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산검림(刀山劍林)

용아십병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03.29 02:41
최근연재일 :
2008.03.29 02:4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74,869
추천수 :
86
글자수 :
74,097

작성
08.02.22 20:33
조회
22,276
추천
6
글자
9쪽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二章 내 안에 뭔가가 있나 봐요 (一)

DUMMY

무영만리 여의량은 아차 싶었다.

놈이 죽으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불안한 얼굴로 널브러진 시신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아직 약관에 이르지 못한 시체를 찾아다녔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강비라는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이 지나자 여의량은 안도할 수 있었다.

죽은 이들 중에 어린놈은 없었다.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이 정도의 일을 벌일 놈들이라면 어리다고 봐줄 리도 없거니와 놓칠 리도 없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어쩌면 용혈 덕분일지 몰랐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겁을 줄 요량으로 가슴을 베었더니 수정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수정이 땅으로 떨어졌을 때는 용혈이 들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림이 그려졌다.

백뇌검인가 하는 놈의 칼이 가슴을 살짝 가른다. 그때 수정 역시 갈라진다. 수정에서 흘러나온 용혈이 상처를 통해 놈에게 흡수된다.

너무나 일목요연하게 떠올랐다.

여의량은 다급해졌다. 목이 뎅겅 잘리기 전에 그 놈을 찾아야 했다. 용혈이 놈에게 완전히 흡수되기 전에 놈을 찾아야만 했다.

더 늦기 전에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놈의 피라도 쭉쭉 빨 것인지는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었다.

용혈을 취하고 나면 북혈(北血)을 찾아가 그곳에 잠들어 있는 물건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런 다음 허상을 좇는다며 혀를 차고 비웃던 놈들을 뭉개줄 것이다.

그놈들을 짓밟고 마구 비웃어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흥분 되었다. 하나 아직은 아니었다. 그러려면 먼저 용혈을 되찾아야 했다.

“개잡놈!”

여의량은 얼굴도 모르는 강비를 욕한 다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주위를 살폈다.

이곳을 빠져 나간 놈의 흔적을 찾아야 했다.


* * *


얼마나 걸었을까?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걸었다. 뛰었다가는 혹시나 소리가 날까 걱정되어 사뿐사뿐 걸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족히 반 시진은 걸은 것 같다.

‘......!’

한데 어느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아교로 붙여놓은 것처럼 제자리에 딱 멈추어 섰다.

피 냄새 그리고 시체들.

사단이 일어난 곳에서 도망친다고 도망쳤는데, 또 다른 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망할!’

꼬이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

강비는 조심스럽게 몸을 틀었다. 그러다 한 쌍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헙!’

강비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는 한 쌍의 눈이 그렇게 만들었다.

‘응? 계집이잖아!’

그랬다. 그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얼굴에 피칠을 한 작은 소녀였다.

핏물에 잠긴 시체들 한쪽에 기식이 엄엄해 보이는 중년인이 쓰러져 있었는데, 그 중년인 곁에서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비는 망설였다.

이대로 화를 피해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소녀를 도와 줄 것인가.

고민은 결코 오래 가지 않았다.

강비는 천천히 외면했다.

‘망할!’

정말 망할이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소녀의 차가운 표정이 처연하게 바뀌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강비는 떨쳐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순간 소녀의 간절한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흠칫!

너무나 안타깝고 너무나 애처로웠다. 하지만 강비는 굳게 마음먹고 억지로 또 한 걸음 내디뎠다.

그때 작은 소녀가 복면인들의 칼에 참혹하게 베어지는 광경이 떠올랐다.

“망할!”

강비는 결국 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공야연이라고 했다.

얼굴에 묻은 피를 닦고 나니 예뻤다. 예뻐도 그냥 예쁜 게 아니다. 지독하게 예뻤다.

별을 담은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오뚝한 콧날. 백옥 같은 피부와 거기에 잘 어울리는 선홍빛 입술은 너무나 탐스러웠다.

‘젠장!’

시선을 뗄 수가 없다. 고개를 돌렸다가도 어느 새 그녀를 쳐다보게 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환장하게 예쁘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진짜 이건 아니다.

그 무서운 살귀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무덤을 만들어 달란다.

중년인이 끝내 숨을 거둔 것이다.

‘망할! 예쁘니까 봐준다.’

강비는 결국 땅을 팠다.

도굴하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되었다. 강비는 일각 만에 구덩이를 파고 허리를 폈다.

중년인의 유체를 안치할 작은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강비는 공야연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헉! 귀, 귀신이다.”


* * *


여의량은 강비를 보고 있지 않았다.

중년인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못 볼 사람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꽤나 놀란 표정이었다.

그때 강비가 소리쳤다.

“귀, 귀신이다.”

강비는 입에 거품을 물기 직전이었다.

여의량이 그런 강비를 돌아봤다. 그리고 만족한 듯 히죽 웃었다.

“놈! 드디어 잡았구나! 네놈이 수정을 훔치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수정?”

여의량의 말에 붉은 물이 들어 있던 수정이 금세 떠올랐다.

당연하다. 같은 장소에서 발견했었으니까.

강비가 보기에 눈앞의 귀신이 말하는 수정이라면 그게 틀림없을 것이다.

한데 지금은 분명 낮이다. 귀신이 돌아다닐 시간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그가 알기로는 그랬다.

강비는 귀신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푸르죽죽하던 얼굴이 아니다. 노인이라는 말이 잘 어울려 보이는 얼굴임에도 혈색이 좋기만 하다.

그리고 두 다리로 땅을 굳게 딛고 서 있다.

강비는 여의량이 귀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

하나 여의량은 묻는 강비의 몸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슴 쪽의 옷자락이 길게 베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몸은 멀쩡했다. 역시나 용혈을 흡수한 것이 분명했다.

‘개잡놈! 일장에 쳐 죽일 놈!’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나 잠시 참기로 했다.

여의량은 공야연을 돌아봤다.

“공야 소공녀이시오?”

공야연은 흠칫했다.

여의량이 그녀를 한눈에 알아본 때문이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만약 여의량이 적이라면 죽음을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강비는 무공을 모르는 것이 분명해 보이고, 지금으로써는 그녀 역시 크게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강구해 보지만 머리는 굳은 듯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 여의량이 죽어있는 중년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철벽(鐵壁)은 북혈화(北血花)를 수호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이 정도면 발뺌할 수가 없다.

여의량의 말이 맞았다.

철벽구검(鐵壁九劍) 황충은 북혈화 공야연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리고 죽어있는 중년인은 황충이 맞았다.

공야연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 모습에 여의량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용혈을 얻는다 하더라도 북혈에 들어갈 방법이 막막했었는데, 어쩌면 그 기회가 생긴 것이다.

‘용혈은......?’

여의량은 강비를 돌아보며 잠시 고민했다.

북혈에 들어가자면 일단 공야연을 지켜야 했고, 그녀에게 인정을 받아야 했다.

용혈은 지금으로써는 방법이 없다.

생각 같아서는 피라도 쭉쭉 빨았으면 싶은데, 그렇게까지는 차마 못할 짓이다. 그게 효과가 있다는 보장도 없다.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었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방법을 강구해 보아야겠다.

여의량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뭐하느냐? 다 팠으면 나오지 않고.”

여의량이 외치자 강비가 깜짝 놀라 구덩이에서 올라왔다. 공야연 역시 흠칫 놀라 정신을 차렸다.

여의량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석년에 황 대협께 입은 은혜가 적지 않다오. 소공녀께선 안심하시오. 북혈성과는 무관하나 황 대협께서 맡으신 일, 내가 책임지겠소.”

공야연이 다소 침착해졌다.

그녀는 여의량이 내민 손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움켜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존성대명을 알려주신다면 대협의 은혜,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침착해진 공야연은 비단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재지가 엿보이기까지 했다.

“무영만리라고 하오. 가벼운 이름이라 소공녀께선 들어보시지 못했을 것이오.”

공야연은 비로소 가슴을 쓸었다.

그녀가 알기로 무영만리 여의량은 그의 말처럼 북혈성과는 무관한 사람이지만, 적대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여 대협께서는 참으로 겸손하시군요. 만리를 가는 동안 누구도 그림자를 볼 수 없다는 대협의 명성을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공야연의 말에 여의량은 가볍게 웃어주었다.

“일단 황 대협을 보내드리고,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좋겠소이다.”

공야연은 침울한 눈으로 황충을 돌아봤다.

그는 공야연을 살리고자 죽음 속으로 기꺼이 몸을 내던졌다. 공야연은 그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목 놓아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잘 가세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처럼 불귀의 객이 되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공야연은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로서는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공야연이 고개를 돌렸다.

“여 대협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공야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여의량은 그때까지 멀뚱히 서 있는 강비를 시켜 황충을 묻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세 사람은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아십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삭했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_ _) +4 08.03.29 2,440 0 -
공지 세 치 혀 - 단편입니다. +16 08.03.03 29,497 0 -
17 용아십병(龍牙十兵) 출간 이벤트입니다. ^^ +59 08.03.29 7,063 3 2쪽
16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五章 어둠속으로 (三) +41 08.03.04 16,964 3 10쪽
15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五章 어둠속으로 (二) +41 08.03.03 15,468 4 12쪽
14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五章 어둠속으로 (一) +33 08.03.02 16,956 3 13쪽
13 용아십병(龍牙十兵) 第四章 대갈통 구당 (三) +38 08.03.01 18,611 18 13쪽
12 용아십병(龍牙十兵) 第四章 대갈통 구당 (二) +33 08.02.29 17,838 5 10쪽
11 용아십병(龍牙十兵) 第四章 대갈통 구당 (一) +39 08.02.28 19,189 3 13쪽
10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三章 나, 무지 세졌나 봐요 (三) +33 08.02.27 19,492 3 11쪽
9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三章 나, 무지 세졌나 봐요 (二) +40 08.02.26 19,886 4 9쪽
8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三章 나, 무지 세졌나 봐요 (一) +26 08.02.25 20,143 4 9쪽
7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二章 내 안에 뭔가가 있나 봐요 (三) +28 08.02.24 20,010 4 13쪽
6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二章 내 안에 뭔가가 있나 봐요 (二) +24 08.02.23 20,633 5 11쪽
»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二章 내 안에 뭔가가 있나 봐요 (一) +25 08.02.22 22,277 6 9쪽
4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一章 부처님 만세 (三) +19 08.02.21 23,218 3 8쪽
3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一章 부처님 만세 (二) +21 08.02.20 24,147 4 10쪽
2 용아십병(龍牙十兵) 第一章 부처님 만세 (一) +21 08.02.19 29,744 8 10쪽
1 용아십병(龍牙十兵) - 序章 +26 08.02.19 32,709 6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