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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영天影
작품등록일 :
2010.08.22 02:31
최근연재일 :
2013.09.04 23: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90,503
추천수 :
95
글자수 :
26,458

작성
09.12.1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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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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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저승사자 : 외전] 자애천사(自愛天使) (3)

DUMMY

"청룡왕 제4대사제 데미안 세리아트. 청룡왕을 섬기는 비용족들의 정점에 위치한 인간."

"정말?"

예상이 맞았다. 인간의 몸으로 정점에 올라선 남자.

"그런데 여긴 왜 오는데? 별로 볼 건 없잖아."

존경과 동경의 대상인 그가 온다는 소식은 물론 기쁘지만, 의문이 남지 않을 수 없다. 그만한 지위가 있는 사람이 여기 천사계(天使界) 시골구석에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글쎄, 듣기론 누군가 만나러 온다는데."

"누구?"

"낸들 아냐. 천사장(天使長)도 아래로 보는 남자가 직접 움직인다는 건 보통 거물을 만나는 게 아닐 텐데."

"짐작 가는 건 없어?"

"모른다니까. 솔직히 고대천사(古代天使)라면 모를까, 천사들 중 누가 그와 제대로 맞대면할 수 있겠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미 신(神)을 등진 고대천사정도가 그와 대등하게 만날 수 있다. 세라프니 뭐나 떠들어 대봤자 상위신계에서 우리의 가치는 심부름꾼 그 이상이 아니다. 악마들마저 우릴 무시하는 처지다.

"누구 만나러 오는 걸까, 궁금하다."

"왜, 너였으면 좋겠어?"

"......"

웃으며 긍정했다. 그러자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 있어? 너, 너무 인간 같다는 거."

"또 그 소리야?"

둘이 만날 때면 종종 그는 내게 인간과 닮아가고 있다고 얘기하곤 했다. 그건 카이린을 알게 된 뒤부터 점점 빈도수가 많아졌다.

"천사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넌 너무 인간처럼 살고 있어. 누군가를 열렬히 동경하는 것뿐만이 아냐. 짧은 생을 불태우는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어. 자신을 불태우며 일에 모든 걸 쏟아 붓고, 사랑에 모든 걸 바치지. 영생을 사는 우리가 그렇게 산다면 얼마 버티지 못해."

"됐어, 여기까지 하자. 바쁜 천사 계속 붙잡고 있는 건 실례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릴 주시하고 있는 한 천사를 보였다. 재촉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래, 알았어."

그는 계속 얘기하려다 그냥 피식 웃으며 표정을 풀었다.

"대사제도 누굴 만나기보다 어쩌면 그냥 놀러온 걸지도 모르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도 하니까."

일이 끝나고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그는 기다리고 있던 천사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처음 잠깐 카이린에게 인사 했을뿐, 끝까지 나와 눈을 마주치며 나와 얘길 했다.

"돌아갈까?"

"대사제가 온다니 흥분되는 모양이네."

내 마음을 꼭 집은 카이린의 말에 피식 웃었다.

집으로 돌아온 우린 요리를 했다.

천사에게 영양보충은 굳이 음식섭취를 통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여겼다. 그런 취미를 가진 천사를 우습게보기도 했다. 그런 나를 위해 카이린은 손수 음식을 만들어줬다. 첫 작품은 형편없었다. 카이린은 무안해했고, 나는 그저 웃었다. 요리를 하고자하는 그녀를 위해 같이 요리에 대한 자료를 찾고, 함께 연습했다.

그녀는 언제나 나와 마음이 맞았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를 통해 난 부족한 점들을 점차 메울 수 있었다.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음으로써 난 여유와 즐거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녀와 나의 실력은 거의 같다. 같이 시작했고, 좋아하는 음식도 같기에 언제나 같은 것을 연습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린 같은 음식을 먹고 있다.

그녀는 나와 같이 음식을 먹지만 많이 먹지는 않는다. 식사를 끝낸 지금도 그녀의 접시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

"이제 뭐 할 거야?"

함께 접시를 치우는 카이린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오랜만에 외출도 했고, 오늘은 이만 쉬자."

"겨우 몇 시간 나간 것 가지고 지친 거야? 여행 한 번 다녀오면 한 달은 푹 쉬어야겠네?"

그녀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지친 거 아냐. 그냥 쉬고 싶을 뿐이야."

"쿡쿡, 그래?"

약 올리듯 전혀 믿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웃는 거, 보기 좋아."

"웃으면 기분이 좋단 걸 너를 만나고서야 겨우 깨달았어."

그 전에는 웃음이란 게 없었으니까. 연구에서 실마리를 발견했을 때 잠깐 미소 지은 게 전부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홀로 짓는 미소. 그건 너무나 쓸쓸한 일이었다.

"그럼, 조금 쉬어볼까?"

연구 중 휴식을 위해 마련한 소파 위에 푹 앉았다. 카이린과 만나고 나서 그녀의 권유에 따라 마련한 것인데, 연구의 피로를 풀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

"나도 조금 쉬어볼까?"

나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녀 역시 내 곁에 앉았다. 우린 서로에게 기대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

"......"

서로 아무런 말도 않고 몸과 마음과 정신에게 휴식을 주었다. 잠을 자듯 눈을 감고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은 인지하고 있다. 그렇게 한나절 정도 지나고, 한 번의 밤이 지나고 새로운 낮이 다가왔다. 그동안 우린 계속 하나였다.

그리고 누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옴을 느끼곤 감았던 눈을 떴다.

"카이린?"

"불렀어?"

눈앞의 그녀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보다 먼저 일어났는지 그녀는 앉아있는 내 앞에 서서 날개를 활짝 펴며 기지개를 폈다.

"누가 오는 것 같지?"

"친숙한 기운이야."

똑똑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어제 만났던 그 친구가 황급한 기색으로 서 있었다.

"어쩐 일이야?"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는 당황함을 지우지 못하고 급하게 물었다.

"무슨 짓이라니? 내가 나쁜 짓이라도 했어?"

"그런 게 아냐!"

고함을 친 그의 표정은 놀람이 가득했다.

"내가 어제 대사제가 여기 온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의 말에 난 혹시나 하는 한 가닥 기대를 가졌다.

"그 대사제가 너를 지목했어. 너를 만나겠다고, 실례가 되지 않으면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고!"

"저, 정말? 나를?"

그 기대는 적중했다.

"그,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대사제가 직접 여기 오게 할 순 없잖아. 너를 데려오겠다고 하고 바로 날아온 거야."

"하, 하하하."

놀람에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웃음만이 나올 뿐이었다.

"도대체 뭘 했기에 그의 관심을 끈 거야?"

"그, 글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한 가지 짚이는 건 있다. 그게 그의 관심을 끌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가자. 그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

"그, 그렇지."

얼떨결에 대답을 하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려 카이린을 바라봤다. 그녀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카이린 아가씨도 함께인 거야?"

"당연하지. 여기 있잖아."

손으로 옆에 서 있는 카이린을 가리켰다. 그제야 그곳을 보더니 다급히 나의 손을 잡았다.

"어쨌든 지체할 때가 아니지. 빨리 가자."

"으응."

재촉하는 그를 따라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카이린 역시 나의 곁에서 같이 날아왔다.

그를 따라 쉴 새 없이 날개를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건물이 눈앞에 보였다.

"자, 어서."

그의 안내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여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다. 그곳엔 두 명의 천사가 지키고 있었다.

"빨리 들어가 봐. 혼자 계신다."

"아, 알았어."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마음이 진정되기도 전에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두 천사는 그런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

"아, 잠깐. 카이린 아가씨도 함께 있지?"

"당연하잖아."

카이린은 내 곁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녀도 소문이 자자한 그 대사제를 만난다고 하니 긴장되는 모양이다.

"그녀는 안 돼. 초대받은 건 카이리엘, 너 뿐이니까."

"그래도."

그녀와 나는 언제나 하나다. 그녀를 만나고 우린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그렇기에 잠시라도 그녀와 떨어진다는 사실이 난 두려웠다.

"그래, 그게 좋겠어."

미련에 그녀를 돌아봤지만,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들어가 봐. 난 여기서 기다릴게. 네가 찾으면 언제나 곁에 있을 수 있도록."

그녀는 나의 미련을 끊고는 등을 돌렸다.

"그래, 알았어."

나도 고개를 끄덕이곤 문고리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두 천사의 의문이 섞인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손을 얹었다.

"......!"

문고리에 손을 댄 순간 머리에 번개가 떨어진 듯 번뜩 한 가지를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이 문을 열면 난 되돌아갈 수 없다. 행복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예감을 무시하며 힘껏 문을 열었다.

방은 의외로 넓지 않았다. 중앙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고작이었고, 자그마한 창문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없는 방을 가득 채우는 존재감이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 눈을 감고 차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에게선 내가 지금껏 맛본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문을 닫고 들어오십시오. 계속 서 계시면 다리가 아플 겁니다."

"아, 아아."

그의 말에 당황하며 서둘러 문을 닫았다. 그리곤 그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아니, 꿇으려고 했다.

"응? 어어."

부드러운 공기가 나를 받치는 느낌. 그 부드러운 저항에 당황해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신은 신을 섬기는 천사입니다. 용왕을 섬기는 제게 그렇게까지 예를 차릴 필요는 없습니다."

따뜻한 미소를 지은 그는 찻잔을 테이블에 올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이끌리듯 나도 모르게 그의 앞으로 걸어가 마주섰다.

"아, 저, 저는 카, 카이리엘이라고 합니다. 그저 보잘 것 없는 치천사입니다. 그, 그러니까 전......"

당황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는 나에게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계속 미소를 지어주었다. 비웃는 것이 아닌,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그런 미소였다.

"치천사란 신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그를 보좌하는 존재.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답니다."

점잖게 지적을 한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군요. 전 청룡왕 제4대사제라는 과분한 위치에 있는 데미안 세리아트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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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쓰고 싶은데 요즘 알바 때문에 조금 힘드네요.(뭐, 핑계입니다만.)

사실 이번 편으로 끝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번 편을 올린지 1주일 넘게 지난 상태라,

더 기다리게 하면 이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다음 편은 빨리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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