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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믄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에서 펜싱하기 (무예도보통지 편찬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눈믄
작품등록일 :
2018.10.13 12:33
최근연재일 :
2018.10.25 18:31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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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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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48,518

작성
18.10.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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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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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 역사 공부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DUMMY

잔치가 이루어진 규장각 앞에는 궁에 있는 정조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전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러시오! 이 검서관.”


이덕무는 정조의 잔에 술을 따랐다. 정조는 잔치의 모습을 죽 둘러보며 만족한 미소를 보였다. 정석은 이신주를 졸졸 따라 다녔다. 궁의 어떤 사람도 그를 좋게 보지 않았고 귀신 보듯 하여 신주가 아니면 아무도 그와 다니려 하지 않았다.


“신주야 술 한 잔 받아라.”


백동수는 신주에게 술을 건넸다. 백동수는 점잔만 빼는 인물은 아니었다. 점잔을 땐 점잔하면서도 호탕할 땐 호탕하며 자신을 낮출 때엔 한 없이 낮출 줄 아는 자였다. 정조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러했다. 서얼들이나 신분이 낮은 자들도 같이 일을 해야 했기에 그렇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술 마셔요?”


정석은 놀라 물었다.


“왜 그러느냐?”


“겨우 열여섯 살인데 술 마셔도 돼요?”


“뭐가 문제냐? 내년에 혼인도 할 놈인데······.”


“아 조선은······.”


“너도 한 잔 받아라.”


정석은 처음 잡아본 술잔을 어떻게 잡을지 몰라 두 손으로 술잔을 감쌌다. 술은 잔이 넘치기 직전에 멈췄고 정석은 고개를 돌려 술을 넣었다. 처음 맛보는 쓴 맛에 그는 인상을 쓰고는 겨우 술을 넘겼다.


“아 써······.”


정석은 속이 따뜻해지고 조금 있으니 얼굴이 빨개지고 어지러웠다.


“아 취하면 안되는데······. 이서진 아니 임금님이 오라고 하셨는데······.”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려하자 잔칫상을 물리고 모두 취한 채로 집으로 향했다. 정석은 술 한 잔에 비틀거리며 걸었다.


“괜찮은 거야?”


“응. 근데 아까 임금님이 오라고 하셨는데? 강녕전인가? 거기로······. 어제 거기가 강녕전 아니야?”


“맞긴 한데 너 취해서 하는 말 아니야?”


“아니야. 진짜야. 길 모르겠으면 너랑 같이 오라고 하셨어.”


“진짜야?”


“응.”


“그럼 일단 가보자.”


신주와 정석은 강녕전으로 향했다. 강녕전 앞에 당도하자 한 무관이 그들의 앞을 막았다.


“누구냐!”


“전하의 부름으로 왔습니다. 박정석과 이신주이옵니다.”


“따라오거라.”


그는 올 줄 알았다는 듯 그들을 인솔했다.


“전하 박정석과 이신주 들겠사옵니다.”


“들라하라.”


내관이 문을 열자 정조는 책을 보고 있다 그들을 맞이했다.


“술 냄새가 나는구나?”


“송구하옵니다. 둘 다 선배들의 술을 한 잔씩만 받았습니다.”


“잘했다. 선배들과 잘 지내야지. 일단 박정석 무관을 부른 이유는 내 너에 대해서 더 알아야겠다.”


“질문을 하시면 아는대로 답해드리겠습니다.”


“너는 어디서 왔는가?”


“예.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 그것은 어디에 있는 나라이냐?”


“조선의 미래입니다.”


“미래? 미래라 하였느냐? 네 놈이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냐?”


“아닙니다. 저는 시간을 건너온 당사자입니다. 저도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석의 말에 내관과 신주, 정조까지 모두 놀란 듯 보였다.


“그렇다면 조선의 미래에 대해 말해보거라.”


“저는 역사를 공부하지 않아 과거를 잘 모릅니다. 아는 것이라고는 1905년에 일본에게 나라를 뺏기게 됩니다. 또 1950년 한반도가 반으로 나뉘어 전쟁을 하게 됩니다.”


“네 이놈! 어찌 그리 불경한 말만 내뱉는 것이냐! 그리고 그 연호는 무엇이냐?”


“원래 아픔이 기쁜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하지만 제가 온 미래의 한국은 경제적으로 큰 강국이 되었고 다른 나라가 쉽게 넘볼 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호는 미래에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연호입니다.”


“그러한가? 그 나라의 왕은 성이 무엇인가?”


“왕이 없사옵니다.”


“뭐라? 왕이 없어? 누군가 역모를······. 아니지. 왕의 역할을 누군가 할 것이 아닌가?”


“지도자는 국민의 손으로 뽑아 세웁니다. 그리하여 5년 마다 성이 바뀝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일을 잘하는 신하 한 명을 백성의 손으로 뽑아 왕으로 세워 나라를 통치하게 합니다.”


“네 놈이 한 말은 어디에서도 입에 담지 말라. 목이 날아갈 말이다. 그만큼 너의 말을 믿기가 힘들다.”


“저도 제가 여기 있는 것이 믿기 힘든 일이옵니다. 허나 제 의복과 칼은 미래의 것이고 제 말도 그렇고 제 생각도 모두 미래의 것입니다.”


“그렇다면 네 무예는 우리의 것보다 앞서 있는 것인가?”


“아니옵니다. 펜싱은 많은 발전을 해오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서양의 전통 무예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누가 더 앞선 것이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네 실력은 그 나라의 최고가 맞느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저보다 잘하는 선수는 몇 명 없습니다.”


“선수?”


“무예가는 몇 없습니다.”


“그러한가? 그렇다면 내일 신하들 앞에서 그 실력을 보여라. 5명의 무관들을 이기면 될 일이다. 내가 판을 만들겠다. 그 판에서 너의 무예로 천인임을 증명하라. 그리하면 완전한 내사람이 될 것이다.”


“허나 모든 경기에는 전략이라는 것을 세웁니다. 충무공께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였습니다.”


정석의 머리에서 나온 가장 어려운 말이었다.


“상대도 너를 모르니 괜찮을 것이 아니냐. 너는 무예를 알려줄 신주라도 있지만 상대들은 네 무예에 대해 아예 무지하다. 네 놈이 이겨야만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곳에 너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단 조선의 무예에 대해 배울 시간을 벌어 주십시오.”


“그래 삼 일을 주겠다. 그 동안 대강의 우리 무예에 대해 익히도록 하라.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는 데 네가 여기 한 시진만 앉아있거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급하고 아무도 모르게 나가볼 데가 있다. 한 시진이면 된다. 일단 의복을 바꿔 입자.”


“전하! 용포를 입히시다니요!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내관과 신주가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들! 조용히! 알았으니! 조용히!”


“너는 네 의복을 주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거라. 신주 너는 나가서 백동수 교관에게 호랑이가 언덕을 넘을 것이라 전하거라. 알아들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정석이 너는 다시 강녕전에 올 때에 너의 검과 의복을 갖고 오거라. 펜싱이란 것을 나에게 가르쳐야 한다.”


“예 알겠습니다.”


정조는 옷을 갈아입고 신주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을 인솔했던 무관이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 세 사람은 걸음을 옮겼다. 어둠이 정조의 얼굴을 가려주었다. 그들을 강녕전 밖으로 인솔한 무관은 자리에 그대로 서서 경계를 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같이 장용영으로 향하다가 무관의 눈에서 벗어나서는 정조는 광화문으로 신주는 장용영으로 달려 나갔다.


광화문 앞에는 말이 준비되어 있었고 정조가 3분 정도 기다리자 말을 탄 백동수가 달려왔다. 말을 빠르게 몰아 둘은 뒷골목의 주막으로 향했다. 통금시간이라 주막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주모! 여기 가장 비싼 국밥 세 그릇 주시오!”


동수가 말하자 주모는 무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홍국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이 많이 상했소.”


“절부터 받으시지요.”


“아니요. 내 스승에게 어찌 절을 받으오.”


“아닙니다. 내내 절을 올리고 싶었으나······.”


“됐소. 앉으시오. 무언가 얻은 정보들이 있소?”


“반대쪽에서의 경계가 심해져 활동의 제약이 있지만 그래도 정보를 모아 봤습니다. 자객에 대한 것인데 일단 김귀주가 보낸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심환지의 손을 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귀주의 단독행동이다? 김귀주 이 자가 그럴 배짱이 있었는가?”


“배후엔 정순왕후가 있습니다. 최근 정순왕후의 궁녀 한 명이 김귀주의 집에 수없이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그리 위험한 짓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송구하옵니다.”


“그렇지. 김귀주, 그 자는 그럴 배짱이 없는 자이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장용영 내에 첩자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첩자?”


“예. 심환지가 심어 놓은 누군가가 장용영 내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수하인이 알아본 것인데 무관의 옷을 입은 누군가가 심환지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장용영에 첩자가 있다면 내명부와 규장각에도 있다는 얘기인데······.”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장용영은 그렇다 쳐도 내명부와 규장각의 첩자는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이다.”


정조는 백동수를 보고 무언의 지시를 내렸다.


“일단 장용영의 첩자를 알아보겠습니다. 그자를 문초하면 내명부와 규장각의 첩자를 알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아니다. 첩자끼리 어찌 알고 지내겠느냐? 심환지는 그리 허술한 인물이 아니다. 그 놈을 잡으면 일단 나에게 데려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더 없는가?”


“요즘 심환지의 하수인들의 감시가 더 강해졌습니다. 무언가 꾸미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알았네. 오늘은 여기까지 함세. 몸조심 하게나”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홍국영은 절을 한 번하고는 정조를 보냈다. 정조와 백동수는 천천히 말을 몰았다.


“교관. 장용영에서 박정석은 어떠했소?”


“하루 동안 보았고 그것도 잠깐 보았으나 훈련을 하는 데 힘이 부치거나 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랬소? 장용영은 나름 최고의 무관들이 아니오? 그 가운데에서도 훈련을 잘 소화했구려?”


“예 그러합니다.”


그 때 갑자기 검은 복면을 쓴 자 다섯이 둘을 둘러쌌다.


“네 이놈들 지금 누구의 앞을 막는 것이냐!”


그 때 한 자객이 정조를 노리며 빠르게 뛰어들었다. 백동수는 말에서 뛰어내려 그의 앞을 막았다.


“피하십쇼!”


“그렇게 까지 할 것 있나? 나도 검을 챙겼네.”


“안됩니다! 옥체를 보전하소서!”


한편 강녕전에서 심심하게 있던 정석은 내관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 내관이 내시를 말하는 겁니까?”


“예 그러합니다.”


“보통 이렇게 자주 나가십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 예. 죄송합니다.”


“아니옵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심심한 대화와 취기와 따뜻한 방은 정석에게 졸음을 선물하고 있었다.


“진실로 미래에서 오셨습니까?”


“예? 예. 왔다는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 저도 모르게 여기 떨어진 것이니까요.”


“아······. 그렇군요. 혹시 전하에 대한 것은 아는 것이 있습니까?”


“전하에 대해서······. 화성! 화성을 축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건설 중입니다.”


“아 그래요?”


“잘 지어지겠지요?”


“저는 2018년에서 왔습니다. 그 때까지도 잘 있습니다.”


“그 연호를 알지는 못하지만 먼 미래입니까?”


“예, 꽤 먼 미래입니다.”


“그렇군요. 미래에서 온 자는 뭔가 우리와 다르게 생길 줄 알았는데 키가 큰 것 외에는 별 다를 게 없습니다.”


“사람이 다 똑같죠. 뭐······.”


“미래엔 왕이 없다 하였는데 노비는 있습니까?”


“없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기에 왕이 없어도 나라가 유지됩니다.”


“신기합니다.”


“저도 이곳이 신기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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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쉬지 않는 가르침 18.10.20 22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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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 역사 공부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18.10.18 333 10 11쪽
4 4화 : 힘을 모으는 용, 편찬 시작 +4 18.10.15 390 9 11쪽
3 3화 : 베지 못하는 칼 +2 18.10.14 407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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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 펜싱 선수 박정석, 조선으로 가다 +2 18.10.13 531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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