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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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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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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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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
글자수 :
472,916

작성
19.05.2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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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2쪽

제8장 - 타노아의 주인 - 1

DUMMY

시녀 제인이 렌의 방문 앞에서 하린을 맞았다.


“저녁 늦게 들어오셔서....”


그녀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지만, 하린은 물러서지 않고 힘주어 말했다.


“들어가 봐야겠어.”


주저하던 제인이 결국, 문을 두드린다. 하린이 깊은 숨을 한 번 내 쉬고서 들어섰다.

화려하게 장식 된 침대 옆에, 작은 간이 탁자 앞에 앉은 금발의 청년이 고개를 숙인 채로 앉아있었다.


“오빠?”


움푹 꺼진 눈에 헝클어진 머리카락, 깎지 않아 듬성듬성 자란 수염까지 자신의 친 오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초취해져 있었다.


“오빠!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요?”


자신이 부르는 데도 렌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탁자 위에 놓인 하얀 봉투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선 하린이 자신도 모르게 봉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탁!


렌이 하린의 손을 거칠게 내려치며 봉투를 집어들었다.


“아야! 오빠?”


그제야 고개를 돌린 렌이 손을 부여잡고서 부릅뜬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동생을 멍한 얼굴로 올려다보다 긴 한숨을 내쉰다.


“아... 하린,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혼자 있고 싶구나. 미안하다.”


눈가를 찌푸린 채로 렌을 바라보던 하린도 긴 한숨과 함께 돌아섰다.


“정말 요즘 너무 혼란스러워요.”


“하린... 만약에 말이다.”


문손잡이를 잡은 채로 하린이 고개를 돌렸다.


“레이진 형님께서 살아 돌아오시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하린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시면 되죠. 당당하게요.”


“당당하게....”


“오빠는 영주가 되실 충분한 자격이 있으세요.”


급히 방문을 닫고 나온 그녀가 문에 몸을 기대고서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가 당당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눈가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 * *


늦은 밤.

처음 칼트를 만났던 식육점의 비밀의 방으로 칼트가 베네크를 다시 안내했다.

여전히 도살장에서 잡혀온 통돼지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고, 그 가운데 작은 책상 앞에 노인이 앉아 들어선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칼트가 먼저 들어섰지만, 노인의 시선은 줄곧 베네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반갑소. 아리오스가의 기사, 베네크경.”


노인이 말을 걸어오는데도 베네크는 아무런 말도 없이 서 있기만 했다.


“난 켈노인이라고 불러주시오. 딱히 내세울 이름 따위는 없으니.”


노인의 눈가에 사람 좋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베네크는 표정을 굳힌 채로 입을 열었다.


“지금 왕국에서 우리가 누구를 신뢰하며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칼트가 그런 베네크를 향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베네크님께서는 혹시 ‘점의 고양이’라는 조직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베네크가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노인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알지. 혹시 우리 구면입니까?”


노인이 껄껄, 하고 과장 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요. 제가 이곳 타노아에서 오십 년을 살았으니. 아리오스가와도 적잖이 많은 이들과 거래를 했고, 그중에 그대도 포함되지 않았겠소?”


“흠....”


베네크가 눈가를 찌푸린다.


‘점의 고양이’

그저 돈을 받고 운세나, 점을 쳐주는 일을 하는 곳으로 알음알음 알려진 곳이었지만, 사실 이 조직은 제법 방대한 범죄조직이었다.

유흥가를 중심으로 뒷골목 상권을 장악하고, 뜻이 맞을 때는, 돈을 받고 청부살인이나, 혹은 암살 등의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중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취합해 그것들을 사고파는 일도 그들의 중요 사업 중 하나였다.

그 조직의 크기도 알려지지 않아, 혹자는 제국에 까지 그 망이 펼쳐진 거대조직이라는 말까지 떠돌았지만, 확인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십여 년 전, 아리오스가문을 나서고 그는 대장장이 일로 직업을 바꿨다. 그리고 그 일련에 일들은 시작하는데 이 ‘점의 고양이’의 도움을 꽤 많이 받았었다.


베네크가 노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베네크를 향해 다시 한 번, 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인 노인이 두 개의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봉투를 내려다보는 베네크를 향해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대의 주군이 원하는 정보들이요.”


베네크가 노인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기사님도 아시겠지만, 볼튼은 아리오스가의 제 1단장을 맡고 있었지요.”


아리오스가는 기사단장을 주축으로 그의 밑에 3개의 단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1단의 단장이 볼튼.

그에게는 나름, 아리오스가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볼튼의 밑에 있던 기사들이 모두 그날, 푸에린에 있었던 것은 아니요. 볼튼은 그를 따르는 일곱 명의 기사만을 데려갔고, 그 외의 기사들은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자들이 없소. 더러 목숨을 잃은 자도 있지.”


노인이 왼쪽의 봉투를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그 일곱 기사의 명단이요. 아... 그리고 우리를 신뢰하고 말고는 역시 그대와 그대의 주군의 선택이니 그건 그대의 주군과 이야기 하시오. 그리고...”


그가 또 다른 봉투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이거요.”


역시 베네크는 차분히 앉아 노인이 말을 이을 때까지 기다렸다.


“볼튼을 도와 일을 도모한, 주범들, 그날 푸에린에 잠입해 아리오스가에 남아있던 기사들과 가솔들의 목숨을 취하고 종내에는 성에 불을 질러 흔적마저 지워버린 자들, 그날에 대한 정보요. 사실 볼튼은 그날 아밀리아 공주를 데리고 일곱 기사와 함께 바로 지금의 수도 라이프스로 돌아왔소.”


“이걸 왜 내게 전해주는 것이오?”


“레이진 소영주를 만나고 싶소.”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베네크 혼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노인은 그것조차 예상을 했던 것인지 차분한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다 정작 베네크 자신도 지금 자신의 주군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노인이 말을 이었다.


“당신과 당신 주군의 이번 타노아행은 실패하게 될 거요.”


눈가를 찌푸리는 베네크를 향해 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곧, 볼튼의 기사들이 이곳으로 올 거요. 혹시 당신 주군이 이곳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당신과 당신 주군은 그와 맞서 싸우거나 도망을 쳐야 할 거요. 시간은....”


잠시 뜸을 들이던 노인이 입가에 미소를 거두고 말했다.


“내일 하루, 그 시간을 놓치면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못하오.”



* * *


“브링, 알아봤어?”


렌과 비슷한 또래의 기사가 고개를 젓는다.


“그분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브링은 렌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기사로 렌보다 두 살이 많았지만, 거의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어쩌면 영주성에서 그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소영주님.”


브링이 홀로 생각에 빠져있는 렌을 향해 말했다.


“뜬소문에 너무 예민해지신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은 그냥 한 번 웃어넘기시고 잊어버리는 게 좋습니다.”


“브링도 뜬소문이라고 생각해?”


그가 막 대답을 하려는데, 어두운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렌!”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렌이 브링을 향해 돌아보며 인상을 구긴다.


“브링!”


“죄송합니다. 소영주님.”


“그를 탓할 것 없다.”


목소리에 노기를 담아 볼튼이 말했다.


“브링, 자네는 연무장으로 돌아가 대기하도록.”


소영주에게 고개를 숙여보이고서 브링이 떠나갔다.


“아버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이냐?”


렌이 고개를 떨궜다.


“렌...”


볼튼이 노기를 누르고서 말을 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나, 잊어라. 모두 헛소문이고 거짓이야.”


“제가 알아봤습니다. 언제까지 덮어두려고만 하십니까? 사실을 말씀해 주세요.”


눈가를 찌푸린 채로 볼튼이 그를 내려다본다.


“그래서. 사실이라면 넌 어찌할 생각이더냐?”


렌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사실이라면 아비에게 칼이라도 겨눌 작정이냐?”


“아버지...”


“전대 가주는 무능하여 영지까지 빼앗기고 쫓겨나듯 대륙 끝으로 떠밀려 날아갔다. 만약 그대로 그가 가주로 남아있었다면 어찌 되었겠느냐? 지금쯤 모든 힘을 잃고 우리 모두 공왕에게 숙청당해 있을 게다.”


그가 타이르듯 말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서 어쩔 수없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적어도 이 아비는 공왕과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타노아가 강해지면 다시 일어나 제국과 맞설 것이야. 그리고 그때는 네가 영주가 되어 있겠지.”


그가 돌아선다. 등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에게 그가 덧붙여 말했다.


“로에나반군이 푸론마을에 숨어 있다. 그들을 치러 갈 테니 준비해라.”


멀어져가는 볼튼을 바라보다 렌이 그의 뒤를 따랐다.


* * *


대 회의실.

가문의 주요 수뇌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부속 영지 중 하나인 프론 마을을 관리하는 로체남작은, 타노아의 토박이이며 옛 아리오스공작 밑에서 일을 했지만, 푸에린에는 함께 가지 못하고 이곳에 남아있었다.

훗날, 볼튼에 의해 다시 아리오스가로 초빙되어 온, 온건왕당파의 인물이었다.

로체가 대전에 모인 열 명의 가신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왕세자께서 바이로를 쳤다고 합니다. 다들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배가 불뚝 나온 노인이 손을 들어 올리고서 일어선다.


“로체경 그대가 흥분하는 것도 이해가 가오. 하지만 아직 제대로 확인도 되지 않은 일이오. 우선은 사실인지부터 정학하게 알아야지.”


“영지내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왕을 견제해온 우리가 그들과 합류함이 옮은 일 아니오?”


“영주께서 아직 이렇다 할 말씀이 없으셨소.”


“가만히 있지말고 건의라도 드려야지....”


중년의 사내가 손을 들고 일어선다. 아리오스가의 재무부를 담당하고 있는 리드준남작 이었다.


“전쟁에 끼어들기에는 지금 영지 내 재정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재정이야 지금 공왕이 제국전쟁에 물자를 빨아대니.... 어느 영지가 좋습니까?”


로체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 동안은 공왕과 적당한 선에서 교류를 했을 뿐. 그러나 왕국군이 결성됐다면 응당 공왕과의 관계를 끊고 로에나왕국군과 협력해야함이 맞지 않은가말입니다.”


그때 대전으로 볼튼이 들어섰다. 기사단장 아르피스가 뒤를 따랐다.


“영주님!”


볼튼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로체가 앞으로 나섰다.


“영주님! 드디어 때가 된 듯 합니다.”


볼튼은 팔짱을 낀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로에나왕국군의 소식은....”


“로체남작...”


볼튼의 나른한 음성이 그의 말을 끊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혼자 말을 이어가던 로체가 고개를 든다.


“그대가 타노아의 영주인가?”


“예?”


로체가 놀란 눈으로 볼튼을 올려다본다.


“아르피스!”


“예!”


볼튼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아르피스가 로체를 향해 다가간다.

정적이 흐르고 모두의 시선이 아르피스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한다.

로체의 앞에서 선 아르피스가 자신의 검을 빼들어 순식간에 내리 그었다.


턱!


로체의 머리가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헙!”


놀란 눈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대신들을 볼튼이 나른한 표정으로 둘러본다. 대신들 모두 할 말을 잃고 얼어붙어 있었다. 볼튼이 그런 가신들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


“이제 회의를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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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7장 - 타노아로 가는 길 - 3 +1 19.05.24 1,120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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