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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ss 의 Real Science Fiction

사이보그 자유 기사로 판타지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wanss
작품등록일 :
2022.02.25 23:23
최근연재일 :
2022.03.01 22:50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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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178

작성
22.02.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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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

DUMMY

마물 부대가 기마대의 돌격에 쓸려 나갔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쐐기 대형으로 파고드는 기마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지휘관이 죽고 사기가 꺾인 상태였다. 상대 가능 할리 없었다. 노련한 드레이크 백작이 직접 지휘하는 기마대가 마물을 쓸고 지나갔다.


“중앙을 돌파한다!


백작이 외쳤다. 기마대가 마물 부대의 중앙을 갈랐다. 그 상태로 끝까지 질주한 기마대가 양분되어 퍼졌다. 자연스럽게 마물 부대가 포위되었다.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으로 돈 기마대가 마물을 베고 넘겼다.


“한 놈도 남기지 말아라!”


백작의 목소리에 노기가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아들이 지키고 있는 성문이 공격을 당하니 눈이 돌아간 모양이었다. 일론이 마물 부대 사이에서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이를 지켜보았다. 마물들이 기세를 잃고 본격적으로 후퇴를 시작했다.


“지리멸렬하군.”


규칙 없는 마구잡이식 후퇴였다. 기마대가 추격해 말살하기 딱 좋았다. 일론의 분석과 운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었다. 그리고 백작은 후퇴하는 마물을 보이는 족족 썰어 넘겼다. 마물은 반격조차 포기하고 아예 무기를 버렸다. 그리고 나 살려라 도망갔다. 일론이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러면 소설 속 내용과 달라지는데.”


소설 속에서는 서쪽 성문이 뚫리게 된다. 일론은 사이보그 답게 전황 분석을 끝내고 후퇴를 한다. 그리고 쳐들어온 마물이 드레이크 백작 영지의 절반을 초토화시킨다. 백작의 힘은 이 날을 기점으로 점점 기운을 잃는다. 그리고 영지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백작은 병을 앓게 된다. 배드 엔딩이었다. 백작은 그렇게 죽고 로이드가 다음 영주가 되지만 한번 기운 가세는 회복되지 않는다. 점차 기울고 기울다 결국 포헬른 가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일론은 여기서 마석을 얻지 못하고 힘이 약해진 상태로 떠돌게 되지.”


그게 소설 상 스토리였다. 힘이 약해진 일론이 다시 마석을 구해 회복하면서 마신과 대적해 가는 것이 사이보그 판타지였다. 도대체 왜 미래에서 사이보그가 건너와 판타지 세상을 여행하고 마신과 대적하는 지는 안나와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작가님 하차합니다, 작가님도 상하치 하세요. 이런 댓글이 달렸지만 민준은 재미있게 보았다. 개연성이 무슨 문제라는 말인가? 재미있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어떻게 진행되려나?”


여기서 부터는 일론도 알지 못했다. 미지의 영역이었다. 다만,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뭐, 나야 마석을 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말한 일론이 전장을 이탈해 서쪽 성문으로 들어갔다. 엉망이 된 주변이 보였다. 기진맥진한 병사들과 바닥에 주저 앉은 기사들이 보였다. 일론이 그 중 자신과 말다툼을 했던 기사를 쳐다보았다. 시비를 걸었던 기사가 일론을 올려 보았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긴장한 분위기였다. 일론이 그를 가만히 보다가 로이드를 찾았다. 숨어 있으라고 했다. 죽지는 않았을 거다.


“기사님!”


그때, 뒤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일론이 고개를 돌렸다. 로이드가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달려오면서 고개를 연신 숙였다.


“기사님이 아니셨으면 저흰 모두 죽었을 거예요!”


일론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돕기는 했지만 돕지 않았어도 어떻게 흘러갔을 지 알고 있었다. 소설 상 내용에 따르면 여차저차 후퇴를 한 로이드는 산다. 죽어 나간 건 영지민이었다. 아무런 힘 없고 마물에게 대적할 능력도 없는 민간인 말이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밝은 목소리에 일론이 한숨을 쉬었다. 정말 백작의 뒤를 이을 재목은 아니었다. 철이 없었다. 그리고 생각도 부족했다. 유약했고, 남에게 기대는 일이 너무 잦았다. 드레이크 백작과 완전 반대였다.


“말 소리 작게 하고 백작님 오시니까 준비나 해요.”


충고를 한 일론이 길 옆으로 비켜섰다. 로이드가 두 눈을 깜빡이다 일론을 따라섰다. 그의 말처럼 얼마 안가 백작이 말을 타고 돌아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 로이드를 발견하곤 장하다는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로이드, 네가 드디어 해냈구나!”


굉장히 만족한 얼굴이었다.


“서쪽 성문을 이리 훌륭하게 방어해 내다니! 애비로써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엉뚱한 사람을 칭찬하고 있었지만 일론은 가만 있었다. 지금은 나설 순간이 아니었다.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하고 말이다.


“아, 아버지.”


로이드가 백작을 올려 다 보다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느냐, 아들아?”


잠시 망설인 로이드가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했다.


“전 한 게 없습니다. 모두 여기 기사님께서 하신 거예요.”


백작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로이드를 보았다.


“네가 한 게 아니라고?”


“네.”


“그럼?”


백작이 일론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기억이 난다는 얼굴이었다.


“자네는 오늘 아침 서쪽 성문으로 배속된 그 기사군.”


“그렇습니다. 백작님.”


“로이드 말이 사실인가?”


일론이 대답대신 로이드를 한 번 보았다. 그리고 인공 뇌를 이용해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았다.


“로이드 님께서 제게 적절한 지시를 하시지 않았다면, 저 또한 그런 판단을 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 적절한 지시란 무엇인가?”


“야습이 의심되나 자신은 경험이 적으니 제게 지휘와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오, 그랬다는 말이지?”


“네.”


“이것 참 대단하군.”


로이드와 일론을 번갈아 본 백작이 크게 웃었다.


“하하, 로이드 너도 잘했고, 이름 모를 기사 자네도 잘했다! 오늘은 승전까지 했으니 기분이 좋구나!”


일론의 수가 먹혔다. 상대는 귀족이었으니까. 거기다 아들을 매우 아끼는 팔불출이었다. 일론 입장에선 굳이 로이드를 깎아 내릴 이유가 없었다. 적당히 거짓말을 섞어 양쪽 모두 이득을 얻는 편이 좋았다. 로이드도 이를 이해했는지 잠시 일론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로이드가 말했다. 백작이 로이드를 쳐다보았다. 인자한 얼굴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일론이 왠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여기 계시는 기사님께서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십니다.”


역시나 였다. 일론이 원망하는 얼굴로 로이드를 보았다. 그리고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저런 소리를 할 것 같더라니까.’


백작이 그 말에 깜짝 놀라 일론을 보았다. 그리고 말에서 내렸다.


“정말인가? 그대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가? 하지만 자네 같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정말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가?”


일론이 생각했다.


‘당연하겠지, 지금 막 대센 대륙에 도착한 상태니까! 여기까지 오는 것도 과거로 넘어오기 전 지령에 따른 것뿐이라고!’


소설 속 배경설명에 따르면 대센 대륙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총 다섯 명이었다. 거기에 일론 자신은 끼어 있지 않았다. 스토리 상에서도 그랬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의심받기는 하지만 일론은 늘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떠돌아다녔다. 그래서 소문으로만 자유 기사 중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이야기가 떠돌 뿐 실체를 아는 사람은 적다는 설명이 있었다. 다만, 여기서 개연성 붕괴라는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었다.


‘대륙에 몇 없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면 자유 기사로도 소문이 쫙 날 테니까. 신분을 숨기는 건 불가능 하겠지.’


일론이 고심했다. 여기서 말을 잘 해야 했다. 다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말해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오히려 좋은 대접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이대로 기사에서 더 높은 작위를 받고 떵떵거리며 영주 노릇을 해도 상관없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면 적어도 후작에 임명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스토리 상 이 대륙엔 마신이 존재한단 말이야.’


마신은 마물을 이용해 대센 대륙을 침공했다. 그리고 모든 인간과 이종족을 말살하려 했다. 거기엔 일론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설 후반에 가서는 이 마신의 부하 중 하나가 실제로 일론에게 치명상을 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직막 장에선 일론이 마신과 함께 자폭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런 엔딩을 맞이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굳이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신분을 숨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한 곳에 메어 있을 수도 없었다. 먼저 마신의 부하를 찾아 처단해야 했다. 그리고 더 힘을 길러 마신을 무찌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마석을 흡수해야 했다. 결론이 나왔다.


“네, 맞습니다.”


일론은 이러한 이유로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입니다.”


백작이 물었다.


“증거를 보여줄 수 있겠나?”


일론이 플라즈마 소드를 꺼냈다. 그리고 점화를 시켰다. 화려한 푸른 색 플라즈마가 검처럼 타올랐다.


“오오!”


이를 본 모두가 놀랐다.


“그대는 정말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맞구려!”


백작이 놀란 얼굴을 하며 일론을 보았다. 그 다음 매서운 질문을 했다.


“그런데 왜 내 귀에 들어온 적이 한 번 도 없는지 그게 궁금하구려.”


일론이 미리 준비한 답을 했다.


“세상과 은둔하여 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신이 마물을 끌고 와 대륙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보고 도움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오?”


“센 아투아스의 일론입니다. 그곳에서 처음 무위를 떨쳤고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센 아투아스라. 들어서 알고 있소. 그곳도 마물의 침공을 받았었지. 그런데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되는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소. 흠, 그럼 지금은 자유기사 신분인 거요?”


“네.”


“아마 사연이 있어서 그랬겠지. 그나저나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면 후작 작위까지도 가능할 거요. 세나론 제국을 위해 일해 볼 생각은 없소?”


“괜찮습니다. 원래 은둔자였던 만큼 어딘가에 속해 있는 걸 싫어합니다.”


“음, 그렇군.”


잠시 턱을 만지며 생각한 백작이 일론을 보았다.


“그대와 같이 대단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소. 동시에 내 영지를 지켜주어 고맙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 말하시오. 내 들어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뭐든 들어주리라.”


일론이 ‘됐구나!’ 라고 속으로 소리쳤다.


“전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인공 뇌를 굴린 일론이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냈다.


“품질 좋은 마석 몇 개와 제 몫의 은화면 충분합니다.”


백작이 감동했다는 얼굴로 일론의 손을 꼭 잡았다.


“그대와 같은 기사는 처음이오. 정말 진실된 기사요. 내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널리 알리겠소.”


이로써 일론은 자신의 몫을 챙겼고, 백작의 신임을 얻었으며, 명성도 획득했다. 이는 곧 마신과 대적할 때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었다. 역시 사람은 길게 보고 행동해야 했다. 인공 뇌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일론이 머리를 살짝 숙이자 백작도 숙여 보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대한 예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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