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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취]

통판으로 경제 흑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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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취]
작품등록일 :
2023.11.28 18:06
최근연재일 :
2023.12.01 17:52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9
추천수 :
0
글자수 :
14,947

작성
23.11.29 17:24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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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하나하나 차근차근 # 1

DUMMY

“자. 됐다. 규칙 알려 준 것 숙지 했어?”


뜬금없이 허공에서 뭔가를 꺼내든 날 보면서도 놀라지 않는 레일리다, 그간 종종 그에게 몇 가지 영양제를 비롯해 음식 따위를 공수해 나눔을 하며 길들여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한 ‘마법’을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가족 이외의 사람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 내신 것입니까?”


눈앞의 체스판을 보며 하는 레일리다. 표정이 심오한 것을 봐서는 취향 적격을 제대로 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마법은 ‘나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순수하달까?



아니면 그냥 의심스러워도 믿어준달까?



여러모로 고마운 존재다.



“할 만할 것 같아?”


“다루기에 따라서는···. 전략과 전술이 응용될 것 같군요.”


실제로 장기나 바둑을 알려 주고 싶었지만, 장기는 뭔가 이 세상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바둑은 내가 할 줄 모른다.



끽해야 오목이 전부랄까?



어설프니 안 하는 만 못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나마 할 줄 아는 체스를 도입할 생각이었다.



“혹시 비슷한 놀이가 있나?”


“...애당초 기사나 마법사는 수련하기에 바쁘지, ‘놀이’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하며 삽니다. 그런데···. 이것이라면 음!!”


점점 심각해지는 레일리의 표정을 보고는 자리를 잡은 채, 실제로 한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말해준 규칙을 용케 모두 기억하고 있다가 안 까먹고 잘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실제 레일리의 나이는 21살, 내가 죽기 전 38살이었으니, 지금 내가 살아온 삶만 따진다면 지천명이다.



그러니 레일리가 얼마나 풋풋하겠는가?



아무튼 각설하고 초보자를 상대로 마음껏 농락하기 시작하자 갈수록 표정이 굳어가며 흥분하기 시작한 레일리다.



여태 이런 모습을 몇 본적 없었던지라, 꽤 낯설긴 했지만, 그만큼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으로 몰려든 노인들이 우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중 눈썰미 좋은 염감쟁이 몇이 호기심을 느끼며 저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잘 들어 보면 말의 움직임을 살피고 어떻게 하는 게임인지 파악하려 애쓰는 듯했다.



때마침 폰이 두 칸 전진하며 빈 공간을 통해 비숍을 집어 들고는 폰이 이동하며 생긴 빈틈을 파고들어 킹을 압박하자, 당황한 레일리가 보였다.



“체크.”


내 말에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레일리가 킹을 한 칸 움직여 보이는데, 그것을 보며 근처에 미리 심어 놓았던, 나이트를 옮겨 자리를 옮긴 킹을 노렸다.



“체크메이트”


다시 나의 목소리에 ‘큭’하며 신음을 토하는 레일리, 결국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레일리가 나에게 묻는다.



“체크와 체크메이트는 무슨 의미입니까?”


“일종의 알림이야. 우선 체크는 왕이 노려졌다는 의미지,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경우에 뭐 알려 주기라 보면 맞을 거야.”


정확히는 규칙이 더 존재하지만, 초보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쑤셔 넣어 줘 봐야 모두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이와 관련된 책자를 구입해서는 규칙 본을 만들어 체스 세트와 함께 배포할지 싶었다.



“...졌습니다. 이런 재밌는 놀이가 있다니···.”


눈이 반짝반짝한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노인들을 보고는 슬쩍 물었다.



“대강 봐서 알겠지만, 나는 이 마을에 이 ‘체스’라는 놀이 도구를 판매하려고 해, 꽤 머리를 써야 하는 놀이야. 그리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한가롭게 할 수 있는 놀이라서 바쁜 시기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촌장이 날 보며 묻는다.



“그보다는 무척 비싸 보입니다. 이런 것을 저희가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내가 이번에 구입한 물건은 원목 체스 세트였다. 가격은 대략 30만 원 정도, 그러나 이것을 그대로 배포할 생각은 없었다.



말 그대로 이것은 매장에 장식해 놓을 물건이며, 종종 귀족을 대상으로 고가에 팔아치울 물건이었다.



레일리의 반응을 봐서는 무조건 흥할 수밖에 없으리라 판단 되었기에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 목수를 섭외하여 이것과 비슷한 판을 만들 생각이네, 이 물건은 무조건 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놀이 기구 자체를 이 마을에서 직접 제작했으면 좋겠어.”


“음, 그런 형식이라면···. 역시 조금 전에 상인에 관하여 물으셨던 것이···. 특허 때문입니까?”


“맞아, 특허를 낼 것이네, 그리고 이것을 디토 마을의 특산품으로 이곳에서 제작하여 배포할 예정이네.”


이 세상의 특이점 중 하나가 물건에 대한 특허였다. 마탑과 각종 나라와 연합, 그리고 길드 따위가 이 특허를 보장해 주었는데, 등록 자체도 그리 어렵지 않은 데다가 특허 시 받는 인장을 찍어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인장이 없는 물건의 경우 무조건 불법 장물로 취급받으며, 불법적인 물건을 제작하여 판매하거나 할 때 그 물건을 회수해 저주 주술사에게 가져다 불법 제작자를 찾거나 저주 따위로 처벌하여도 죄가 아님을 보장받는다든가. 하여튼 꽤 특이한 구조로 특허 자체가 보장되는 시스템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구의 시스템보다 마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런 쪽으로는 잘 보장받게 되는 것이 아닐지 싶었다.



“상인을 불러와 줄 수 있을까?”


내 말에 촌장이 근처에 있던 그나마 젊은 노인에게 말하여 상인을 불러오도록 부탁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 판을 정리한 뒤, 레일리에게 한 판 더 하자는 말을 건네자, 알겠다며 이번에는 좀 더 노력해 보겠노라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미소가 절로 맺힌다.



그러거나 말거나, 초보자에게 패배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체크!”


“이···. 이런!”


5분도 되지 않아 쩔쩔매는 상황이 이어진다. 폰으로 스크럼을 짜는 전략도 없고, 비숍이나 퀸이 지나는 길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빈틈을 계속 공격당하자 룩과 나이트가 첫 번째로 잡힌 뒤, 허망할 정도로 손쉽게 정리 수순을 밟게 된 레일리였다.



“...졌습니다.”


체크메이트 직전에 패배를 인정하고 시인하는 레일리였다. 게다가 어느새 찾아와 이 광경을 주의 깊게 보고 있던 상인 하나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날 본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방랑 상인 자일로 입니다.”


상인 증명서를 꺼내 보여주는 자일로, 그것을 받아 레일리에게 건네고는 물었다.



“자네를 부른 것은 지금 본 이 물건은 특허 내기 위함이네.”


“...예사롭지 않은 물건이더군요. 전략 공부에 쓰이는 물건입니까?”


자일로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놀이 도구일세, 아이들은 하기 조금 복잡할 수 있겠지만, 성인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네, 게다가 자네 말처럼 전략에 조금 대응해 볼 수도 있겠지.”


눈을 빛내는 자일로, 그가 묻는다.



“특허가 아직 없었군요···?”


“맞네, 만들기는 했으나, 특허를 내지 못했지. 게다가 우리 영지에는 특허를 받아줄 상인 연합이 없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백작령까지 가야 할 터, 혹···. 의뢰를 맡기시려고 그러십니까?”


“두 가지를 부탁할까, 하네.”


호기심을 느낀 자일로였고, 내 말을 기다리며 무슨 부탁이냐 묻는다.



“앞서 이야기한 특허를 내는 것, 그리고 이것을 유통해 주었으면 하네, 나는 이 물건을 다른 곳에서 제작할 생각이 없어, 특허를 대여할 생각도 없네, 이곳 디토 마을과 우리 영지의 특산품으로 만들 생각이네.”


“...확실히 그러한 것이면, 엄청난 이득을 제가 떠안을 수 있겠군요. 한데, 저를 믿으십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자일로에게 말했다.



“아니, 나는 돈을 믿네, 상인은 돈보다 목숨을 귀히 여긴다지, 그러나 돈 또한 목숨 못지않게 귀하게 여긴다고 알고 있네, 게다가 그냥 맡길 생각도 없어,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한 뒤, 그대에게 의뢰할 생각이네.”


“철저하시군요.”


“앞서 말했듯, 나는 돈을 믿네. 그러니 거래하겠나?”


묘하게 나를 바라보는 자일로, 그러다가 알겠다고 말하며 품에서 둘둘 말린 계약서 한 장을 꺼내서는 마법의 잉크로 뭔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상인에게 있어서 계약서는 매우 중요한 도구였다. 몇 장의 여분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리라. 그렇게 얼마간 계약서 작성을 마친 자일로가 내게 계약서를 건네며 말했다.



“살펴보시고, 필요하거나 뺄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계약서를 받아 든 뒤, 내용을 살폈다.



작은 글씨가 있는가, 혹은 말장난으로 갑과 을의 관계를 꼬았다거나, 그도 아니면 시간의 유예를 무한정으로 잡는다거나, 빈틈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염두하여 꼼꼼히 살펴보며 계약서를 읽었고, 몇 가지를 고치라는 말에 순순히 내용을 변경하는 자일로와 깔끔하게 계약을 맺으며 말했다.



“물건 한 세트를 주도록 하지. 그리고 사용 방법은 지금부터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것이네.”


내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였으나, 곧 레일리와 자리를 교대하고는 내게서 체스를 배우기 시작한 자일로였다.



이후 두어 판은 연습시킨 뒤, 흥이 잔뜩 오른 자일로에게 말했다.



“자네의 연습 상대로 레일리가 적당하겠군.”


두 사람이 체스에 홀딱 빠져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에 곧장 촌장이 데려온 목수와 대면했고, 그에게도 지금 레일리와 자일로가 두고 있는 체스판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주고는 말했다.



“이 물건을 계속해서 생산해야 할 것이야. 체스 말은 그리 정교하게 따라 할 필요는 없으나, 적당히 형태를 잡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가능하겠는가?”


“목수 생활만 40년을 해왔습죠. 가능합니다.”


“좋아. 한 달에 저것을 50점 가까이 만들 수 있도록 일단은 사람을 최대한 활용해 보도록 하게. 가능하겠는가?”


“충분하옵니다. 한데... 조금 전 듣기로는 저것을 상인에게 쥐여 보낸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입니까?”


목수의 말에 일단은 기억해 두고,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빠르게 마련해 보겠다고 말한 뒤, 체스의 열기를 더해가는 장내를 슬쩍 둘러보았다.



‘마음 놓고 이것저것 할 수 있으려면 영지가 우선 부강해져야 한다. 체스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야···.’


언제고 2조 7천억을 마음껏 눈치 안 보며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야 말겠노라 다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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