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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라떼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모험가는 뒷바라지로 바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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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라떼
작품등록일 :
2023.05.11 22:35
최근연재일 :
2023.05.16 23:4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08
추천수 :
4
글자수 :
25,555

작성
23.05.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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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지명 의뢰 (2)

DUMMY

#


‘···참 멀리도 오네.’


모험가 길드 밖으로 나온 벨리사 아가씨는, 히베리아 구석에 있는 선술집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의뢰인이 지정한 장소인 듯 싶었다.


‘그냥 길드 사무실에서 보면 될 텐데, 왜 여기까지 부른 거지?’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적당히 시끌벅적하고, 적당히 식사도 가능하고, 적당히 술도 마실 수 있으니 뭔가 이야기를 하기에는 딱 좋은 장소다.


반대로 말하면, 무언가 남들이 듣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를 나눌 거라는 것.


‘들어도 괜찮겠지?’


뭐,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니까. 스스로를 납득시키니까 조금 듣기 편해질 것 같았다.


먼저 들어간 아가씨를 뒤따라 가게로 들어갔다. 역시나, 선술집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가씨께선 마치 지정된 자리가 있기라도 한 듯, 선술집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 자리를 잡았다.


혹시나 싶어 나 또한 멀지 않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아가씨의 테이블을 눈여겨봤다.


‘아가씨···.’


보기 드물게, 아가씨는 긴장 중이었다. 아무것도 안 시키고 그냥 테이블에만 앉아있다니.


이런 류의 의뢰는 처음이라 그럴 지도.


그리고 의뢰자가 나타난 건, 약 30분 쯤 지나서였다.


“저기··· 혹시, 벨리사 님···?”


“아, 네, 네!”


벌떡, 또 보기 드물게, 긴장한 아가씨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오, 이건 그림으로라도 좀 남겨두고 싶은데?


“죄···죄송하지만 조용히···!”


아가씨 앞에 선 사람은, 로브를 입은 채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얼마나 큰 로브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았다.


목소리 또한 미성이라 여성으로 착각할 법 하지만, 가느다란 목소리를 가진 남자도 없는 건 아니다.


왜 이걸 알고 있냐면,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잠깐의 인사를 나누고 로브를 입은 사람은, 조용히 아가씨의 맞은 편에 앉았다.


“머···먼저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꾸벅, 로브를 입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자, 아가씨는 어쩔 줄 모르고 손을 내저었다.


“아···아녜요! 모험가한텐 당연한 거죠!”


‘···아가씨 모험가 되신 지 얼마나 되셨다고···.’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대견하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그··· 도···도망가시는 건 아니죠?”


“네?”


이게 뭔 뚱딴지 같은 소리지?


“그··· 제가 로브를 벗을 건데··· 꼭 도망가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아···네, 근데 왜···?”


“그게···.”


훌렁, 로브를 뒤로 넘기자, 그 안의 주인이 나타났다.


짐승의 귀에 앳된 얼굴, 그리고 짐승의 털이 떠오르는 구불거리는 긴 머리카락까지.


“저는··· 수인족이거든요···.”


나와 아가씨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볼 뻔했다.


#


수인족.


짐승의 귀와 꼬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모순적인 종족.


보기에는 사람이지만, 짐승의 본능과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보다 강한 사람이 많다.


그 수가 적진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다.


내가 모험가 일을 했을 때도 많이 보지 못한 게 수인족이다.


난 그제야 선술집을 둘러봤다. 비로소 아가씨와 함께 있는 수인족이 로브로 자신을 꽁꽁 동여맨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도시에선 수인족이 흔하지 않구나.’


도시를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인족을 본 적이 없었다.


수인족은 소수종족 중에서도 극과 극을 달리는 종족이기에, 지역에 따른 편중을 보이곤 한다.


즉, 수인족이 많은 지역이 있는 반면 수인족이 없는 지역도 있다는 것.


아무래도 히베리아는 수인족이 없는 도시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이유는, 수인족의 이미지다.


과거에는 마왕을 돕는 일을 했다곤 한다. 항간의 소문에 불과하지만, 그 소문은 사람들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100년도 전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특유의 신체 능력을 이용하여 소매치기나 절도 등의 크고 작은 범죄를 일으킨다. 모든 수인이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 대다수는 수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인족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오죽하면 수인 혐오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


그렇기에 도시로 들어온, 아가씨의 앞에 있는 수인도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로브를 쓴 것 같았다.


‘이해는 한다만 굳이?’


앞서 말 했 듯, 모든 수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일의 경우에는 직접 의뢰를 하러 온 것이기에 걸리는 게 없을 거다.


그냥 소란스러워지는 걸 싫어하는 건가.


“잠깐만요···!”


아가씨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아가씨는 수인 혐오자인 건가?


“이거 진짜 귄가요?”


“마···만지시면 안 돼요···!”


“···.”


‘아가씨···.’


비장하게 수인을 향해 걸어가던 아가씨는 그대로 귀를 만졌다. 수인이 한도 이상으로 부끄러워하자, 아가씨는 아쉬운 티를 내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일단, 저는 라미나라고 해요. 개 수인이고요.”


한껏 부끄러워하는 목소리. 목소리와 얼굴을 매칭해보니, 여성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 네. 그래서 의뢰 내용은 어떤 걸까요?”


“그게···.”


우물쭈물하는 라미나와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가씨.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라미나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절··· 지켜주세요!”


“네?”


하마터면 나도 같이 반응할 뻔했다. 지켜달라니?


“아···음··· 호위 일일까요?”


“네, 네. 맞아요!”


“무엇으로부터 지켜달라는 건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그···.”


한참을 망설이던 라미나는 조심히 다짐을 받아냈다.


“···어디에도 말씀하시면 안 돼요···?”


“네? 아, 물론이예요.”


모험가의 기본 원칙 중 하나, 의뢰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발설하지 않는다.


아가씨, 정말 모험가에 진심이시군.


꿀꺽, 침을 삼킨 라미나는 그제야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 제가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어요.”


“목숨의 위협이요?”


팔락, 라미나는 테이블 위로 종이 하나를 올려놨다. 언뜻 봤을 때에는 크고 작은 글자들이 붙어있었다.


“이건···.”


“네··· 저보고 얼른 이 도시를 떠나라는 내용으로 왔어요.”


“그런··· 누가 이런 짓을?”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도 왔어서 경비대에 신고를 했었거든요···.”


우물쭈물 하는 그녀의 태도로 알 수 있었다. 범인을 잡지 못 한 것이다.


“그럼 제가 이 사람을 찾아내면 될까요?”


“아녜요···! 아마 못 잡으실 거예요··· 경비대도 못 잡았거든요···.”


“어··· 그럼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저를··· 지켜주세요!”


#


‘으음··· 이걸 어쩌지?’


벨리사는 상당히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의뢰 때문에 선술집에 왔더니, 그곳에서 수인족을 만났다.


수인족을 만나는 건 상관 없다. 애초에 아인족을 차별하는 건 미개한 짓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의뢰 내용을 들어보니, 의뢰서에 적혀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듣게 됐다.


“그럼 이 의뢰서는 뭐예요?”


“아, 그게··· 사실 제가··· 없어서요···.”


“네?”


바닥을 뚫을 듯한 목소리. 라미나는 그제야 사정을 이야기했다.


“제가 돈이 없어서요···.”


“네?”


그제야 벨리사는 라미나가 가진 대강의 사정을 알게 됐다.


시골에서 살다 히베리아에 상경한 그녀는, 본가에 돈을 보내기 위해 잡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종종 음식점이나 술집의 종업원 일을 하기도 했는데, 거기서 이상한 사람들과 꼬였었고, 그러던 와중에 이런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래서 경비대에 신고를 했지만, 범인은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공포를 느낀 그녀는 일주일 후 본가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이를 알아챈 범인이 하루에도 두, 세 번씩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주일, 그녀는 어떻게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모험가 길드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적은 돈으로 의뢰할 수 있는 사람, 여성, 실력자. 그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게 막 모험가가 된 벨리사였던 것이다.


그녀는 곧장 벨리사를 지명한 것이다.


즉, 일주일 동안 그녀를 따라다니며 호위 내지는 경호 일을 해야 한다는 것.


“24시간 내내 같이 다녀주실 필요는 없어요! 가게 일을 하는 동안은 괜찮으니까, 그 외의 시간만···.”


벨리사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절박했다.


“도···돈이 부족해서 그러세요?”


“네? 그런 건 아닌···.”


“돈이라면 더 드릴게요···!”


딸랑, 딸랑. 테이블 위로 동전이 떨어졌다. 동화와 은화가 난무했지만, 의뢰서에 적힌 돈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제발··· 부탁드려요···.”


울먹이는 라미나에, 벨리사는 결국 결정을 내렸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라미나의 손 위로, 벨리사의 손이 올라갔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저···정말요?”


“네, 저만 믿으세요!”


벨리사는 다짐했다. 어떻게든 이 소녀를 지키겠다고.


#


‘아이고, 아가씨···.’


지끈거리는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러나 아무리 눌러도, 두통은 도통 멈출 생각이 없었다.


지금 내 두통을 심화시키는 건, 시야 끝에 위치한, 아가씨와 라미나라는 수인이 있는 테이블이다.


라미나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가슴 한 켠이 시려오는데, 마음씨 착하고 상냥한 아가씨께는 얼마나 슬픈 이야기였을까.


그러나 하나 걸리는 건, 동정심을 유발하는 사연으로 덕지덕지 하다는 것.


저런 사연을 들려준다면, 아가씨는 분명 의뢰를 받아들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승낙하는 분위기고.


‘근데 왜 굳이 편지를?’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를 협박하는 편지가 종종 온다고 한다. 그런데, 왜 굳이 편지를 보내는 거지?


자기 손으로 그녀를 치우는 건 못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수인 혐오자라 심통 부리는 건가?


‘게다가, 이런 건 경비대에 부탁을 해야할 텐데···.’


일주일 정도라면 경비대에서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순찰하는 인원도 있는 데다가 순찰을 조금만 더 강화하면 범인이 누굴지 몰라도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했단 말인가.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고 있나?”


눈 앞의 두 여성은 매우 아름다운 장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의심을 품는 내가 이상한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냉철함이 날 먹여 살린 거겠지, 라고 스스로를 위안해봤다.


‘이야기대로라면 일주일인가?’


일주일. 앞으로 일주일 동안 라미나를 지켜야 한다.


그 안에 범인을 찾으면 더 금상첨화고.


“저 수인, 운 하나는 좋네.”


벨리사 아가씨의 호위는 곧, 내 호위기도 하다.


적어도 내가 보는 동안은 해를 입을 일이 없을 거다.


물론, 내가 지키는 건 아가씨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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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모험가는 뒷바라지로 바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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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명 의뢰 (2) 23.05.16 11 0 11쪽
5 지명 의뢰 (1) 23.05.15 12 0 11쪽
4 모험가 길드 (3) 23.05.13 14 0 11쪽
3 모험가 길드 (2) 23.05.13 18 0 11쪽
2 모험가 길드 (1) 23.05.12 26 0 12쪽
1 프롤로그 23.05.11 28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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