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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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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19.06.26 04:57
최근연재일 :
2020.05.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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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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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89,669

작성
20.05.1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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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8

DUMMY

힘없는 카데스의 한 마디에 이브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뭐? 뭐? 지금 수면기라며?”


하얀 물체의 정체는 세오피 산맥의 주인 라이자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투를 벌이는 곳까지 낮게 날아온 라이자는 끔찍하게 생긴 입을 벌려 브레스를 뿜어냈다.


- 콰가가가가가가각!!


브레스가 닿은 곳은 몬스터들이 몰려있는 꽤 먼 위치였다. 단 한 번의 브레스로 셀 수조차 없는 수의 몬스터들이 녹아내리고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질러댔다. 말 그대로 눈앞에 지옥이 펼쳐진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라이자의 등장에 아군이나 몬스터들이나 모두 굳어버렸다. 라이자를 보고 공포를 느끼고 벌벌 떨며 그 자리에 엎어지는 몬스터들도 늘어났다.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오른 라이자를 향해 아직 정신이 멀쩡한 울크들이 달려가 발리스타를 쏴댔다. 라이자는 널찍한 날개를 접어 공중에서 빙글 돌며 우아한 비행으로 가볍게 쇠화살들을 피했다.


- 뿌가가가가각! 빠가가가가각!!


건물 위에 발리스타가 있는 곳을 향해 이번에는 냉기 브레스로 간단하게 얼려버렸다. 단 두 번의 브레스로 트리스미스는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브레스도 쓰지 않고 라이자의 존재만으로도 모두를 압도할 만큼의 힘이 느껴졌다.


한스 역시 멍하니 서서 난생처음 보는 드래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어째서······, 수면기에 들어간 지 고작 수십 년인데······.”


- 으아아! 라이자다! 우리는 다 죽었어!


- 으어어어! 도망쳐야 해!


여기저기서 라이자에게 압도된 사람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라이자의 등장은 오줌을 지릴 만큼의 공포 그 자체였다. 다시 낮게 날아든 라이자는 검은 늑대들이 머물렀던 신전 건물 근처에서 공중에 뜬 채 날개를 퍼덕였다. 근처에 있던 몬스터들이 날갯짓의 강풍에 나뒹굴며 벌벌 떨기 바빴다. 라이자는 신전 건물 위로 착지를 했고, 단 한 마디에 소름이 돋아왔다.


- 누가 나의 잠을 깨우는가.


커다란 입을 벌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묵직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트리스미스를 가득 메웠다. 그 말에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넙죽 엎드렸고, 많은 수의 인간들조차도 다리가 풀려 풀썩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 감히! 나의 영역에서 더러운 피비린내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스는 입을 떡 벌리고 느리지만 강한 어조인 라이자의 말을 들었다.


- 하찮은 인간들과 몬스터들이여. 싸움을 멈추어라. 나의 영역에서 또다시 싸운다면 모두 몰살시킬 것이다. 너희의 주인이 명하노니 하찮은 몬스터들은 모두 산으로 돌아가라.


공포에 질린 몬스터들은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세오피 산맥. 주인이 돌아가라 하니 말을 들어야만 했다. 다크 스컬 따위가 몬스터들의 주인이 아니었다. 세오피 산맥의 최강의 포식자이자 공포의 존재인 라이자가 직접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


- 인간들이여. 다크 스컬이란 하찮은 존재 또한 알고 있다. 인간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 다만 나의 단잠을 깨운 대가는 지불해야 할 것이다. 겨울이 올 때까지 깨어있겠다. 전하라. 너희의 왕에게 5백만 골드와 그에 상응하는 보석을 가져오라고.


- 펄럭! 펄럭!


라이자는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인간들은 몬스터들에게 전멸될 위기였지만 라이자의 등장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 뜻하지 않은 중재자의 등장에 세오피 산맥으로 사라져가는 그를 바라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맙소사! 라이자라니!”


호프만은 다리가 풀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바지가 축축해진 걸 느끼자 서둘러 로브로 덮으며 창피함을 가렸지만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하, 하하하.”


“단장님! 울크들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1척후대장 고로드의 보고였다. 울크들은 라이자에게 겁에 질려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울크는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고, 다크 스컬이 특별히 만들어낸 몬스터였다. 수백 마리의 울크들은 산으로 도망치는 몬스터들을 잡아 적진으로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포에 질린 몬스터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세오피 산맥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세가 역전된 상황에 케인즈 단장이 입을 열었다.


“인간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니 울크들과 다크 스컬은 처리할 수 있겠군. 형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마치 젊었을 때 함께 기사단에 몸담으며 했던 말버릇이 나왔다. 지그마르 단장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남은 울크와 다크 스컬을 치러 간다!”


- 우와아아아!


승리가 코앞이라 생각하니 절망했던 순간도 모두 잊은 채 환호성을 질렀다. 뜻하지 않게 라이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다크 스컬이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 퍼어엉! 츄하아아아아!


트리스미스 성 꼭대기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새카만 연기가 하늘 위로 솟구쳤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다크 스컬을 죽였을 거라 여기고 울크들에게 돌격했다.


#

“하아, 하아, 하아.”


서지터는 벽에 기댄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눈이 감겼다. 서서히 죽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졸렸다. 발끝까지 남아있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싸우고 전부 소진한 느낌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지만 무거운 눈꺼풀이 자꾸만 앞을 가려왔다.


“망할! 나 혼자 있을 순 없잖아. 끄으으윽!”


자신의 바스타드 소드를 짚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냥 두면······. 다 죽어. 성물함. 성물함을 찾아야 해.”


잠시 쉬며 드디어 제정신으로 돌아온 서지터였다. 한스가 사이코메트리 주문으로 전달해주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복학 후 마법학교로 돌아온 그는 분명 진짜 성물함인 어머니의 유골도 다른 유품들과 함께 기숙사로 가져왔다. 그리고는 항상 침대 맡에 유골을 놔두고 함께 했었다는 기억을 찾아냈다.


“침실. 다크 스컬 침실이야.”


서지터는 절뚝거리며 앞서갔던 늑대들의 길을 따라갔다. 갈래 길에 도착하자 몸이 휘청거렸다. 간신히 벽을 손으로 짚어 넘어지지 않았고, 살짝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커다란 벨크의 등이 보이자 그들이 있는 곳이 아닌 왼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덜컥.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다행히 문이 잠겨있지는 않았다. 만약 문이 잠겨있었다면 지금 상태로는 문을 부수고 들어갈 힘도 없었다.


- 끼이익.


내부는 응접실처럼 보였다. 소파나 가구, 책장들은 흰 천으로 모두 덮여 먼지만 가득 쌓여 사용하지 않는 곳 같았다. 정면에는 커다란 창문들이 뿌옇게 묵은 때가 먹어 바깥의 상황은 보이지 않았고, 오른쪽으로는 다른 문이 하나 보였다.


- 절뚝절뚝.


문 앞까지 도착한 서지터는 문고리를 잡았다. 문 안쪽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오자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서지터는 눈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 크르르르.


“하아아, 또 울크야? 지긋지긋하다.”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서지터는 검을 고쳐 잡고 문을 열었다.


- 크하아악! 크르르르!


낯선 자의 방문에 울크 두 마리가 몸을 돌렸다. 서지터를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내부는 서지터의 예상처럼 다크 스컬의 침실이 맞았다. 침대 머리맡에는 낡고 오래된 새하얀 백골 하나가 놓여있었다.


- 촤르륵! 크하악!


울크 한 마리가 서지터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서지터가 있는 곳까지는 닿지 않았다. 두 마리의 울크는 목줄을 차고 쇠사슬로 이어져 있었다. 쇠사슬은 침대 주변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다.


서지터의 등장에 바닥에 고정된 못이 흔들거리며 곧 빠질 거 같았지만 서지터 입장에서는 그나마 천만다행인 상황이었다. 왼손에 감고 있는 헐거워진 붕대를 풀며 혼잣말처럼 울크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후우우! 내가 있잖냐. 최근에 생긴 별명이 울크 사냥꾼이거든? 자랑은 아닌데 알아두라고. 너희가 도망치고 싶으면 풀어주고 싶은데 내가 봐도 도망갈 거 같지는 않다. 그치?”


서지터는 이빨로 붕대 끝을 잡아당기며 헐거워진 걸 다시 단단히 묶었다. 끝을 낼 수 있다는 희망에 없던 기운도 다시 생겨나는 기분이었다.


- 크아악! 크르르!


“흥분하지 말고 기다려. 다 됐어.”


- 팅! 팅!


흔들거리던 고정 못이 차례대로 튕겨 버리자 두 마리의 울크는 서지터를 향해 덮쳐왔다.


“죽어도 안 죽어!”


- 팟!


서지터 역시 각오를 다지며 울크에게로 달려들었다.


#

서지터가 울크들과 싸우는 동안 다크 스컬은 이미 벨크와 루시를 처참하게 뭉개놓았다. 파이어볼을 날린 후 다크 스컬은 곧바로 쉴드 주문으로 자신을 보호했고, 달려드는 벨크와 루시에게 강력한 라이트닝 볼트를 먹여버렸다. 둘 다 경량화한 철판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전기 에너지의 피해는 두 배 이상으로 컸다.


“크흐흐! 매직 미사일!”


- 퍼버벙! 퍼벙!


다크 스컬은 양손을 벌려 벨크와 루시에게로 뻗었다. 매직 미사일 3개는 벨크에게로, 나머지 2개는 루시에게로 날아가 정통으로 맞고 구석으로 날아가 버렸다. 죽었는지 기절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분노한 아더 대장과 아트록스가 다시 다크 스컬에게 달려들었다.


“포그 클라우드(Fog Cloud)!”


- 후우웅! 후웅!


자욱한 회색 안개가 생겨나 다크 스컬의 주변을 감쌌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가린 둘의 공격은 모두 허공을 갈랐다.


“젠장! 아트!”


“망할 자식!”


아트록스는 안개 속으로 검을 휘두르며 파고 들어갔다.


- 텁!


“커헉!”


다크 스컬은 엄청난 악력으로 안개 속에서 아트록스의 목을 움켜잡았다. 힘에서도 다크 스컬이 된 이후로 점점 늘어나 어지간한 성인 몇 명의 힘을 합친 만큼이었다. 그 정도로 비상식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 다크 스컬은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뱀피릭 터치(Vampiric Touch).”


“크아아악!”


“아트!”


안개 속에서 아트록스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더 대장은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달려갔지만, 자욱했던 안개가 서서히 사라져갔고, 다크 스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아트록스는 목과 얼굴 일부분이 말라비틀어져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었다.


“아트!”


처참한 아트록스의 모습에 아더 대장은 이성을 잃었다. 언제나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해주는 든든한 부대장이자 동료였고 형제였다.


“나와라! 당장 나와라!”


- 푸욱!


“크악!”


어느새 아더 대장의 뒤로 돌아간 다크 스컬은 단검으로 갑옷의 빈틈을 노려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그의 귓가에 대고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며 속삭이듯 말을 해주었다.


“내가 그랬지. 네가 보는 앞에서 다 죽여준다고. 크큿!”


“크흡!”


아더 대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주먹으로 다크 스컬의 얼굴, 즉 그의 해골을 주먹으로 강하게 때리며 밀어붙였다.


- 퍽! 퍽! 퍽!


다크 스컬의 얼굴에서 작은 뼛조각들이 떨어져 나갔지만,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보였다. 주먹으로 타격을 당하며 해골이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곧 뼈만 남은 손으로 아더 대장의 주먹을 가볍게 잡아버렸다.


“아직도 이렇게 힘이 남아있나? 과연 소드마스터란 칭호가 아깝지 않군.”


- 뿌득!


“크하악!”


다크 스컬이 아더 대장의 오른팔을 부러뜨려버렸고, 결국 아더 대장마저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너무 싱거워서 재미없군. 그만 끝내야겠어.”


“아르반두스!!”


“으응?”


다크 스컬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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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5 20.05.21 80 2 15쪽
284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4 20.05.20 57 2 15쪽
283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3 20.05.19 54 2 12쪽
282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2 20.05.18 52 2 15쪽
281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1 20.05.16 56 2 11쪽
280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0 20.05.15 59 2 13쪽
279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9 20.05.14 55 3 11쪽
»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8 20.05.13 58 2 12쪽
277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7 20.05.12 58 2 11쪽
276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6 20.05.11 56 2 14쪽
275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5 20.05.09 68 1 11쪽
274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4 20.05.08 60 3 11쪽
273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3 20.05.07 59 2 12쪽
272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2 20.05.06 67 2 11쪽
271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1 20.05.05 57 1 12쪽
270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0 20.05.04 57 2 12쪽
269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9 20.05.02 64 1 13쪽
268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8 20.05.01 57 1 12쪽
267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7 20.04.30 60 1 11쪽
266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6 20.04.29 58 2 14쪽
265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5 20.04.28 65 2 11쪽
264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4 20.04.27 64 2 12쪽
263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3 20.04.25 68 1 19쪽
262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2 20.04.24 79 2 11쪽
261 14화 슬픔은 가슴에 묻고 - 1 20.04.23 75 2 14쪽
260 13화 거짓된 역사 - 21 20.04.22 59 2 14쪽
259 13화 거짓된 역사 - 20 20.04.21 6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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