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 수색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대검 검찰총장실.
검찰총장 이국영은 국정원장 길만갑과 함께 소파에 앉아 반은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언제 오는 겁니까?”
“한참 전에 도착했다고 했는데.
어째서 안 들어오는 건지···.”
“전화라도 해보세요.”
길원장의 재촉에 이총장은 하는 수 없이 마중을 나간 젊은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마침 그때 문이 열리며 그 젊은 검사가 들어왔다.
“자네 왜 이렇게···.”
이총장은 젊은 검사를 꾸짖으려 했지만, 그 뒤에 두 남자에게 양쪽 팔이 잡혀 끌려 오는 반은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반의장님.
이... 이봐 반의장님께 무슨 결례 되는 짓인가!”
이총장은 은성이 끌려 온 모습에 젊은 검사를 다그쳤다.
“그... 그게 사정이 있어서.”
“당장 그 손 풀어 드리게!”
은성을 잡고 있던 남자 둘은 깜짝 놀라며 손을 풀었다.
젊은 검사와 남자들은 밖으로 황급히 나갔고 은성만 멀뚱하게 서 있었다.
“반의장님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밑에 사람들이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어서 앉으시죠.”
이총장은 은성이 모임 내부에 사람.
즉 그들이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그런 존재가 된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은성에게 얼마나 큰 실수를 한 건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은성에 기분을 풀어 주려 했다.
은성이 자리에 앉자 먼저 와 있던 길원장이 은성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뵙는군요. 반의장님.
국정원장 길만갑 이라고 합니다.”
길원장이 호의적인 미소를 지으며 은성에게 인사를 했지만, 은성은 조금 당황했다.
‘국정원!’
이총장 한 사람도 버거운 상황인데 국정원장까지 있으니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왜 두 분이 같이···.”
“아. 저희 둘 다 어르신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유회장님 저택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 이렇게 길원장님께서 이곳까지 오셨습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유회장님은 괜찮으신 겁니까?”
이총장에 물음에 은성은 일단 생각해놓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예... 유회장님께서는 안전하십니다.
사실 저택에 침입자들이 있었는데 경호원들이 모두 제압했습니다.”
“헌데 왜 유회장님 쪽에서 연락을 안 받으시는 겁니까?
오실장이며 모두 연락이 두절 상태입니다.”
“오실장은 침입자들에게 상처를 입어 치료 중입니다.
그래서 연락을 못 받은 것 같네요.
유회장님도 지금 너무 놀라셔서 안정을 취하고 계십니다.”
“내부에 다른 어르신들도 계시지 않습니까?
모두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던데요.”
“다른 분들도 지금 정신이 없을 겁니다.
밤새 절 위해 술자리를 해주셔서.
사실 그 자리에서 마약을···.”
“마약이요?”
“예. 그래서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
괜히 이일이 새어 나가면 곤란하니까요.
저만 약을 하지 않다 보니 이렇게 혼자 나와 상황을 설명해 드리는 겁니다.”
“그런 거였군요. 하마터면 큰 실례를 할 뻔했습니다.”
“전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사정을 아셨으니 저택 쪽에 있는 경찰은 어서 철수시켜 주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총장에 답변을 들은 은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천실장도 연락이 안 되더군요.
그 친구는 어떻게 된 겁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길원장이 은성에게 물어 왔다.
“천실장이요?”
“예. 저택을 관리하는 천실장 말입니다.”
‘천실장? 뭐야? 누구지?’
아직 유회장에 측근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은성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여기서 모르겠다고 하면 의심받을 것 같았다.
“천실장은... 오실장 대신 내부 상황을 수습하느라 바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길원장은 은성과 함께 일어났다.
“이곳까지 경찰과 함께 오셨으니 차편이 없을 것 같은데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 바쁘신 분께 제가 괜한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아닙니다. 반의장님은 모임에 일원 아니십니까.
당연히 제가 모셔야지요.”
길원장에 호의를 무시할 수 없었던 은성은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갔다.
그와 함께 뒷좌석에 앉은 은성은 집 주소를 알려줘야 할 것 같아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길원장이 앞쪽에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공장으로 가지.”
‘공장?’
“저... 지금 어디로 가는 건지···?”
“여기 앞 좌석에 앉은 두 명은 제 수행과 경호를 맡은 요원들입니다. 실력이 좋죠.”
“아..예···.”
“괜한 짓은 하지 말고 얌전히 계시란 뜻입니다.”
“예?”
“천실장이란 사람 따위 존재하지 않아.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진 몰라도 처음부터 수상했어.
내가 고스톱 쳐서 국정원장 된 것 같아?
그런 어설픈 연기에 속게.”
***
유회장의 저택 안.
내부로 진입한 경찰특공대는 저택 건물들을 하나하나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창고로 보이는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확인해봐.
특공대장의 명령에 대원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예. 내부에 큰 조각상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 그냥 미술품 창고 인가?
“조각상 바닥이 일정한 패턴으로 이동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때 다른 대원 한 명이 벽을 확인해보던 중 액자 쪽으로 다가가 자 무전에 치직 거리는 잡음이 생기는 걸 수상하게 여겼다.
“뭐지?”
그는 혹시 액자 뒤에 무언가 있나 싶어 액자를 움직여 보았다.
그러자 조각상이 움직이며 바닥에 지하 통로가 나타났다.
“지하통로! 지하에 통로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하 통로라니... 대체 이 저택은 뭐야?
“아래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기다려. 이 정도 기술이 들어 간 시설이면 뭐가 더 설치되어 있을지 알 수 없어.
일단 기술팀 지원 보낼 테니까 대기해.
-대기는 무슨!
명령을 내리던 특공대장의 무전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님?”
특공대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당장 내려가서 확인해!
“예?”
-어디서 예 라니! 모가지 잘리고 싶어?
나 경찰청장 국지명이다!
지금 한시가 급한데 일일이 확인하고 들어가게 생겼냐고!
방해되는 게 있으면 다 때려 부수고 들어가!
하지만 특공대원들은 특공대장이 아닌 명령에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국청장에 노발대발에 다시 마이크를 건네받은 특공대장은 하는 수없이 명령을 내렸다.
-그냥 진입해 들어가.
“예!”
특공대원들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
국정원장에게 끌려가는 처지가 된 난 예상한 상황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이 되어 버렸다.
‘민주 국가에서 진짜 고문이라도 할 생각인 건가?
서..설마... 하지만 진짜 고문이라도 받았다가는 나 같은 겁쟁이는 1초 만에 술술 불 텐데···.’
난 괜히 나서서 허세를 부린 것 같아 후회되었다.
‘코스모아이도 유회장 찾느라 열 번 전부 썼고 이제 어떻게 하지?’
이미 스마트폰도 뺏겨 버렸기 때문에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방법도 없었다.
우리가 탄 차는 커다란 공장 건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겉으로 봐서는 그냥 일반 생수 회사처럼 보였다.
길원장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날 보며 말했다.
“물고문도 종류가 여러 가지 인 거 알아?”
“무...물 고문요?”
“물에 얼굴 처박고 숨 못 쉬게 하는 거 말고도 많아.
수압이나 물방울만으로도 고문이 가능하지.”
그에 말에 난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이건 마치 주사 맞기 전에 이 주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주사야라며 겁을 주는 느낌이었다.
건물 내부에 있는 지하 취조실로 끌려간 난 최대한 이들을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려 다소곳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잠시 뒤 한 남자가 취조실에 들어와서는 내게 생수 한 병을 건넸다.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생수인데 드세요.”
‘국정원 맞아? 생수 회사 아냐?’
부디 이 남자가 고문 전문가가 아니라 생수 회사 판매 직원이기를 바라는 심정이었지만 그가 옷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하자 겁이나 오줌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시작해 볼까요?”
“잠깐! 다 불게요. 궁금한 거 다 말하세요!
저 아주 정직한 사람입니다.”
***
중한 일보 진석휘 사장은 이총장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반의장을 길원장에게 뺏기면 어떡합니까!”
“어차피 이쪽에서 더 이상 처리할 방법이 없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잡아 둬야죠. 그가 지금 이 일에 핵심일 수 있는데.”
“유회장님이나 다른 어르신들이 부제라면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이 길원장입니다.
대통령 암살 음모를 조사하는 합동수사본부 본부장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더더욱 반은성은 우리가 데리고 있어야죠.”
“대체 무슨 걱정을 하는 겁니까?”
“정말 몰라서 그런 겁니까?
아니면 내게 뭔가 숨기는 겁니까?”
“우리 사이에 뭘 숨긴다는 겁니까?
그런 진사장이야 말로 뭔가 숨기는 겁니까?
왜 그곳까지 직접 간 겁니까?”
“그.. 그곳이라니요···.”
“내가 모를 줄 압니까? 지금 유회장님 저택이잖아요.
경찰 내부에도 내 눈과 귀가 있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그거야... 유회장님이 걱정이 되니 당연히···.”
쿠궁!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좀 흔들리며 저택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지?”
“무슨 일···.”
깜짝 놀란 진석휘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 국청장에게 갔다.
“청장님 방금 진동은 뭡니까?”
국청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얼어 있었다.
“처... 청장님... 아무래도 조각상 밑쪽 지하 수색팀 열 명 전원 매몰되어 통신이 두절 된 것 같습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