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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퐁퐁 후 사업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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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2.04.12 19:04
최근연재일 :
2022.05.04 09:0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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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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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424

작성
22.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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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퐁퐁남이 싸움을 잘함(2)

DUMMY

황제 그룹 본사.

마천루가 즐비한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도 황제 그룹의 빌딩은 가장 높다. 빌딩 꼭대기 층에 회장의 집무실이 있고, 그 아래층에 황근철이 자리한다.

전략기획본부장 황근철이 협력업체 사장에게 보고를 받는다.

협력업체 사장은 덩치가 크고 인상이 험악하며 얼굴에 흉터가 나 있다. 조직폭력배라 불러도 믿을 정도다.

용역회사 대표.

전직 건달.

그가 황근철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인다.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황근철은 놀라지 않는다. 전화로 보고를 받아서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단지 자세한 경위를 듣기 위해 용역회사 대표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다.

황근철이 차갑게 묻는다.


“어째서?”


용역 대표가 침을 삼킨 뒤 말했다.


“김상식이 저희 직원들을 전부 때려눕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세요.”

“놈이 야구빠따를 휘둘렀습니다. 직원들 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나가고···”


황근철이 말을 끊었다.


“대표님. 사람 잡으러 가는데 무기도 안 챙겼습니까? 아마추어예요?”


용역 대표가 변명했다.


“사시미칼 챙겼습니다. 하지만 김상식이 저희 칼질을 냄비뚜껑으로 전부 막아내는 바람에···”

“하아··· 미치겠네.”


황근철이 이맛살을 한껏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어이가 없다는 투였다.


“사시미칼을 냄비뚜껑으로 막았다고?”

“예.”

“만화예요?”

“저··· 정말입니다.”

“내 참, 그딴 소리를 믿으라는 건지. 내가 병신으로 보여요?”

“아닙니다.”

“내가 멀쩡해 보여요?”

“네.”

“그러면 씨발 멀쩡한 답변을 내놓아야 될 거 아니야!”


황근철이 책상에 놓인 단백질 보충제를 집어던졌다. 보충제 병이 대표의 머리통에 맞아 뚜껑을 열었다.

용역 대표가 핑크색 단백질 가루를 뒤집어썼다.

황근철이 심호흡을 했다.


“후우···”


그는 근성장을 위해 스테로이드를 자주 맞아서 분노조절이 어렵다. 이번에는 물건을 안 던지려고 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

황근철이 스피커폰으로 비서를 불렀다.


“하은 씨, 들어와서 바닥 좀 쓸어요.”


투피스 정장 차림의 여자 비서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지고 들어와 바닥에 흩어진 단백질 가루를 쓸어담았다. 용역 대표는 빗질을 피해 발을 옮겼다.

황근철이 용역 대표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마세요.”

“예.”

“김상식, 반드시 잡아오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찐따새끼 하나 못 잡아오는 용역업체와 거래를 계속할 생각이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용역 대표가 머리를 깊숙이 조아린 뒤 황제 그룹의 후계자 앞에서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황근철이 책상 서랍에서 단백질 보충제를 새로 꺼냈다.

비서가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


나는 샤워를 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고강용이 잡아준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은 강남의 번화가 한복판에 있었다. 주변에 대기업 사무실이 즐비했고, 술집과 음식점도 많았다.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전국의 돈이 몰리는 장소.

강남.

똑똑한 사람과 아름다운 사람이 재능을 뽐내는 지역.

그러니 강남은 땅값이 비싸고 물가도 비싸다. 순대국 한 그릇에 만 원이 넘는다.

나는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체육관도 강남스러웠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생긴 여자 직원이 카운터에서 나를 맞았다.


“어서오세요. 체온 측정 부탁드립니다. 손소독제도 발라주세요. 회원 체크인도 해주시고요.”


나는 MK 그룹의 비서실에서 알려준 체육관 회원번호를 누른 뒤 직원에게 물었다.


“제가 오늘 처음인데 탈의실이 어느 쪽이죠?”

“어머, 김상식 회원님이세요?”

“네.”

“안내해드릴게요.”


여자 직원이 카운터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핑크색 레깅스에 쫄쫄이 티셔츠 차림이었다. 허리 라인이 훤히 드러났다.

과연 강남이군.

그녀가 사물함 열쇠를 건네며 말했다.


“회원님께서 PT도 등록하셨더라고요.”

“맞습니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세요. 트레이너 선생님 모셔올게요.


직원이 뒤로 돌아 체육관 통로를 걸어갔다. 운동기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던 중년의 남자 회원들이 그녀 쪽으로 눈알을 돌렸다.


흘끔흘끔.

실룩실룩.


부끄러웠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여자 외모에 홀렸다가 퐁퐁남 됐잖아.

아름다움은 한때다. 마음이 중요하다. 여자가 아무리 예쁘더라도 그녀가 나를 한낱 도구로 치부한다면 내 인생은 불행해진다.

니체와 안토니우스가 역사로 증명해주었다.

나도 그 역사에 동참했고.

퐁퐁남의 반대말은 현자인지도 모른다.

문득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여인의 차림새가 유혹적이군.”

“아오, 깜짝이야!”


니체였다.

나는 이어폰을 황급히 귀에 꼽아 누군가와 통화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다행히 체육관의 음악소리가 커서 주변 사람들이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투덜거렸다.


“형님, 놀랐잖아요. 갑자기 나타나시면 어떡해요?”


니체가 근엄하게 말했다.


“왜, 저 여인에게 접근할 생각이라도 했느냐?”

“아니요!”

“말과 다르게 너의 체온이 상승하고 동공은 확장되었구나.”

“그건··· 체육관이 더워서 그래요.”

“조심해라. 비동의 간음죄가 국회에 발의되었다.”

“무슨 죄요?”


니체가 혀를 찼다.


“뉴스 좀 봐라. 한국 사람이 독일 사람보다 한국 소식에 어둡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내가 한숨을 쉬었다.


“형님도 한국 회사에서 일해보세요. 뉴스가 머리에 들어오나.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잠들기 바쁘다고요.”

“19세기 영국의 공장노동자는 하루에 18시간을 일했다.”

“지금은 21세기예요. 그나저나 왜 오셨어요? 신무기 개발 끝났어요?”

“너에게 충고를 하러 왔다.”

“무슨 충고요?”


니체가 갑자기 무게를 잡았다. 그의 목소리가 오랜만에 쓸쓸해졌다. 잿빛 낙엽이 가을바람에 날리는 듯했다.


“나는 살아생전에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했다. 루 살로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뮤즈. 러시아에서 온 프리마돈나.”


나는 휴대용 의자에 앉아 니체의 넋두리를 들었다.


“그러셨어요?”

“그녀는 철학과 신학에 정통했다. 나와 대화가 통하는 유일한 여인이었지. 나는 그녀에게 푹 빠졌다.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 루 살로메는 그만큼 아름다웠으니까.”

“형님도 여자를 얼굴 보고 좋아하셨군요.”

“나는 그녀에게 청혼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청혼을 거절했지. 대신 그녀는 육체관계 없는 동거를 제안했다. 나와 한 집에 함께 살지만 잠자리는 다른 남자와 가지겠다는 의미였다.”


내가 경악했다.


“설마··· 그 제안을 받아들이셨어요?”

“받아들였다. 혹시나 했거든.”

“형님!”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카운터 직원의 뒷모습을 훔쳐보던 중년 남자가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속삭였다.


“제정신이에요? 그거 완전 고농축 퐁퐁이잖아요.”


니체가 길게 탄식했다.


“그때 나는 미쳤다. 사랑에 눈이 멀었어. 그녀를 위해 집세, 생활비, 용돈까지 지출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단 한 번의 관계도 허락하지 않더군.”

“세상에.”

“반면 그녀는 나 말고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그녀를 몰래 뒤따라가 어떤 놈팽이와 잠자리를 하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진실을 깨달았지.”

“어떤 진실이요?”

“그녀의 잠자리 상대는 잘 생기고 몸도 좋은 군인 장교였다.”

“아아···”


나도 탄식했다.

스토리가 흡사했다. 주인공 남자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돈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주지만 여자는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

퐁퐁남의 인생은 어찌 이리도 비슷한가!

내가 한국 퐁퐁남이라면 니체는 프러시아 퐁퐁남이다.

그가 상념에서 깨어난 듯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너를 보면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너무 비슷해서 놀랄 지경이다. 세월이 백 년이나 흐르고 사는 지역도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건만 독일 남자와 한국 남자의 운명이 어찌 이리도 일치한단 말인가!”


나도 동의했다.


“그러게요.”

“다만 한 가지는 다르다. 나는 조력자가 없었고, 너는 조력자가 있다. 내가 너에게 퐁퐁 선배로써 조언을 하겠다. 여자에게 한눈 팔지 마라. 오로지 복수만 생각해라. 여자는 만악의 근원이다.”

“아니 뭐, 만악의 근원까지야···”


니체가 영혼의 손가락으로 헬스장 저편을 가리켰다.

담당 트레이너가 오고 있었다. 그녀 또한 밀착 레깅스 차림이었다. 몸매가 상당히 글래머러스했다.


“저기 오는구나. 만악의 근원이. 독을 품은 과실이. 가시를 숨긴 장미가! 조심해야 한다. 찔리면 끝장이야!”

“알았으니까 이제 가세요. 저 운동해야 돼요.”

“위버멘쉬!”


니체가 조용해졌다.

트레이너가 가까이 다가와 내 앞에서 상체를 숙이며 미소를 던졌다.


“김상식 회원님? 저는 트레이너 솔이예요. 앞으로 제가 회원님의 몸을 관리해드릴게요. 우선 스트레칭부터 시작할까요?”


나는 글래머 트레이너의 뒤를 따랐다.


-


헬스장의 영업방식은 다양하다.

고급 운동기구, 편리한 교통, 뛰어난 입지, 인기 트레이너.

내가 등록한 체육관은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그래야 치열한 강남의 체육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트레이너 솔이가 눈웃음을 쳤다. 그녀의 손길이 나의 허리에 닿았다.


“허리 펴고, 엉덩이 내밀고, 힘주세요. 읏차!”


데드리프트.

무게 60킬로그램.

남들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나에게는 무겁다. 오랜 회사원 생활로 몸이 완전히 망가졌다. 기초부터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

운동 자세도 불량하고 무게도 비루하다. 지도할 맛이 안 날 것이다.

그런데도 트레이너는 생긋생긋 웃으며 운동을 가르친다. 서비스 정신이 대단하다.


“하나만 더! 하나 더! 앗큥, 힘드세요? 조금 쉬었다 할까요?”


덕분에 운동이 잘 되었다.

나는 한 시간 PT 코스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현관 비탈길을 올라오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저질 체력.

부실 근육.

녹슨 힘줄.

모조리 고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듯하다.

나는 방에 들어와 벌러덩 누웠다.


“으아, 힘들다!”


금방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신음부터 나왔다.


“아야야···”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이두박근이 쑤시고 엉덩이가 타들어갔다. 고통이 전신을 타격했다.

괴로웠다.


“어으으···”


세수도 못하고 머리도 못 감았다. 팔뚝이 아파서 손을 구부리기가 힘들었다. 숟가락 들 힘도 부족했다.

나는 결정했다.

오늘은 운동 안 가기로.

겨우 하루 운동하고 다음날 바로 농땡이를 피워서 부끄럽긴 하지만, 온 몸이 이토록 쑤시는데 헬스장을 어떻게 가나?

나는 몸을 옆으로 굴려 핸드폰을 집은 뒤 트레이너에게 메시지를 적었다.


[오늘 PT는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근육통이 심해서···]


- 퐁!


갑자기 안토니우스가 완전무장 차림으로 나타나 나를 꾸짖었다.


“그 손 멈추시오!”

“헉!”


나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안토니우스가 투구 사이로 미간을 찌푸렸다.


“김 공, 대체 무슨 소리요? 오늘 운동을 빠지다니?”


내가 앓는 소리를 냈다.


“어제 너무 무리했나봐요. 삭신이 쑤시고 머리도 어지럽고···”

“나약한 소리!”


안토니우스가 방패와 칼을 부딪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로마 군단병의 사기 진작 방식이었다. 귀청이 찢어질 듯했다.


“니체가 한 말을 잊어버렸소?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뿐이다! 고통을 견디시오. 그것이 사나이의 방식이오!”


내가 항의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죽겠어요.”

“거짓말. 일어나시오. 일어나! 일어나!!!”


방패와 칼이 맞부딪혔다.


- 캉캉캉캉


시끄러워서 돌아버릴 듯했다. 차라리 층간소음이 나을 지경이었다.

마침내 나는 항복했다.


“일어날게요. 일어난다고요.”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글래머 트레이너가 생글생글 웃는다.


“어머, 회원님! 열정이 대단하세요. 다른 회원님은 보통 운동 시작한 다음날 몸이 아프다며 쉬시는데.”

“으으··· 저도 사실···”

“멋있어요. 대단해요! 그럼 오늘도 저랑 같이 힘낼까요? 홧팅!”


트레이너가 내 팔뚝을 잡아 끌었다. 운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기를 한 달.

나는 어느덧 3대 중량 400을 돌파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0 mo******..
    작성일
    22.04.22 18:48
    No. 1

    큿 3대500은 넘어야 언더아머를 입을수 있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굉장해엄청
    작성일
    22.05.11 15:35
    No. 2

    웃긴 글인데 왜 대성하지 않았을까. 아직 문퍄는 퐁퐁당했으면서 그걸 기어코 부정하는 스윗한남들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이 주제에 불쾌해서 그런 것일까. 오랜 생각이다.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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