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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거사 님의 서재입니다.

흑도(黑道)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베타거사
작품등록일 :
2014.01.25 00:07
최근연재일 :
2015.01.19 23:4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028,820
추천수 :
38,451
글자수 :
21,493

작성
14.02.02 02:19
조회
36,478
추천
1,238
글자
8쪽

第 一章. 갔던 길을 가다.

DUMMY

다섯 명의 대주가 모였다. 오상호, 기태, 풍유, 장치건, 윤상이다. 무공 수준은 이류로서 구대문파의 삼대제자와 엇비슷한 정도였다. 청년, 현엽은 망설이지 않고 본론을 꺼냈다.

“나는 강호로 나간다. 방주직은 오상호 네가 대신 맡아라.”

부복한 사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를 다는 이들은 없었다. 현엽은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오상호.”

“예, 대형.”

“넌 무공에는 제법 소질이 있지만 머리가 모자라.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이백사의 조언을 반드시 새겨들어라.”

이백사는 달리 ‘먹물’이라 불리는 삼십대 초반의 문사다. 과거에 번번이 낙방한데다 집안 사정이 곤궁해지자 현엽이 방의 서기로 거둔 자였다. 일을 시키는 대신 과거를 볼 수 있는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차후 그가 시험에 붙었을 때 관가에 끈을 만들어두기 위함이었다. 방주의 당부에 오상호는 고개를 바짝 숙이며 힘을 담아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아, 그걸 안 했군. 다들 따라 나와. 보여줄 것이 있다.”

혈음을 쥐고 밖으로 나선다. 다섯 사내가 그의 뒤를 묵묵히 따른다. 방주가 연무장에 나타나자 실력을 겨루고 있던 몇몇 방도가 대련을 멈추고 꾸벅 목례를 한다. 현엽은 대주들을 앞에 주르륵 세우고 칼을 칼집에서 뽑아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빠르고 깔끔한 발도였다.

“혈귀도라 한다. 복잡하지 않으니까 한 번에 보고 새겨.”

방주의 독문무공이다. 장내의 모두 눈을 부릅뜨고 그의 동작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일초식 단철단금(斷鐵斷金)부터 구초식 혈무혈향(血霧血香)까지 천천히 펼쳐낸다. 도법 특유의 단순하고 파괴적인 궤적이 인상적이다. 시연을 마친 그는 품에서 책자 한권을 꺼내 오상호에게 던졌다.

“궁금한 거 있으면 그거 읽고.”

“비, 비급입니까?”

“비급 같은 소리하네. 그런 거창한 게 아니다.”

방주는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일세의 보물을 손에 쥔 듯 흥분하는 오상호였다. 눈에 일렁이는 빛은 분명 욕심이다. 그런 그를 보며 현엽은 혀를 끌끌 찼다.

“다 같이 봐. 보고 싶은 애들 있으면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실력은 그딴 종이 쪼가리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냐. 대련과 실전이 네 무공을 완성시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알겠나?”

심령을 꿰뚫는 듯 날카로운 현엽의 시선과 마주하자 사내는 식은땀을 흘리며 허리를 굽혔다.

“아, 알겠습니다.”

“더 궁금한 거 없지. 그럼 난 몸이나 좀 풀러 갔다 오마. 정 물어볼게 있으면 하오문을 통해서 연락하고. 아, 혹시 의혈방에서 연수 제의가 들어오면 군말 없이 응해. 일도단애(一刀斷崖)는 나도 아직 못 당하는 고수니까.”

“존명.”

거창한 환송 행사도 없었다. 그대로 칼을 차고 전낭을 챙긴 채 휘적휘적 나간다. 무한성 흑도의 지배자 일문일살(一問一殺) 현엽은 그렇게 강호로 나섰다.


* * *


달리 거창한 뜻이 있어 본거지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싸움을 좋아했고 강호에 적당한 분란을 일으키며 겸사겸사 실전 감각이나 키울 요량이었다. 의혈방에 있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투의 연속이었기에 그리 심심할 일이 없었지만 그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한 청협방의 세력을 무한성의 권역 밖으로 섣불리 확장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굳이 알을 잘 낳고 있는 닭을 닭장 밖으로 꺼내 쥐떼한테 물어 뜯기기라도 하면 골치만 아플 뿐이었다. 무엇보다 늘 무리 생활을 해왔던 그였기에 혼자서 허허로운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딱 이 맘 때쯤 의혈방에 들어갔군.”

당시의 현엽은 가진 거라곤 불알 두 쪽과 악밖에 없는 빈털터리였다. 아직도 자신이 왜 과거로 돌아왔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답이 안 나오는 고민은 하지 않는 그였다. 어쨌든 지금은 그럴듯한 흑도 방파의 주인이자 절정 고수였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큰 재산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 이 맘 때쯤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떠올렸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상념에 잠긴 그의 입매가 어느덧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군. 바꿀 수도 있었어.”

참 재밌지 않은가. 자신의 행보에 따라서 세상이 이리 변하고 저리 뒤틀린다. 이미 한번 지나온 길은 재미없다.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방자한 생각일 수 있으나 그는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현엽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있었다.


* * *


용마산(龍馬山).

높지 않으나 산세가 험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이곳에 원교의 동패교사(銅牌敎師) 파면노파(破面老婆)가 보름 전부터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호남성 포정사의 금지옥엽이 병에 걸리자 이를 치유하기 위해 길을 나선 천하제일미, 성수가인(聖手佳人) 녹영영(綠英英)을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일거삼득, 아니 사득이군.’

현엽은 관도가 보이는 나무 위에 걸터앉아 진득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머릿속으로 당장 네 가지 이득이 떠올랐다. 첫째, 지금 그에게 원교의 동패교사는 그리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실전 감각을 되살릴 수 있는 최적의 상대였다. 둘째, 조정에서는 혹세무민하는 사교, 무림에서는 공적으로 지정된 원교 고수의 목에는 최소 은자 삼백 냥 이상의 현상금이 걸려있다. 셋째, 은혜는 열배로 갚고 원한은 백배로 되돌려준다는 성수장의 후인을 구하는 셈이니 내공을 단번에 증진시키는 영단을 얻을 수도 있다. 넷째, 간접적으로 포정사의 은인도 되는 것이니 무한의 청협방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오는군.’

고개를 돌린다. 저 멀리서 마차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양 옆으로 관병으로 보이는 이들 열 명이 따라붙는다. 청년은 속으로 혀를 끌 찼다. 이 험난한 세상에 삼류도 될까 말까한 어리바리한 관병 열을 붙여놓고 호위를 세운다는 건 정말이지 안이함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모두 죽이고 계집만 생포하라! 특히 얼굴은 털끝만큼도 다쳐서는 안 된다!”

검은색 두건은 원교의 상징이다. 밤송이 수염의 사내가 언월도를 들고 지시를 내리자 수하들이 개떼처럼 능선을 달려 내려간다. 현엽의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살의가 들끓는다.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그는 원교를 혐오했다. 서로가 서로의 복수를 돕고 한을 풀면 언젠가 극락정토가 올 거라고 믿는 광인들의 집단. 그로서는 하등 이익이 될 것도 없는 일에 쓸데없이 진지하게 나서는 원교의 신도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보고만 있어도 짜증이 샘솟는 자들이었다.

‘얼씨구.’

그야말로 성난 파도 앞의 조각배 신세다. 검광이 한번 번쩍일 때마다 썩은 나무토막마냥 쓰러지는 관병들이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마차에서 천하절색의 여인이 뛰쳐나와 재간을 부린다. 장영이 어지럽게 허공을 수놓고 원교의 교도들이 주춤주춤 뒤로 밀리기 시작했으나 그 정도가 한계였다.

녹영영의 무공 수위는 갓 일류에 들어선 수준. 방년의 나이에 비하면 훌륭한 성취였으나 한 손으로 여러 손을 막을 실력은 되지 않았다. 결국 밤송이 수염 사내에게 혈을 짚이고 두꺼운 헝겊이 얼굴을 씌운다.

‘무슨 짓을 해도 좋으니 얼굴만은 흠집 하나 나지 않게 하라. 이건가.’

이제 슬슬 움직일 때였다. 현엽은 나무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땅에는 흙먼지 하나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마치 산보를 나서듯 느긋하게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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