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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거사 님의 서재입니다.

흑도(黑道)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베타거사
작품등록일 :
2014.01.25 00:07
최근연재일 :
2015.01.19 23:4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28,816
추천수 :
38,451
글자수 :
21,493

작성
14.02.02 17:48
조회
35,378
추천
1,281
글자
6쪽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DUMMY

작은 폭포 옆으로 넓은 동혈이 나 있었다. 안력을 돋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제법 깊은 듯싶다. 발을 내딛기 전 현엽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사방이 컴컴해진다. 한시라도 빨리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기 위함이다. 확실히 무림 고수는 범인보다 더 크게, 멀리, 밝게 볼 수 있지만 밤에도 대낮처럼 환히 보이는 고양이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칼을 쥔 채 안으로 들어선다. 기척을 죽인 것이 아니니 아마 지금쯤 파면노파도 수상한 낌새를 알아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카랑카랑한 음성이 벽을 타고 울렸다.

“웬 놈이냐!”

“저승사자.”

찾아온 목적을 확실히 밝혔다. 이에 날카로운 바람 한 줄기가 허공을 격하고 날아든다. 노리는 곳은 목이다. 현엽은 슬쩍 허리를 젖혀 공격을 흘려냈다. 정면에서 늘씬한 체구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듣던 대로 아름다운 외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 실체가 아니었다.


파면노파 이교교(李姣姣).

아미파(峨嵋派) 여승들이 천연두로 얽은 얼굴에 화상까지 입은 소녀를 측은하게 여겨 거두었으나 살심이 가득하고 성정이 난폭해 계도가 되지 않자 끝내는 파문시키게 된다. 단전을 파괴하고 무공을 거두려는 동문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도주한 이후 원교에 귀의해 동패교사가 되었고 추한 외모가 가장 큰 한이었던 그녀는 강호의 소문난 미녀들을 잡아다 인두겁을 벗겨 제 것인 양 쓰고 다녔다. 아름다운 겉모습에 사내들이 꾀기 시작하자 원교에서 배운 채양보음술(採陽補陰術)을 악용하여 막대한 내공을 쌓았다.


취릭-

길고 얇은 연검이 독사의 대가리마냥 현란하게 춤을 춘다. 채찍과도 다름없는 무기다. 어지간한 자들은 그녀에게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기문병기로 펼치는 난화삼십육검(蘭花三十六劍)에 온몸이 난자되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뒈져!”

파면노파는 눈앞의 건방져 보이는 애송이 역시 그렇게 되리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오산이었다. 현엽은 검세가 힘을 얻으려는 중요한 순간마다 어김없이 맥을 끊으며 묵묵히 직도를 휘둘렀다. 마녀의 팔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데 반해 그저 손목을 툭툭 튕겨내며 일보 또 일보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동문 간에 대련을 할 때와 비슷한 긴박함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삼십여 초 정도가 순식간에 지나갔고 일이 어렵게 돌아감을 느낀 파면노파는 검을 개구리의 혀처럼 쭉 뻗어 현엽의 직도를 잡아챘다. 도신에 검면을 빙글빙글 감아 잡아당기는 모습은 딱 편법(鞭法)의 그것이었다. 이 갑자에 이르는 전신 내공을 모두 끌어 쓰는 파면노파의 기운이 워낙 거셌기에 현엽은 속절없이 딸려가다 하체에 힘을 주고 가까스로 버텼다.

“호호. 애송아. 내공에 자신이 있느냐.”

답지 않게 간드러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득의양양하다. 현엽의 내공은 정순하긴 했지만 양 자체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청년은 주저 없이 칼을 놓음과 동시에 섬광처럼 몸을 날렸다. 상대가 돌연 시야에서 사라지자 당황한 그녀가 헛바람을 들이켰을 땐 이미 등 뒤를 점한 현엽의 적수공권이 여인의 가느다란 목을 우악스럽게 잡아 비틀고 있었다.

“무식하게 내공만 쌓고 고수 놀이를 하더니 기초적인 것도 잊은 얼간이가 되어버렸나?”

나지막한 음성에는 조롱이 배어있었다. 그게 그녀가 이승에서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뚜둑-

목뼈가 수수깡처럼 부러진다. 허파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교구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쓰러진다. 눈을 허옇게 뒤집고 혀를 길게 빼문 모습을 내려다보며 현엽은 짤막한 감상을 남겼다.

“추하군.”


* * *


녹영영은 참혹한 광경에 눈을 돌렸다. 청년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목 하나를 쥔 채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보를 옮길 때마다 덜렁이며 혈흔을 뿌린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사체에서 옷을 벗겨 은자 삼백 냥짜리 물건을 감싼다.

“이제야 희(熙) 언니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군요.”

놀란 가슴이 진정되자 왈칵 슬픔이 치솟는지 눈물을 보이는 그녀였다. 마녀에게 면피를 뺏긴 최후의 희생자는 바로 무림오화(武林五花)중 하나였던 궁인희(弓仁熙)였다. 타고난 아름다움으로 세인에게 칭송받는 강호의 다섯 미인은 나름의 교분이 있었고 녹영영은 서글서글한 성격의 궁인희를 언니처럼 생각하며 따랐었다.

“궁가장(弓家莊)에서 소협을 은인으로 생각할 겁니다.”

자꾸 자신을 소협이라 부르는 게 거슬렸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그만이었다.

“어떻게 할 거지? 성수장으로 돌아갈 건가.”

짐짓 모른 체를 하면서 행로를 묻는다. 녹영영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사(長沙)에 갈 거예요. 포정사의 따님이 아프거든요.”

“그렇군. 대강(大江)을 건너야겠어.”

현엽은 원교도들을 척살하러 다니던 도중 우연히 녹영영을 구한 것이다. 진실이 아니었으나 그리 말했고 그녀 역시 그렇게 믿고 있었다. 눈부신 미모의 방년 여인은 슬쩍 청년의 눈치를 살피며 심중에 담은 말을 건넸다.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그래야겠지.”

어차피 받을 것이 있었다. 현엽은 머릿속으로 행로를 그렸다. 장사에 들렀다 다시 북쪽으로 길을 잡고 정주로 간다. 최종 목적지는 성수장이다. 태청선단과 소청단을 받으면 끝나는 일이었다. 다시 관도로 내려온 여인은 직접 흙을 파고 죽어 널브러진 관병들을 묻어 봉분을 만들어주었다. 자신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지금 소녀에게는 올릴 술도 없고 피울 향도 없습니다. 후일 다시 사람을 불러 양지바른 곳으로 모시려하니 편히 눈을 감으십시오.”

망자에 대한 예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의 눈에 성큼성큼 앞서 나가는 사내의 너른 등이 들어왔다. 스스로 흑도(黑道)를 걷는 자로 자처했듯 예가 부족하고 이(利)를 쫓으며 성정이 투박하다. 허나 비록 백도(白道)를 가지 않을지라도 마냥 악인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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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17 14.02.02 35,379 1,281 6쪽
6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20 14.02.02 35,122 1,233 9쪽
5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14 14.02.02 36,478 1,238 8쪽
4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20 14.02.01 37,469 1,269 8쪽
3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16 14.02.01 37,977 1,29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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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6 14.01.25 44,174 1,23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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