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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블랙요원이 딸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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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김촌지
작품등록일 :
2024.09.23 10:27
최근연재일 :
2024.09.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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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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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짱구분식에는 무서운 아저씨가 산다

DUMMY

1화 – 짱구분식에는 무서운 아저씨가 산다



“야, 이상구! 그거 내려놔. 알았으니까 일단 내려놓고 말하자고. 응?”

“은퇴하게 해주십시오.”

“왜 그러는 건데 도대체! 북한 넘어가서 임무도 하나 잘 처리했겠다, 이제는 그냥 적당히 후방에서 서류나 만지작거리면서 쉴 수 있게 해주겠다니까? 꼭 은퇴를 왜······”


철컥-!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이제 검지손가락에 조금만 힘을 주면 바로 발사될 터.

상구라 불린 사내에게 인질로 잡힌 채,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눠진 남자가 히이익- 하고 겁에 질린 숨을 내쉬었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이상구 이 미친놈은 진짜 쏠 거야. 진짜로 쏜다고!”

“실장님 진짜······”

“그냥 이 새끼 해달라는 대로 해줘. 응? 은퇴 한 대잖아. 조용히 꺼져서 살겠다잖아 지금!”

“자그마치 12년을 북에서 개처럼 굴렀습니다.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면서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습니다. 이 정도면 할 만큼 하지 않았습니까. 은퇴하게 해주십시오.”


인질로 잡힌 남자의 계급은 무려 실장.

국정원 실장이면, 대통령 바로 아래의 권력을 지녔다 평가되는 이였다.

그의 말 한마디면 누군가를 합법적으로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저 총구가 들이밀어진 채 인질로 잡혀버린 신세.

국정원 실장이면 뭐하겠는가. 새하얗게 겁에 질린 채, 꼴사납게 오줌이나 질질 흘리고 있었는데.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상구는 지금 아주 많이 화가 났으며, 이런 상태의 그는 언제 무슨 짓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을. 이미 도화선에 불이 붙은 대형 폭탄과도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상구와 대치하고 있던 다른 요원들 또한 필사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상구야, 그래 우리가 잘못했다. 너 유능하다고 죽어라 굴렸어. 인정 해! 미안하다! 그런데 임무 다 끝내고 돌아와서, 하필 지금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응?!”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었다.

국정원 블랙요원. 음지에서 활약하며 양지를 지양하는 이들 중에서도, 이상구는 그야말로 정예 중 최정예였다.

요원 양성소 역대 성적 1위. 고등 군사교육 최우수로 수료. 단신으로 북한에 넘어가 여러 위험천만한 임무들을 수행했고, 국정원의 전설로 남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국정원의 개처럼 살긴 했다만.

최소한, 국정원은 사냥감을 물고 돌아온 사냥개에게 적절한 대우를 약속하는 기관이었다.

그렇기에 이상구에게는 편안한 미래와 노후가 보장되어있었다.

나라에서 주는 큰 액수의 연금을 받아먹으며, 안락한 사무실에서 서류작업만 하면서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었는데.


“왜 이 모든걸 다 버리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은퇴하려고 하는 건데. 말이라도 해봐라,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니냐, 상구야.”


이상구는 이 모든 것을 거절했다.

그는 이전부터 은퇴 요청을 수차례 했으나 기각당했다.

상부에서도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너무나 유용하기까지 했던 요원 이상구를 쉽사리 은퇴시킬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려 실장을 인질로 잡고 국정원 사옥에서 인질극을 벌이다니.


“이유를 물으셨습니까. 참 빨리도 물으십니다.”

“그래. 네가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일 놈이 아니라는 건, 네 교관인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냐.”

“우선, 고국에 돌아와봤자 저를 개처럼 굴리실 건 마찬가지라는 거고.”

“그건······”


이것만큼은 그 누구도 아니라 확답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상구는 너무나도 유능했으며, 불가능한 작전들을 너무 많이 성공시켰고, 그 탓에 너무 많은 걸 알게 되어버렸으니까.

적당히 풀어줄 수는 있어도 목줄을 풀고 놓아줄 수는 없다.

그건 너무 아깝고 불안한 일이니까.

이게 윗놈들이 하고 있는 생각이었으니까.


“식당이 하고 싶습니다.”

“······뭐? 식당?”

그러나 이어진 상상 밖의 대답에 모두의 어이가 가출하고야 말았으니.

“갑자기 무슨 식당이야. 북에서 못 먹고 다녀서 그러냐? 뭐 오마카세? 레스토랑?”

“자그마한 분식집을 할 생각입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상식적으로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정원의 최고위 블랙 요원이라는 놈이, 갑자기 은퇴해서 한다는 게 그냥 분식집이라고?

그 많고 많은 돈과 명예를 전부 포기하고 하등 의미도 없는 분식집을 하겠다고?


“아이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젠 그 녀석과 평범하게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보내주십시오, 은퇴하겠습니다.”

“평범하게 분식집이라······ 심지어 애도 생기셨어요? 참 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교관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비웃음이나 조소는 아니었다. 단지 이 모든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이상구’라는 남자 다웠기에.


“지금까지 일을 그렇게 해 놓고 평범하게 분식집을 해? 너답다, 그래. 이 상또라이야. 왜 하필이면 분식집인데?”

“애들이 분식을 좋아합니다.”

“갑자기 애는 또 어디서 났는지. 하아, 나도 무난하게 말년 보내나 싶었다. 내 팔자에 그럴 리가 없지.”


상구야- 하고 팀장이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너 내가 안 보내주면 어떻게 할 거냐?”

“제 성격 아시리라 믿습니다. 뭐라도 할 겁니다.”

“뭐라도······ 거 참, 너답다. 그것까지도.”


상구도 알고 있었다.

배운 것이 많았으니, 국정원의 눈을 피해 조용히 숨어서 사는 방법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한국을 떠야만 했으며. 결정적으로 평생 거주지를 옮기며 주위 모두를 의심해야겠지.

국정원은 한 번 찍은 표적을 쉽사리 놓는 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난리를 펴더라도 이 전제는 똑같았다.

단,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한국에서 적당히 살 수는 있을 터.

국정원이 바보인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상구였기에 가능한 미친짓이었다.


“그래, 네가 이겼다. 상구야.”

“······”

“너 알아서 해라. 분식집이든 뭐든. 놀러 갈게. 떡볶이 맛있게 해 놓고.”

“······놀러 오지 마십시오.”


상구가 권총의 총구를 팀장과 다른 제압팀들에게로 돌렸다.

적은 겨우 한 명이었다만, 최정예 블랙요원이 내뿜는 살기에 지레 겁을 먹어버린 것은 오히려 제압팀 쪽이었다.

그야말로 호랑이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

벌벌 떨던 요원들 앞에서, 팀장은 상구를 보내줄 수밖에는 없었으니.


“앞으로 얼굴 보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알았다. 안 놀러 갈게. 잘 먹고 잘살아라, 그래. 허튼짓만 하지 말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인질극까지 벌인 뒤에야, 대한민국 역사상 최정예였던 블랙요원은 겨우 은퇴를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평생동안 호의호식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결정한 미래는 아이와 함께 분식집을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으니.


“하아······ 저 또라이 저거. 내 언제 일 한번 크게 터뜨릴 줄은 알았는데.”


상구가 사라진 자리, 팀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는 허허 웃었다.


“너 답다, 그래. 너 다워.”


앞으로 뭐가 어떻게 될지, 저 녀석의 진짜 속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으나.


“이렇게 된 거, 너라도 잘 살아라. 상구야. 네 똥은 내가 어떻게든 치워볼 테니까. 지금까지는 네가 많이 해줬으니까.”


평범함의 가치랄까.

비록 앞으로 여러 가지 일들이 많기도 하겠다만, 팀장은 어딘가 그런 상구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 *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골목길.

초, 중, 고등학교가 모두 모여있어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와 활기로 가득한 이곳에서.

봄방학 시즌을 맞아 새로운 분식점이 당당히 문을 열었으니.


[짱구분식]


전 국정원 블랙요원이 사장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은퇴한 전설의 행복한 노후 라이프 시작이었다.


“하아······ 평화롭고 좋네.”


아직 본격적인 장사 시작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이제 막 짱구분식의 인테리어를 다 마친 시점이었고. 학교 앞 분식점이 항상 그렇듯, 일단 개학을 해야 장사도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상구는 분식점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은 뒤,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네 곳곳을 둘러보았다.

평화롭다, 이 네 글자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개학의 설렘으로 들뜬 학생들이 웃으며 스쳐 지나갔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주민들 또한 여유로워보였으니까.


‘요원으로 살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야. 난 어쩌면 이런게 그리웠을지도.’


평범한 일상. 평화로운 세상.

블랙요원으로 활동할 때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공기였다.


“아빠아. 배고파요. 밥 먹어요, 밥.”

“소희 왔어?”


그런 상구의 옆에는 그를 아빠라 부르는 어린 여자아이가 한 명.

이제 8살이 된 소희는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물론 자식은커녕 임무를 수행하느라 결혼조차 하지 못했던 상구가 어떻게 8살 난 딸아이를 가질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긴 했다만.


“그럴까? 슬슬 점심 먹을 시간이 되긴 했으니까. 소희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지?”

“네에!”

“고마워요. 아빠가 맛있는거 만들어 줄게.”


세상 행복해보이는 부녀를 보고 있자면, 그런 것 따위는 어쩌면 아무런 상관도 없을지 몰랐다.

아직 식당은 오픈 전이었기에, 지금은 가오픈 느낌으로 여러 가지 메뉴들을 시험해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학교 앞 분식집에서 당연히 팔아야 하는 떡볶이와 순대, 튀김부터. 피카츄와 떡꼬치 같은 간식류들.

거기에다가 라면, 비빔밥, 된장국 등등······ 간단한 한식도 같이 팔아볼 생각이었다.

소희를 대리고 짱구분식 주방으로 들어간 상구가 자연스럽게 식칼을 빼들었다.

그리고는 식칼을 역수로 잡은 채, 도마 위에 놓인 야채들을 노려본 후.


파바바바밧-!


양파와 당근이 순식간에 오체분시되었다.

심지어 먹기 좋게 잘 썰리기까지.


“와아! 아빠 짱 멋지다!”


묘기에 가까운 칼솜씨를 지켜보던 소희가 신이 나 방방 뛰었다.

세상에 버릴 기술 하나 없다더니, 요원 훈련을 받으며 배웠던 칼 쓰는 법이 이렇게 사용될 줄이야.


‘익숙한 감각이군. 당근은 단단하니까······ 음.’


자고로 배워서 손해보는 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오늘은 점심도 먹을 겸 해서 분식집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떡볶이를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식당에서 일을 해본 것은 아니었다만. 그래도 기본적인 요리는 전부 할 수 있었으니까.


‘마침 육수도 적당히 끓었고.’


어묵 육수를 쓰는 게 제일 좋았다만, 그러면 양이 너무 많아져 버리니까.

멸치와 디포리, 다시마로 낸 육수를 베이스로 하여 양념을 더했다.

고추장과 간장, 미원 조금과 다진마늘을 더하고, 마지막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엿을 부어준다.

떡볶이 양념이 별것 있겠는가. 단지 소희의 나이를 생각해서 조금 많이 덜 맵게 만들었다.

소희가 8살 치고는 매운 음식을 신기할 정도로 잘 먹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는 아이였으니까.

진한 육수에 양념이 들어가자 새빨간 물감이 퍼지듯 먹음직스러운 색이 칠해졌다.

미리 불려둔 떡과 함께 야채와 어묵을 더하고, 휘휘 저어주며 졸이듯 끓여주면 끝.

떡볶이 특유의 매콤 달달한 냄새가 멸치육수의 향과 함께 뭉근히 퍼져나왔다.


“와아······ 맛있겠다아.”

“거의 다 됐으니까, 조금만 더 졸여지면 먹자 소희야.”

“네에!”


아까부터 배고프다며 보채던 소희는 어느새 군침을 뚝뚝 흘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떡볶이가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음식이었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고, 그렇기에 누구나 아는 맛이 난다만. 그 아는 맛이라는 게 웬만큼 비싼 요리들을 다 쌈싸먹을 정도로 맛이 좋았으니까.

남녀노소 호불호 없이 사랑하는 음식. 한국인의 얼과 추억이 담긴 것이 바로 이 떡볶이 아니겠는가.


“어머, 여기에 분식집이 생겼네?”

“아아, 안녕하세요.”


요리가 거의 끝났을 즈음. 짱구분식 앞을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여기 학교 앞에 분식집 하나 들어오면 딱이겠다 싶었는데, 마침 생겼네요! 장사 엄청 잘 되시겠다. 애기 아빠가 요리하시는 거에요?”

“예, 그렇습니다.”

“우리 아빠 요리 짱 잘해요. 떡볶이도 엄청 맛있어요!”


벌써부터 아빠의 장사를 도와주려는 것인지, 귀엽게 영업 멘트까지 날려주는 소희.

원래 동네 장사라는게 다 더불어 살면서 하는 것 아니겠는가.

소희를 귀엽게 바라보시던 아주머니가 이내 말을 이으셨다.


“애기도 너무 귀엽네, 정말. 그럼 애기 엄마는요?”


그 순간, 떡볶이를 휘젓던 상구의 손이 잠깐 멈춰섰다.

아주 찰나였다만. 정말로 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아이 엄마는 저 멀리 있습니다.”


상구는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멀리?”

“조금 멀리요.”

“아, 아아······ 아이고 미안해요. 내가 주책이라 참. 미안해요, 미안해. 나중에 정식으로 문 열면 꼭 놀러올게요. 우리 애기들도 참 좋아하겠구만.”

“괜찮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잘못 가득한 표정으로, 아주머니가 연신 죄송하다 말씀하시며 후다닥 발걸음을 옮기셨다.

잠시 이어진 무거운 정적.

어머니라는 세 글자에 담긴 무게감이 너무나도 컸던 탓일까. 혹은 아이가, 소희가 너무 어렸던 탓일까.

전자는 맞는 말이었다만 후자는 그렇지 않았다.

조심스레 상구의 눈치를 보던 소희가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아빠, 왜 거짓말 했어요?”

“거짓말?”

“엄마 멀리 있다고 했잖아요. 그거 아닌데. 엄마 없잖아요. 이제는.”


아이는 고작 8살이었지만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상구는 그게 내심 미안했다.

조금 더 아이답게,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을 즐겨도 괜찮을 텐데.


“소희야······”

“근데 있잖아요, 아빠. 난 그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소희는 그렇게 말하며 평소처럼 생글생글 웃어보였으니.


“엄마는 없어도 아빠가 옆에 있으니까. 그리고 아빠는 계속 같이 있어 줄 거라고 약속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요. 진짜로요!”


소희가 괜찮다 말하며 웃었다. 그래서 상구도 씩 웃었다.

어쩌면 아이처럼, 조금은 바보같이.

그래서 부녀는 죽이 참 잘 맞았다.


“떡볶이 다 됐다. 밥 먹자.”

“네에!”


마냥 행복해보이기만 하는 두 사람.

파란 분식집 그릇에 떡볶이를 수북이 담아 앉은 뒤, 상구는 잠시 곁눈질로 분식집 앞의 골목길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옷을 입은, 평범한 인상의 남자가 휴대폰을 보며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만.


‘내가 그렇게 찾아오지 말라고 했건만.’


그 누구라도 최정예 블랙요원이었던 상구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었으니.


‘그래. 국정원 입장에서도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겠지.’


비록 상구를 보내주며 조용히 묻히긴 했지만, 상구가 인질극까지 벌이며 국정원 곳곳을 헤집어둔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계속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기만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최선의 선택은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

그렇기에 괜찮았다. 어차피 회사에서 무슨 짓을 벌이든, 전부 상구가 예상했던 범위 안이었으니까.


‘어디, 어떤 불쌍한 놈을 보냈나 한번 보자고.’


특급 요원 이상구.

그에게 자신을 미행하는 요원 정도야,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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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블랙요원이 딸을 숨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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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NEW 6시간 전 41 1 13쪽
3 3화 – 거절은 거절한다 NEW 11시간 전 55 0 12쪽
2 2화 – 미행이 붙었군 NEW 11시간 전 61 0 12쪽
» 1화 – 짱구분식에는 무서운 아저씨가 산다 NEW 11시간 전 6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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