알렉세이1세의 선발대를 기습했다.


몇 명의 기사와 병사들이 미처 퇴각하지 못하고 포로로 잡혔는데, 항복하고 포로가 되면 감옥에 갇혔다가 몸값을 치르고 풀려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블라디는 포로로 잡은 기사들을 모두 목을 베어서 시체를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그 참혹한 모습을 본 아주르 군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네가 그러니까 평생 남작밖에 못 되는 거야.’


아슬라프는 마음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


‘너는 그저 게오르그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는 사냥개일 뿐.’


전쟁을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관습과 윤리를 벗어나면 욕을 먹고 명예가 실추되기 마련이고, 신분이 높은 귀족일수록 평판에 신경쓰며 행동했다.

그런데 블라디는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명망이 높지 않은 하급귀족이기도 했고, 원하는 걸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자신에게 대항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생각없이 죽였다. 그래서 적도 많고 모두가 그를 꺼렸고, 그 때문에 출세를 하지 못했다.


“나, 블라디 남작은 갤리온 공국의 게오르그 후작의 명령으로 여기 왔다. 아슬라프 렌케 백작은 즉시 성채를 버리고 돌아가라.”


블라디는 늑대처럼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요새의 성벽 위에 늘어선 아슬라프의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침을 꿀꺽 삼킨 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보아 마음속으로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들이 발굴한 시신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학살자가 바로 그들의 눈앞에 있는 블라디라는 것을.


‘저 곰 깃발, 내가 얼마전에 발견한 것과 똑같네.’

‘저들이 든 칼, 발굴하면서 많이 본 거네. 학살을 저지른 자는 블라디 남작이 틀림없어.’

‘파렴치한 자. 어떻게 이곳에 다시 발을 디딜 생각을 하지?’

‘무조건 이겨야 해. 블라디 남작은 결코 우리를 살려두지 않을 거야.’


무거운 침묵 속에서 아군의 투지가 불타오르는 걸 느낀 아슬라프는 차갑게 받아쳤다.


“지론드 공국과 갤리온 공국의 국경은 아주르 강을 기준으로 하고 있소. 그러니 키헨은 당연히 지론드 공국의 영지요. 그대야말로 군대를 당장 물리지 않으면 평화협정을 위반하는 것이오.”


블라디는 분노가 가득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키헨은 지론드 공국과 갤리온 공국의 중립지대로 남겨놓기로 약속한 곳이오. 약속을 깨고 이곳에 요새를 건설하는 건 우리 불스타운을 공격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요. 키헨에는 단 한명의 병사도 있어서는 안 되오. 물러가지 않는다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아슬라프는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그래서 20년 전에 키헨 주민들을 모두 학살한 거요? 아무도 이 곳에 못 살게 하려고?”


그의 말에 블라디는 흠칫 놀랐다. 그를 노려보는 아슬라프의 병사들의 시선을 보면 모두가 마음속으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블라디는 쓴 입맛을 다시며 눈썹을 찡그렸다.

그러나, 이윽고 뻔뻔하게 능글거리며 코웃음쳤다.


“알렉세이1세가 한 걸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요?”


“알렉세이1세가 무엇 때문에 자기 백성을 학살하겠소?”


“출정한 사이에 키헨 주민이 반란을 일으켜서 학살한 게지. 다들 그렇게 알고 있잖소?”


아슬라프는 키헨에서 찾아낸 블라디 가문의 곰 문장이 새겨진 깃발을 쳐들었다. 피가 묻은 채 흙 속에서 빛이 바랜 낡은 깃발이었다.


“이걸 보시오. 학살 현장에 블라디 가문의 깃발이 있었소. 당신이 키헨 주민을 학살하고 알렉세이1세에게 뒤집어씌웠잖소.”


아슬라프의 말에 블라디를 따라온 기사와 수행원들이 놀라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키헨 학살을 블라디 남작님이 한 거라고?”


20년 전 일이라 당시의 병사들은 다들 은퇴했고, 지금 블라디를 따르는 자들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나이 많은 소수는 선배 병사들로부터 사실을 전해 들어서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말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블라디는 얼굴을 찡그리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오. 그리고 키헨 주민을 누가 죽였던, 이 곳은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못 된다는 얘기지. 여기 사는 자에게는 모두 죽음 뿐이오. 그러니 이곳에서 떠나시오.”


그의 말에 양측의 병사들 모두 소름이 끼치는지 몸을 떨었다. 곧 이곳에서 20년전과 같은 살육이 벌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당신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오.”


아슬라프는 손가락을 들어서 블라디를 가리켰다.


“키헨에서 억울하게 죽은 주민들의 원혼이 학살자의 피를 원하고 있소. 바로 당신. 블라디 남작의 피를 말이오. 그러니 지금이라도 물러가는 게 좋을 거요.”


블라디는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아슬라프를 노려보았다.


“키헨에서 뒹굴던 시신과 같은 꼴이 되고 싶다면 어디 해보시지.”


그러더니 말에 올라타서 자신의 진지로 돌아갔다.


아슬라프도 요새로 돌아와서 전투 준비를 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공병대장인 데이빗과 함께 성벽을 돌아다니며 보수가 잘 완료되었는지 점검했다. 데이빗은 공격과 수비 거점별로 공사 현황을 보고했다.


“여기는 물이 부족해서 해자를 만들 수 없습니다. 통나무를 베어다가 덧대서 성벽을 더 높일 계획입니다.”


해자가 없는 성벽은 방어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높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해서 방어력을 올릴 계획이었다. 성벽이 높으면 적이 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성벽 위에서 하는 공격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주변이 숲이라 나무는 많으니 나가서 베어오겠습니다.”


“적에게 들키면 위험해. 본대는 안 왔지만, 기병은 벌써 도착했어.”


“들키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적군이 다가오는지 보초병을 세워놓도록 해.”


아슬라프는 공병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병사들을 딸려 보냈다.


데이빗은 공병을 이끌고 숲에서 통나무를 베어서 성안으로 가지고 들어가기 위해 수레에 실었다.


“빨리 해. 적이 알아차리기 전에.”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서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적의 기병에게 들키면 곤욕을 치를 수 있었다.


작업을 하고 있는데, 두건을 쓴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와서 나지막이 이름을 불렀다.


“데이빗.”


데이빗은 누구인가 알아보지 못하고 눈을 끔벅였다.


“누구세요?”


“형. 나야.”


“디투앙? 너 맞아?”


어렸을 적에 헤어진 그의 동생이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쉿!”


디투앙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그를 숲으로 데려갔다.


“살아있었구나. 너 여기 왜 왔어?”


데이빗은 동생에게 묻고 싶은 것 투성이였지만, 디투앙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주위를 살폈다.


“왜 그래?”


디투앙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속삭였다.


“아까 성벽 위에 형이 서 있는 걸 봤어.”


“아까? 언제?”


“성문 앞에서 블라디 남작과 아슬라프 백작이 회동하는 자리에 나도 있었어.”


“어디에 있었는데?”


“블라디 남작의 수행기사단에. 블라디 남작이 나를 거둬줘서 계속 불스타운에서 살았어.”


“뭐라고?”


뜻밖의 대답에 데이빗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랬구나.”


데이빗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동생을 쳐다보았다.

디투앙은 아버지가 전사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후, 블라디 남작의 기사 시중을 들다가 기사로 진급했다고 했다.


“어떻게 기사가 됐어? 나도 기사단에 들어가려고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토마스 경의 아들이라고 모두 거절당했는데.”


“아무도 내 아버지가 토마스 경인 걸 몰라.”


그는 자신의 출생을 숨기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가 학살자 알렉세이1세의 기사단장이었다고 하면 누가 뽑아주겠어.”


씁쓸하게 말하는 디투앙에게 데이빗이 말했다.


“아버지는 키헨 학살하고는 관련이 없어. 키헨 학살을 저지른 자는 블라디 남작이야.”


디투앙은 얼굴을 찡그리며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키헨 학살을 저지른 건 알렉세이1세라는 걸 누구나 다 아는데.”


“아니라니까? 내가 여기 키헨에서 직접 시신을 발굴하고 수습해서 장례를 치러줬는데, 발견된 무기 조각들은 블라디 남작의 가문과 불스타운에서 제작된 것들이었어. 알렉세이1세나 아버지가 여기 왔었다는 증거는 없어.”


데이빗은 자신이 키헨에서 발견한 것을 동생에게 낱낱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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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용병대장 헬리오스(2) 23.03.16 824 21 12쪽
80 용병대장 헬리오스 23.03.15 881 22 12쪽
79 알렉세이1세의 비밀금고(2) 23.03.14 927 22 12쪽
78 알렉세이1세의 비밀금고 23.03.13 930 23 12쪽
77 집시 황제 피졸트(3) +1 23.03.12 889 25 12쪽
76 집시 황제 피졸트(2) 23.03.11 923 21 13쪽
75 집시 황제 피졸트 23.03.10 941 19 12쪽
74 편가르기 23.03.09 938 24 13쪽
73 불스타운 공방(2) 23.03.08 950 23 13쪽
72 불스타운 공방 23.03.07 979 25 13쪽
71 블라디의 최후 23.03.06 973 24 12쪽
70 학살자 블라디(3) 23.03.05 957 22 12쪽
» 학살자 블라디(2) 23.03.04 962 23 13쪽
68 학살자 블라디 23.03.03 999 23 12쪽
67 키헨 재건(2) 23.03.02 985 23 13쪽
66 키헨 재건 +1 23.03.01 1,054 23 13쪽
65 기욤의 전생(3) 23.02.28 1,029 23 13쪽
64 기욤의 전생(2) 23.02.27 1,012 22 12쪽
63 기욤의 전생 23.02.26 1,041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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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둠킨 자작의 침공 23.02.24 1,066 24 13쪽
60 자연교와 인과교(2) 23.02.23 1,074 21 12쪽
59 자연교와 인과교 23.02.22 1,117 23 12쪽
58 아주르 성을 얻다(2) 23.02.21 1,138 25 12쪽
57 아주르 성을 얻다 23.02.20 1,156 25 12쪽
56 우트만의 몰락 23.02.19 1,134 23 13쪽
55 포르디스의 반란(3) 23.02.18 1,123 22 12쪽
54 포르디스의 반란(2) 23.02.17 1,131 23 13쪽
53 포르디스의 반란 +1 23.02.16 1,175 21 12쪽
52 은행가 우트만(2) 23.02.15 1,177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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