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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순애보

연기의 신은 10,000번 환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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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순애보
작품등록일 :
2023.07.17 08:43
최근연재일 :
2024.03.11 19: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2,126
추천수 :
468
글자수 :
11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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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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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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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회색도시

DUMMY

11화

회색도시



#147. 지하 주차장 / 인환, 안형


국정원 후배 요원 안형이 목숨을 무릅쓰고 혼자 적의 진영에 침투하려는 인환을 말린다.


후배: 선배, 우리 일단 진정하고 생각합니다.

인환: 시끄럽고 걔들 위치 말해.

후배: 이러다 선배 죽어요!! 형님이 무슨 존윅이라도 되는 줄 알아요?! 안 그래도 스왓애들 출동 했는데...

인환: (분노에 차 자동차 본넷을 때리면서) 안형아!!! 이 씨발!!! 빨리 그 개새끼들 위치 보내!!!!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인환은 분노에 소리치다 허벅지를 붙잡으며 주저앉았다.


후배: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아까 상처 벌어졌잖아요. 일단 저한테 잠깐 치료 받으시고..

인환: 안형아. 미안하다.


인환은 후배에게 총을 겨누며 위치를 알려달라며 손짓한다.


후배: (충격받은 표정으로) 선배님..정말....

인환: 나중에 체포를 하든, 감옥을 보내든 알아서 해. 대신 지금은 좀 보내줘라. 나 우리 민아 찾기 전까진 가만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후배: ...소망산 쪽으로 가세요. 정확한 좌표는 가면서 찍어드릴게요.

인환: 고맙다...


절뚝거리며 차를 타는 인환에게 외치는 후배.


후배: 선배!

(인환이 돌아보자)

후배: 죽지마세요. 부탁입니다.


인환은 살짝 미소지으면서 곧바로 차를 출발시킨다.


인환: 끝나고 소주 한잔하자.




***


“예- 커트!!”


이제 촬영 기간이 일주일 채 남지 않은 회색도시의 감독 서대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외쳤다.

아프리카부터 강원도 일대까지. 그 어느 작품보다 힘들었던 촬영에 스텝들과 배우들은 이 모든 촬영이 얼른 끝나길 바랐으나 서대수는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길이 이리 와봐.”


꼬장꼬장한 표정으로 국정원 후배 안형역을 맡은 박정길을 불러낸 그는 스텝들 앞에서 불같이 날뛰었다.


“왜 이렇게 굳어있어?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존경하는 선배가 총까지 들이대면서 보내달라고 하잖아.”

“네.네..”

“근데? 감정이 그거밖에 안 나와? 그 선배가 가족 다 죽고 하나 남은 손녀까지 납치당했는데 그냥 대사만 읽을 거면 임마. 내가 널 왜 뽑았겠어?!”


스텝들, 아니 촬영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서 감독이 강로안이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 듯 그는 서 감독은 촬영장에서 까탈스럽기로 소문났으며,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얻기 위해 수도 없이 재촬영하는 편이었다.


“정신 차려 정길. 너 연극판으로 돌아갈래? 아니면 단역부터 다시 할 거야?”

“죄송합니다..”

“제대로 해 인마. 이 정도밖에 못했으면 애초에 너 뽑지도 않았을 거야.”


너무도 자존심 상하고 부들거렸으나 불행히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머리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 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제대로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하..괜히 맘 약해지게 하네. 너 대신 이거 좀 봐봐.”


정길이 90도로 반성하며 다시 연기하겠다고 하자 감독은 그에게 정길을 데려와서 핸드폰 안에 있는 영상을 보여줬다.


“이건..강로..안 아닙니까?”

“그래 감정선 따라 하라고 보여준 거야. 이거 봐봐. 순식간에 슬퍼하잖아. 너처럼 어색하지도 않고. 안 그래?”


정길 같은 베테랑에게 로안 같이 까마득한 후배를 보고 배우라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말인지 그저 연출자인 서대수는 알 수 없었고, 자존심이 상하다 못해 문드러진 정길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아이고- 서 감독님 좀 살려주십쇼~”


어느새 나타난 최재성이 장난스레 감독과 정길에게 어깨동무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선배님. 한번 더 가야할 것 같습니다.”

“아아 뭐- 나야 언제든 오케이.”


가볍게 감독과 작품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재성이 정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내 생각엔 정길이 네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부담이요..?”

“그래, 너 촬영할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강로안이를 의식하는 거 같은데. 아니냐?”


강로안을 지나치게 견제하고, 어떻게든 잘하기 위해서 조급한게 티가 난다.

또 강로안이다. 선배의 말을 인정하지만 자존심이 조각조각 찢겨나가는 기분에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정길.


“너 자존심 센 건 알아. 이까지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고생 많았냐, 너도. 근데 임마..”


강로안은 연기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난 그걸 인정했고, 아마 너도 이를 인정해야 마음이 편할 것이다.


“난 노력만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아니야, 천재라는 게 진짜 있더라고.”

“아..예 뭐.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기운내고. 아 맞다. 아까 서 감독이 너한테 보낸 영상 있잖아.”

“강로안 장면이요?”

“그래 그거. 그거 나도 좀 보내줘라. 연구 좀 하게.”


감독도, 존경하는 선배도. 배우들도, 스텝도!

모두가 이미 촬영을 끝내고 나간 강로안만을 언급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말론 브란도라도 재림한 줄 알겠군, 젠장.”


영화 촬영을 하면서 연기로 압살하고, 그의 자존감을 박살 내고 싶었으나 반대로 조져지는 쪽은 본인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주연으로 발돋움하고 싶었던 정길이었으나 지금까지는 그 꿈에 멀어져만 가는 듯 했다.


“이게 강로안 놈의 연기란 말이지.”


지금껏 자존심 상해 한 번도 그의 연기를 제대로 본 적 없었던 정길이 핸드폰 화면에 담긴 로안의 감정 연기를 지켜봤다.

2분 남짓한 연기가 끝났을 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길은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


로안의 말을 들은 작년 MBS 여우주연상 수상자 배지은은 그의 제안을 오디션이 끝나고 로안에 대한 호감이 커졌을 때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나가서 그를 죽여버렸을테니까.


-하...이건 또 무슨 궤변이에요.


로안을 알고 지내면서 그는 지은의 예상대로 행동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충 남들보다 특이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번에 그가 한 요청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에요. 지금 제입장에서 6개월을 오롯이 이 작품에만 투자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른 배우들은 뭐가 되는데? 아.아니 다 떠나서 지금 이 말을 감히 선배 주연배우 앞에서 한다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요?!


기분에는 당장 쌍욕이라도 날리고, 찾아가서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으나 그녀는 저 미친 신인배우의 연기 재능과 비상식적으로 잘생긴 외모 때문에 독해지지 못했다.


“하루 이틀 만에 촬영하라는 게 아니잖습니까. 러닝타임 2시간 반 중에 고작 15분 나오는데 그 정도는 배려해주셨으면 해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무례할 수가..!

“무례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제 입장에서는 선배님 영화 꼭 촬영하고 싶어서 그랬거든요.”


말은 착하게 하지만 실상은 싫으면 나 뽑지말고 그냥 다른 사람 쓰라는 얘기다.

지은은 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애초 이건 이길 수 없는 싸움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아..그래서 물어나 봅시다. 왜 빨리 끝내야 하는데?

“전작 회색 도시도, 이번 작품도 둘다 악역이잖습니까. 그것도 보통 악역이 아니죠.


회색도시가 마약에 쩐 정신 나간 깡패 역할이었다면 이번엔 오로지 돈만을 위해 사는 소시오패스 호스트 역할을 맡은 로안.

한정일 실장의 말대로 로안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미지가 악역 전문으로 보일까 걱정했다.


“빨리 촬영하고, 다른 역할도 하나 하고 싶습니다. 회색도시 편집 끝나면 홍보도 도와드려야하구요.”

“어휴 정말...”


지은 본인도 한 기새한다고 소문난 사람이나 이 강로안이라는 인간은 근본부터 달랐다.

기가 센 것이 아니라 당최가 통제가 안 되는 미친 사람.

지은의 평가는 그랬다.


“아 몰라! 나한테 묻지말고 감독님한테 가서 물어봐요.”

“감독님한테 여쭤보려다 일부러 선배님한테 말한 건데요?”

“뭐..뭐야?”

“에이 왜 그러세요. 저도 눈치는 있죠.”


입봉작 감독에 조연들의 낮은 인지도, 많지 않은 제작비. 대중적이지 못한 연출과 흥행보단 해외 비평을 노리는 대본까지.

이 영화의 입김은 누가봐도 배지은이 강한 게 당연했다.


“하..정말...”


당연하게도 정곡을 찔린 지은이 당황하자 로안은 이를 더욱 파고들었다.


“선배가 감독님한테 잘 말해주세요, 네? 대신 연기 하나는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아 몰라. 확신 못 줘. 당신 맘대로 해.”

“에에이- 선배애애~ 제가 술 한번 살게요!”


당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인간. 너무 싸가지가 없어 오히려 성격이 좋아보일 정도의 남자.


“아니 이 양반이 왜 이래? 뭐.뭘 산다고?”

“제가 말은 이렇게 해도 평소에 지은 선배 많이 좋아했단 말이에요. 감독님한테 꼭 잘 말해주세요. 그러면 저 이거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로안이 평소와 달리 애교 가득한 로안의 목소리에 지은은 기겁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설렘을 없애기 힘들었다.

지은은 단순 선배로서 좋아하는 건지, 여자로서 좋은건지 물어보려다만 그녀는 수년 만에 자신을 설레게 한 남성에게 속수무책 당하고 있었다.


“뭐...”


그리고 반대쪽에선 전화를 끊은 로안이 오만과 편안함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여자 꼬시는 거 만큼 쉬운 것도 없지.”





***


“하면되죠 뭐.”

“감독님!”


아무리 배지은이 인기가 많고, 영화의 단독주연이긴 하나 최종 결정권자는 연출자인 감독에게 있었다.

지은은 이지훈 감독에게 조심스레 로안의 의견을 전달했고, 감독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쿨하게 ok했다.


“뭘 이리 손바닥 뒤집듯 빨리 결정해요?!”

“아니 어차피 카메라에 나오는 배우는 강로안이랑 지은씨 밖에 없는데 뭐가 문제에요? 호빠신에 나올 배우들은 언제든 올 수 있는 연영과 대학생들이니까 상관없고.”

“아.아니 문제는...”


지은은 괜히 신인 배우에게 모든 걸 배려했다간 갑을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솔직히 건방지긴한데 그렇다고 다른 배우 쓸 것도 아니잖아요? 이미 다이아를 발견했는데 가공하기 힘들다고 진주로 바꿀 수는 없잖아.”

“그렇긴하지만...”

“게다가 까탈스러운 여배우들보단 이렇게 솔직한게 훨씬 나아요, 알죠?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더운데 실내에서 촬영해달라. 좀만 힘들면 매니저 불러서 나가고-“

“감.독.님. 지금 제 얘기하는거 아니죠?”

“아,아,아.아니..죠....내가 괜한 말을...”


잠깐 당황한 이지훈이 곧 말을 돌렸다.


“근데 지은씨는 진짜 괜찮아요?”

“네?”

“아니 나야 어차피 연출자니까 그렇다 쳐. 근데 지은씨는 선·후배 관계잖아? 이렇게 막 끌려다녀도 돼?”

“그.그야 좋은 배우를 잡기 위해서..”

“아닌데. 내가 아는 배지은은 이렇게 쉽게 양보하는 성격이 아닌데..”


그것도 자신의 남은 커리어가 달린 작품의 일정을 상대방 멋대로 변경하는 시키는 것이다.


“혹시..?”


순간 이지훈 감독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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