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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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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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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비요른의 반란

DUMMY

리베루스를 점령하고, 약스 도시연합까지도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세력으로 끌어들이자, 아슬라프의 영지는 더 넓어졌다. 이제 제국 영토의 1/4 가량은 아슬라프와 그의 신하의 영지였다. 그에게 봉신하는 영주가 아니더라도, 수도보다 아슬라프의 영지가 가까운 성의 귀족들에게는 황제보다도 아슬라프의 영향력이 더 먹히니, 제국 영토의 1/3 정도는 아슬라프가 직간접적으로 다스린다고 봐도 좋았다.


랑쥬 황자의 명성도 높아졌다. 찬디로부터 사탕수수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서 제국의 곡물 가격이 낮아지자, 랑쥬 황자의 인기가 비요른 황태자의 인기를 추월했다. 찬디에서 들여온 면화로 겨울에 따듯한 솜이 든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것도 호감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비요른은 사냥터를 만든다고 소작농의 농지를 빼앗고 다른 귀족의 아내를 넘보며 비호감만 쌓아서 더욱 랑쥬와 비교되었다.

이제 백성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다음 황제로 누가 되었으면 좋겠냐고 물으면 대부분 랑쥬 황자를 꼽을 정도로 민심이 기울었다.


황위를 누구에게 물려주느냐는 황제의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황제도 바보이고 모자란 랑쥬에게 황위를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랑쥬가 찬디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며 제국이 기여하자, 랑쥬에게 황위를 물려주는 것도 전혀 가능성없는 선택지는 아니게 되었다.


비요른도 여론이 자신에게 좋지 않게 흘러가는 걸 알고 있어서 초조했다. 어서 황제가 죽고 자신이 황위를 물려받기를 바랐지만, 그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달고가 황제에게 랑쥬를 황태자로 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라고 간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달고 이놈이 감히 나를 밀어내려고!”


황제에게 황태자를 바꾸라고 말하다니, 비요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군터에게 찾아가서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닦달했다.


“이달고가 황제의 옆에서 뱀같은 혀를 놀리고 있네. 아바마마께서 더 나이가 들어 정신이 혼미해지시면, 저 간교한 놈이 시키는 대로, 랑쥬에게 황위를 물려둔다고 유언을 남기실지도 몰라. 아니, 이달고 놈이 유언장 자체를 조작할지도 모른다고!”


군터는 그에게 침착하라고 하며, 진정시켰다.


“이달고는 아슬라프와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무조건 랑쥬 황자 편을 들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 돌아설 겁니다.”


군터는 이달고를 만나서 황제의 건강이 안 좋으니 비요른 황태자에게 실무를 맡기고, 황제는 은퇴해서 몸을 돌보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시면 어떠냐고 떠보았다.


이달고는 배를 쑥 내밀고 눈을 가늘게 떠 군터를 쳐다보았다.


“황제께서 고령이라 무엇보다 옥체를 보존하시는 데 전념하셔야할 필요는 있지요.”


이달고는 군터와 비요른이 자신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느긋했다. 그러나, 그도 황제가 언제 유명을 달리할지 모르니, 비요른을 마냥 멀리할 수도 없었다. 비요른이 황제가 되면 당장 그를 내칠 수도 있으니, 챙길 수 있는 몫을 최대한 챙겨두어야 했다.


“황제 페하를 뫼시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필요합니다. 은퇴하시면 그전까지 국가의 비용으로 충당하던 것을 사비로 지출해야 하니 더 많이 필요하시겠지요.”


“그야 당연히 섭섭지 않게 챙겨드리겠습니다.”


군터는 이달고에게 큰 몫을 떼어주더라도 일단은 그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럼 황제의 영지인 이지스와 군터 공작령인 고야르 지방을 저에게 주시면 제가 황제 폐하를 잘 뫼시겠습니다.”


이달고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군터의 입이 딱 벌어졌다.


‘아무리 제국의 황위를 넘겨주는 거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어차피 비요른 황태자에게 넘어올 자린데.’


군터가 황당해하며 말이 없자, 이달고가 입을 열었다.


“왜요? 내키지 않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황태자님께 그렇게 보고드리겠습니다.”


군터는 비요른에게 돌아와서 그의 요구사항을 알렸다.

예상대로 비요른 황태자는 펄펄 뛰며 광분했다.


“미친 영감탱이. 지가 황제인 줄 알아? 건방진 놈. 가만 두지 않겠다.”


“그냥 준다고 하십시오. 어차피 황제가 되신 후에 다시 빼앗으면 그만입니다.”


군터는 비요른을 달랬지만, 황태자는 자기 자존심을 건드린 이달고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놈은 군대도 용병뿐이고, 그를 위해 충성을 바칠 영주도 없다. 환관 주제에 감히 황태자에게 반기를 든 죄를 묻고야 말겠다.”


비요른은 군터에게 군대를 이끌고 황궁을 포위해서 이달고를 죽이자고 제안했다.


“이달고만 없애면 돼. 황실에는 그 외에는 사람이 없어.”


이달고가 자신의 정적이 될만한 똑똑한 환관은 모두 내쫓아서 황제의 주변에는 제대로 된 인재가 없었다.


군터가 보기에도 그랬다. 랑쥬 황자는 먼 찬디에 있고, 아슬라프가 수도에서 멀리 가 있을 때, 재빨리 이달고를 처리하고 황제를 협박해서 비요른에게 황좌를 물려주도록 하면 그만이었다.


황제는 최근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서 이달고도 마음이 조급했다. 이대로 비요른이 황제가 되면 자기가 찬밥 신세가 되는 건 불보듯 뻔했다. 그래서 비요른을 끌어내리고 랑쥬 황자를 황태자로 삼으라고 황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달고에게 영지를 떼주더라도 서둘러 황위를 물려받고, 나중에 그를 처리하자는 군터의 의견이 타당했다.

그러나, 거만한 비요른은 타협할 마음이 없었다.


“감히 환관 따위가 황태자에게 영지를 내놓으라 마라 제안해? 어림없다.”


그는 군터에게 황궁을 점령하자고 제안했다.


“이대로 시간이 가면 우리에게 불리해. 아바마마께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달고 놈은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시면 언제든 내놓을 수 있게, 이미 조작된 유언장을 준비해 놓고 있을지도 몰라.”


비요른이 성급한 건 맞지만, 군터가 보기에도 황제를 감금하고 황좌만 물려받으면 아슬라프와 랑쥬 황자가 반발할 수 없었다.

이달고가 황제를 꼬드겨서 황태자를 랑쥬로 바꾸기 전에 먼저 손을 써야 했다.


마침내 그들은 황제를 폐위하고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하기로 결심했다.

군터는 수도 경비대장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자네가 비요른 황태자께 충성한다면, 황제가 되신 후에 자네를 장군으로 임명하실 것이네. 황태자 전하를 따르지 않으면, 황태자께서 황제가 되신 후에 자네를 그냥 두지 않을 걸세.”


어차피 황제는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고, 비요른 황태자가 황제가 될 거라고 여긴 경비대장은 군터의 회유에 넘어갔다. 경비대장이 통과시켜준 덕에 수월하게 수도로 들어간 군터의 군대는 황궁을 포위했다.


같은 시각 비요른 황태자의 경호대도 황궁의 문지기를 제압하고 문을 열었다. 군터의 군대가 황궁 안으로 쏟아져들어왔다.


“크, 큰일났습니다.”


황궁에 군대가 난입한 것을 본 환관이 이달고에게 달려갔다.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뭐야?”


이달고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창문으로 달려갔다.


“이, 이런!”


군터의 군대가 이미 건물 곳곳을 수색하며 그를 찾고 있었다.


“황제 폐하는 어디 계시느냐?”


이달고는 황제에게 달려가서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폐하. 살려주시옵소서.”


그러나, 황제라고 별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비요른과 군터가 문을 부수고 들어오자, 황제는 하얗게 질려서 소리쳤다.


“네, 네 이놈! 비요른! 아비에게 네가 어찌 이럴 수 있느냐?”


황제는 역정을 냈지만, 비요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나를 언제 아들로 대접해준 적 있었소?”


그는 칼을 뽑아들고 이달고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주십시오. 황제폐하.”


이달고는 자신의 최후가 다가온 것을 깨닫고 다리를 덜덜 떨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황제의 눈과 귀를 막고 황태자를 능멸한 죄를 받으라.”


비요른은 이달고를 찔러죽였다. 황제의 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광경에 모두가 눈을 감고 시선을 돌렸다.


비요른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황제의 옥새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황제는 침을 꿀꺽 삼키고 비요른에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어차피 네가 황제가 될 텐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


“이제 편히 쉬실 때가 되었습니다.”


비요른은 황제가 뭐라고 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자신에게 황위를 물려준다는 칙서에 자신의 손으로 황제의 옥새를 찍었다.


“잘 모실 테니 걱정마십시오.”


볼일이 끝나자, 그는 황제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옥새를 챙겨서 방을 나갔다.


비요른의 말과 달리, 황제는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식사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황제는 유령처럼 말라갔다.


비요른이 반란을 일으켜 황제로 취임했다는 소식은 제국 전역에 퍼졌다. 아슬라프도 미하일을 통해서 소식을 들었다. 미하일은 수상에서 파면되었을 뿐만 아니라,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는 자신의 영지인 하스문트로 돌아가서 상황을 주시했다.


‘랑쥬 황자가 위험해.’


황제가 된 비요른이 첫 번째로 제거해야 할 상대는 랑쥬 황자였다.


아슬라프는 즉시 황자에게 편지를 보내서 비요른이 뭐라고 하던 절대로 말을 듣지 말라고 했다.


예상대로 비요른은 랑쥬 황자와 아슬라프에게 편지를 보내서 새 황제에게 인사하러 오라고 했다.


“가면 안 돼.”


은쿤도 아슬라프를 말렸다. 누가 보아도 이 상황에서 수도로 가는 것은 죽음을 자청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감금하고 먹을 것도 주지 않고 말려죽이는 비요른이 랑쥬와 아슬라프를 살려둘 리 없었다.


그렇다고, 황제의 소환을 거절하는 것은 반역행위였다.


“가지 않으면 황제가 아슬라프님을 반역자로 지목할 겁니다.”


상티누스가 한숨을 쉬며 걱정했다.


“어쨌든 가면 안 돼.”


은쿤은 손을 허리에 짚고 씩씩거렸다.


“반역자는 황제를 감금한 비요른이지. 그딴 패륜아가 명령한다고 들어야 해? 황제가 된 과정부터 불법인데.”


아슬라프가 제국에서 가장 큰 대영주로 급부상했지만, 아직 제국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했다.

적법하지 않은 과정으로 황제가 되긴 했어도, 비요른은 황태자였다. 황제의 권위와 명분은 그에게 있었다.

제국의 영주들이 모두 황제에게 복종하는데, 그에 맞서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어쩐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전쟁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비요른 황제는 랑쥬와 아슬라프를 제거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싸우는 것밖에는 길이 없었다.


때마침 랑쥬에게서 답장이 왔다.


[

형님이 아바마마를 폐위시키고 감금했다니, 자식된 도리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소.

즉시 형님에게 아바마마를 풀어드리고 복위시키도록 요청할 생각이오.

내 요청을 듣지 않는다면, 반역을 저지른 형님의 죄를 물을 것이오.

아슬라프 대공이 내가 뜻을 이루도록 도와준다면 어떤 요청이든 들어주겠소.

]


‘레오야.’


랑쥬의 편지를 받은 아슬라프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전생이 떠올라서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레오는 아버지 알렉세이1세의 원수를 갚으려고 물불 안 가리고 전쟁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아버지라고 황제를 지키려는 거냐.’


랑쥬도 비록 좋아하지는 않던 아버지였지만, 아버지가 위기에 처하자 구해내려고 앞뒤 안 가리고 나서는 성품이 비슷했다.


아슬라프의 입장에서는 알렉세이1세를 배신한 헤르만 황제가 폐위당한 것이 통쾌했지만, 랑쥬에게는 헤르만이 밉던 곱던 아버지였다.


‘전생처럼 아버지 때문에 목숨을 잃는 건 아니겠지?’


랑쥬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다가 목숨을 잃는 전생을 반복하게 놔둘 수 없었다.


‘그래. 랑쥬. 네 뜻이 그렇다면 해보자.’


아슬라프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실 겁니까?”


상티누스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이 없는 아슬라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슬라프는 결심한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모든 걸 걸고 싸워야지.”


“모든 걸 걸고 싸우다니요?”


“다 잃더라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새로 시작하는 거야.”


“뭘 시작한다는 말입니까?”


상티누스는 점점 다가오는 예감에 두려운 표정으로 물었다.


“새로운 제국의 역사를 시작하는 거지.”


“새로운 제국이요?”


아슬라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제국을 만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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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제국의 전쟁(2) 23.06.11 214 8 12쪽
167 제국의 전쟁 23.06.10 218 8 12쪽
166 종교개혁 23.06.09 212 9 12쪽
165 노헨그라드 제국의 황제가 되다 23.06.08 225 9 13쪽
» 비요른의 반란 +1 23.06.07 211 8 13쪽
163 저스틴(2) 23.06.06 199 9 12쪽
162 저스틴 23.06.05 203 8 12쪽
161 리베루스 포위전 23.06.04 207 8 12쪽
160 약스 도시연합(2) 23.06.03 215 9 12쪽
159 약스 도시연합 23.06.02 226 7 12쪽
158 혁명(2) 23.06.01 245 7 12쪽
157 혁명 +1 23.05.31 251 8 12쪽
156 이달고의 오산(2) 23.05.30 243 8 12쪽
155 이달고의 오산 23.05.29 243 8 12쪽
154 마약상 딩기스 23.05.28 249 9 13쪽
153 포획 작전 23.05.27 245 8 12쪽
152 의사 헤이즐 23.05.26 255 7 13쪽
151 코카나무 농장 23.05.25 261 8 13쪽
150 환관 이달고의 제안 23.05.24 256 8 12쪽
149 모함의 결과 23.05.23 267 9 13쪽
148 군터의 모함 23.05.22 262 8 13쪽
147 태풍(2) 23.05.21 260 9 12쪽
146 태풍 23.05.20 257 9 12쪽
145 해적왕 크사이(3) 23.05.19 258 9 13쪽
144 해적왕 크사이(2) 23.05.18 259 6 12쪽
143 해적왕 크사이 +2 23.05.17 283 9 12쪽
142 마라 섬의 해적(3) 23.05.16 29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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