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에밀카이히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의 행정보급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GrayHeaven
작품등록일 :
2019.04.02 18:49
최근연재일 :
2019.05.12 08:30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53,648
추천수 :
994
글자수 :
246,973

작성
19.04.27 11:31
조회
767
추천
15
글자
9쪽

[2장-북부전선]

DUMMY

[31]


한편, 병사들에게 질질 끌려가다 시피하던 레이번은 얼마 못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성문 근처에 주저앉아 벽면에 기댄체 휴식을 취하는 그의 모습에 병사들이 다시 그를 일으켜 세우고자 했다.


"소위님, 조금 힘드시겠지만 진료소로 향하는 쪽이..."


"나는 이제 됐으니까 모두 빨리 다른 부대에 합류해..."


"그치만 저희는 이리나 중위님의 명령을..."


"지금 전시잖아...한 명의 부상병을 살리려는 것보다 한 놈이라도 더 죽여서 여러명을 살리는게 더 이득이 아닌지 생각해봐. 득과 실을 잘 계산해, 너희들 머리 좋잖아...? 지금 당장 가망없는 부상병을 치료하기위해 인력을 낭비하는 것 보다 그쪽이 더 좋지 않겠어?"


레이번의 말에 두 병사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


"조금 힘들어서 그런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당장 죽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나도 장교라고...? 명령이니까 빨리 움직여!"


레이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두 병사는 이내 레이번 소위를 향해 경례를 한다.


"죄송합니다 소위님. 그럼..."


두 병사가 레이번의 곁을 떠나 성벽을 향해 움직인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이번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어보였고 이내 눈을 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몸은 한계였다, 그나마 두 사람이 부축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지만 응급처치를 했더라도 몸에 축척된 피로와 대미지는 그렇게 빨리 해결될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응급처치도 사실상 21세기에서는 볼 수 없는 상당히 괴팍한 것에 가까웠던터라 안정적인 치료라고도 볼 수 없었다.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더이상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던 레이번이었기에 뒷 일은 알펜 준장과 이리나 중위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하고 성문의 바로 옆 성벽에서 몸을 기댄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다.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바삐 시간이 지나갔다.

잠깐 의식을 잃었을 때 상당히 시간이 지났었는지 까마귀 부대는 더이상 하늘에서 보이지 않았고 포병부대가 자리를 잡았는지 성벽위로 포탄을 나르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곧 있으면 포병의 사격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럴 수록 오히려 레이번의 불안감은 조금씩 커져만 갔다.

최대한 자신의 생각이 틀려서 저들이멍청한 나머지 병력을 무의미하게 소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코 그럴일은 없다는 것 쯤은 레이번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내전을 종결시키고 하나의 국가로 탄생시킨 존재가 이토록 멍청한 전략을 짤리가 없다는 것은 세살짜리 아이도 눈치챌만한 일이었다.

그때, 갑작스러운 폭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성벽에서 들리는 폭음이 아닌, 눈앞에 어두운 밤하늘을 뚫고 솟아오르는 상당한 크기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정말이냐...?"


그의 바램을 깡그리 무시하듯 치솟아오르는 신호탄...그리고 신호탄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상당한 수의 르토바 병사들.

이미 르토바의 병사들은 내부로의 침입을 완료, 당장 문을 열기위해 뛰어오고 있었다.

이 모습을 멀리서나마 본 레이번은 혀를 차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지칠대로 지친 육체, 손에는 그 어떠한 무기조차 쥐어져있지 않았기에 못해도 3자리의 수는 넘어보이는 저 대군을 상대할만한 능력은 그에게 없었다

사실상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이하는게 어찌보면 편해보이는 일이었지만 레이번은 문득 자신의 발에 밟힌 무언가를 느끼고는 바라봤다.

작은 구슬...에이르에게 받았던 구슬이었다.

아무래도 자리에 앉아있다가 주머니에서 굴러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것을 집어든 레이번은 문득 카롤이 했었던 말이 떠올랐다.


"이거...무기가 된다고 했었나...?"


문제는 그것의 사용법을 전혀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는 마법사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21세기의 시민이었기에 이런 것을 쥐어주더라도 '팟!'하고 사용법이 떠오를리도 만무했다.

레이번은 실소한체 어느새 성문 근처에 다다른 르토바의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을 바라보며 레이번은 생각했다.

만약 시간만 있다면, 자신이 생각해낸 것이 모두 맞아 떨어질 것을 알고 대비하려고 했다면, 손에 삽과 곡괭이가 있었더라면 이 성문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거대한 흙의 산을 쌓았을 텐데...라고 말이다.

날카로운 무기들을 손에쥔체 점차 숨통을 조여오듯 다가오는 병사들의 모습에 레이번은 두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적어도 저들을 막을 기회를 달라고...'

그 순간, 그의 기도가 힘을 발휘한 것일까? 그의 손에 쥐어져있던 구슬에서 빛이 흘러나오더니 점차 구슬의 형상이 변하며 다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코앞까지 다가온 르토바의 병사들이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레이번 또한 당황스러워 했다.

이윽고, 점차 빛이 걷어지며 레이번의 손에는 한 자루의 도구가 손에 쥐어져있었다.

검날과도 같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철의 날, 길고긴 막대와 손에 쥐기좋은 그립감을 가진 손잡이...분명 그것의 모습은 '삽'이었다.

보통의 삽과는 다르게 날의 부분이 상당히 길고 날카롭게 갈려있어서 무언가를 자르거나 찌르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고 자루 부분은 나무가 아닌 금속재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공격에 방어하기에도 용이해보였다.

손잡이는 그에게 맞춤형으로 제작이라도 된 것처럼 꽤나 괜찮은 그립감을 가지고 있었고 검처럼 휘두를 수 있도록 손잡이안에 작은 손잡이가 따로 배치되어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내고도 신기했는지 레이번도 멀뚱멀뚱 삽을 바라봤고 본능적으로 삽 안에 '특별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마치 옆에서 알려주는 듯 한 감각...그저 손에 쥐고만 있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이 삽이 보통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쳐라!"


갑작스러운 무기의 소환에 놀라고 있었던 르토바의 지휘관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던 병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일순간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레이번을 향해 뛰어들기 시작했고, 레이번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뭐고 할 것 없이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삽을 땅에 쳐박았다.

마치 모래를 퍼다나르기 위해 삽을 땅에 내리찍은 뒤 발로 밟는 레이번.


"에라 나도 이젠 모르겠다 되든 안 되든 '모 아니면 도'다!"


머리속에 영상화된 무언가를 행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그...이것이 정말로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안 되는 것인지 그로서는 알 길이 없었지만 적어도 시도를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판단한 그였기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곧 삽을 들어올리려 한다.

묵직함, 오른손에 힘을 주고 발을 이용해 들어올리려 했지만 엄청난 무게와 힘이 그의 팔과 발을 통해 전해져온다.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올라올 정도로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주어 삽을 들어올리려 했고,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거대한 지면이 그대로 퍼올려진다...마치 대지를 밥상삼아 뒤엎는 것과도 같은 모습에 다가오던 르토바의 병사들도 놀라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자신의 몸을 제어하지 못해 뒤로 넘어져 버렸고, 그 순간 삽 또한 그의 손에서 놓아지며 들어올려진 거대한 지면은 힘을 잃고 그대로 하늘높이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흡사 흙으로 된 메테오를 보는 듯한 광경에 르토바의 병사들은 휩쓸리지 않게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윽고 거대한 흙더미는 지면에 추락하며 고스란히 성문으로 향하는 길목을 틀어막아버린다.

자신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위력에 감탄하려 했지만 그 순간 입에서 피가 토해져나왔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끄아아아아악!"


고통에 가득찬 비명소리가 그의 입에서 세어나왔고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몸은 조금도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붙잡고 있던 의식의 끈이 점차 희미해지며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고통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몽롱해진 의식은 점차 그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통증을 배로 부가시키는 듯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성문 앞에 완전히 갇혀버린 그는 자리에 대자로 뻗은 체 흐릿해지는 눈앞의 풍경을 바라본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속...성문이 열리지 않는 이상 밖으로 나갈 방법따위는 그 어디에도 없어보였다.

망가진 몸, 무리한 힘을 사용한 것 때문이었을까? 그는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며 몽롱했던 의식이 완전히 끊어져버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의 행정보급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1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19.05.12 513 10 11쪽
60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2 19.05.11 430 11 10쪽
59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2 19.05.10 453 14 9쪽
58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1 19.05.10 461 12 9쪽
57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1 19.05.09 512 15 11쪽
56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2 19.05.09 513 12 10쪽
55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1 19.05.08 516 12 10쪽
54 [4장-종전과 영웅의 탄생] 19.05.08 544 12 10쪽
53 [3장-종전의 불씨] +1 19.05.07 535 13 16쪽
52 [3장-종전의 불씨] 19.05.07 538 10 12쪽
51 [3장-종전의 불씨] 19.05.06 526 14 12쪽
50 [3장-종전의 불씨] 19.05.06 546 13 11쪽
49 [3장-종전의 불씨] 19.05.05 571 11 12쪽
48 [3장-종전의 불씨] +2 19.05.05 591 13 12쪽
47 [3장-종전의 불씨] 19.05.04 621 13 14쪽
46 [3장-종전의 불씨] +3 19.05.04 678 13 7쪽
45 [3장-종전의 불씨] 19.05.03 668 16 7쪽
44 [3장-종전의 불씨] +1 19.05.03 640 13 7쪽
43 [3장-종전의 불씨] 19.05.02 674 18 7쪽
42 [3장-종전의 불씨] 19.05.02 658 14 7쪽
41 [3장-종전의 불씨] +1 19.05.01 707 14 7쪽
40 [3장-종전의 불씨] 19.05.01 660 14 7쪽
39 [3장-종전의 불씨] 19.04.30 676 17 7쪽
38 [3장-종전의 불씨] 19.04.30 671 16 7쪽
37 [3장-종전의 불씨] +2 19.04.29 699 15 7쪽
36 [3장-종전의 불씨] 19.04.29 717 11 7쪽
35 [3장-종전의 불씨] +2 19.04.28 754 14 7쪽
34 [3장-종전의 불씨] +1 19.04.28 748 15 7쪽
33 [3장-종전의 불씨] 19.04.27 768 16 7쪽
» [2장-북부전선] +1 19.04.27 768 1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