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곡라떼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한 모험가는 뒷바라지로 바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오곡라떼
작품등록일 :
2023.05.11 22:35
최근연재일 :
2023.05.16 23:4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09
추천수 :
4
글자수 :
25,555

작성
23.05.15 19:43
조회
12
추천
0
글자
11쪽

지명 의뢰 (1)

DUMMY

#


“지금 당장 하실 수 있는 의뢰라면···.”


‘신이시여, 제발 없어라··· 없어라···.’


“아, 하나 있네요.”


‘이런 젠장!’


신은 죽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쉬지도 못하고 나갈 수도 있다. 이럴 땐, 접수처 아가씨의 친절함이 원망스럽다.


“고블린 처치 의뢰예요. 마을 인근의 코튼 숲 초입에 고블린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곤란하다네요.”


‘처음부터 고블린? 너무 빡세지 않나···?’


아무리 고블린이 하급 몬스터라지만 이제 막 모험가가 된 사람이 사냥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


게다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는··· 아, 그러고 보니 건달들 때려눕히긴 했네.


아무튼 아가씨에게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그런 걱정과 우려가 늘어났다.


아가씨 또한 잠깐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발 거절해라, 거절···.


“네! 이 의뢰 수주할게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아가씨는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썅···’


절대 아가씨께 하는 욕이 아니다. 그냥 이런 상황이 펼쳐진 게 좀 그럴 뿐이지.


“네, 그럼 벨리사 님께서 진행하는 걸로 할 게요. 의뢰 완료하시고 길드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벨리사 아가씨의 첫 의뢰가 진행됐다.


벌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길드 밖으로 나가는 아가씨를 따라가기 위해, 텀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하면 몰래 아가씨를 지켜드릴 수 있을까, 따라가는 내내 그런 생각이 머리 속을 휘젓고 있었다.


#


“하압!”


큰 기합과 함께 아가씨의 검이 고블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대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성이 일자, 순식간에 고블린의 한쪽 팔이 날아갔다.


싹둑-


“키에에엑!”


‘어라···?’


“키익!”


동료 고블린의 비명에, 나머지 고블린 세 마리가 동시에 덤벼들었다.


이것이 결투였다면, 비겁한 행동이라 비난할 수 있겠지만, 상대는 몬스터고, 이것은 결투가 아닌, 사냥이다.


캉, 캉, 캉-


“끼익!”


그러나 머리 수에도 불구하고, 아가씨의 검은 유려하게 고블린들의 조잡한 곤봉을 흘려냈다.


‘어어···?’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비명과 가죽 베이는 소리.


이내 두 마리의 고블린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혈을 막다 쓰러지고 말았다.


‘아가씨께서··· 원래 이렇게 잘 싸우셨나···?’


고블린을 잡으러 오는 길에 마주친 잡다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리셨을 때는 약한 몬스터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가씨께서 보여주신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언제 이렇게 발전하신 거지···?’


아가씨께서 어릴 적, 하도 가르쳐 달라고 떼를 쓰시기에 잠깐 검을 가르쳐드린 적이 있었다.


심도 있게 배우기에는 너무 어리니, 가볍게 상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지 내 경험에 기반한 기초적인 것들을 이것저것 알려드렸다.


물론, 쓸데없는 걸 가르쳤다고 백작님께 뒤지게 혼나긴 했다. 막말로, 귀족 영애가 그런 걸 배울 필요는 없으니.


그 이후로 아가씨께서 검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일은 없었다. 검을 잡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보여준 아가씨의 모습은, 절대 어릴 때 잠깐 배운 사람이 아니었다.


‘설마 몰래 훈련을 하신 건가?’


솔직히 말하면, 모험가가 되겠다는 건 단순한 치기 어린 발언인 줄 알았다. 그냥 잠깐의 환상에 젖어 되겠다고 선언한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아가씨는, 꽤 오래 전부터 모험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진심임을 알겠다. 가슴으로는 그녀의 준비성과 목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머리 속 한 켠에서 의문이 하나 스멀스멀 떠올랐다.


‘아가씨께서는 왜 이렇게까지 모험가가 되려고 하시는 거지?’


사실, 처음 모험가가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금방 지나가는 악몽 정도라고 생각했다.


모험가는 돈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다. 종종 명예를 논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돈을 바라지 않는 모험가는 죽은 모험가 뿐이다. 라는 꽤 유명한 발언이 있기도 할 정도.


그런데 하나도 부족할 것 없는 사람이, 그것도 이름 높은 백작가의 영애가 모험가가 되겠다니.


나는 사춘기 아가씨의 변덕 정도로 생각했다. 아르닌 백작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나한테 일을 맡긴 걸 테지.


그러나 그 생각은, 방금 달라졌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퍼억-!


“끼익!”


‘으왁!’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발 밑으로 피투성이의 고블린 시체가 날아왔다.


아무래도 아가씨와 그리 멀지 않은 탓에, 아가씨에게 맞고 날아온 것 같았다.


“끼···끼에에에···.”


‘이 미친 마물 놈이.’


뿌득, 고블린의 목을 밟아 힘을 주자 신음이 멈췄다. 덩달아 숨도 멈춘 고블린은 이내 고깃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날 놀라게 한 죗값은 좀 비싼 편이다.


“후우!”


‘아차!’


잠깐 심호흡을 한 아가씨께서 점차 다가왔다.


난 서둘러 들키지 않도록 자리를 피했다. 들키면, 끝이다!


#


“하아··· 대체 왜 모험가가 되려고 하는 걸까?”


“···.”


“솔직히 말이 모험가지, 그냥 심부름꾼이잖아? 남들 하기 힘들고 귀찮은 거 대신 해주는?”


“···.”


“벌이는 꽤 괜찮다지만, 그거 다 목숨 값이잖아. 허접한 의뢰는 돈도 안 되고.”


“···.”


“돈도 넘치는데 왜 굳이 모험가를 하는 거야··· 에휴···.”


“···그걸 왜 나한테?”


방금까지 움직이던 캔드라의 펜이 멈췄다. 덩달아 캔드라의 눈도 싸늘해진 건 내 착각이길 바란다.


그러나 아랑곳 않고


“아니, 그렇잖아. 모험가 그 더럽게 힘든 일을 왜 하려는 걸까?”


“···직접 물어봐.”


“지금 쉬러 가셨어. 첫 의뢰 했으니까 피곤하실 거야.”


“···혹시 난, 안 피곤해 보여?”


캔드라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톤은 낮지만, 잔뜩 격앙된 목소리. 음, 일이 좀 고된가?


그제서야 책상 위의 물건들이 보였다. 반쯤 비워진 잉크병과 부러진 깃털 펜들, 그리고 높게 쌓인 서류들.


어, 그러고 보니 아까보다 좀 줄어든 거 같은데. 아깐 캔드라가 전혀 보이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눈을 마주칠 수 있을 정도.


물론 난 눈치 있는 사람이니, 캔드라의 업무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들키면 안 된다니까. 그랬다가 무슨 말을 들을지 알고.”


“···그래도, 대화는 필요해.”


“알지. 아는데···.”


‘아가씨가 무서우니까.’


간신히 자연스럽게 나오려는 대답을 멈출 수 있었다.


아주 예전에 아가씨를 화나게 했다가 한 달 동안은 말도 안 걸었던 적이 있다. 투명인간 취급에, 마음이 완전 꺾어버리는 줄 알았지.


이번에 괜히 물어보다간, 몰래 따라온 게 들키고, 결국 아가씨의 화를 살 거다.


어쩌면 영영 말을 안 걸지도···.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캔드라는 한숨을 쉬더니 이내 서류 작업을 멈추었다.


“왜 방해해?”


“아, 미안. 너무 방해됐나?”


“나 말고. 벨리사.”


“아.”


잠깐의 침묵.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캔드라가 말을 이어갔다.


“난 단순히, 돈 때문에 모험가, 된 거 아냐.”


“···.”


“종종, 다른 이유로 되려는 사람들, 있어.”


“···뭐, 그렇긴 하지.”


과거, 현재, 미래 다 합쳐도 극소수겠지만.


“마왕 죽인 용사, 모험가였어.”


“아니, 그 사람은 논외지···.”


사실 논외할 필요도 없지만, 그냥 태클을 걸어봤다. 거기서 100년도 전에 죽은 용사가 나올 줄이야.


그 양반은 소명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검 하나로, 용사라 불린 이유로 마왕을 죽이다니.


그렇게 본다면, 그녀가 말한 분류에 용사는 빠질 수 없으리라.


“벨리사, 꽤 유능해. 분명, 목표가 있어.”


“목표라···.”


과연 아가씨께서 모험가가 되려는 이유가 뭘까. 지금은 모르지만, 언젠간 알 수 있을끼?


단지 그게 지금은 아닐 뿐인가?


똑, 똑, 똑.


“지점장 님, 상인 길드랑 대장장이 길드에서 공문을 보내왔어요. 빨리 확인하시고 체크 부탁드려요.”


“···싫어, 비티.”


“싫어도 하셔야지 어쩌겠어요.”


캔드라의 투정에도 서류더미는 더욱 높아졌다. 이제 다시 눈이 안 보이네.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모험가가 꿈도 희망도 없는 건 알겠다.”


“···닥쳐.”


‘이크, 화났다.’


캔드라의 분노가 날 향하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뜨고자 했다.


“나···난 이만 가볼게. 아가씨께서 언제 나오실지 모르니까.”


“···.”


“그럼 나중에 또 올게!”


“···다음에···.”


“응?”


“서류 작업, 할 때 오면, 죽여버릴 거야.”


“···.”


지점장 실에서 피어오르는 살기를 뒤로 하고, 서둘러 1층의 내 자리로 돌아갔다.


#


“네? 지명 의뢰요?”


‘응?’


로비로 내려오니, 이미 벨리사 아가씨가 접수처의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들려온 귀에 익은 단어. 난 이야기를 몰래 듣고자 조심히 스탠딩 테이블로 이동했다.


“저를요? 누가요? 왜요?”


“아, 의뢰 관련된 내용은 전부 여기에 쓰여 있으니까 확인해보세요.”


아가씨는 그대로 종이를 들어 읽기 시작했다. 내가 눈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저걸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만약 하신다면 내일 바로 의뢰 진행하는 걸로 넣어드릴 게요.”


“으음···.”


아가씨께서 괴상한 신음 소리를 내셨다. 아무래도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원래 의뢰를 한 번 하면, 하루 이상은 쉬어줘야 한다. 그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좋지만···.


“좀 급해보이는 분이여서, 지금 바로 답변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좀 힘들어 보이시는 분이 의뢰를 하셔서···.”


“그럼 제가 할게요!”


‘아.’


설마 여기서 아가씨의 동정심을 이용하다니. 이래서 착한 사람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아가씨는 지치지도 않나. 나도 이렇게 피곤한데.


‘근데 지명 의뢰라니?’


지명 의뢰는 말 그대로 의뢰를 수주할 사람을 지명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지명된 사람이 우선권을 가지지만, 거부한다고 해도 큰 손해는 없다.


그러나 그것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모험가들을 대상으로나 하는 거지, 갓 모험가가 된 신참 병아리를 지명한다고?


나도 말년에나 몇 번 받아봤을 의뢰를?


수상쩍은 의뢰. 내용을 보진 않았지만 지명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의심된다.


몇 가지 가능성이 머리 위에 떠올랐지만, 애써 무시했다.


“···확인이 필요하겠네.”


일단 아가씨를 따라갈 준비를 하자. 챙겨야 할 물건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은퇴한 모험가는 뒷바라지로 바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지명 의뢰 (2) 23.05.16 11 0 11쪽
» 지명 의뢰 (1) 23.05.15 13 0 11쪽
4 모험가 길드 (3) 23.05.13 14 0 11쪽
3 모험가 길드 (2) 23.05.13 18 0 11쪽
2 모험가 길드 (1) 23.05.12 26 0 12쪽
1 프롤로그 23.05.11 28 4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