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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 님의 서재입니다.

그랑크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신가
작품등록일 :
2010.09.02 17:00
최근연재일 :
2010.09.02 17: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6,808
추천수 :
35
글자수 :
10,238

작성
10.09.02 17:00
조회
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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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7쪽

그랑크뤼 2장. 다시 시작(1)

DUMMY

2장. 다시 시작.


날이 밝았다.

샤인펠터는 두 눈을 뜨고 움막 밖으로 나왔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설마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니겠지, 그런 불안으로 잠자리에 들었던 지난 밤이었다.

눈앞에 호미를 까딱거리고 있는 사부의 모습이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가르쳐 주었다. 입가에 다시 미소가 어렸다.

“네 놈. 뭐 잘못 먹었냐?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고.”

사부의 핀잔이 날아왔다. 그럼에도 샤인펠터의 입가에 어린 미소는 사라질 줄 몰랐다.

그냥 사부에게서 호미를 건네받아 밭으로 향했다.

“어쭈?”

샤인펠터의 사부, 살왕 트리스테는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샤인펠터를 멍하니 바라 보았다.

텃밭까지 가는 길이 가벼웠다.

어긋났던 지난 삶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샤인펠터다.

밭을 매는 손이 절로 빨라졌다.

“흐음.”

트리스테는 그 모습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찌 하루 만에 사람이 저토록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각성이란 것을 한 건가?’

잠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떠올렸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쳤다.

“겨우 밭매기 가지고 각성이라니. 얼어 죽을...”

스스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에게서 샤인펠터를 인도 받은 지 오늘이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겨우 열 살 배기 꼬마를 던져 놓고는 소울러로 만들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의뢰를 한 복면인.

“그러고 보니 그 놈 정체를 캐보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 아무 연락이 없어?”

한 달 전의 기억을 떠올리자, 부하들에게 내린 명령까지 함께 떠올랐다. 아직까지 아무 보고가 없는 걸로 보아서는 제법 까다로운 상대인 것 같았다.

트리스테는 다시 샤인펠터를 바라보았다.

“저 놈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이 소울러가 되는 과정에서 겪었던 그 끔찍한 경험을 떠올리니 다시금 의문이 생겼다.

그 복면인은 저 아이가 소울러의 재능을 가졌다고 말했지만, 소울러에게 재능 따위는 없었다. 그것은 소울러가 된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소울러가 된 것은 절대적으로 우연이었으니까. 적어도 트리스테 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시간은 쏜 살 같이 흘러갔다.

샤인펠터는 트리스테가 시키는 모든 일을 너무나 잘 해냈다. 트리스테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매일 밤 경악한 자신의 심정을 추슬러야 했다.

한 번 했던 것을 다시 하고 있는지라 샤인펠터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불허했다. 그저 단순히 다시하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샤인펠터는 죽을 힘을 다해 더욱 열심히 수련에 매달렸다.

지난 번 생이 어떻게 끝났는지 너무 생생했기에.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죽지 않아.’

샤인펠터의 두 눈이 결연히 빛났다.

지난 번 생에서 비록 소울러는 되지 못했지만 샤인펠터의 재능은 발군이었다. 그 재능이 독이 되어 오히려 폐인이 된 것이다.

트리스테가 소울러가 된 수련법은 근본적으로 샤인펠터에게는 맞지 않았다. 잘못된 방법의 수련에 집중하다가 결국 몸이 망가졌다.

이후 그냥 그런 어새신으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하고 오 년이 지났을 때. 스물다섯의 샤인펠터는 소울러에 관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도 캐리어스의 황립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 그 책에 소울러에 대한 가설이 있었고 그 가설은 샤인펠터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길이었어.”

움막에 누워 천장을 보며 샤인펠터가 중얼거렸다. 이미 밤은 깊었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새 삶을 시작하고 어느새 오 년이 흘러 열다섯이 되었다. 이제 곧 소울러의 수련을 시작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과거에 절망에 빠진 샤인펠터는 임무도 잊고 오로지 소울러에 대한 서적만을 찾아 읽었다. 임무를 위한 위장 신분 덕에 쉬이 황립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던 덕이었다.

그리고 소울러에 대한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소울러에 대한 전부는 아니고, 그 속에서 소울러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게 된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사부의 수련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사부가 소울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야. 잘못하면 오히려 고스터가 될 뻔했어. 그 방법을 나에게 강요했으니... 내가 실패할 수밖에.”

샤인펠터는 담담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흘렀다.

아직은 어스름이 남아 있는 새벽. 샤인펠터는 일찌감치 눈을 뜨고 움막 밖으로 나왔다.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이며 밤 사이 굳은 근육을 풀었다.

트리스테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샤인펠터는 그런 기색을 전혀 느끼지 못한 듯 했다.

평소와 다름 없이 근육을 풀어주고 오늘의 수련을 하기 위해 사부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히익.”

샤인펠터의 입에서 헛바람과 함께하는 비명 비숫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녀석. 사부를 보고 그게 무슨 반응이야?”

넘치는 재능과 필사적인 노력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 것인가. 샤인펠터를 대하는 트리스테는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지난 생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갑자기 그렇게 나타나시니 그렇지요. 아직은 제가 사부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단 말입니다.”

샤인펠터의 말에 트리스테는 피식 웃었다. 제자 녀석이 자신과만 지내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잊은 것만 같았다.

따악.

일단 사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잊은 것에 대한 교훈으로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아악.”

가볍게 한 대 쥐어박았건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놈아. 나 살왕이다. 대륙 삼대 어새신 길드 중 한 곳인 라노체의 길드 마스터라고.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세 명의 어새신 중 한 명인 나의 기척을 너 같은 애송이가 느낀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

전혀 살왕 같지 않은 모습이다. 샤인펠터는 머리를 문지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살왕의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역사는 바뀐다.’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난 생에서의 사부는 그야말로 살왕이었으니까. 자신을 대할 때 역시 살왕의 기세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나저나 오늘부터 시작하자.”

“네?”

사부의 갑작스러운 말에 샤인펠터는 깜짝 놀라서 반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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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회 연재하겠다고 하고 너무 늦었습니다.

다 저의 게으름 때문입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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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크뤼 2장. 다시 시작(1) +5 10.09.02 1,163 12 7쪽
3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3) +4 10.08.27 1,354 7 6쪽
2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2) +3 10.08.25 1,512 9 5쪽
1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1) +3 10.08.23 2,780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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