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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순애보

연기의 신은 10,000번 환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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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순애보
작품등록일 :
2023.07.17 08:43
최근연재일 :
2024.03.11 19:0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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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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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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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리딩의 신 (2)

DUMMY

4화

리딩의 신 (2)



[JS에이전시 강로안, 서대수 감독 신인 캐스팅!]

[서대수 감독 신작 「회색도시」 악역에 신인배우 강로안 캐스팅]


서대수 감독의 이름값이 대단하긴 했다.

최재성 정도의 주연도 아니고 고작 악역 조연을 캐스팅된 것도 기사들이 올라가니 말이다.

물론 JS 에이전시에서 이제부터 로안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사 몇 개를 낸 것은 사실이나 서대수 감독이 픽한 신인배우가 누구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꽤 나 지대했다.


[서대수 감독“강로안, 오디션보고 스탭들에 극찬”]


대놓고 극찬까지 했다고 하니 로안은 영화 개봉도 전부터 소소하게 주목받고 있었다.


“1억이요?”


물론 이러한 관심이 모두에게 즐거운 것은 아니다.

배우 박정길이 대본 리딩을 위해 논현동의 사무실로 가는 차 안에서 욕설을 내뱉었다.


“씨바, 말도 안 돼. 캐스팅도 아니고 오디션으로 뽑았는데 1억을 준다구요?”

“우리도 그게 황당해. 웬만큼 배우가 좋지 않고서야..”


박정길

나이는 30대 초반밖에 안 됐으나 단역 생활만 10년 넘게 해온 이 바닥에서 이 바닥 경력만 15년 가까운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조직의 졸개부터 지나가는 행인에 원시인까지. 지금껏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닥치는 대로 해왔던 박정길.

시작은 대학 동기 열댓명이 같이 했었으나 함께해왔던 동료들 대부분이 그만두고, 몇 명은 대성해서 연락이 안 되고 그는 오랜 시간을 홀로 버텨야 했다.


“내가 1억 2천인데 그 새끼가 1억요? 이거 서 감독님 컨펌난 거에요?”


결코 재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연극, 독립영화, 드라마 단역 등 수 없이 많은 배역을 맡았던 그는 조금씩 업계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단역에서 조연으로 상승한 끝에 이번엔 무려 서대수 감독 영화의 영화에 캐스팅 된 것이다.

거기다 국내 탑배우라 불리는 최재성 선배와 합을 맞추게 되어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릴 작정이었다.


“서 감독이 직접 결정한 사항이랜다. 스탭들 사이에서도 말 많았대.”

“뭐라고?! 아니 이게 말이 돼요?! 강로안? 그 새끼가 대체 뭔데요? 어디 아이돌 출신이에요?”

“아이돌 출신이면 이렇게 말이라도 안 하지. 이제 막 동대 다녔던 신인이야. 필모는 그전에 독립영화 하나 있고.”


강로안 캐스팅에 대한 불만은 박정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회색도시> 강해솔역 캐스팅에 미는 배우가 있었던 이Y.M ENT에서도 불만이 많았다.


“강로안 그 새끼 뭔데? JS에서 뭐 로비라도 한 거 아니에요?”

“JS가 그 정도 자본이 어딨냐. 거기다 서 감독이 그런 청탁 받을 인간도 아니고.”


JS가 배우 에이전시 사이에선 방귀 좀 뀌는 회사이지만 다른 대형 기획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정길아. 조심해야 한다.”


이후 걱정스런 눈으로 박정길을 보며 중얼거리는 YM의 팀장.


“뭐가요?”

“강로안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는데 오디션 본 쌩 신인이 이 돈 받고 캐스팅한 거면 필시 보통 놈이 아냐. 네가 받을 관심을 저놈이 뺏어갈 수도 있어.”

“에이 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저 박정길이에요. 어떻게 제가 저런 어린놈한테 밀리겠어요? 저 새끼랑 대화할 일도 많은데 아예 연기로 죽여놓을게요.”


자존심이 상한 듯 외치는 정길을 보는 팀장의 표정이 묘하게 어두워졌다.


“그러면 좋겠는데...”




***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30분전에 리딩장에 도착한 박정길은 자신에게 허리숙여 인사하는 사내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런 비율을 가진 사람이 어째서 모델이 아니라 배우인지, 어떻게 저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들어갈 수 있는지. 놀랍도록 아름답게 생긴, 조연보다는 주연을 압도할만한 외모를 가진 남성.


“네가 그 신입이구나.”


그는 딱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예, 맞습니다. 강해솔 역을 맡은 강로안이라고합니다.”

“이야- JS에서 돈 좀 쓴 모양이다? 너 같이 필모도 없는 게 막 들어오는 거 보니까?”

“회사에서 저 같은 신인한테 로비를 왜 하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서 뽑힌 거죠.”

“너 멋대로 개런티도 올렸더라? 이 바닥에서 돈돈 거리다가 나가리되는 거 알지?”


정길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근처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뒤 빈정거렸고, 로안은 굳이 이를 받아치지 않았다.

그는 이제부터 자신에게 가해질 시비를 잘 알고 있었다.

천재 소릴 들을 만큼 대단한 재능을 가졌는데 야망까지 많은 청년을 시기하는 주변인은 상식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시기’나 ‘질투’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서 감독님께서 가치를 인정해주신 덕분입니다. 받은만큼 더 열심히..”

“너랑 나랑 몸값 차이 좆도 안 나는 거 알고 있냐?”

“그건 제가 알 길이 없지요.”


이 정도 되면 상대가 수치심을 가지거나 혹은 화를내거나 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로안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그저 미소만 띄고 있었다.


“니가 네 멋대로 개런티를 올리는 바람에 내가 받을 금액이 낮아진 건 아냐?”

“모릅니다.”

“뭐이리 당당해? 그러면 좀 알아 새끼야, 너 때문에...”

“거짓말을 하시니까 모르죠. 제 개런티랑 선배님 개런티는 아무 상관 없으니까요. 제가 그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불손한 말이었으나 여전히 로안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YM에서 신인 하나 민 거 알고 있고, 선배님이 서 감독님께 추천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참 신기하죠?”


로안의 표정이 오늘 처음으로 바뀌었다.

<회색도시> 역할의 강해솔이 그대로 생각나듯 얼굴 전체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죽거리는 모습에 정길은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 신인배우와 선배님은 동문도 아니고, 평소 접점도 없는데 말입니다.”

“너...씨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아뇨, 혹시나 선배님이 그 친구한테 돈이라도 받았나 해서요. 이거 서 감독님이 아시면...”

“이 개새끼가!!!”


순간 아킬레스건이라도 잘린 듯 득달같이 달려와 로안의 멱살을 잡고 소리치는 정길.


“무슨 일 있어요?”


순간 놀라서 들어오는 스텝과 동시에 잡고있던 멱살을 놓자 로안이 밝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



“네, 반갑습니다. 회색도시 총 연출을 맡은 감독 서대수라고합니다.”


올 블랙 차림에 민머리를 한 서대수는 영화 감독이라기 보단 수행자나 종교인에 더 가까워보였다.


“영화 회색도시는 은퇴한 국정원 요원이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서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회색도시>의 플롯은 간단했다.


1. 손녀가 납치된다

2. 손녀를 구하러 간다

3. 손녀를 결국 구출한다.


보통의 시나리오 작법서에서 빠지지 않고 설명되는 전형적인 ‘구출’ 플롯에 서대수 감독 특유의 음산한 배경과 화려한 액션이 더해지면 실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는 단순합니다. 선역은 선해야하고, 악역은 악랄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연기력이 중요하다는 것.


“촬영하는 동안 각자 그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셨으면 합니다.”


관객들은 주인공 시점으로 몰입할 거고 배우들은 연기하는 배역들이 실제처럼 연기해야 할 것이다.

출연자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 감독은 곧 배우들에게 각자 소개를 맡겼다.


“경찰서장 역의 박창선이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국정원 직원 역할의 배정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국정원 후배 역할의 박정길입니다. 좋은 영화 함께해서 영광입니다.”


지그재그 형태로 한 명씩 인사하고 있을 때, 곧 촬영 테이블 중간에 있던 최재성이 조용히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나이는 50대 중반이나 실제 얼굴은 더 늙어 보였다. 인상은 사나웠으나 남자가 슬쩍 웃으니 오히려 천진난만해보였다.

연기에 있어서 엄청난 에너지와 캐릭터 몰입력으로 00년대부터 20년대까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인 그가 출연진 한명 한명씩 눈을 맞췄다.


“백진환 역할을 맡은 최재성입니다. 액션은 오랜만에 하니까 열심히 알려주시고, 도움 많이 주십쇼. 저도 많이 여쭙겠습니다.”


호랑이 같은 최재성이 인사를 끝내자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마지막으로 남은 로안에게 쏠렸다.

첫 작품에 서대수에게 직접 픽 당한 남자, 전설로 남았다는 그의 비공개 오디션.

하늘에서 벼락처럼 떨어진 저 신인 배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강해솔역의 강로안이라고합니다. 존경해마지않는 선배님들과 함께 촬영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정말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로안의 인사에 순간 최재성이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




***


#8. 폐공장 / 짙은 새벽

안형: (잠결에 놀라) 여.여기 어디야! 이봐!!


어두운 공장에서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 안형.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드르륵 칼 가는 소리만이 들린다.


안형: (공포에 사로잡힌 채) 씨발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이익!! 팔, 다리 묶인 것 좀 풀어봐! 기수대 애들 어디갔어!!!


어둠 속에서 팬티 바람으로 나타난 해솔.


해솔: (비정하게 웃으며) 아 일어났어? 여,여,여 역시 젊어서 그.그런지 회복이 빠.빨라.

안형: 너 누구야 이 새...강해솔 너구나, 이 개새끼 니가 정환이 죽였지?

해솔: 정환? 아 그.그.그 덩치 크으고 못생긴? 내.내가 안 죽였어. 죽였어. 안 죽였고...


해솔이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그의 안형의 왼쪽 발목을 단도로 찌른다.


안형: (괴성을 지른다) 끄아아아악!!!

해솔: 끼아아아앙! 그러지마. 아.아직 머.머멀었어어. 배.배배배백진환 나오기 전까지 여.여기서 못..나.나가.




***


박정길은 로안을 한번 밟아놓을 작정이었다.

처음엔 그저 시비만 좀 걸 생각이었으나 이 핏덩이 같은 신인 배우는 선을 넘었다.


‘난 이 배역 3개월 전에 캐스팅된 사람이야.’


그는 지난 3개월간 주인공의 동료이자 조력자인 ‘안형’ 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했다.

선배인 주인공 ‘백진환’을 존경해서 납치당한 진환의 손녀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노력하지만 조직의 중간보스 강해솔에게 당해 죽기 직전까지 고문당한다.


“여.여기 어디야! 이봐!!”


기본적으로 선하고 의협심이 있으나 극한 공포 앞에서 패배하는 평범한 사람.

자기 내면에서 만든 ‘안형’이란 캐릭터를 연기하기 시작하는 정길의 연기에 다른 배우들이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어떠냐? 이게 진짜 기성 배우의 실력이다.’


대학로 연극부터 아침 드라마에 일일 연속극까지.

누가 뭐래도 박정길의 연기는 진짜였다. 그는 자신있게 첫 대사를 마쳤고 가볍게 웃으며 로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여,여,역시 젊어서 회.회복이 빠.빠빨러.”


어디서 입이 돌아간 약쟁이 하나가 고추를 긁적거리는 소릴 내면서 시비 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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