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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웅 님의 서재입니다.

새로운 아포칼립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주영웅
작품등록일 :
2021.02.05 21:38
최근연재일 :
2021.03.24 13:0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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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2
추천수 :
12
글자수 :
16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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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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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사이버 고양이 네로

DUMMY

“이런 말 해서 미안해.”

“여기서 멈출 방법은 없어. 멈춰서도 안 되고.”

“멈추고 싶어. 너무 힘들어.”

“억지로라도 힘내. 이석!”

“...”

“우리가 멈추면 가족들과 지구는 어쩌고?”

“미안! 난 여기까지야.”

“멈출 방법이 없다니까.”

“아냐! 방법이 있다 했어.”

“누가? 그 민머리 난쟁이가?”

“응!”

“어리석은 새끼!”


이석과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정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진의 목소리가 이렇게 큰지 처음 알았다.


“그 새끼가 뭐라 했는지 말해. 얼른!”

“김혁의 지팡이를 이용하면 차원의 문으로 돌아간다고 했어. 거기서 우리 살던 곳으로 가면 된다고.”

“이석! 씨발 놈! 실망이다. 그건 미션 맡긴 분을 배신하는 행위야.”

“배신?”

“나와 김혁은 디아볼로스를 없애고 갈 거야. 그 전엔 안 돌아가. 너 혼자 가. 그렇게 가고 싶으면.”

“...”


모래바람을 지나면 지옥이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

모래 더미와 사투를 벌이며 길을 찾고 있는 지금.


정진과 이석의 언쟁에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답답한 마음에 지팡이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미카엘 대천사님! 미카엘?”

“듣고 있어. 김혁! 말해.”

“사실이에요?”

“차원의 문으로 되돌아가는 거 말이니?”

“네!”

“포기하고 싶니?”

“아니요. 난 끝까지 할 거예요. 이석이 힘들어해서요. 돌아갈 방법이 있으면 이석만이라도 돌려보내려고요.”

“지팡이를 이용해서 차원의 문으로 돌아가면 그 안에 부어 놓은 능력은 없어져.”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하겠다면 네 마음이지만 그런 어리석은 결정은 안 하길 바란다.”


포세이돈.

아폴론.

천국 군사인 박쥐들.

물의 정령들.

생각의 요정.

아킬레스.

미카엘 대천사.


이들의 도움 없이 디아볼로스를 이길 수 있을까?

지팡이에 부어 준 그들의 수고를 알기에 더욱 망설여졌다.


“민머리 난쟁이는 지팡이를 뺏고 싶은 거야. 디아볼로스의 심복이거든.”

“심복?”

“능력을 빼앗아 싸움하지 않고 승리하려는 거지.”

“교활한 놈!”

“지팡이는 네 것이 맞지만, 그 안에 능력을 담은 이들의 것이기도 해.”

“지팡이 힘으로 이석을 돌려보내려 했어요.”

“아직 그 힘은 너에게 필요해.”


미카엘과의 대화를 이석과 정진이 듣고 있었다.


“김혁! 이 새끼 때문에 큰 것을 잃으려는 건 아니지? 우리가 미션을 성공해야 지구와 사람들이 원상태로 돌아가잖아. 평화로웠던 모습으로 말이야.”

“네 말은 사실과 달라. 지구와 인간은 평화로웠던 적이 없었어. 원시시대에도 서로 죽고 죽이는 행위만 있었잖아. 먹을 것과 영토확장을 위해서.”

“그래서 우리도 그들처럼 치고받고 싸워서 죽고 죽이자는 거야?”

“그만해! 이새끼들아!”


나도 모르게 지팡이를 던져 버렸다.

내 손을 떠나면 안 된다 했는데···.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김혁! 미안해. 난 이걸 이용해서 돌아갈 거야.”


이석은 지팡이를 낚아챘다.


“안돼! 이리 내놔. 김혁! 저 새끼 좀 잡아 봐.”

“미안해.”

“돌려줘! 이석? 너 분명 후회할 거야.”


그때···.

민머리 난쟁이가 나타나 지팡이를 낚아챘다.


“호호호! 고맙다. 어리석은 인간들!”

“뭐야? 지팡이만 있으면 차원의 문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너 나한테 거짓말했어?”

“이석! 그건 맞는 말이야. 하지만 네게 이 지팡이를 줄 순 없어. 이 건 더욱 필요한 곳에 쓸거야. 날 위해서!”

“어떻게 나한테 이래? 응?”

“너와 난 친구도 아니고 아무 사이도 아니야.”

“개새끼! 날 속여?”

“이석! 네가 가진 아폴론의 축복이 필요해. 너도 가자.”

“뭐?”

“얘들아! 이 멍청이도 데리고 간다.”

“안돼! 지팡이는 가져가도 내 친구는 안돼!”

“고맙다. 지팡이는 잘 쓸게.”


이석과 사라지는 민머리 난쟁이.

목이 터져라 이석을 불렀지만 소용없는 외침이었다.


“미카엘! 이석을 어디로 데려간 거예요?”

“이석은 돌아올 수 있어. 자신이 각성하면···. 너무 걱정하지 마.”

“미카엘 님? 미카엘?”


지팡이와 함께 미카엘도 떠난 것일까?

더는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허무한 마음에 주저앉았다.


“정진! 이제 우리 둘이네.”

“이석은 무사하겠지?”


정진과 나는 이석 걱정과 미션에 대한 염려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우리의 미션! 어떡하지?”

“김혁! 우리 둘이서 하자. 할 수 있어.”

“그래! 이석 놈도 각성하면 돌아올 수 있다니까. 죽진 않겠지?”

“당연하지. 그 새끼 바로 후회할 거야.”

“이석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자.”


친구는 가장 가까이에서 힘을 주는 사람이란 걸 정진을 통해 깨닫는다.


“김혁! 능력자들의 도움 없이 승리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긴 하지만 할 수 있어. 택한 분을 믿자.”

“응! 우린 해낼 거야.”


허무한 마음에 터벅터벅 모래바람 부는 평야를 지나, 바람 한 점 없는 평온한 곳에 도착했다.

폭풍 전야처럼 조용한 장소였다.

무에서 창조된 인간.

사는 동안 더 많은 것을 움켜 지려 하지만 그것 또한 죽음과 함께 허상이 돼 버린다.


“아···! 저기 봐.”


지옥 입구에 다다랐을 때였다.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글씨가 선명히 들어왔다.

평온함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문에 쓰여 있는 글귀가 섬뜩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의 문이 드디어 열린다.


두려움과 설렘이 묘하게 교차하는 순간.


“김혁! 이제 디아볼로스를 만나는구나.”

“응! 어떻게 생겼는지 보겠지? 파괴자 새끼!”


드르륵!


끓어오르는 용광로가 눈앞에 있다.

괴물인 듯 사람인 듯 구별하기 힘든 생명체들이 울며 이를 갈며, 시꺼먼 치아가 금방이라도 빠질 것처럼 달랑대고 있었다.


많은 무리의 형체가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영화 속 좀비의 형상은 양반이었다.

눈을 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정진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


작은 키에 마른 몸인 정진.

오랜 여정으로 약해진 탓에 툭 치면 쓰러질 것처럼 깡말라 있었다.


“김혁! 나 통뼈라서 보기보다 튼튼해. 내가 널 보호해 줄게. 내 걱정은 하지 마!”

“오! 웬일? 든든하다. 씨발놈!”


둘이 남아서 그런가?

서로를 많이 의지하고 있는 우릴 발견했다.

정진과 나는 긴장한 자세로 지옥을 걸어 들어갔다.

이석 걱정할 겨를도 없이 긴박함이 흐른다.

눈 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


우르르! 우르르륵!


“또 성질내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욕설이었다.

내가 할 땐 몰랐는데···.

지옥 망자들의 진노와 엉켜진 욕은 무섭기까지 했다.


XXX XXXXX!


오!

신랄하고 찰진 욕이다.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욕.

사람의 몸을 여섯 조각낸다는 의미?


“여기 완전 살벌하다.”


디아볼로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지옥이 요동칠 때.

망자들은 일제히 욕을 쏟아낸다.

섬뜩 그 자체다.


“여기가 지옥이라 그런가?”

“응?”

“등에 찬기가 올라와.”

“나도 머리가 쭈뼛 솟는다.”


디아볼로스 가까이 있음이 느껴지는 곳.

이곳의 한 발자국은 세상에서 10m를 걷는 것 같았다.

누군가 잡아당기듯 무거워진 몸.

입자 고운 흙이라 푹푹 빠진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물기 없는 뻘과 비슷한 느낌이다.

더 끔찍한 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밟으면 뚝 뚝 부러지는 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김혁! 푹푹 빠져서 쉽게 지친다. 넌 괜찮아?”

“난 괜찮아.”

“넌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 그런가 보다.”

“몸이 가볍다고 상상해 봐.”

“마인드 컨트롤 하라고?”

“응!”

“그래 해 볼게.”

“지금 우린 100% 육체가 아니잖아. 생각한 대로 몸이 반응할 거 같아.”

“맞아. 깜빡했다.”

“우리 이제 좋은 상상만 하자.”

“내가 이랬다저랬다 한 거 미안해.”

“아냐! 괜찮아.”

“2050년의 우리가 텔레파시로 소식을 전했잖아. 우리도 가능할 거야.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

“응!”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였다.


“아아아아!”

“정진! 꽉 잡아.”


흙에 들어가는 정진의 몸을 반사적으로 잡아챘다. 두 날개를 펴서 날아오르는 상상과 함께···.


“어! 어어? 날았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졌어.”

“김혁! 뭐야? 니 몸에 날개가 생겼어.”

“유레카! 내게 이런 능력이 생기다니 믿을 수 없어.”

“다른 것도 해 봐. 얼른!”


호흡을 불어 넣자 푹푹 꺼지던 흙이 단단해졌다.


“대박! 그냥 땅을 밟는 것 같아. 편해졌어.”

“정진! 이거였구나. 된다고 계속 생각하니까 됐어.”

“우리의 공통점?”

“R=VD”

“비밀의 열쇠였어.”

“이제 부정적인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

“곧 승리한다. 디아볼로스는 우리 밥이다.”


마치 구호를 외치듯 한목소리를 냈다.


“아이 깜짝이야.”

“왜?”

“발밑에 뭐가 있어.”

“잠깐! 움직이지 마.”

“휴! 밟을 뻔했다. 엄청 작은 고양이다.”

“아···! 귀여워.”

“안녕! 내가 보여?”

“아주 잘 보이는데? 넌 누구야?”


작지만 포스가 느껴지는 고양이 한 마리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긴 흰색 털을 가진 녀석.

자세히 보니 오드아이였다.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별로 안 궁금한데.”

“엥? 가르쳐 주고 싶은데···. 안 궁금하다고?”

“궁금해해야 하는 거야?”

“응! 날 본 모든 이들이 궁금해했는데···.”

“그냥 말해. 짜식아!”

“근데, 몇 살인데 반말이야?”

“나이 앞세우는 건 꼰대들이나 하는 짓인데.”

“어? 꼰대? 하하하하!”

“니 이름이나 가르쳐 줘.”

“네로라고 부르면 돼. 내 이름이야.”

“뭐야? 검은 고양이 네로야? 웃겨! 하하!”

“너 이름은 뭔데 남의 이름으로 놀리냐? 체!”

“나비넥타이까지 하고 있네. 연미복도 입고 있었어?”

“야?”


10cm 크기의 네로!

삐친 걸 표현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녀석. 힐끔힐끔 돌아보며 우리를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홀로 외로웠나 보다.”

“네로야! 함께 가자! 안 놀릴게.”


정진이 손바닥 위에 네로를 올려놓자 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좋아한다.


“단순한 녀석이구나.”


선한 기운이 네로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마치 미카엘을 보는 듯 편안했다.


“혼자 뭐 하고 있었어?”

“언제부터 있었어?”

“여긴 왜 왔어?”

“정신없네. 하나씩 물어봐.”

“응?”

“아니다. 머리 좋은 내가 다 기억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네로의 말에 귀 기울이며 평안함을 느꼈다.


“프로그램 속에서 살았어. 지정된 시간에 밥 주면 먹고 볼일 보고 재롱부리고 입혀 주는 대로 입고···.”

“응···?”

“그러다가 주인이 바쁘거나 관심이 다른 데로 옮겨지면 버려지고···.”


밝은 캐릭터인 네로에게도 이런 슬픔이 있었다니···.


“나 괜찮아. 왜들 이래? 동정하는 눈빛 사절이야.”

“프로그램 속에 살았다면 생명체는 아니었구나.”

“응! 사이버 고양이야.”

“여긴 어떻게 왔어?”

“정진 프로그램 속에 묻어 왔어.”

“내 프로그램?”

“처음부터 너희와 함께 있었어.”


깜짝 놀란 정진.


“초딩때 키웠던 사이버 고양이 네로? 이제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지금 연미복도 내가 입혀 준 그대로네.”

“너! 네로를 알아?”

“응! 내가 키우던 사이버 고양이야.”

“이제 기억나냐?”

“미안! 널 잊어버리고 있었어.”


네로는 정진의 손바닥에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로그아웃되며 내 시간도 멈춘 거니까.”

“야? 너 그럼 나이도 어리잖아. 겨우 세 살이잖아. 내가 3년을 키웠으니까.”

“하하! 뭐 그런 것 갖고 그러냐? 우리 사이에. 웃으라고 한 소리였지.”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빠져나왔어?”

“여기는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되는 곳이라며? 너희가 한 말인데.”

“그 말도 들었어?”

“계속 옆에 있었다니까.”

“하하! 신기한 놈이네.”

“나도 그 말 듣고 상상했더니, 밖으로 나올 수 있던데?”


삭막한 지옥에서 만난 네로가 긍정의 힘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거 알아? 여기도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더라.”

“프로그램?”

“디아볼로스가 새로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게 새롭게 변했어. 그걸 교란하면 싸움에서 쉽게 이길 거야.”


프로그램이란 소리에 정진 눈이 동그라졌다.


“김혁! 혹시 이곳도 가상세계인가? 실제 하지 않는 세계.”

“게임 속 세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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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R=VD 21.03.24 134 0 10쪽
32 최후의 전쟁 2 21.03.23 110 0 11쪽
31 최후의 전쟁 1 21.03.22 116 0 12쪽
30 불못 21.03.19 99 0 11쪽
29 디아볼로스 21.03.18 95 0 11쪽
28 최종지옥 쥬데카 21.03.17 100 0 8쪽
27 코키토스 21.03.15 106 0 11쪽
26 도둑과 위선자 21.03.12 92 0 11쪽
25 사악한 구덩이 2 21.03.11 94 0 11쪽
24 사악한 구덩이 1 21.03.10 90 0 11쪽
23 불의 수호자 21.03.08 94 0 11쪽
22 불의 계곡 21.03.05 98 0 12쪽
21 억울한 영혼이 만든 피의 바다 21.03.04 133 0 12쪽
20 하옥 입구 21.03.03 95 0 11쪽
19 분노의 지옥 21.03.02 111 0 11쪽
18 돈의 지옥 21.02.26 86 0 11쪽
17 식탐 지옥 21.02.25 85 0 11쪽
16 절대신의 마음 21.02.24 110 0 10쪽
15 미노스의 꼬리 21.02.23 115 0 12쪽
14 유혹의 망령 파리스 21.02.22 119 0 11쪽
13 투명 슈트 +4 21.02.19 94 2 12쪽
» 사이버 고양이 네로 21.02.17 105 0 12쪽
11 민머리 난쟁이 21.02.16 104 0 12쪽
10 미카엘 대천사 21.02.15 126 0 11쪽
9 아킬레스 21.02.13 119 0 11쪽
8 물의 정령 21.02.12 121 0 12쪽
7 흡혈 박쥐 21.02.10 107 0 11쪽
6 괴물새 오카리나 +2 21.02.09 112 1 12쪽
5 차원의 문 +2 21.02.08 141 1 12쪽
4 지하세계 +2 21.02.08 14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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