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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 님의 서재입니다.

그랑크뤼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신가
작품등록일 :
2010.09.02 17:00
최근연재일 :
2010.09.02 17: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6,809
추천수 :
35
글자수 :
10,238

작성
10.08.23 22:47
조회
2,780
추천
7
글자
6쪽

그랑크뤼 1장. 다시 찾은 삶(1)

DUMMY

1장. 다시 찾은 삶


레스렉시온 제국의 제도, 캐리어스.

겨울밤의 찬 바람은 매섭기 그지 없었다. 차디찬 눈발이 섞여 날리는 바람은 사람의 살을 베고 지나갔다.

모두들 추위를 피해 몸을 녹이기 위해 모인 주점. 오가는 맥주잔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훈훈히 녹이고 있었다. 오늘 하루의 피로를 잊고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곳 ‘밤의 향기’는 늘 그렇듯이 왁자지껄했다.

그 때였다.

사람들의 흥겨움 속에서 튀어나온 불쾌한 음성이 밤의 향기를 가득 채운 것은.

“빌어먹을 놈. 이제 적당히 좀 해라!”

밤의 향기의 주인인 새틀러는 한 중년 남자를 거칠게 밀쳤다.

“킥킥킥.”

중년 남자는 새틀러의 행동에도 아랑곳 않고 그저 미친 놈처럼 웃었다.

“이봐. 새틀러. 이러면 안 되지. 넌 내 사형의 제자라고. 알아?”

중년 남자의 중얼거림에 주점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어렸다. 벌써 몇 번째 이곳에서 저 헛소리를 늘어 놓는 것인지 모른다.

“되도 않는 소리!”

새틀러는 다시 한 번 사내를 거칠게 밀쳤다.

“이것봐! 나 샤인펠터야! 살왕의 진정한 제자 샤인펠터!”

“큭. 크큭.”

“푸하핫!”

“또 저 헛소리!”

주점에 모인 사람들의 반응으로 봐서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했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술에 중독되어 손을 벌벌 떨며 말하는 그의 행동을 보자면 그 누가 믿을까?

“그나저나, 새틀러 저 친구 사람도 좋지. 어떻게 저 얼간이에게 계속 술을 주는 거지?”

“크크. 모르지. 저 얼간이 말대로라면, 섀틀러 저 친구가 살왕의 사손이라는 소리인데 그게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리야?”

그렇게 말한 사내는 새틀러를 바라 보았다. 축 늘어진 턱살에 불룩하게 튀어나온 아랫배는 전형적인 사람 좋아 보이는 술집 주인의 모습이었다.

저 치가 그 무시무시한 살왕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덕분에 샤인펠터라는 사내는 이곳에서는 그저 매일 찾아오는 미친놈일 뿐이다.

매일같이 저 미친놈에게 맥주 한 병씩을 그냥 주는 새틀러는 그래서 사람 좋은 주점 주인이었다.

오늘밤은 올 겨울 들어 유난히 추운 날이다. 다른 해와 다르게 유달리 추운 겨울이었지만, 이 밤은 특히나 더 추웠다.

그래서 일까? 샤인펠터는 평소에는 부리지 않던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이봐. 그만하지. 네 놈 때문에 우리들까지 술 맛이 떨어지잖아.”

샤인펠터의 소란에 결국 누군가가 나섰다.

제도의 경비병이었다. 오늘 근무를 마치고 차갑게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잠시 들린 듯 했다. 피곤한 하루를 정리하는 한 잔의 맛을 떨어뜨리는 샤인펠터의 행패에 결국은 나선 것 같았다.

“킥. 네 놈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샤인펠터의 두 눈이 붉게 번들거렸다. 전형적인 광인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본 경비병은 흠칫 했다.

무언가 복잡한 것이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단순한 광기만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뿐이다. 건장한 덩치의 경비병은 곧 힘없이 나이만 먹은 중년인, 샤인펜터를 거칠게 밀쳤다.

쿠당탕.

그는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몇몇 사람들은 그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나서서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행패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경비병은 쓰러진 샤인펠터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 올렸다.

“매일 같이 돈도 없이 공짜로 맥주를 마시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이제 그만 꺼져!”

멱살을 잡아든 채 경비병은 샤인펠터를 주점 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거칠게 문을 닫았다.

추운 밤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킥. 킥킥. 크크크크.”

바닥에 나동그라진 샤인펠터는 미친놈처럼 웃음을 흘렸다.

어두운 밤. 하늘에서 하얀 것이 하늘하늘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난히 춥다고 생각했건만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샤인펠터는 눈내리는 거리를 비척비척 걸어갔다. 춥고 어두운 밤, 거리에는 인적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샤인펠터는 익숙한 걸음으로 움직였다. 그의 어깨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 내린 눈이 수북이 쌓인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나왔다. 맑은 하늘에 태양빛이 새하얀 눈을 반짝이게 했다.

“후우. 이렇게 눈이 오려고 그다지도 추웠나?”

주점 앞에 쌓인 눈을 치우며 땀을 훔친 새틀러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장사를 했음에도, 다른 가게와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문을 열었다. 그런 부지런함에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고 있었다.

얼굴의 땀을 닦고 계속해서 눈을 치우던 새틀러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많이 눈이 쌓인 곳이다.

고운 눈이 반짝이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쌓아 올린 것은 아니다. 밤 사이 쌓인 눈이다.

새틀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곳의 눈을 눈삽으로 한쪽으로 밀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었기에 어서 치워햐 했다.

툭.

힘껏 눈삽을 밀었는데 무엇인가가 걸렸다.

“뭐지?”

새틀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힘을 줘도 더이상 밀리지 않았다.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새틀러는 위쪽에 쌓인 눈부터 옆으로 밀기 시작했다. 아래쪽에 무언가 있다면 일단 파헤쳐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금세 눈을 치웠다. 아랫배가 나온 아저씨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이런....”

눈을 모두 치우고 드러난 것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었던 존재다.

새틀러의 눈가가 잘게 떨렸다.

“사숙...”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새틀러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유난히 맑은 날의 빛나는 태양이 눈 속에서 막 나온 샤인펠터의 시신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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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작으로 인사 드립니다.

가능한 주3회 연재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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