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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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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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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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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
글자수 :
472,916

작성
19.05.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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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6장 - 루벤의 어린영주 - 5

DUMMY

루마로의 검은 그에게 닿을 수 없었다.

빠르게 다가 온 바울트의 기사들이 벽을 세워 그의 앞을 막았다.

휘르잔가의 기사 하나가 루마로의 검을 쳐내고는 그의 목을 향해 검을 뻗었다. 루마로가 뒤로 물러서며 그의 검을 쳐냈다. 그 힘에 밀려 그가 쓰러질 듯,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다시 또 한 명의 휘르잔의 기사가 달려 나와 루마로의 허리를 베어왔다.


“무슨 짓이오!”


급히 다가 선 체텐이 그의 검을 쳐내 막아내고서 루마로의 앞을 막았다. 루마로를 벽을 향해 물리며 체텐이 바울트를 향해 소리쳤다.


“바울트 소영주!”


바울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코웃음을 쳤다.


“이럴 줄 알았지. 천한 것들은...”


“절대 아니요. 지금 충격을 받아....”


“체텐경...”


소리치며 루마로를 변호하는 체텐의 귀에 낮지만, 또렷한 루마로의 음성이 들려왔다. 말을 끊고서 체텐이 고개를 돌렸다. 루마로의 일그러진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체텐경, 저는 정말 좋은 영주가 되고 싶었소. 아버님의 친아들이 아니어도, 머리가 붉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소. 그런데 이게 뭡니까?”


“루마로....”


체텐의 손이 스르륵 떨어졌다. 검을 늘어뜨리고서 그가 한숨을 쏟았다.


“나도 이리 될 줄은 몰랐어.”


휘르잔가의 소영주가 찾아왔다.

새로운 영주에 대한 승인은 왕의 권한. 하지만 아슬린백작은 공왕의 승인 따위는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중도를 표방하면서도 그는 공왕과 교류를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어차피 아슬린가는 중립을 표방한 가문.

새로 영주가 된 루마로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면 될 일.

이제 공왕을 받아들이고 그를 왕으로 섬기면 된다. 그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루마로가 아슬린가의 영주가 된다면 다시 평온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체덴과 루마로를 바라보던 바울트가 혀를 차며 앞으로 나섰다.


“자, 이제 정리를 끝내지.”


바울트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슬린가는 이로써 공왕의 승인을 거절했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루마로와 체텐이 의아한 얼굴로 루마로를 바라본다.

그때 문을 열리고, 집무실 안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섰다.

금발의 중년인이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다 바울트에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든 사내가 루마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 어수선한 루벤을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아직도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루마로가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 걸렸다.


“당신은 제른...”


“제른자작가의 가주가 왜?”


역시 금방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체텐도 바울트와 제른자작을 번갈아 바라본다.

제른 자작가는 루벤의 이웃영지.

그곳의 가주가 나타났다. 아무런 통보도 없이.

경악에 차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들을 두고 제른자작이 둘둘 말린 종이 한 장을 펴서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루마로 소영주, 우리 제른 자작가는 아슬린가에게 영지전을 선포하오, 공왕께서도 이미 허락하신 바. 지금부터 그를 행하겠소.”


눈가에 핏대를 세우며 체텐에 검을 들어올렸다.


“이 놈들! 말도 안 된다. 이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이야!”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내지른 체텐이 검에 오러를 담았다. 그를 보며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인 제른자작이 다시 소리쳤다.


“받아 들인 것으로 알겠소. 르브넨단장! 들어와 이자들을 정리하게.”


끼이익.

듣기 싫은 마찰음을 쏟아내며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 휙, 하고 창문을 통해 커다란 물체 하나가 날아 들어와 바닥을 뒹군다.

급박한 상황을 뒤로하고 얼이 빠진 모두의 시선이 날아 든 물체로 향했다.

시뻘건 핏물을 뒤집어 쓴 채로 바닥을 뒹군 검은 물체, 아니 검은색 야행복을 입은 사내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피에 젖은 바닥을 허우적거린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곧 제른 자작의 중얼거림이 침묵을 깨우며 공간을 채웠다.


“브르넨... 단장...?”


제른 자작가의 기사단장이었다.

창문이 다시 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리고 그 문을 통해 누군가가 날아들어 왔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들어선 큰 키의 여인이 주위를 둘러보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누군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밖은 다 정리가 됐어.”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 쓰러져있던 붉은 머리의 청년이 툭툭, 천천히 옷을 털며 일어섰다.


“이리 된 거네요.”


방금까지 쓰러져 있던 시체가 일어나 알 수 없는 말을 뱉었다.


흠...


다시 반대편에 바닥을 짚고서 쓰러져 있던 아슬린 백작도 작은 침음성을 토해내며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뭐, 뭐냐?”


놀라 소리치는 바울트를 잠시 바라보던 아슬린 백작이 루마로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덜덜 몸을 떨며 루마로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아버님...”


루마로를 향한 아슬란백작의 눈이 아무런 감정 없이 착, 가라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루마로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된 거야!”


바울트가 제른자작을 향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이게...”


여유를 부리던 모습은 어디가고 이번에는 제른자작이 얼이 빠져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 쯤 아슬린 백작의 성 주변을 정리하고 돌아왔어야 할 기사단장이 왜 저 모양이 된 것이며, 저 여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할아버지!”


레이진이 아슬린백작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여기서 저자들을 죽이면 결국 공왕과 척을 지게 될 겁니다.”


아슬린백작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일 없다.”


레이진이 방긋 미소를 지으며 앞에 선 적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적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바울트가 뒤에선 자신의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미친놈들, 죄다 죽여!”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휘르잔가의 기사들을 바라보며 레이진이 붉게 물든 검을 들어올렸다.

바닥에서 몸부림을 치며 제른가의 기사대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소...소드...마스터....”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툭, 하고 떨어진 무언가가 그의 눈앞으로 데굴데굴 굴러 와 섰다. 몸통 없는 제른자작의 얼굴이 자신이 바라보고 있었다.

헛웃음을 지으며 그의 정신도 가물가물 어둠 속으로 잠겼다.



* * *


수십 구의 시체가 집무실 바닥에 널려졌다. 뒤늦게 달려온 아슬란가의 병사들이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피다 시체들을 치우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멍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있는 루마로에게로 아슬린백작이 다가갔다.


“아..아버님...”


루마로가 벌떡 일어나 눈물을 쏟아낸다.


“아버님, 저는....”


짝!


아슬린백작의 손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어리석은 놈.”


루마로가 고개를 떨군다.


“죄송합니다.”


다시 손을 들어 올리던 아슬린백작이 긴 한숨과 함께 손을 내리고 돌아선다.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쓰러진 그를 병사들이 달려들어 밧줄로 묶었다.



* * *



“몸조심하세요.”


레이진이 아슬린 백작의 손을 잡았다. 아슬린백작이 고개를 끄덕인다.


“휘르잔 백작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건 걱정 말거라. 스스로 가져온 문서도 있고, 명분이 있는 싸움에서는 지지 않는다. 그게 수성이라면 더 걱정 없고.”


아슬란의 얼굴을 바라보며 레이진이 다시 말했다.


“새장가 가세요.”


“뭐?”


눈가를 찌푸리며 아슬린 백작이 레이진을 흘겨본다.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아직 젊으세요. 전 절대로 루벤영주 안합니다.”


아슬린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조금 더 해보마.”


“네. 그건 물론이고요.”


레이진이 언덕 위, 아슬린가의 무덤가를 슬쩍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아슬린 백작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음에는 편한 마음으로 놀러 올게요.”


말을 마친 그가 말에 올랐다.

헤이라도 아슬린 백작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서 말에 올랐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외손자를 바라보며 아슬린백작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문을 나서며 헤이라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공작. 그댄 어떻게 안 거냐?”


레이진이 의문에 싸여 고개를 갸웃거리는 헤이라를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아! 어제 우연히 휘르잔 자작가의 마차가 들어서는 걸 봤습니다.”


“아, 그때... 근데?”


“함께 들어선 기사들은 여섯 명 남짓이었는데 그 뒤에 따르던 상단의 인원 중에 내단을 지닌 자들이 이십 명도 넘게 끼어 있더라구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근데 공작은 어떻게 내단이 있는 자들을 알아보지?”


“기운을 읽는 거라서요”


역시 무덤덤하게 그가 말했다. 헤이라의 눈가가 저절로 찌푸려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헤이라님도 곧 가능하게 되실 거예요.”


“역시 공작이 나보다 강한거지?”


“무섭게 왜 그러세요?”


레이진의 엄살에 헤이라가 흥, 하고 콧방귀를 뀐다.


“자! 타노아로 가죠.”


두 사람을 태운 말이 힘차게 달려 나갔다.


작가의말

쓰고나서 보니 레이진의 함정수사가 되어버렸네요.

루마로를 개그캐릭터비슷하게 가볍게 쓴다고 시작한건데 쓰다보니 잘 안됐어요.


내일은 하루 쉬겠습니다.

그동안 오타도 수정좀 하고 내용이 오류난 부분이 몇개 있어서 수정을 해야할 것같습니다.

월요일날 연재시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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