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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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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취]
작품등록일 :
2023.11.28 18:06
최근연재일 :
2023.12.01 17:52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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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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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4,947

작성
23.12.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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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하나하나 차근차근 # 2

DUMMY

한 달은 생각보다 빠르다.



자일로가 특허를 마친 뒤, 인장을 받아 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딱 한 달 정도였고, 그사이 체스는 디토 마을을 떠나 우리 영지 전역에 퍼진 상황이었다.



이유인즉슨, 목수인 ‘벤’이 자식 전부를 동원하여 체스판을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마을 노인들이 하나둘 체스를 배워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자 이에 흥미를 느낀 벤이 체스를 배우게 되면서 점차 체스 세트 제작이 가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벤은 세트를 전부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척 길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정적인 가속 원인 중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벤에게는 ‘청동’을 주조할 수 있는 대장장이 친구가 있었다는 것!



그에게 체스 말을 청동으로 제작하도록 부탁하였고, 벤은 체스판을 전문적으로 제작함으로써 분업화하여 가속도를 더한 것이 지금에 이른 상황이었다.



“이렇게까지 체스가 성행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말이지···.”


내 말을 들은 레일리가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연다.



“저는 예견 했습니다. 무조건 흥할 것이란 것을요.”


“요새 동료 기사들과 여과 시간에 체스만 둔다고 기사 단장이 나에게 잔소리를 하던걸?”


“...여과 시간입니다. 제가 그 시간에 무엇을 하든 상관없는 일이지요.”


“변했어, 연습 벌레라고 기사 단장이 칭찬을 꽤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하하하, 이게 다 루카스 도련님 덕분이죠!”


이렇게 능청스러운 사내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보기엔 나쁘지 않다.



그렇게 인정을 받고 다시금 디토 마을로 향하려는 그때였다.



“도련니이이임!!”


헐레벌떡 달려온 집사의 모습에 뭔 일이 생겼나 싶어 기다리는데, 그가 내 앞까지 다가와서는 숨을 가다듬으며 말해왔다.



“나, 남작님께서 집무실로 들라 하십니다!”


우다다 말을 토해내는 집사, 그래서 무슨 일이냐는 물음을 건네 보았으나, 자신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그를 못마땅하게 바라본 뒤 곧장 아버지의 집무실로 향했다.



“부르셨어요?”


내 물음에 뭔가를 심각한 얼굴로 지켜보던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다.



“체스 말이다. 이권을 팔아 주었으면 하는 전갈을 받았는데, 어찌하겠느냐?”


뜻밖의 이야기였다. 체스는 아직 우리 영지 내에서만 유행하는 상황이다. 평소 유동 인구가 별로 없는 영지다 보니, 일단은 몇 가지를 확인해 봐야 할 필요를 느꼈다.



“누구입니까?”


“음, 왕국 상인 연합의 델몬드 후작이다.”


“이번에 특허 내면서 알려지게 된 모양이네요.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은 것 같고···. 그렇죠?”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구나.”


우리 아버지는 꽤 영민한 분이다. 시세에 밝고, 중립 귀족으로써 약소 영지지만, 파벌에 들어 어설프게 정치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듯 외압이 발생하면 대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차피 시연해 보여야 하는 과정에서 얼마간 잡음이 나오리라 생각은 했지만, 대놓고 시작부터 관심을 기울일 줄은 몰랐는데···.’


예상보다 더욱 깊은 관심을 드러내 보인 것에 당황하긴 했으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진상하죠.”


내 말에 놀란 아버지다.



“...왜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이냐?”


“제가 생각한 규모로 판을 키우려면 단순하게 체스 하나로는 답이 없거든요. 그러니 국왕 폐하께 진상을 한 후, 이참에 왕국 파벌의 말석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루카스 네가 이룩한 것이고, 너의 업적이 될 것이야. 그런 것을 손쉽게 포기해서는 아니 된다.”


아버지의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외부 자극을 계속 받게 된다면 우리 영지의 힘으로는 병들고 지쳐갈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든든한 뒷배를 얻는 것이 마땅했다. 게다가 말이 좋아 진상이지, 권리를 ‘반반’나누는 것일 뿐이다.



그 말인즉슨, 체스를 왕국에서 잘 키워주리라 예상 가능하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귀족 새끼 믿고 떠넘겼다가는 가문이 초토화되는 것은 일도 아닐 터다···.’


실제로 고위 귀족 중 이 특허 때문에 멸문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미 파악해 둔 상황이다. 그러니 적당한 이권을 왕실에 넘겨주고 비호를 받는 것이 맞다.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왕국과 부를 나누면···. 든든한 뒷배가 되어 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일을 왕실이 거부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델몬드 후작이 작정하고 손을 쓸 수 있게 될 터이니···.



그래서 관심을 끌 방법이 필요했다.



‘수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마차로 일주일···. 어차피 다음 달에 누나가 아카데미에 입학한다며 수도로 향하니···. 그때 움직인다.’


“서신을 언제까지 답하면 되는 겁니까?”


“기한은 정해진 바 없다. 나름대로 여유를 보인다며 정하지 않고 보낸 듯하구나.”


“그럼 그냥 무시해 주세요. 지금부터 손을 써야겠네요.”


복잡한 표정으로 날 보는 아버지다. 그래서 말했다.



“믿어주세요. 가문에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다. 나는 네가 무사했으면 하는구나.”


시선에 애정이 가득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버지는 나를 사랑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바람에 답을 내놓는다.



“아무 걱정 없이 사실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아니, 그것이 아니라···.”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아버지였으나, 머쓱함에 괜스레 집무실을 쪼르르 빠져나왔다.



무례한 행동이긴 했으나, 난 아직 어린아이 신분이었다. 그런 내 뒤를 레일리가 뒤따르며 묻는다.



“어찌하시려 그러십니까?”


“진상 전에 선물을 좀 해야겠어. 제3 왕자와 제2 공주님이 명석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맞아?”


“대단히 똑똑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이면 됐다. 똑똑한 만큼 내 의도를 쉬이 파악해 주리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택을 나서며 곧장 정보 길드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 * *




대륙에는 세 개의 정보 길드가 있다. 그중 우리 영지에 있는 정보 길드는 3대 길드 중 하나인 ‘골드 번’이었고, 순위로 따진다면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하는 그러한 길드다.



대부분의 영지에 모두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하는 일은 꽤 다양했으나, 지금 그 다양한 일 중 하나를 내가 이용하려 방문한 상황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평범한 인상의 사내부터 더러운 인상의 사내까지 모두가 날 유심히 바라본다.



내가 일반인은 아님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인물들이다.



그리고 카운터로 향하는 내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날 보는 누군가 슬쩍 다가와 물었다.



“체스를 만드신 분 아니십니까?”


“그쪽은 누구?”


“하하, 터넷 지부의 장입니다.”


“그럼, 댁은 나중에, 가지.”


그렇게 곧장 카운터로 향했고, 그런 내 모습에 당황한 사내가 내 뒤를 졸졸 따른다. 그러나 더는 말을 걸지 않는 것을 봐서는 재밌는 사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나와 지부장을 번갈아 보더니 내게 묻는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루카스 님.”


“신상 파악은 모두 하고 있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주요 고객님이 되실지 모른다는 판단에 명령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순순히 이야기 해줘도 괜찮은 것이냐는 물음을 지부장에게 건넸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



‘삐졌네.’


표정에는 별다른 태가 나지 않았지만, 행동이 삐친 사람이 하는 짓이나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 역시 지부장에게 관심을 거두고는 카운터 직원에게 말했다.



“몇 가지 물건을 의뢰할 것이네, 물품 전달이 무조건 되어야 해.”


“...어디의 누군지, 거리와 신분에 따라 요금이 달라집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물품은 고급 체스 세트 두 개, 그리고 대상은 제3 왕자와 제2 공주님께야. 가능하겠지?”


“...그, 금액이 많이 소요 될 것입니다.”


당황한 직원이다. 물품 전달 대상이 일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액은 상관없다. 물품만 전달하면 돼, 기한은 열흘이네. 가능하겠지?”


“물품을 주신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출발시킬 수 있습니다.”


알겠다고 말한 뒤, 물건은 영주 저택으로 가지러 오라 말하고는 의뢰를 마무리한 뒤, 지부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음, 이미 다 파악됐습니다.”


“실없는 사람이네, 그럼, 이만.”


그렇게 정보 길드를 나서려는 그때였다.



“혹시 말입니다.”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지부장이 내게 우물쭈물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묻는다.



“듣기로 일반에 풀린 보급형이 아닌, 고급형이 존재한다는데, 그것 사들일 수 있겠습니까?”


설마하니 체스 세트를 사려고 그런 것이냔 생각에 말했다.



“금액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내 말에 뚱하니 날 바라보는 그가 말했다.



“금액은 상관없습니다. 물건만 구할 수 있다면요.”


그래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보낼 때, 함께 올 수 있도록.”


알겠다며, 감사하다고 말하는 지부장이었다. 이후 영주 저택으로 되돌아와서는 체스 세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초호화 체스 세트 두 개와 원목으로 만들어진 체스 세트 한 개를 구입했다.



잠시 후, 눈앞에 물건이 배송됐는데, 그럴 보고는 레일리가 신기하단 표정으로 날 보며 묻는다.



“이것은···. 석재로 만들어진 것입니까?”


“응,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체스 세트야. 무척 귀한 물건이지.”


대리석이란 말에 조금 놀라는 레일리다. 그리곤 체스 세트를 이리저리 살펴본 뒤 묻는다.



“대리석을 이렇게 정교히 가공할 수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 세상의 석재 세공 기술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하물며 대리석이다. 일반 석재보다 더욱 다루기 어려운 석재였다. 그러니 신기해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만한 물건쯤 돼야 왕자나 공주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 뒤 체스 규칙을 적은 책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얼마간 규칙을 양피지에 적어 내려가고 있는 그때, 정보 길드 지부장이 커다란 마차를 대동한 채, 저택을 방문한다.



곧장 내게 안내를 받아 작업실로 들어서는 그때였다.



“...이게 다 뭡니까?”


대리석 체스 세트를 보며 묻는 그 말에 씩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왕실에 배송할 물건이고, 이쪽은 자네에게 판매할 물건이지.”


원목으로 만들어진 물건 또한 매우 귀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정교하게 조각된 예술품으로 보아도 괜찮을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대리석 체스 세트는 그의 영혼을 사로잡을 정도로 시선을 끌고 있었다.



“...저도 이것으로 어떻게 안 됩니까?”


“감당할 수 있을까? 대리석으로 제작된 예술품이나 다름없는 체스 세트인데?”


앙다물어지는 길드 지부장의 입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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