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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의 하루] 작가의 취향도 존중을 해 주시길

아래에서 whitebean님이 쓰신 글을 읽으니 착잡한 기분이 드네요.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저 역시 비슷한 일을 겪고 있거든요. 일단, 여주물에 대한 반감은 취향이고 트렌드니 작가가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남성독자가 절대 다수에다, 주인공을 통한 대리만족이 작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장르문학시장에서 여주물을 쓰는 이상 기대했던 것 보다 조회수가 안나오는 것은 각오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whitebean님의 작품은, 퀄리티나 지명도, 인기도를 생각하면 지금 눈에 보이는 조회수보다 10배는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안되는 것이 여주물의 운명인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여주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whitebean님은 정말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일 whitebean님이 독자에게  “왜 주인공이 여자라는 이유로 안 읽는것이냐?” 고 화를 낸다며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마도 황당할 겁니다. 작품을 선택하는 건 독자의 자유인데, 그걸 가지고 뭐라 그러니까요. 그냥 여주가 싫다는데 그걸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같은 이유로 독자들이 작가에게  “보기싫다는 데 왜 자꾸 여주물을 내미느냐?” 라고 따지고 드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주인공을 여자로 하던 곰으로 하던 거북이로 하던 그건 작가의 자유니까요.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게 또 이 바닥의 생리인 것 같습니다. “취향이 안맞는 작품은 안본다”가 아니라 “취향이 아닌 작품이 눈에 띄는게 싫다.” 라는 심리라고나 할까요? 많은 분들이 아래에서 왜 자신이 여주를 안 좋아하는가에 대한 취향 설명을 하시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whitebean님이 지적하시는 것은여주를 안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 ‘취향이 아닌 작품을 대할 때의 태도’ 거든요.  

사실 저도 비슷한 일을 많이 당했습니다. 저는 여주보다도 100배는 더 인기없는 주인공, “일주(일본인 주인공)”로 글을 쓰고 있거든요. 일본에서 살고 있다 보니 작품의 배경도 일본인 경우가 많고, 등장인물도 일본인들이 자주 등장하고는 합니다. 그랬더니 대뜸

“쪽발이 나오는거 보기 싫다.” 

“친일파냐?” 

그런 쪽지가 날아오더군요. 문피아만 해도 점잖은 곳이라 이런 일들이 없습니다만 다른 사이트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다 제가 정말 제대로 된 사고를 쳤죠. 바로 일주를 내세운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당장 이런 댓글이 달리더군요. 

“일본인이 주인공인 소설, 과연 누가 읽을까요?” 

“일본인이 주인공이라... 이 쯤에서 하차합니다.” 

물론 안읽고, 하차하고 하는 것은 독자분들의 자유니까 뭐라 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런데 작품이 어느 정도 진행되니 이런 쪽지도 받게 되더군요.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진정 당신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습니다.” 

일본제국주의 만세를 외친 것도 아닌데 단지 주인공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말까지 듣게 되더군요. 

작품의 인기를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일주를 내세워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주를 내세웠던 것은 그 스토리에서 그런 주인공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여주로 작품을 쓰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 작품엔 여자 주인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겁니다. 

독자의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존중하고 있구요. 그래서 트렌드나 붐이라는게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작가에게도 그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을 자유와 취향이 있습니다. 그걸 비난받아야 할 이유도 없구요. 독자들도 그 점을 인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 2

  • 001. Personacon 티그리드

    14.10.13 14:06

    전 개인적으로 일본인이든 여자든 결국엔 소설은 사람 이야기라 생각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입니다.
    결국엔 재밌는 글은 읽히는 거겠죠.

    여담이지만 전 일본인이 주인공이라서 싫다기보단 특이해서 오히려 잘 읽힌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역시 마사시가 제일 매력있달까요.

    궁금한게 있는데 혹시 마녀를 위한 밤 속편이나 그런류의 소설을 또 쓰실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워낙 재밌게 봐서요.

  • 002. Lv.2 류이니티

    14.11.16 14:50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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