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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 님의 서재입니다.

그랑크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신가
작품등록일 :
2010.09.02 17:00
최근연재일 :
2010.09.02 17: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6,807
추천수 :
35
글자수 :
10,238

작성
10.08.25 14:05
조회
1,511
추천
9
글자
5쪽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2)

DUMMY

###


춥다.

샤인펠터가 느낀 마지막 느낌이었다. 유난히도 추웠기에 도무지 갈 곳이 없었다. 자신의 주로 지내는 캐리어스의 한 다리 밑 역시 추위를 피할 수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결국 다시 새틀러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심을 한 샤인펠터는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이곳으로 올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래도 결국 새틀러의 주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주점 옆의 골목에서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문으로 다가가 두드릴 힘도 그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추워... 빌어먹을... 사부...”

마지막 남은 힘으로 달싹인 입술.

그것이 샤인펠터의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


“뭐해? 어서 호미질 하지 않구.”

잠시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던 소년의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옆에서 들려온 노인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허. 어서 일 하라니까.”

소년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노인은 다시 한 번 말했다. 어지간하면 두 번 말하지 않는 노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근래 들어 제법 일을 잘 하게 된 소년이 기특해서 특별히 내린 배려였으나, 소년은 그 배려를 무참히 무시했다.

여전히 멍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결국 쉼 없는 호미질로 순식간에 밭을 매고 있던 노인이 손을 멈췄다.

숙였던 허리를 펴자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한 모습이 드러났다. 도무지 이런 산 속에서 밭을 매며 살 노인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천천히 소년에게로 걸음을 옮기는 노인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피어 올랐다.

“응?”

보통 때라면 이 정도면 반응을 보였던 소년이었건만, 지금은 여전히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볼 뿐이다.

‘샤인펠터, 이 녀석이?’

노인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솟아 올랐다. 이렇게 스승인 자신을 무시하다니 화가 난 것이다. 일견으로는 제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새 이 정도의 기세를 버텨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기세를 더욱 끌어 올렸다.

“네 이 놈!”

노인의 손바닥이 소년의 얼굴을 후려쳤다.

쾅!

강맹한 힘에 한쪽으로 날아간 소년은 무참히 밭에 쳐 박혔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던 작물들이 힘없이 꺾여 나갔다.

머리가 번쩍하는 충격이다.

그제야 소년, 샤인펠터가 정신을 차렸다.

“으으.”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고통이 온 몸에 울렸다.

‘뭐, 뭐지...’

샤인펠터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추위에 떨며 온 몸에 힘이 빠져 서서히 생기를 잃고 있던 자신이었다. 입술 하나 달싹일 힘이 없었지만, 그래도 감각은 깨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어 죽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온 몸을 관통하는 이런 고통이라니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고통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사부에게 수련을 받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그래서였을까?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온 몸에서 경련이 일었다.

그 모습에 노인의 눈썹이 꿈틀했다. 자신의 제자가 엄살을 피운다 생각한 것이다.

“어서 벌떡 일어나지 못해!”

노인의 입에서 우레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샤인펠터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저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 자신의 목소리에 샤인펠터 자신이 놀랐다.

분명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춥지도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혼란스러운 마음에 주변을 살피려 움직여 보았다. 별 기대 없이 움직였으나 몸이 너무나 잘 움직였다.

온 몸에 고통은 있으나 움직이는데 무리는 없었다.

두 눈에 보인 풍경은 익숙했으나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수련을 빙자해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사부의 텃밭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샤인펠터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캐리어스의 골목에서 얼어 죽어가고 있었는데,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에 그랑데 산맥에 와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네 이 놈!!”

다시 터져 나온 노인의 목소리가 산을 떨어 울렸다. 그 크기로 보아 무척이나 분노한 듯 했다.

“사부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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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랑크뤼 2장. 다시 시작(1) +5 10.09.02 1,162 12 7쪽
3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3) +4 10.08.27 1,354 7 6쪽
»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2) +3 10.08.25 1,512 9 5쪽
1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1) +3 10.08.23 2,780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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