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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나스의 서재입니다.

인디비듀얼리티 앤드 퀘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완결

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4.06.15 17:40
최근연재일 :
2015.07.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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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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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9. 모순의 왕과 게임의 주인Ⅵ

DUMMY

그러나 그것은 베르크 역시 미묘한 의아함을 느낄 정도의 짧은 순간. 그나마도 두제와의 격돌로 그 베르크조차 한없이 약해진 지금 순간적으로 놓쳐버릴 정도였기에 큰 의미를 갖지는 못했지만.

콰드드드드드! 쨍그랑- 콰작!

“큿!”

전투 이래 처음으로 빙마성포로 만들어낸 검이 깨지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만들어둔 방패가 반쯤 부서진다. 공격한 두제가 역으로 베르크의 반격에 휘말려버린 것이다.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응속도. 베르크가 발하는 역량은 이미 두제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다.

‘이래서 힘의 우위가 필요했던 건데. 윽!’

아무리 두제가 게임에서는 만능이며 최강의 기량을 갖는다 해도 최강의 신이었던 베르크와 비교하자면 영 모자랄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힘의 우위로 찍어 누르려 했던 건데 역으로 밀려서 엎어지는 상황에 이를 갈며 새로운 검을 준비하려는 순간, 지금까지 밀리던 권능대전이 비수가 되어 그를 향해 날아든다.

콰 - 콰 - 쾅 - !

밀리던 와중 결국 빈틈을 내보인 두제의 제어를 뚫고 들어온 베르크의 권능은 산소를 없앤다거나 하는 조잔한 짓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두제의 혈액을 통제, 그대로 폭발시켜버린다. 당연히 두제도 신체 내부는 일반인과 격이 다를 정도로 단단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뼈도 아니고 가죽 밑의 살점 따위가 겉보다 단단할 리는 없다.

푸드드드득- 츄르르륵-

온몸이 그대로 폭발하며 사방팔방으로 피를 흩뿌린다. 신체는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한순간에 사람이라기보다 걸레에 가까운 형상으로 변해버린다. 아직도 유지되는 고통감소가 없었다면 통증으로 미쳐버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몰골.

이미 게임에서만은 초월의 옥좌도 넘어 신역에 이른 괴물인 두제는 호흡을 멈춘다든가 심장이 멈춘다든가 뇌로 통하는 혈관이 얼어붙는다든가 척추가 끊어지는 등의 지극히 사소한 부상에는 조금 약해지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런 부상이라면 아무리 그라도 회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욱…!”

본래라면 전신이 이렇게 대충 폭발해버린 상태에서 인간은 생각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아니, 생각은 고사하고 ‘반응’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인간에게 ‘피’가 흐르는 곳은 신체 전체. 인간의 중추인 뇌에도 피가 흐르므로 폭발했고, 하다못해 척추반사를 일으켜 생각하지 않아도 반응해줄 척추도 날아갔으니 어찌 인간이 움직이겠는가.

허나 지금의 두제는 다르다. 게임에서나마 그는 육체를 초월한 스스로의 모든 영혼을 이어 신역에 도달한 존재. 육체의 한계는 그에게 장애가 되지 않았고, 그 덕에 그는 망가진 육체로도 움직일 수 있었다. 영혼이 기억하는 형태로 몸을 되돌리며 회복을 진행하고, 진행 중인 몸을 휘둘러 추가타를 날리는 베르크의 공격을 받아낸다.

그러나 아무리 신역에 이르러서 육체의 한계를 넘어섰다 해도, 몸이란 아주 소중한 것이다. 애초에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밀린 베르크를 육체의 손상이라는 악재까지 달고 이겨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신체를 복구하는데 걸린 시간은 짧았지만 그로 인해 두제가 봐야 했던 손해는 어마어마했다.

콰콰콰콰콰콰쾅! 치이이이익-

“후우. 후우…….”

간신히 회복을 마치고 권능을 수습했을 때는 이미 만신창이. 그를 유지하는 영혼 자체가 타격을 입으면서 점점 힘을 발휘하는 것조차 힘들어져간다. 지금이야 억지로 버티면서 출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곧 그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의 출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준. 반면에 베르크는 그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혼허를 들고 있었다.

울렁- 꿀럭-

“보이느냐.”

어떻게든 상태를 수습해보려는 두제를 보며 베르크는 끝장을 내지 않은 채 혼허를 잠시 거두며 말했다. 쉽게 회복될 리 없는 혼의 손상이지만 최대한 상태를 호전시키려고 애쓰면서 두제는 베르크를 보았다. 당장이라도 결판을 낼 수 있는 상태임에도 여유로운 베르크의 모습에 이가 갈렸지만 시간을 끌 필요가 있는 그의 입장에선 베르크의 대화를 거절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지?”

“주위를 보아라.”

베르크의 말에 고개를 돌린 두제는 그대로 순간적으로 꾸준히 진행하던 회복마저 멈춘 채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다. 두제가 부상을 입어 시야가 좁아진 사이, 둘의 주위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으니까.

“…뭐야, 이거?”

공간이 일렁거리고 있다. 아까의 찢어발겨진 것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그 내용물은 다르다. 아까는 그저 찢어져서 빈 속만 내보이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속이 채워져 있었다. 높은 건물, 보도블럭과 아스팔트로 깔린 길. 그리고 그곳을 지나다니는 현대복장의 사람들…

마치 두제의 회복에 맞추듯 점점 줄어드는 그 광경은 틀림없이 두제가 현실에서 밖에 나갈 때마다 보이는 ‘현실’의 모습.

“현실이다.”

“…왜 이런 일이?”

게임 속에서 현실이 엿보이다니. 제정신을 차리고 회복을 진행하지만 아까 전념할 때보다 훨씬 느리다. 두제 정도 되는 수준이면 생각을 나누는 정도로 이렇게 효과가 떨어질 리가 없었으니 심리적인 타격이 컸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수순이라면 당연한 수순이지. 기실 이곳은 지구와는 은하단위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현실공간과 격리되어 있는데다 게임이라는 형태로 ‘연결’되어 있지. 거리는 중요하지 않아. 이어져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기에 유저들은 이 세계로 접속할 수 있지. 그러면 두 세계를 가르는 장벽은 무엇일까? 무엇으로 유지되는 걸까?”

두제는 답을 알았다.

“…시스템.”

그것은 바로 그들이 쥐고 흔드는 것이니까. 이 세계를 지키는 섭리. 현실의 그것과는 다른, 이 게임세계만의 섭리를 부르는 ‘시스템’이야말로 두제의 신물 인디비듀얼리티 앤드 퀘스트의 핵심이자 중추. 게임과 현실을 가르는 경계는, 물론 공간이나 차원 등의 영향은 있지만 가장 핵심으로 시스템의 힘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본디 너의 신물은 이것보다 훨씬 약했을 터. 거기에 이 아이의 파편에 있는 힘을 끌어넣어 만들어낸 것이 완성된 이 세계. 그렇기에 이곳에 춤추는 권능은 실로 막대하지. 현실에 간섭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도 이능의 힘을 빨아들이면서 외부와 지구에 약간의 격리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장막’까지 더해져서 두 별은 서로 간섭마저 가능하다.”

그리고 베르크는 말을 이어간다.

“그 촉매가 된 것이 너의 부상이지. 완벽하게 통제되던 시스템은 최초에는 너의 의지로 자동으로 진행되었고, 중간에는 네가 포기하고 내가 쥐었으며, 지금은 우리 둘이 동시에 쥐고 있지. 조금 전까지는 서로의 힘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에 별 영향이 없었지만…”

베르크의 말은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균형이 깨졌다… 이거로군.”

“그래. 너의 부상으로 깨진 균형으로 인해 서서히 흐려지고 있는 거지.”

두 세계를 가르는 장벽. 그것이 흐려지면서 저렇게 공간의 틈 사이로 현실이 보이게 되었다. 베르크는 장난치듯 자신의 옆에 있는 공간의 틈을 쓰다듬으며 키득댄다.

“쿡쿡쿡. 아이야. 이 현상이 지속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느냐?”

“…무너져서 완전히 이어져버리나?”

아직까지 균열로 ‘보이기’만 하는 이유는 시스템이 와해되지 않았기 때문. 조금 균형이 무너져 약해졌을 뿐 여전히 건재한 덕이다. 허나 건재한 시스템이 완전히 와해된다면? 저 균열은 이제 단순히 보이는 영역을 넘어 이어지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조금 다르게 진행되지. ‘이어지는’게 아니라, 합쳐지지.”

하지만 베르크는 단칼에 부정하며 다른 진행방향을 내놓는다. 마치 이런 상황을 전에 겪어본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에 두제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면서도 살짝 손을 떨었다.

“합쳐져?”

“말 그대로. 통합된다. 두 별은 겹쳐지면서 하나가 되지. 정확히 어떤 형태로 완성될지는 아직 사례가 적기에 확신할 수 없으나… 굳이 비교하자면 현실에 게임세상을 덧씌운다고 하면 되겠군. 뭐, 네게는 유토피아 같은 세계려나.”

두제는 입을 다물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베르크의 말은 크게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는 이 게임세계의 신. 당연한 말이지만 이곳과 지구가 통합된다면 그 권능, 고스란히 지구에서도 발휘할 수 있게 될 터. 말 그대로 세상의 신으로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순 없어.’

그러나 고개를 젓는다. 만들어지는 것이 천국이라도 그가 천국으로 느낄 수 없는 곳이니까. 게임과 현실의 통합이라니. 그런 것을 두제가 용납할 수 있을 리 없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현실에서 반신의 힘을 사용해 복수하는 것도 망설이고 있는 판에 통합이라니? 받아들일 리가 없지 않는가!

그가 바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을 즐기는 세상이지 게임이 현실을 침식해 물어뜯는 세상이 아니었다.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역시 싫어하는군.”

베르크는 피식 웃으며 혼허를 든다. 분노 덕인가, 아니면 다른 영향이 있었던 것인가. 두제의 손상은 금세 회복이 끝나 있었다. 흘러나오는 기백을 보니 뭔가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지만 베르크로서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는 강하고, 두제는 약하다. 회복을 마쳤다곤 해도 온전한 상태보다는 약간이나마 모자란 것이 사실이고, 반반씩 쥐고 있던 세계의 통제권도 베르크가 대부분을 장악해 두제는 이미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도 힘에 겹다.

“그런 세상 따위, 누가 원할까 보냐?!”

“오해인데.”

흉험하게 기세를 내뿜으며 이번에는 검푸른 냉기의 봉을 만들어 돌진하는 두제를 보며 베르크는 어깨를 으쓱한다. 회복을 마치는 순간부터 더 이야기를 할 생각을 내버린 두제를 보며 ‘그래도 오해 당하는건 기분 나쁘군.’하고 중얼거린 베르크 역시 혼허를 마주 휘둘러 응수한다.

…이변이 생긴 것은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웅- 끼리리리리리리리리리-

혼허로부터 공허의 속성력이 뿌려진다. 그 자체는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령이나 베르크나 다 혼돈의 힘을 중심으로 써서 그렇지 애초부터 혼허는 혼돈과 공허의 결합형. 두 힘을 다 사용하는 것 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단지, 그 힘이 베르크의 힘을 막고 역으로 자신의 주인을 공격하지만 않았다면.

“뭣…?”

촤아악! 깡~ 휘리리리리리릭!

몰래 피어난 공허의 힘은 자신의 것이라 그런지 거침없이 베르크의 방어를 무시하고 그의 손목을 잘라낸다. 진심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베르크가 당황하는 순간,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호재라고 생각한 두제의 공격이 막대한 힘은 품고 있지만 손목이 잘리면서 순간적으로 ‘지지대’를 잃은 혼허를 쳐내 날려버린다.

“이건… 그런가.”

혼허가 날아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무렵에야 베르크는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이다. 아무리 그의 파편이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해도 결국 그것은 완전히 베르크 자신의 것이라기엔 조금 미묘했으니까.

“그래. 이 아이가 소중했던 모양이구나.”

두제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다. 애초에 혼허는 령의 신물이지 않는가. 심지어 지금의 베르크는 령과 두제의 힘으로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기까지 하니, 누구에게도 통제를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는 전직 최강의 신 베르크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도 아주 잠시… 찰나의 순간이나마 가능한 것이다.

푹-

그리고 그 사이로, 두제의 검이 베르크의 가슴을 꿰뚫는다.

“여기까지로군. 나의 아이 역시 나를 거부하고 있으니… 축하한다.”

베르크는 자신의 가슴에 검을 꽂고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면 전력을 다했기 때문인지 호흡이 가빠진 두제를 보며 웃었다.

“네 승리다.”

샤아아아아아-

그 말과 함께 베르크의 몸에서 잿빛의 기운이 안개처럼 흘러나와 오로라처럼 하늘을 향해 흩어진다. 그와 함께 베르크의 건장한 사내의 신체가 서서히 껍질이 벗겨지듯 스러지고 령의 가녀리고 아름다운 몸을 드러낸다. 그녀의 몸을 덧대고 베르크의 신체를 유지하고 있던 힘이 사라지면서 위장이 흩어진 것이다.

‘아, 근데 왜 알몸이냐…….’

옷을 제대로 껴입은 채로 빨려들어 갔었는데 나올 때는 알몸이 된 채로 돌아온다. 심지어 지금의 두제는 시스템을 지배하는 입장인 터라 필터링마저 없다. 가려진 부분 하나 없이 눈에 확 들어오는 령의 예쁜 몸에 두제가 ‘안 되는데! 눈 둘 곳이 없는데!’하면서도 볼 건 전부 보며 당황한다.

하다못해 령이 쓰러지기라도 했으면 모르겠는데 가슴에 꽂힌 칼을 두제가 쥔 채 그녀의 몸을 지탱하고 있는 터라 쓰러지지도 못한 채 령은 정신을 잃은 상태 그대로 두제에게 보일 것 안 보일 것 죄다 보여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가슴에 칼을 꽂아놓고 알몸감상이나 하고 있는 모습은 굉장히 엽기적인 광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게임속이라지만 처음으로 직접 보는 여자… 그것도 령 정도 되는 미소녀의 알몸에 정신이 팔린 혈기왕성한 고등학생 두제는 지금까지의 심각한 상황도 무심코 잊어버린 채 감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베르크를 쓰러뜨리고 끝이 났다는 안도감도 미미하게 포함되어 있었으리라.

하지만.


쩌적- 파지지지지지지지지-


아직은 끝나지 않는다.

“…뭐, 뭐야?!”

무언가가 망가지는 듯한 소리에 두제가 화들짝 놀라며 감상을 멈춘 채 령을 수습한다. 베르크가 입은 상처라서 그녀에게는 영향이 없다는 듯, 가슴을 관통하던 검은 뽑는 즉시 애초에 꽂힌 적도 없다는 듯 완벽하게 아물었고 두제는 거기에 황급히 이데아를 끌어 모아 적당한 천을 구성해 령을 감싼다. 신역에 이른 몸인지라 창조는 몰라도 이데아를 통해 물건을 만드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령의 몸을 적당히 가려서 받쳐 안기까지 하고서야 두제는 상황파악을 위해 주변을 둘러본다. 무언가가 망가진 듯, 공간 자체가 지직거리며 고물 TV처럼 일렁인다. 그 사이로 현실세계의 모습이 이래저래 보이는 것이 딱 봐도 심각해 보인다.

[무슨 일이긴. 합쳐지고 있는 거다.]

그런 그에게 재미있다는 듯한 베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소멸할 처지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는 령의 몸에서 쫓겨난 정도일 뿐, 사라지지 않은 채 소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라지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 두제 역시 베르크가 그런 짓을 하는 건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고 물었다.

“합쳐져? 왜? 당신은… 무슨 보복이라도 할 셈이야?”

[그러니까 오해래도. 애초에 저 현상의 원인은 내가 아니다. 그저 약해졌을 뿐이지. 생각해보아라, 아이야. 그 세계는 네 것이지만 온전히 너의 것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지 않느냐? 지금까지는 내 영향력이 남아있었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나의 영향은 완전히 사라지니, 그 모든 것을 너 혼자서 감당해야한다는 뜻이지.]

“…그러니까. 나 혼자서는 감당을 못해서 무너지고 있는 거다?”

게임에서만은 명석한 두제는 베르크의 말을 순식간에 알아듣고 얼굴을 굳혔다. 반대였다. 두제는 베르크에게 말을 듣고, 어차피 지금까지 ‘만악의 근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온 베르크만 처리하면 해결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건 오히려 그가 사라졌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렇지.]

“…막을 방법은 있나?”

[적에게 그런 걸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구나. 아이야.]

두제는 보이진 않았지만 베르크가 웃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볼 생각은 없느냐?]

“없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을 텐데. 다들 원하는 거 아닌가?]

베르크는 두제가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 텐데도 놀리듯 물어보았다. 두제는 그에 점점 일그러지는 주변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원래 주인이었는데 새삼 주인이 되어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그런가?]

“자고로 게임의 주인은 유저야. 흔히들 운영자가 주인이 아니냐고 하지만, 유저가 맞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사디스트의 주인이 실은 당하는 마조히스트인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애초에 현실에는 관심도 없었다.

[쿡쿡. 그것 참 우스운 비교군.]

“별로 안 재밌어 보이는데.”

[그런가. 뭐, 됐다. 마지막 가는 길인 셈 치고 조금 도와주지. 가르쳐주마. 딱히 너도 나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서로 힘을 합친다면 가능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두제는 조금 전까지 최고, 최대의 적이었던 베르크가 동료처럼 느껴지는 기이한 느낌에 한숨 쉬듯 픽 웃고는 그의 뒷말을 기다렸다. 베르크는 마치 시험하듯 말했다.

[그 방법은…]


작가의말

음. 근 1시간 30분이나 늦었지만.. 대신 분량이 좀 많습니다.


대강 공지 올리고 조회수 2가 오르는 새에 끝난 셈인가요. 좀 우울하긴 하군요.


어쨌든 드디어 인퀘도 대망의 완결. 다음주 화요일. 에필로그로 뵈요~


7/21 추가


사실 신들의 대결 치고는 좀 빈약한거같네요.. 이놈의 실력부족.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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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Ⅵ +22 15.06.16 61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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