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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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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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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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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
글자수 :
472,916

작성
19.05.2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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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7장 - 타노아로 가는 길 - 3

DUMMY

목책 위에서 수십 명의 마을 주민들과 오크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붉은 머리의 여인이 목책을 넘어 고개를 내미는 오크들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검을 내리 찍었다. 터져나간 머리에서 녹색의 뇌수를 쏟아내며 오크들의 신형이 아래로 떨어진다.


“대단하군.”


지금은 거의 부서질 듯, 위태롭게 서있는 영주성의 석탑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는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

그 주위로 아홉 명의 같은 복장의 인영들이 사내와 다를 바 없이 붉은머리 여인의 무위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터트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라고 해야 할까?”


분명, 저 정도의 무위는 오러기사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렇다고 마스터라고 할 수 있을까?

거기다 여성.

가늠이 잘 가지 않았다.


“어찌 생각되십니까?”


“글쎄....”


옆에선 복면인의 물음에 우두머리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 실력의 여성이 누가 있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부하의 대답이 마땅치 않았으나,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이 떠올려 봐도 저런 수준의 검술을 구사하는 여성에 대해 정보는 알려진 것이 없다.


“어째, 믿는 구석이 있었군.”


어쨌든 보고는 해야 할 상황.

순간 호승심이 일며, 모헙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부하들을 둘러본다.

지금 인원을 모두 동원해 붙어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도 같았다. 다만, 예상 이상의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자신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다른 세력들은?”


“전혀 감지되지 않습니다.”


갈로론에 도착한 것이 이틀 전, 저녁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붉은 머리의 여인,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 했다.


“여인도, 목표도 마을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너무 제한적이다. 이 상태로 상부에 올려도 되는 걸까?


“여인을 어찌 따돌려야할까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우두머리가 옆에선 사내에게 고개를 돌린다.


“엘, 지금 목표는 어디에 있지?”


“촌장의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우두머리 사내가 다시 멀리 목책 위 전장의 광경을 바라본다.


“어쩌면 오크들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복면 안에 감춰진 남성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케이와 아이는 지금 성으로 출발해, 붉은여인의 신상을 세르니아님께 보고 한다. 그리고...”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우리는 지금 목표를 친다.”


붉은 머리의 여인이 오크들과 싸우고 있는 지금 이 때야말로 더없이 좋은 기회의 순간. 여인에 대한 처리는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십분 안에 목표를 제거한 후 이곳에 집결한다. 실시.”


검은 복면의 인영들이 소리 없이 고개를 숙이고, 두 명의 인영이 지면을 박차고 날아간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흘끔 곁눈으로 훑어 본 우두머리 사내가 지면을 박차려 힘을 주는 순간.


퍽!


작은 타격음과 함께 조금 전, 반대반향으로 길을 잡고 뛰어가던 두 명의 인영이 허리를 뒤로 꺾은 채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영주성 아래, 마당에 처박힌 두 사람은 절명한 한 듯, 움직임이 없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두 사람의 뒷목에는 검은색 단도가 깊숙하게 박혀있었다.


“저건...?”


단도는 그들, 조직의 물건.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우두머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발소리가 들려온다.


두 팔을 휘적휘적 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영주성의 지붕 위를 걸어오는 인영.

그리 크지 않은 몸인데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재밌는 놈들이네.”


그늘에 가려졌던 인영이 달빛에 모습을 드러낸다.


“넌...”


우두머리가 눈을 부릅떴다.


목표가 왜?

다가온 붉은 머리의 청년, 레이진이 멀리 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바라본다.


“설마....”


믿어지지 않는다. 저 두 사람의 실력이 조직 내 부하들 주에서 하위라고는 해도 이런 야밤에는 일반적인 기사들은 그들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다. 하물며 목표는 내단을 지니지 않은 어린 청년일 터.


“어떻게 한 거지?”


우두머리의 물음에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친 레이진이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띠운다. 그리고는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게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턱!

순간, 어디서 나타난 건지 한 자루의 단검이 그의 손바닥 위에 생겨났다.


“어?”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석탑 위에 서 있던 복면인 하나가 황망함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허리춤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부하.

우두머리가 눈가를 찌푸린다. 그때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그가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부하가 짧은 신음을 흘리며 쓰러진다. 그의 신형이 석탑을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추락한다.


우두머리 복면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레이진은 여전히 두 손을 내린 채로 지붕 위에서 서있었다.


그렇군.

저 여유로운 모습.

절대 검을 놓은 자의 모습이 아니다.


“우릴 속이고 있었던가?”


복면인의 물음에 레이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난 누구도 속인 적 없는데?”


복면인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침착해진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흩어져!”


그 순간 레이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복면인들도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제일 먼 뛰어오른 우두머리의 뒤에서 무수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정확하게 네 번.


단 번에 두 개의 석탑을 뛰어 넘은 그가 그제야 고개를 돌린다.

자신이 두 개의 석탑을 뛰어 넘어온 짧은 순간, 눈앞에는 실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생경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이게....?”


목이 사라진 네 명의 부하의 몸이 바닥 아래, 마치 누군가가 포개어 쌓아 놓은 것처럼 차곡차곡 겹쳐있고, 두 명의 부하는 그가 떠나왔던 석탑,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서 앉아있었다.


그 옆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레이진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볼튼이 이제 제대로 시작을 한 건가?”


“놈...”


우두머리가 이를 갈지만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저히 그의 실력이 가늠이 가지 않았다.

완전한 패착.

한 명의 조력자만을 데리고 타노아에 올 수 있었던 목표의 자신감은 붉은 머리 여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목표 자신. 스스로의 무위에서 오는 자신감이었다.


이 사실을 세르니아님게 알려야 한다.

우두머리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몸은 얼어붙은 듯, 무엇도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너무 우습게 보였나 봐?”


다시 레이진이 웃는다.

우두머리가 레이진을 향해 단검 두 개를 빼내 재빠르게 내던지고서 반대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퍽!”


돌아서는 순간, 묵직한 무언가가 안면을 강타했다.


“끄아...”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이 터져 나오며 자신의 몸이 그대로 수미터쯤 뒤로 날아갔다.

붉은 핏물로 흐려진 시야로 전점 작아지는 레이진의 모습이 보였다.

곧, 등이 어딘가에 부딪치며 어딘가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속에서부터 울컥하고 넘어와 쏟아진다. 멈춰지지 않는 피를 연신 토하며 바닥에 내동챙이처진 몸을 겨우 일으켰다.

흐려진 시야 사이로 검은 물체가 보인다.

두 명의 부하가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로 엎드려 있다.

그제야 주위의 모습이 들어온다. 처음 그가 있었던 석탑. 멀리 싸움이 끝이 난 붉은머리 여인의 모습도 그대로 보였다.


다시... 제자리 인건가?


순간, 눈앞에 붉은 머리의 청년이 튀어 나왔다.


“으악!”


그가 뒤로 나자빠졌다.


“너무 한 거 아니야? 이런 조무래기들을 보내다니...”


눈가를 찌푸리며, 레이진의 발이 우두머리의 목을 지그시 밟았다.



* * *


오크의 머리를 모두 날리고서 주위를 살펴보니 멀리 반쯤 무너진 영주성의 석탑 위에서 작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얘넨 뭐야?”


헤이라가 영주성 아래, 켜켜이 쌓여있는 시체들과 석탑 안에 반쯤 기절해 있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내들은 양손을 뒤로 묶인 채로 망신창이가 된 채 몸부림을 치며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볼튼이 시작을 한 것 같네.”


“공작, 은근히 잔인한 성격이 있었네?”


“뭐 나를 죽이겠다고 덤비던 자들이니까.”


“알아 낸 건 있어?”


“볼튼의 조력자. 이름이 세르니아라는 이름의 여인. 혹시 알아?”



* * *


아리오스가의 영애, 하린이 얼굴을 구긴 채 식당의 문을 세차게 밀치고 들어왔다. 마침 식당을 나서려던 그의 오빠 렌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세우지 못했다면 식당 입구에서 낭패를 당할뻔 했다.


“무슨 일이야 하린?”


부딪친 건 아니지만, 오빠의 손아귀 힘에 어깨를 잡힌 그녀가 작은 신음을 토했다.

렌이 급히 동생의 어깨를 놓았다.


“아, 미안 하린 많이 아팠니?”


오빠를 만나 조금 인상을 펴진 하린이 거칠게 장갑을 벗어 탁자 위로 던진다.

말괄량이 기질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후작가의 영애로써 지켜야 할 선을 무시한 적은 별로 없는 아이였다.

렌이 다가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왜 그러니? 하린?”


“아니예요.”


“아닌 게 아닌데?”


그녀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영지 내에 계속 이상한 소문이 돌아요.”


“소문...?”


되묻던 그의 표정도 갑작스럽게 굳었다. 이미 그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 볼튼이 형인 아리오스 공작과 그의 가족들을 살해하고 지금의 권력을 얻었다는 소문.


“하나하나,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쓰지마라. 공왕의 시대에 서로들 신경이 곤두서 있어 그럴테니.”


“레이진 오빠의 일부터 요즘 계속 이런 소문들이 무성해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들은 누굴까요?”


렌은 그녀처럼 쉽게 단정 지을 수가 없었다. 정작 그의 마음 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꿈틀거렸다.



* * *


“그들은?”


볼튼이 눈가를 찌푸린다. 3일 전, 타노아의 바이델른 지점이 모습을 감췄다.


“찾지 못했습니다.”


가슴에 아리오스가문의 상징인 붉은 드래곤의 문양이 새겨진 플레이트메일을 입은 사내가 대답했다. 볼튼의 미간에 더욱 깊은 주름이 생겼다.


“칼트는?”


“함께 사라졌습니다.”


“약아빠진 놈들...”


칼트는 자신과 연락을 주고받는 중에도 줄곧 자신을 경계했다.

로에나 왕국의 왕세자가 살아있다는 것도 알았고, 바이델른이 반군과 연결된 상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정작 그들의 은신처에 대한 단서는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언제고 제대로 소탕해 버리고자 마음먹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레이진의 등장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동부 바이로가 반군에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볼튼에게 사내가 말했다.


“바이로...?”


그동안은 상단이나 습격해 좀도둑질이나 일삼더니 제대로 싸움을 시작해 볼 생각인 듯했다.


“공왕은?”


“갑작스러운 일이라 미처 대처를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 * *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기사가 물러나고 나타난 여인이 볼튼에게 예의 그 붉은 와인이 담긴 잔을 건네며 말했다.


“어쩌면 금덩이가 발아래 저절로 굴러들어올지 몰라요”


세르니아의 말에 볼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군이 조금만 힘을 내 준다면, 어쩌면 공왕 스스로 무너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아요. 단단히 준비해야해요.”


볼튼이 여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여인이 고혹적인 눈웃음을 흘린다. 여인의 화장이 오늘따라 더욱 짙어보였다.


“그는 처리 했소?”


그가 급히 상념을 지우며 물었다. 세르니아의 권태로운 눈매에 잠깐, 날카로운 기운이 스몄다가 사라졌다.

연락이 올 시간이 한참 지난 탓이었다.


내 통제도 따르질 않으니.

그녀가 속으로 분을 삭이며 대답했다.


“어린아이 하나 취하는데 뭐 서둘게 있나요? 곧 연락이 올 거예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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