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삼. 세라를 가르치다
“이...이건...마검이군요!”
“훗훗. 마검? 자네 눈은 프록 눈깔이었나?”
갈탄트가 검을 넘겨 주었다. 단주는 검을 들었다. 그러자 검이 웅웅 울었다.
“에..에고 소드!?”
“그건 아닐세. 우리 일족이 마법이 좀 약해서 완전한 에고는 만들지 못했지.”
“그..그렇군요. 그런데 이건....제련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만...그런데 어떻게 이런 기운이?”
과연 길드 마스터 다운 안목이었다.
“이 친구가 만들 걸세. 인간 중에서는 최고의 장인이겠지. 이 친구가 여기 왔을 때 맨 처음 만든 건데 지금인 이 보다 더 뛰어나지. 우리 일족의 제련술을 배우는 중이거든.”
“그..그렇군요! 이것만 해도 대단한 명검입니다. 이 기운이라면.....”
길드마스터 모두파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에이란! 이리로 와보게.”
그 말에 일행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파란 머리 여인이 다가왔다. 그녀를 가까이서 보니 과연 미인이었다.
중원의 미인들과는 달랐다. 훤칠한 키에. 표범 같은 몸매를 하고 있었고, 그 눈은 크면서도 예리하다.
중원의 여인들이 조금 선이 가늘고, 가냘프다면 이 여인은 흑표범 같이 선이 좀 강하고, 야성적인 면이 강하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할 수 있었다. 화장도 없는 맨 얼굴임에도 이렇다면 화장하면 더 아름다울 것이다.
“무슨 일이세요 길드 마스터?”
“이 검 한번 쥐어보게.”
“정..정말요?”
좋은 검을 만져 보는 건 검사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갈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웅웅웅웅!
그녀의 손에 쥐어지자 마자 요검이자 마검이라는 소리를 들은 백요白妖가 웅웅 떨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다. 그녀의 눈이 몽롱하게 풀리더니 그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부터 은은한 꽃향기가 나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이..이건?”
길드 마스터 모두파라가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갈탄트가 세심한 눈으로 에이란 이름 여인을 바라본다.
그러는 사이에 단삼이 입을 열었다.
“친구를 찾았군요.”
그 말에 모두의 눈이 단삼에게 돌려졌다.
“무슨 말인가?”
“저는 제 아이들이 제 친구를 스스로 찾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도록 허락 했지요. 진짜로 친구가 될 이라면 그 진실한 힘이 들어나도록 했습니다.”
그 말에 갈탄트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드워프의 본질을 보는 눈을 속일 정도의 솜씨라는 말이 아닌가?
화아아악!
꽃향기가 점점 짙어졌다. 그것은 장미향이었다. 그리고 그 꽃향기가 사방으로 번져 나감과 동시에 에이란의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
그리고 그녀는 멍청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런 그녀의 몸에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요사스러운 마력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뭇 사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이 불끈! 해 지는 그런 색기가 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요검 백요의 진정한 능력이었다.
“유혹자의 검 답군.”
갈탄트의 말에 단삼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저렇게 만드려고 만든 게 아니었다.
만들다 보니 금속의 영들이 모여들어 백요의 모습을 취한 것이다. 중원에서는 없던 일이었다.
아마도 이 세계는 천지자연의 기운이 너무 강력하여 사물에 깃든 혼도 강력하기에 그런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자.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무엇을 보셨습니까?”
단삼이 나서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꽃..꽃밭을 봤어요. 그 가운데에 왠 여자아이가 웃으면서 저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음. 그렇군요.”
신검은 주인을 시험한다. 단삼의 검은 딱히 주인을 가지지는 않았다. 대신 친구를 선택하도록 했다.
주인과 하인의 관계라는 건 얼마나 비참한가?
“백요白妖의 친구가 되실 자격이 있으신 분이군요. 부디 좋은 친구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단삼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꾸벅 인사했다. 그 미소와 행동이 그녀의 심장에 크게 박혀들어간것도 모르고서 단삼은 등을 돌려 갈탄트에게 향했다.
단삼은 그리 말하고는 갈탄트에게 가서 한자루의 롱소드를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이미 백요가 친구를 선택했으니, 백요는 다른 자에게 넘길 수가 없게 되었다.
“허! 신검은 주인을 선택한다더니!”
길드 마스터 모두파라가 놀란 눈이 되었다. 그리고 저런 검을 만들 정도의 인간 장인 이라는 단삼에게 눈길을 주었다.
드워프들의 검은 검 자체로만 보면 더 뛰어나다. 하지만 저것은 특별한 힘을 지닌 신검이지 않은가?
그런 장인을 자신의 길드로 끌어들인다면 자신의 길드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 되었다.
“워크라 하셨습니까? 이것은 저희 길드의 마크입니다. 세상으로 나오실 때 저희 길드에 꼭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단삼의 말에 모두파라는 크게 기뻐했다. 그 후에 단삼은 드워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요로 인해서 생긴 공백은 드워프의 무기로 채워넣기로 했다.
“그럼 저는 일이 있어서.”
그렇게 사라지는 단삼을 에이란은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타닥. 타닥.
모닥불이 일렁이며 타오르고 있다.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파란색으로 빛을 발한다.
그 사내는 누구인가? 그는 왜 나에게 이 검을 준 것일까? 그런 생각을 담아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어떤 소리를 들었다.
아아아. 아아.
동시에 그녀의 허리춤에 매어진 검이 웅웅하고 울었다. 그것은 어쩐지 서로를 부르는 노래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 소리에 일어서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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