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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 소설

그 소년이 복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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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4
최근연재일 :
2021.06.08 1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13
추천수 :
179
글자수 :
145,223

작성
21.05.12 10:08
조회
149
추천
9
글자
9쪽

불타는 마을

DUMMY

늦은 저녁, 지평선과 맞닿은 해가 마치 타는 듯 한 붉은 노을로 집들을 비추고 있었고, 집들 사이에서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리는 연기가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바루크, 존 아저씨네 집에서 계란 좀 얻어 오거라”


“ 에- 귀찮은데 라베카 시키면 안돼요?”


사각진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자리 잡고 있는 노인이 침대에 누워있는 소년의 방문을 열며 소년에게 말을 하자 소년은 볼멘소리로 툴툴거렸고, 그 말을 들은 노인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먹기 싫다는 뜻으로 알겠다.”


“아! 알았어요. 다녀오면 되잖아요.”


노인의 엄포에 바루크라 불린 소년은 살짝 투정부리듯 화를 냈지만, 불행하게도 노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왕 가는 길에 사냥꾼 헌트씨 댁에 들려서 맡겨 놓은 사슴가죽도 좀 찾아 오거라”


노인의 이어지는 말에 바루크의 얼굴이 마치 아주 쓴 약을 먹은 것 마냥 팍 구겨졌다.


사냥꾼 헌트의 집은 이 도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마을 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외곽에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다면 저녁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났을 터였다.


그러나 노인은 마치 바루크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바루크가 입을 채 열기도 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다녀오면 저녁 먹고 오늘부터 검술을 가르쳐 주마”


검술이란 말에 바루크의 눈이 반짝였다.


그 동안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의 할아버지가 검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웅 서사시를 보며 자란 바루크에게 있어 검이란 동경이나 다름없었다.


대륙을 유랑하고 검 한 자루로 동료들과 함께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바루크의 우상이었다.


때문에 바루크는 항상 자신도 언젠가 검술을 배워 영웅처럼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웅과 같은 삶을 살고자 했다.


그러니 검술을 가르쳐 준다는 할아버지의 말은 오래 걸리는 심부름 따위는 사소한 일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이죠? 무르기 없어요?”


대답하는 바루크의 목소리는 그가 얼마나 검술을 배우고 싶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들떠 있었다.


그런 바루크를 보며 노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너도 15살이니 배워도 되겠지, 사실 사슴가죽도 훈련복을 만들려고 맡긴 거였다. 지금쯤이면 완성됐겠다 싶으니 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겠구나, 알았으면 빨리 다녀 오거라 더 늑장부리면 저녁은 못 먹겠다.”


노인의 말에 바루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신을 신고는 노인을 지나쳐 문을 열며 말했다.


“저 다녀 올 테니까 먼저 드시면 안돼요!”


“그래, 알았다. 어차피 라베카도 네가 없으면 먹으려하지 않으니 걱정 말고 다녀 오거라.”


노인의 말에 이제 13살이 된 자신의 여동생 라베카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그런지, 바루크에게서 부모의 안정감을 느끼는 듯 한 라베카는 바루크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분명 지금 낮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면 심부름도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것이다.


“그럼 다녀올게요,”


짧은 인사와 함께 바루크는 문을 박차고 집을 나섰다.


“다녀오거라.”


집을 나서는 바루크를 마중 하기 위해 함께 나온 노인은 무성한 흰 머리와 얼굴에 자리 잡은 주름과는 달리 노인과는 어울리지 않은 단련된 단단한 몸이 보였다.


특히 어두운 집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턱에서부터 상의 안쪽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상처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바루크의 할아버지, 자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노인은 흉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몸과는 다르게 멀어져 가는 바루크를 보며 인자 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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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헌트는 덫에 걸린 토끼를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손에 계란이 조금 든 바구니를 들고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려오는 소년을 발견했다.


이런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년, 바루크였다.


비록 지금은 제국 변두리에서 살지만, 한 때 왕국 레인저 출신인 헌트는 비교적 먼 거리까지 볼 수 있었기에, 바루크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바루크는 아직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달리다 말고 잠시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어~ 바루크 아니냐! 여긴 웬일이냐?”


어차피 마을의 외곽인 자신의 집 근처까지 온 마을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자신에게 용무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루크 역시 다르지 않았다.


헌트가 먼저 아는 체 하며 소리치며 바루크를 부르자 바루크는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헌트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빠르게 뛰어왔다.


“아저씨! 할아버지가 맡겨놓으신 사슴 가죽 있죠?”


다짜고짜 용무부터 말하는 바루크의 모습에 헌트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평소에는 예의바르고 착한 소년이지만 왜 이렇게 급하게 말을 하는지 짐작이 갔기에 바루크의 행동을 딱히 나무라지는 않았다.


며칠 전 그의 할아버지인 자켄이 사슴 한 마리를 주며 가죽으로 훈련용 옷을 하나 지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훈련 받은 왕국 레인저들은 비상시에 몸을 보호 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교육도 받았기 때문에, 간단한 훈련복은 그 역시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바루크에게 줄 훈련복 역시 이미 완성이 돼있었다.


“이 녀석, 먼저 인사를 해야 할 것 아니냐 내가 사슴 가죽으로 보이나보지?”


헌트의 너스레에 바루크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혀를 쏙 내밀고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헤헤 죄송해요 너무 신나서...”


“마음은 이해한다만, 네 훈련복은 집에 두고 왔으니 일단 들어가서 얘기 하자꾸나”


헌트의 집에 들어온 바루크는 처음 들어오는 그의 집 내부를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경하기 바빴다.


마을에서도 헌트의 사냥 실력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이 나 있었지만, 직접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그의 집 바닥에 널려 있는 갖가지 짐승의 가죽이나 벽에 걸린 수사슴의 머리는 익히 들어왔던 그의 사냥 실력을 짐작케 했다.


특히 벽난로 앞에 깔려있는 커다란 호랑이의 가죽은 귀족들도 구하기 까다로운 수집품중 하나인 상처하나 없는 통가죽이었다.


“와아... 이런 건 다 아저씨가 직접 잡으신 거예요?”


바루크의 옷을 가지고 온 헌트가 바루크의 말에 빙긋 웃더니 바루크에게 옷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 특히 이 녀석은 나흘 밤낮 동안 싸워서 얻어냈지 상처 하나 없게 잡으려고 개고생을 했었단다. 이 상처도 그때 얻은 거지”


바루크의 발 앞에 있는 호랑이 가죽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바루크에게 옷을 건네주고는 자신의 오른 쪽 눈에 난 상처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그리고는 벽난로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를 조심스럽게 꺼내 컵에 차를 한 잔 따르더니 바루크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바루크는 헌트가 내민 컵을 받지 않고 양손을 내밀며 말했다.


“앗 괜찮아요. 할아버지랑 라베카랑 저녁 같이 먹기로 해서 바로 가야해요”


바루크의 말에 헌트는 머쓱한 웃음을 짓더니 바루크에게 내밀었던 컵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 그럼 옷도 받았으니 이만 가 보거라 자켄씨가 기다리시겠구나”


“네 아저씨 그럼 가볼게요 옷 감사합니다!”


헌트의 집에 있는 가죽과 박제된 동물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렸던 바루크는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헌트에게 인사를 한 뒤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검술이라... 자켄씨의 밑에서 배운다면 분명 대단한 검사가 될 거다.”


바루크가 나간 문을 잠시 쳐다보던 헌트가 나지막이 독백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그의 시야에는 바구니 하나가 있었다.


분명 바루크가 들고 왔던 계란이 들어있는 바구니였다.


“아이고 녀석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이지?”


헌트는 바구니를 집고 문을 열었다.


지금은 은퇴했다지만 레인저였던 그의 걸음은 바루크를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자신의 집 앞에 자신이 만들어준 옷을 땅에 떨어트린 체 멍하니 서있는 바루크를 발견했다.


“이 녀석 바루크! 계란 바구니를 두고 가면 어떡...”


웃음기를 머금고 바루크를 부른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갔다.


바루크는 자신을 등진 체 마을 쪽을 응시하고 있었고, 그의 시선을 따라 본 마을은 붉은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첫 화 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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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수도로(1) +3 21.05.31 47 4 12쪽
22 전란의 하멜 왕국(6) +1 21.05.30 49 3 13쪽
21 전란의 하멜 왕국(5) +2 21.05.29 63 5 9쪽
20 전란의 하멜 왕국(4) +3 21.05.28 43 6 12쪽
19 전란의 하멜 왕국(3) +1 21.05.27 48 7 10쪽
18 전란의 하멜 왕국(2) +2 21.05.27 42 6 12쪽
17 전란의 하멜 왕국(1) +1 21.05.25 4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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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방랑기사 가웨인 (3) +1 21.05.23 45 7 10쪽
14 방랑기사 가웨인 (2) +1 21.05.22 41 8 11쪽
13 방랑 기사 가웨인(1) +1 21.05.21 44 8 11쪽
12 도적단 퇴치 작전 +1 21.05.20 40 7 9쪽
11 사막 마을 레티 +1 21.05.19 45 8 10쪽
10 사막을 떠나며 +1 21.05.18 58 6 13쪽
9 베티를 살려라(2) +1 21.05.17 52 6 10쪽
8 베티를 살려라 +2 21.05.16 50 6 12쪽
7 검을 뽑아라 +1 21.05.15 52 6 11쪽
6 사막 왕국의 기사 +1 21.05.14 55 6 10쪽
5 미친황제 +3 21.05.13 76 7 12쪽
4 너에게 맡기마 +1 21.05.12 90 6 12쪽
3 모조리 죽여주마 +1 21.05.12 107 6 11쪽
» 불타는 마을 +2 21.05.12 150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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