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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블랙요원이 딸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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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촌지
작품등록일 :
2024.09.2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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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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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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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미행이 붙었군

DUMMY

2화 – 미행이 붙었군



오천만이 넘는 한국인들 중, 떡볶이를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 지언정.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그만큼 남녀노소 모든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었으니까.

다행히도, 그건 소희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하, 후아아아.”

“맵지 않아? 천천히 먹어. 입천장 다 데겠다.”

“맵긴 한데······ 그래도 엄청 맛있어요!”


고추장과 고춧가루, 다진마늘이 나름 들어가 빨간 떡볶이였는데.

이제 8살인 소희는 맵다고 후후 불면서도 맛있게 잘 먹었다.

비단 지금의 떡볶이 뿐만이 아니었다.

더 어릴 때에도 김치를 잘 먹더니, 횟집에 가서는 광어에 초장 찍어서 쪽쪽 빨아먹던 아이가 소희였다.

역시 한국인의 유전자라는 것일까. 아니면 아빠를 닮아 몸이 탄탄한 것일까.


“엄청 쫄깃하고, 매콤하고, 우음······ 아무튼 완전 짱 최고!”


새빨간 양념이 잔뜩 묻은 채 조려진 떡볶이 떡을 한 입.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에는 포크에 떡과 어묵, 파까지 삼합으로 꿰어서 다시 한 입.

쫄깃한 떡과 감칠맛 폭발하는 오뎅, 소스를 가득 머금은 파의 조화.

자그마한 입이 가득 차도록 우물우물 먹다가 단무지까지 하나 집어먹은 후, 쿨피스를 한 입 벌컥벌컥 들이마셔 주면.


“캬하!”


아무리 8살이라 할지언정,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이런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완전 아저씨같네.”

“네에? 아저씨이?”

“장난이야, 장난. 잘 먹는다는 거지.”


콜라 컵은 양 손으로 잡은 채, 아저씨라는 말에 양 볼을 뿌우- 하고 부풀리고 있던 소희의 입가에는 소스가 잔뜩 묻어있었다.

상구는 냅킨을 한 장 뽑아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며 조금은 바보처럼 히히 웃었다.

소희도 그런 아빠를 따라 해실거리며 웃었다.

그게 너무 바보같으면서도 행복해서, 결국 두 사람은 정말로 바보처럼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만 있었다.


“근데 있잖아요. 아빠는 왜 분식집 한 거에요?”


한식집이라던가, 양식점이라던가 다른 식당도 참 많았고.

상구에게는 그동안 저금해두었던 꽤 큰 돈이 있었으니, 이전 팀장의 말처럼 파인다이닝이든 오마카세든. 더 멋지고 돈도 잘 버는 식당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이의 질문 치고는 꽤나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만.


“아빠가 어릴 때는 말이야. 세상에서 학교 앞에 있던 분식집 사장님 아들이 제일 부러웠거든.”

“왜요?”


그에 답하는 상구의 말은 이미 잘 정돈되어 있었다.


“용돈을 일 주일에 천 원씩 받았었는데. 그걸 아끼고 아껴서 떡볶이랑 슬러시 같은 걸 사먹었으니까. 그런데 분식집 아들놈은 항상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거든. 그게 너무 부러웠지.”

참고로, 자매품 ‘문방구 아들내미’도 있었다.

“그래서 분식점 한 거야. 조만간 우리 소희 학교 들어가면 친구들 대리고 놀러오라고. 아빠가 맛있는 떡볶이 해줄 수 있도록.”

“와아! 진짜요?”

“당연하지. 우리 소희 친구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어요, 아빠는.”


벌써부터 개학의 설렘과 친구를 만들 생각에 방방 뛰며 기뻐하는 소희.

그런 딸아이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던 상구가 식당 바깥을 힐끔거렸다.


“소희야, 그러면 먹고 있을래?”

“아빠는요?”

“아빠는 잠깐 어디 다녀올 곳이 있어서 말이야. 오래 안 걸릴 거야. 어디 가지 말고. 알겠지?”

“네에!”


아무리 잠시라 한들, 아이를 가게에 혼자 두고 간다는 게 마음에 많이 걸리긴 했다만.

이번에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긴 했으니까.


‘3분 안에 끝내고 돌아오면 되겠지.’


분명 다시는 보는 일 없도록 하자면서 단단히 경고를 한 것 같았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는 건가. 아니면 자신을 아직도 놓아주지 못하고 있을 것일까.


‘내가 발견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가.’


며칠 전부터 짱구분식 앞에서 계속 눈에 띄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식당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있기도, 골목을 서성이기도, 옷도 계속해서 갈아입으며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도 했으니.

처음에는 근처 사는 사람인가 했지만, 착용하고 있던 액세서리도 꽤 눈에 익었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요원들 특유의 제스쳐와 걸음걸이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 눈은 다 속여도, 국정원의 전설이라 불리던 이상구 눈은 못 속이는 법.

그렇기에 결론은 하나였으니.


‘미행이 붙었다. 나와 소희를 노리는 놈이 있어.’


소희의 뒤로 돌아 짱구분식을 빠져나온 상구의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려 있었다.

회사를 떠난 이후로 다시는 화를 낼 일이 없었으면 했건만.

귀여운 곰돌이 앞지마 뒤에 숨겨져 있던 호랑이의 살의가 꿈틀거렸다.



* * *



“아이 선배님, 정말이라니까요? 아무런 특이사항도 없습니다. 그냥 애기랑 같이 떡볶이 해 먹으면서 잘 살고 있던데요? 분식집도 그냥 평범한 학교 앞 떡볶이집이고.”


같은 시각.

짱구 분식집 앞의 골목길에서 몸을 숨긴 채, 은밀히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남자가 있었으니.

그의 품속에 있던 명함에는 ‘태성물산 차장 김진웅’이라 적혀 있었다만, 전화 속 내용을 듣고 있자면 평범한 회사원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보였다.


“아무튼 이제 오픈 준비도 거의 끝난 것 같고. 그냥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있다고 사람까지 붙이시고 그러십니까. 예? 선배님.”

- 하아······ 진웅아. 넌 진짜 몰라서 그러냐? 이상구 그 놈이 지금 분식집에서 떡볶이나 볶으면서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간첩들 상판 튀김 만들던 놈이, 지금 오징어 튀김 튀기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는 말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 특수부대 출신에 북한 침투조 대장이었던 놈이다. 상구 저 자식이 멱을 딴 북한 장성들 별만 해도 하늘에 은하수를 놓아요. 요주의 중에서도 최고 문제아라고.


국정원의 전설, 살인기계, 무술로만 따지면 한국을 넘어 세계에 적수가 없을 정도의 또라이.

입이 닳도록 상부에서는 상구의 업적을 이야기했다만, 솔직히 그를 미행하고 있던 진웅의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왜 그런 문제아를 미행하는데 저 같은 핏덩이를 보내냐고요. 선배님이 직접 가시지 그랬어요?”

- 다른 애들은 이미 상구한테 얼굴 다 팔려서 안된다니까. 신삥인 네가 그나마 낫지. 왜, 쫄리냐?

“예. 쫄립니다. 아니, 개쫄립니다. 솔직히 선배님 말씀만 듣고 보면, 이북 수령님이 백두산 호랑이 타고 내려오시는 것보다 짱구분식 사장님이 더 무섭거든요?”


그저 무섭기만 할 뿐이었다.

예전에 부산 항구자락에서 마약 밀매상 소탕작전을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심지어 그런 상부의 방침이 이해도 잘 가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소시민 아저씨 같은데 말이야.’

전 블랙요원이면 뭐 어쩌라고.

“지금은 은퇴해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겠다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뒤를 밟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전 이해가 안 됩니다. 선배님.”

요원은 사람 아니냔 말이다.

이 한 몸 나라에 투신해서 목숨 걸고 여러 공적을 새웠으면 됐지, 영웅으로 추대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이렇게 사람을 못살게 구는지. 솔직히 그런 의구심이 계속해서 들었으니까.


- 넌 정말로 저 놈이 그냥 평범해 보이냐. 진웅아.


그런 후배의 투정을 잠시간 조용히 듣던 선배님의 말투가 사뭇 진지해졌다.


“예, 그야 당연히······”

- 딸내미 있지. 상구 딸이라는 얼라 말이다.

“소희 말씀이십니까.”

- 그 소희라는 애부터가 말이 안 돼. 북한에서 공작하던 애가 언제 결혼을 했는지 갑자기 8살 난 여자애를 제 딸이랍시고 대려 온 거다. 자기 친자식인지 아닌지, 아니 한국인이 맞긴 한지부터가 의문이라고.

“그게 무슨?”

- 출생신고서도 철저하게 위조됐다. 출생지, 나이, 심지어는 어미가 누구인지까지 전부 불명이야. 우리 데이터베이스에도 없는 애가 갑자기 뿅 솟아난 거라고. 이제 이해가 좀 되냐?


상식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국정원의 일이라 했다.

하지만 그런 국정원의 정보망을 탈탈 털었음에도, 도대체 상구의 딸. 소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기어코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땅에서 솟았는지, 미그기 타고 날아왔는지.


- 그 이상구가, 이런 딸을 대리고, 심지어 분식집을 한다? 이게 말이 되냔 말이다. 뭐 짱구분식? 뒤에서 짱구를 굴리고 있단 소리겠지. 분명히 뭐가 있는 거란 말이다. 알겠나?

“예, 이해했습니다. 선배님.”


이쯤 되자 진웅 또한 상부의 지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출생신고조차 위조된 정체불명의 딸아이.

그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국가 안보에 어떤 위협이 될지 알 수 없었으니까.

미행 자체는 당연히 불법이었다만, 국정원이었다면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쳐야 하는 법.

아, 물론.


- 아무튼 진웅아, 처음부터 어려운 임무 맡겨서 힘든건 백방 이해한다. 그래도 네가 어떻게든 뭐라도 캐와야 된다니까?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선배님,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요. 나중에 다시 걸겠습니다.”

- 뭐? 무슨 일인데. 야, 진웅아! 김진웅!!


뚜- 뚜우--


그 아이의 아빠가 이상구가 아니라는 전제 하의 이야기였다.


“다······ 들으셨어요?”

“그래.”

“아이고 이거······ 큰일났네 진짜. 아하하.”


진웅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는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호랑이를 정면에서 마주해도 이렇게나 두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언제 뒤를 잡힌거야. 도대체.’


그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뒤에 상구가 서 있었다.

풋내기일지라도 나름 국정원의 정규 훈련을 전부 수료한 진웅이었다만. 아무런 기척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무슨 사람이 살기가 이렇게······’


걸치고 있던 귀여운 곰돌이 앞치마와는 달리, 상구는 그야말로 살벌한 살기를 마구 뿜어내고만 있었다.

조금이라도 심기를 건들이거나 움직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겠다는 것처럼.

방금도 그랬다.

상구가 그저 입모양으로 ‘전화 꺼’라고 말했을 뿐이었건만, 이미 완전히 압도된 진웅은 그저 따를 수밖에는 없었으니까.


“회사에서 나왔나?”

“예, 예.”

“목적은?”

“그, 그건.”

“목적이 뭐냐 물었다.”


거스르면 죽는다.

백주대낮의 서울 한복판이었다만, 진심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껴본 것은 인생 처음이었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덜덜 떨렸다.


“회, 회사에서 상구씨. 아니, 상구님을 조사하라고. 딸부터 시작해서 수상한게 너무 많으니까 분명 뭔가가 있을거라면서······ 저, 저는 그냥 시키는대로 한거에요!”

“후우······ 역시 그러냐.”


뚜벅. 뚜벅.


상구가 천천히 걸어와 진웅의 앞에 섰다.

불쌍한 신참 요원의 입술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죽는다. 이건 무조건 죽을거다.


“히이익!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야.”

“예, 예!”

“밥은 먹고 다니냐?”

“······예?”


그러나 이윽고 상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완전히 예상 밖의 것이었으니.


“미행 임무 중에는 밥도 잘 못 챙겨 먹기에 십상인데. 너도 어린 것이 고생이 많아. 이것도 인연인데 밥이나 먹고 가라.”

“······예에?”

“싫으냐?”

“아, 아닙니다! 먹겠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굶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진웅은 그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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