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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순애보

연기의 신은 10,000번 환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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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순애보
작품등록일 :
2023.07.17 08:43
최근연재일 :
2024.03.11 19: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2,125
추천수 :
468
글자수 :
114,211

작성
24.02.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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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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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배지은 (1)

DUMMY

7화

배지은 (1)



강로안의 <회색도시> 촬영이 얼마남지 않았다.

JS에이전시에서는 이미 로안의 차기작 대본을 이미 여러개 받아놨으며, 그가 결정만 하면 언제든지 다음 계약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결정은 회색도시 촬영을 마무리하고 선택합니다. 그 전까진 오로지 촬영에만 집중할 거에요.”


서대수 감독이 직접 픽한 쌩신인이 있고, 그 촬영이 거의 끝나간다는 소문이 흘러나왔고, 몇몇 제작자들은 이 새로운 재능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물론 단호하게 거절하는 로안의 말에 아직 아무 것도 결정 못하긴 했지만.


-주말 드라마 서브 남주야. 선역으로 회색도시에서 보였던 악역 이미지를 쇄신할 수도 있고, 분량도 충분해.

“안 그래도 로안이한테 대본 들어왔다고 얘기는 하는데..당최 지금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누가 당장 결정하래? 옆에서 바람만 넣는 거야. 이 역할 어떠냐고. 관심 있으면 가볍게 대본이나 보자고.


JS의 영업팀장 박가을이 현재 로안의 로드 매니저를 맡고 있는 안대근에게 옆에서 꾸준히 그를 지켜보고 보고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신인을 박정길, 최재성 등의 실력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에 회사 입장에서도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박정길은 회사에서 대놓고 자신이 미는 후배가 로안 때문에 떨어졌다며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닌 인간이 아닌가.


-정말 아무 문제 없는거 맞아? 박정길이나 최재성 선배 같은 사람들한테서?

“문제요? 로안이가요? 팀장님, 로안이 현장에서 평가가 어떤지 아세요?”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

“박정길 정도 배우는 쪽도 못 쓰고, 아예 최재성 선배가 끼고 다닙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아 그거 아세요? 아예 최재성 그 양반이 로안이한테 연기를 물어본다니까요? 이건 어떠니, 저건 어떠니 이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다 물어봐요.”

-뭐..뭐?

“그 사람 뿐만 아니라 촬영장 분위기 자체가 그래요. 로안이 더 출연시킬려고 서 감독님이 직접 대본도 수정하구요. 저도 살다살다 이런 적은...”


촬영장에 모든 분위기가 고작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게 의견을 묻고 최재성조차 로안에게 의견을 구한다.

애초 연기할 때나 개런티 조정때나 보통 인물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빠른 시간에 주변의 인정을 받을 줄은 몰랐다.


-로안이는 좀 어때. 걔는 뭐 다른 회사에서 컨택 왔다거나 인정받아서 어깨에 뽕 들어갔다거나 그런 건 없어?

“전혀요. 뭐랄까. 걔는 진짜 연기에 미친 애에요. 어떻게하면 더 나은 연기를 보일까 그거만 고민하고, 매너도 진짜 좋은 거 알죠?”

-얼씨구, 팬클럽 나셨네.

“맨날 볼 때마다 저랑 나래보고 쉬라고 하고 간식 같이 먹자고 하고. 애가 가정교육을 얼마나 잘 받았는지...아!”


로안을 극찬하던 대근이 이내 뭔가 생각난 듯 중얼거렸다.

-왜? 문제 있어?

“아..뇨. 그런건 아닌데 좀 특이한 게 로안이 얘 보면 뭐랄까. 당최 23살 어린 애 같지가 않아요. 말 하는 거며, 행동하는 거나. 뭐라고 해야하나, 8,90은 된 노인이라고 해야하나.”


주변 사람들을 챙기면서도 결코 선을 넘진 않는다. 모든 이를 압도하는 연기 실력을 가졌음에도 결코 오만하지 않는다.


“100회, 1000회는 환생한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그게 무슨 말이야?

“신선이에요, 선선. 배우인걸 넘어서 같은 인간으로서 이런 사람이 있다는게...”


로안에 대한 극찬을넘어 초인이 아닐까 말하던 대근이 순간 놀라 소리쳤다.


“어?! 배지은?! 배지은이 여기 왜 와!”

-뭐라고? 누가 왔다고?

“배지은 왔어요! 팀장님 저 이따가 연락드릴게요!

-야,야야! 대근아, 안대근!





***


“안녕하세요오!”


배지은이 <회색도시>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제작진들은 강로안이 맡고 있는 ‘강해솔’의 최후를 촬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야!! 지은아!! 너 왜 말도 없이?!”


서대수가 그녀를 보자마자 놀라 소리쳤다. 서울도 아니고 이 먼 강원도 산골짜기 촬영장에 대한민국 탑배우가 왜 나타난 것인가.


“근처에 사극 촬영왔다가 감독님 계시다는 말 듣고 잠시 들렸대요. 왜 이번에 TVS에서 <해 뜨는 밤> 그거 있잖아요.”


조연출이 대답을 대신하자 가볍게 미소지으며 사람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그녀.


“예 맞아요.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서 와봤습니다. 우리 서 감독님이랑 최재성 선배님 인사도 드릴겸요.”


그녀는 100개가 넘는 커피와 간식거리를 사들고 방문했고, 이는 8시간 넘게 진행되는 강행군과 촬영장 세팅에 지친 스텝진들에게 단비와 같았다.

아니 간식이나 휴식따윈 차치하고 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보는 것은 누구라도 흥미를 가질만한 일이었으니까.


“야..진짜 고맙다. 안 그래도 피곤하던 참이었는데- 오랜만이네. 못 본지 한 2년 됐나?”

“어...그쯤 됐을 걸요? 왜 몇 달전에 백상에서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감독님 안 나오셨으니까.”


함께 작품을 한 적은 없지만 사석에서 몇 번 인사한 서대수와 배지은은 서로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었다.

연기력은 당연하고, 거기다 대단히 매력적인 마스크를 가진 배지은은 서 감독이 공개석상에서 몇 번 언급했을 정도로 뛰어난 배우였으니까.


“우리 지은이랑 작품하나 해야 하는데-”

“말만 그렇게하지말고 섭외 좀 해주세여! 저 솔직히 이 영화 캐스팅 받았으면 <해 뜨는 밤> 안 했을 거에요.”

“아이고 알겠다, 알겠어. 다음작은 진짜 같이 해볼게.”

“약속 한 거에요. 매니저 오빠, 이거 녹음해요!”


장난스레 대화하던 두 사람.

곧 서대수는 다음 촬영을 위해 자리를 떴고, 그녀는 스텝 몇 명과 인사를 나누더니 곧 로안의 마지막 촬영씬을 구경하러 온 최재성과 마주쳤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한국예대 18학번...”

“아이고 됐다, 됐어. 우리 사이에 뭔 학번까지 말하냐. 안 그래도 일본에서 인기 많다는 소문 들었다. 뭐 그쪽 애들이랑 드라마 한다면서?”


이번엔 같은 배우에, 학과 대선배인 재성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지은과 30살 넘게 차이나는 어린 후배의 인사가 익숙지 않았던 재성이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대했다.


“네에, 안 그래도 조율중이었는데...영화쪽에서 재밌는 대본이 하나 들어와서요.”

“그래? 연출이 누군데?”

“이지훈이라고. 이번에 입봉하는 감독인데 나중에 선배님께도 따로 말씀드릴...아니 근데 대기하는 시간 아니세요? 좀 쉬시지 왜 촬영장까지-”


최재성 수준의 배우라면 연출팀에서 촬영 시간과 일정을 정확하게 배분해서 콜한다. 거기다 고강도 액션신이 많은 재성의 경우 더욱 휴식 시간을 많이 보장해주고.

앞으로 최소 3시간은 쉴 수 있었기에 촬영팀에서는 아예 마사지사까지 불러서 휴식을 권했으나 재성은 피곤함을 무릅쓰고 촬영장에 나왔다.


“이번이 저놈 마지막 촬영이거든.”


재성이 들뜬 목소리로 의자에 앉으면서 지은에게도 의자를 하나 내줬다.


“너 바쁘냐?”

“네? 아.아뇨?”

“그러면 저놈 연기하는거 보고 가. 장난 아니니까.”


지은의 눈에 들어온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잘생긴 청년이 카메라가 돌아가기 직전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감정을 잡고 있었다.


“잘 생겼지?”

“...뭐....”


짓궂은 표정으로 웃어보이는 재성에게 그녀는 별 다른 말 없이 그저 로안을 지켜봤다.

검증된 베테랑만을 추구하는 서대수 감독의 영화에 비중높은 조연으로 출연하는 신인 배우.


“마스크 특이하네요. 서 감독님이 좋아했을 것 같아요,”

“그래 아주 싸고 돈다. 서대수 감독 나보고 왜 저놈처럼 못하냐고, 감정연기할 때 강로안하는거 보고 하라면서 매일같이 잔소리 해대.”


볼멘소리를 하지만 재성의 표정은 분명 즐거워보였다.

마치 오래된 호적수나 제대로 된 동료를 만난 듯 그는 연신 싱글벙글하면서 촬영을 지켜봤다.


“잘 지켜봐둬. 이번에 영화 개봉하면 아마 국내에서 가장 바빠질 테니까.”



***


해솔의 최후는 끔찍했다.

주인공 인환에게 지금까지 벌어왔던 모든 마약과 손녀에 대한 정보를 빼앗기고, 국내에서 잔혹하기로 손꼽혔던 그의 조직은 궤멸직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그는 복수를 위해 몇 안 되는 조직원들을 공사장에 모으고 주인공 인환을 잡기 위한 궐기에 나섰으나-


“강해솔이. 이제 다 끝났다. 그만 포기해.”


이를 알고 있던 경찰은 사방에 진을 치고 건국사상 가장 잔인한 범죄자를 막기 위한 작전에 나섰다.


“이.이씨발놈들...”


30명은 넘는 특수 기동대가 내부로 진입하고, 건물 외부에는 수백명의 경찰과 군부대가 이들 일당을 잡기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


“형님.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

“맞습니다. 정보만 잘 주면 사형은 면할 수...”


남은 부하들이 그에게 자수를 권하나-


“내.내부에 불 다 꺼. 그리고 다.다들 숨..숨어서 저 씨발새끼들 담구자.”


해솔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형님!!”

“입 쳐 닫아!!! 이 개.개새끼야! 포기하자고?!”


총으로 머리를 가격하고, 쓰러진 부하를 무차별하게 짓밟는 해솔.


“배.배배신자 새끼가! 자수? 벼.벼.병신아! 자수가 아니라 자살이겠지!!”


기절할 때까지 부하를 구타한 로안은 이내 부하들을 향해 외쳤다.

여기서 자수한다고 경찰은 절대로 우리를 살려두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쳐야 된다고 설득했다.


“강해솔, 강해솔. 들리나?”


그러나 경찰은 이미 밑에서부터 해솔에게 방송했다.


“이제 다 끝났다. 헛짓거리하지말고 부하들이랑 같이 무기 버리고 나와.”

“이.이 씨발...”

“총 한발만 쏴도 니 놈들 전원 사살이야. 그냥 무기버리고 다들 투항해.”


특공대는 아예 위로 올라와 해솔과 부하들을 위협하고 있었고, 해솔이 여기서 싸우다가 다 죽자고 이들을 독려하고 있을 때,


“미친새꺄, 뒤지려면 혼자뒤져.”


아까 해솔에게 무참히 구타당한 부하가 그의 등에 칼을 꽂았다.

애초 해솔을 제외한 부하들은 이미 경찰측과 거래를 통해 그를 배신할 계획을 세운 것.


“흐...으..읍....”


해솔이 쓰러지자 특수대원들이 들이 닥쳤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에 그가 이를 악물고 일어나 품은 권총으로 경찰 하나를 인질로 삼은 뒤 뒷걸음질 쳤다.


“강해솔이!!! 다 끝났어 이새끼야!!! 당장 쏠 수 있으니까 그만 놔줘!!!”

“이...이이 씨발...”


자신을 겨누고 있는 수 많은 총구와 자신을 배신한 부하들 앞에서 해솔은 문득 예전 생각을 떠올렸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그는 그저 가족이 행복하길 바랐다.

멋진 차에 좋은 집에. 늘 가난하게 살아서 그저 한번 쯤 폼나게 살아보고 싶은 것이 전부였다.

마약을 팔다보니 범죄조직과 엮이게 되었고, 살아남다보니 그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있었다.


“강해솔!!! 총 버려!!!”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의 외침에 그는 뭔가 결심한 듯 인질을 앞으로 뻥 차서 살린 뒤 곧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눴다.


“강해솔!! 임마!!!”

“부하들은 잘못이 없어. 모든 건 내 잘못이다.”


처음으로 마약에 취하지 않은 해솔은 처음으로 말을 더듬지 않았고, 곧 쓴 웃음과 함께 마지막 유언을 뱉었다.



“좆같은 인생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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