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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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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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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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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환관 이달고의 제안

DUMMY

군터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황제가 이를 수락해서 수상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다음 수상이 누가 되면 좋을지 황제가 후보자를 물색하며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적임자가 있지.’


아슬라프는 황제가 군터를 견제하기 위해 그의 반대 세력 가운데서 수상을 고를 거라는 걸 예상했다.


아슬라프는 새로운 수상을 추천하기 위해 환관 이달고에게 찾아갔다.


“어서 오십시오. 앉아서 차 한잔 하십시오.”


이달고는 아슬라프에게 앉으라고 권하며 차를 대접했다.


“지난번에 긴급하게 황제 폐하를 알현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황제 폐하를 위한 일인 걸요.”


이달고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는 보석이 박힌 황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제국의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아슬라프가 황실의 인맥을 관리하기 위해 미하일을 통해 이달고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그래서 필요할 때 즉시 황제를 만날 수 있었다.


“국가의 안위가 달린 일이라 급하게 요청드렸는데 신속하게 처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슬라프는 이달고를 추켜세우며 그가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늦추도록 했다.


“제국의 안위가 걸린 일이라면 무엇이든 신속하게 처리해야죠.”


이달고는 아슬라프를 쳐다보며 그를 자신의 편으로 삼아도 좋을지 마음속으로 계산했다.


‘군터는 나를 벼르고 있고. 비요른 황태자도 나를 싫어하니. 아무래도 당분간은 아슬라프와 함께 가야겠어.’


아슬라프는 그런 이달고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찻잔을 들어 마셨다.


“랑쥬 황자님도 폐하께 편지를 잘 전달해주셔서 고맙다고 전해달라십니다.”


“랑쥬 황자님이요? 폐하께 온 편지를 전달하는 건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이달고는 씨익 웃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이달고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의 편지는 오지 않았다며 슬쩍 없애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랑쥬 황자님은 찬디에서 잘 지내십니까?”


“예. 잘 지내고 계십니다. 황궁에만 계시다가 따듯한 곳에 가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건강도 좋아지시는 것 같습니다.”


“폐하께서도 랑쥬 황자님이 보낸 편지를 읽으시고는 예전보다 좋아지셨다고 하시더군요.”


이달고는 말을 하다가 말고 찻잔을 든 채 생각에 잠겼다.


‘랑쥬 황자. 강아지만도 못한 바보였는데, 요즘 보내는 편지를 보면 그래도 제법 앞뒤가 맞는 문장을 쓴단 말이지. 비서가 알려주는 대로 받아쓰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젠 사람 구실은 하는 것 같아.’


그는 아슬라프를 보고 물었다.


“대공께서 보시기에는 랑쥬 황자님이 어떻습니까?”


“어떻다니요?”


“황자님과 같이 일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으셨습니까?”


“황자께서는 보필해주는 신하를 믿고, 알아서 하도록 일을 다 맡기시는 편이라서, 저는 모시기 편했습니다.”


“아무래도 그러시겠지요.”


이달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슬라프를 쳐다보았다. 랑쥬 황자는 머리가 모자라니, 신하에게 매사를 일임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여겼다.


‘아슬라프. 이 영악한 놈. 모자란 랑쥬 황자를 앞세워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했군.’


이달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슬라프가 그렇게 하는데, 자신이라고 그렇게 하지 말란 법이 없다.


‘나도 랑쥬 황자를 앞세워서 비요른 황태자와 군터를 견제하면 어떨까?’


이달고는 번득이는 아이디어에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무릎을 쳤다.


‘랑쥬 황자를 띄워서 비요른 황태자와 경쟁을 시키는 거야. 황태자를 폐위시키고 랑쥬 황자가 황태자가 되면 더 좋지. 바보니까 내가 주무르기도 쉽고. 내 덕에 황태자가 되면 내 공을 잊지 않겠지.’


그는 눈알을 굴리며 머릿속으로 빠르게 손익을 따져보았다. 자기를 싫어하는 비요른보다 멍청한 랑쥬가 황태자인 편이 백번 이득이었다.


‘랑쥬가 황태자가 되면 황제가 죽더라도 걱정할 게 없지. 나를 쳐낼 궁리만 하는 비요른이 황제가 되는 것보다, 구워삶기 쉬운 랑쥬가 황제가 되는 게 나한테는 훨씬 낫지.’


침묵이 길어지는 가운데 아슬라프는 이달고가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말없이 차를 홀짝였다. 이달고가 머릿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랑쥬의 근황을 묻는 의도가 너무나 뻔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아슬라프가 먼저 랑쥬 황자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의도한 바였다.


“랑쥬 황자님께서는 계속 찬디 지역에 계실까요?”


이달고는 랑쥬 황자를 어떻게 써먹을지 이리저리 셈을 하다가 물었다. 아슬라프는 찻잔에 남은 차를 마저 비우며 대답했다.


“그야 모르죠. 찬디 지역에 가신 것도 폐하의 명으로 간 거니까, 돌아오라면 돌아오고, 다른 명령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가시겠지요. 황자님께서는 제국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 기꺼이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황자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던 충심으로 보필해드릴 겁니다.”


랑쥬 황자에게 일을 맡기면 황자는 자신이 가장 믿는 아슬라프와 상의할 것이다. 황자는 바보이니, 지금으로서는 아슬라프가 황자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달고로서는 랑쥬 황자를 이용하려면 아슬라프와 이야기를 진행시킬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황자님께서는 은둔하다시피 사셨는데, 이제 나이도 차셨으니,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도 좋지 않을까요? 어쨌든 황족이신데 제국을 위해 좀 더 일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달고가 본심을 드러내자 아슬라프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님께서 제국에 헌신할 뜻은 있으십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기회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달고는 랑쥬 황자를 밀어주기로 결심했다. 이미 사이가 틀어진 비요른보다 다루기 쉬운 랑쥬를 밀어주면 황제의 사후에도 환관의 우두머리로 정권을 틀어쥘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랑쥬 황자께서도 제 충심을 알아주시면 좋겠군요.”


이달고는 랑쥬가 황제가 되면 자신의 지분을 요구할 뜻을 비쳤다.


“이달고 환관은 황제폐하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시는 분인데, 황자께서도 고마워하실 겁니다.”


아슬라프는 이달고를 랑쥬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믿을 수 있는 자는 아니지만, 당분간은 바람막이가 필요해.’


누나인 에카테리나 황녀 말고는 황궁에 자기 편이 없는 랑쥬에게 이달고를 적으로 돌리지 않는 것은 중요했다.


“아슬라프 대공과 랑쥬 황자께서 제국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신다면 폐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이달고는 당분간 아슬라프와 랑쥬와 손을 잡기로 결심했다.


“그럼 뭐 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아슬라프와 랑쥬에게 공을 세울 수 있는 과제를 제안했다.


“말씀하십시오.”


“코카나무를 아십니까?”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이비교주 푸티차의 세력을 토벌하러 갔을 때, 그가 광신도들을 양성하기 위해서 환각제인 코카나무잎 액을 신도들에게 먹였기에 그것이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알고 있었다.


“코카나무 잎의 액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겠군요?”


“환각작용을 일으키고 중독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이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가리켰다.


“코카나무 잎은 제국에서는 기후가 맞지 않아 자라지 않습니다. 찬디 지역 북쪽에 코카라는 지역에서만 자라지요. 딩기스라는 자가 그곳에서 코카나무 잎 액을 추출해서 제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코카 지역은 찬디 지역에서 북쪽으로 내륙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있는 고원지대였다.

그곳에서 자라는 코카나무 잎 액에 마취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부상당한 군인에게 의료용으로 수입해서 사용하던 것이 점점 환각효과를 느끼려는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딩기스라는 자가 코카나무 농장을 운영하면서 코카나무 액을 추출해서 제국에 파는데, 그자가 액을 농축해서 점점 중독성이 강한 물질로 만들어서 파는 바람에 중독자가 늘고 있습니다.”


코카 액으로 딩기스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이제는 제국의 통제를 듣지 않고, 스스로 용병을 고용해서 지역의 권력자가 되었다.


“군대를 보냈습니까?”


“당연하지요. 그런데 딩기스는 싸우지 않고 도망쳐버렸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서 또다시 코카나무 농장을 만들고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그의 판매망을 추적해서 농장을 찾아 불태우면, 또 다른 곳에 가서 농장을 만드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했다.


“결국 딩기스를 제거하지 않으면 코카나무 농장을 없앨 수 없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를 없애고 코카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지 않으면, 그의 조직을 뿌리뽑기는 어렵습니다.”


도망치는 딩기스를 찾아서 제거하기도 어렵거니와, 넓은 코카 지역을 완전히 통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국에서 먼 코카 지역까지 많은 군대를 보내서 주둔시키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었고, 병사의 숫자를 늘리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코카 지역과 가까운 찬디에 있는 랑쥬 황자에게 군사적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딩기스가 코카 액을 팔고 싶어도 제국의 항구에서 검역을 통해 못 들어오게 막으면 되는 게 아닙니까?”


험한 고원에서 가파른 돌산을 통과해서 먼 길을 말이나 수레로 코카 액을 실어나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니 대량으로 운송하려면 배에 실어 항구를 통해서 들여와야 하는데, 제국의 항구에서 들어오는 배를 검사하면 잡아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제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무역 항구를 통해서 들어오니 문제입니다. 주로 약스 도시연합을 통해서 들여와서 제국으로 판매합니다.”


약스 도시연합은 상업과 무역이 발달한 항구 도시들로 이루어졌고, 제국에 세금은 내지만, 황제나 귀족들과 봉신관계를 맺지 않은 독립 도시들의 연합이었다. 그러니 제국군이 항구를 검역할 수 없었다.


“그들도 코카 액을 중개무역해서 큰돈을 벌고 있으니 제대로 검역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제국 내의 판매조직을 잡으면 어떻습니까?”


“판매조직도 각 지역의 영주들과 결탁한 큰손들이 많아 함부로 건드리기 어렵습니다. 판매책은 귀족에게 연줄을 대고, 귀족들도 돈을 받고 봐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귀족들도 이권에 개입되어있으니 코카 액 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었다.

코카 액 생산자, 유통망, 판매조직 모두 돈으로 똘똘 뭉쳐 있어서 그들의 카르텔을 깨기 어려웠다.

이쯤 되면 아무리 황제라도, 아무리 군대가 많아도 해결이 쉽지 않다. 누구도 해결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일을 처리해달라고 아슬라프에게 맡긴 것이었다.


“코카 지역이 찬디에서 가까우니, 랑쥬 황자님과 함께 아슬라프 대공께서 코카 액 상인 딩기스를 잡고 유통을 통제해주신다면, 제국을 위해서 누구도 하지 못한 큰일을 하시는 겁니다.”


이달고의 말은 그럴듯했지만, 아슬라프는 의문이 들었다. 이달고가 이 문제에 관심 갖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달고는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눈썹하나 까딱 안 하는 이기적인 자인데 어째서 코카 액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지?’


제국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럴 리는 없었다.

이달고의 본심을 알지 않고 이 사안에 뛰어들면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르니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코카 액의 유통을 그렇게나 막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코카 액 중독으로 폐인이 늘어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달고 환관님이 원하는 걸 정확히 말씀해주셔야 저도 환관께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아슬라프의 질문에 이달고는 양손을 깍지 끼어서 자신의 두툼한 배 위에 올려놓았다.


“코카 액 유통을 이용해서 부정한 돈을 버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딩기스만이 아니라, 약스 도시연합, 판매책, 그들의 뒷배를 봐주는 귀족들까지요.”


그는 좀처럼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자이지만, 이 말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 한마디로 나를 빼놓고 나머지 놈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게 꼴 보기 싫다는 거였다.


가장 큰 판매조직은 군나르 공국에 있었다. 아마도 군터 공작에게 돈을 주며 보호받고 있을 것이다. 이달고가 군터의 돈줄을 말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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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노헨그라드 제국의 황제가 되다 23.06.08 22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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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저스틴(2) 23.06.06 199 9 12쪽
162 저스틴 23.06.05 203 8 12쪽
161 리베루스 포위전 23.06.04 207 8 12쪽
160 약스 도시연합(2) 23.06.03 216 9 12쪽
159 약스 도시연합 23.06.02 227 7 12쪽
158 혁명(2) 23.06.01 245 7 12쪽
157 혁명 +1 23.05.31 251 8 12쪽
156 이달고의 오산(2) 23.05.30 243 8 12쪽
155 이달고의 오산 23.05.29 243 8 12쪽
154 마약상 딩기스 23.05.28 249 9 13쪽
153 포획 작전 23.05.27 245 8 12쪽
152 의사 헤이즐 23.05.26 255 7 13쪽
151 코카나무 농장 23.05.25 261 8 13쪽
» 환관 이달고의 제안 23.05.24 257 8 12쪽
149 모함의 결과 23.05.23 267 9 13쪽
148 군터의 모함 23.05.22 262 8 13쪽
147 태풍(2) 23.05.21 260 9 12쪽
146 태풍 23.05.20 257 9 12쪽
145 해적왕 크사이(3) 23.05.19 258 9 13쪽
144 해적왕 크사이(2) 23.05.18 259 6 12쪽
143 해적왕 크사이 +2 23.05.17 283 9 12쪽
142 마라 섬의 해적(3) 23.05.16 29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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