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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거사 님의 서재입니다.

흑도(黑道)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베타거사
작품등록일 :
2014.01.25 00:07
최근연재일 :
2015.01.19 23:4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28,791
추천수 :
38,451
글자수 :
21,493

작성
14.02.01 21:24
조회
37,974
추천
1,293
글자
6쪽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DUMMY

텅 빈 산채에서 더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적부채의 집기를 정리하고 묻어둔 상자를 꺼냈다. 총 예순 여덟 냥의 은자가 나왔다. 아이들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무한성 근처의 낙상촌(落上村)이다. 궁벽한 마을이었다. 허름한 모옥을 고쳐 집으로 삼았다.

“이제부터 다들 밥값을 해.”

수중에 쌀 백오십 섬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었으나 현엽은 정인군자가 아니었다. 좋은 짓이든 나쁜 짓이든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아이들은 뭘 하면 좋을지도 모른 채 무작정 고개만 끄덕였다. 대장의 명령은 그만큼 절대적이었다. 안 그래도 위압감이 철철 풍겼으나 험상궃은 산적들을 베어 넘긴 이후로 그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은 더욱 배가돼있었다.

수하들이 성내로 일을 찾아 떠난 후 현엽은 방안에 홀로 남아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가.

“바보 같기는.”

비죽 웃음이 나온다. 멍청한 질문이었다. 칼질 빼고 그가 달리 할 줄 아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 칼질을 끝내주게 잘해야 했다. 강호는 실력으로 말하는 곳이니까.

“약관까지 생사현관을 뚫는다.”

누가 들었다면 미쳤다고 할 소리였다. 생사현관을 뚫는다는 건 곧 절정의 내가 고수가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내로라하는 대문파에서도 그러한 경지를 이룬 사람은 두 세명이 있을까 말까였다. 일세의 천재면 모를까 그걸 불과 약관의 나이에 이루겠다고 하니 말이 되지를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엽은 자신이 있었다. 이미 전생에서 강호십대고수 ‘십객’에 이름을 올렸던 그다. 무공에 대한 조예는 충분히 깊었고 한번 가봤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소년은 가부좌를 틀었다. 단전에서 내공이 흘러나와 기혈을 타고 순환한다. 의혈방의 독문심법 평안심공이었다.

‘웃기지도 않지.’

사파란 놈들이 의(義)를 운운하고 덕(德)을 입에 올리며 평안(平安)을 바란다. 다시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그는 입매를 비틀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현엽이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총 여섯 명이었다. 나이가 많은 이삼이 은연중에 부두목 역할을 했으며 그 밑으로 장육, 맹영, 양추, 기태가 있었다. 마지막 하나는 연표로 무리의 유일한 여자아이였다.

“누구냐.”

현엽이 물었다. 이삼이 두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돌아왔다. 코피까지 흘렸는지 인중 밑으로 피딱지가 붙었다. 두목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을 구한 그는 남양객잔의 점소이가 되었다. 주방일에도 흥미를 붙였는지 나중에 유명한 숙수가 되겠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중이었다. 그런 그가 괴한에게 돈을 뺏긴 것도 모자라 얻어맞고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이 벌어오는 돈 중에서 이 할은 곧 현엽의 돈이기도 했다. 특히 이런 식의 금전적 손실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였다.

“청협방의 강권이라고 족제비처럼 생긴 놈이야. 불만 있으면 찾아오래. 산 채로 포를 떠준다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징징거리는 이삼이다. 현엽은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다른 아이들을 훑어보았다.

“또 당한 놈은.”

기태가 슬그머니 손을 든다. 홍루에서 기녀들 심부름을 해주고 푼돈을 챙기다 딱 걸린 것이다. 다행히 순순히 돈을 내놓았는지 맞은 흔적은 없었다.

“청협방. 청협방이라.”

현엽은 혼잣말로 세 글자를 되뇌었다. 적어도 천하 흑도방파의 팔 할은 꿰고 있는 그다. 낯선 이름이라는 것은 곧 외울 가치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삼, 기태. 따라와.”

칼을 집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맹영이 코를 훌쩍이며 문을 나서는 두목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던진다.

“어디가?”

소년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친구들 만들어주러.”


* * *


청협방은 방파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곳이었다. 주먹깨나 쓴다는 한량, 기녀들의 기둥서방, 어설픈 배수, 투전꾼들이 모여 만든 파락호 집단이었다. 돈벌이 수단은 소상인에 대한 공갈, 사기도박, 인신매매, 포주, 고리대까지 다양했다. 어떻게 보면 체계가 잡힌 흑도방파보다 하는 짓이 지저분하고 질이 좋지 않았다. 현엽은 밤거리를 휘적휘적 걸었다. 뒤로 이삼과 기태가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따른다. 허리춤에 직도를 찬 소년의 발걸음이 왁자지껄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모옥 앞에서 멈춘다. 투전판이었다.

“우, 우리도 들어가?”

이삼이 말을 더듬으며 묻는다. 현엽은 고개를 저었다.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다. 들어가자마자 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며 일을 벌일지 말지를 결정한다.

‘관원, 고수. 모두 없군. 좋아.’

안에서는 그저 그런 인간 군상들이 자리를 펴고 앉아 돈을 걸고 주사위를 굴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술이 불콰하게 취한 채 잠꼬대를 하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내들도 보인다. 다들 도박에 집중했는지 안으로 들어온 새파란 애송이에게는 별다른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가 발길질로 투전판을 걷어차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사위가 사방으로 비산하고 쌓아놓은 엽전이며 은자가 좌르르 흐트러진다. 모두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린다. 그러나 이내 정신이 돌아온다.

“이, 이 미친 새끼!”

볼에 옅은 검상이 있는 장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른다. 현엽은 가볍게 피한 후 그대로 사내의 어깨를 잡아 비틀어버렸다. 소란스런 가운데 탈골되는 소리가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게 모두의 귓전에 박혀들었다.

“끄아아악!”

사내는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길길이 날뛰었으나 곧 낭심을 걷어차이고 그 자세 그대로 풀썩 엎어져 거품을 물었다. 순간 장내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현엽은 잔인한 미소를 입가에 매달며 사위를 훑어보았다. 도저히 그 나이에 어울린다고 볼 수 없는 흉포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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