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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신마불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9.12.16 16:34
최근연재일 :
2020.01.08 16:0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79,689
추천수 :
5,863
글자수 :
75,956

작성
19.12.27 16:09
조회
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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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글자
10쪽

한밤의 기사

DUMMY

“어차피 금침도 안 통한다면서?”

“맞아요. 무슨 금강불괴라도 되는가 봐요.”

“금강불괴는 무슨, 외가기공이라도 익혔나 보구만.”

무공은 공력(功力 연공을 통해 얻어지는 힘)을 어떻게 단련하고 발휘하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내가기공과 외가기공이다.

운기조식(단전호흡)을 통해 외기를 체내에 쌓고, 행공을 통해 그 기운을 가다듬고, 정해진 일정한 방식에 따라 그 기운을 모아 외부로 발경하는 것이 내가기공이다.

외가기공은 강인한 육체를 근간으로 한다.

사지근육을 비롯한 육신을 단련함으로써 얻어지는 힘을 외공이라 부르는데, 기의 운행은 결국 신체와 연결되어 있으니 주먹과 발을 뻗을 때마다 자연적으로 외공 역시 발휘된다.

무공의 역사는 수천 년에 이를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 장구한 역사 속에서 무인들은 더욱 강한 무공을 연구하고 궁리했다.

그러나 인간의 육신을 단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주목한 게 내가기공이다.

대자연의 기운을 정제하고 응축하여 단전에 쌓는 단계까지 발전하여 절대경이라 부르는 초인적인 무경까지 개척하게 된 것이다.

반면 한계에 부딪친 외가기공은 점점 쇠퇴하여 하급의 무인들이나 익히는 이류무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외가기공? 영감님도 그쪽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더니 고개까지 돌려버렸다.

왠지 말 못할 아픔이 느껴지는 모습이라 화운휘는 더 말을 걸지 않았다.

“얼추 저녁시간이 된 것 같은데 돌탱이는 왜 안 오는 거야?”

화운휘가 구시렁거리며 창밖을 내다봤다.

서녘이 벌겋게 물들고 있었다.


그날 밤이었다.

희미한 유등 하나가 병실을 비추고 있는 가운데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병실 안에는 다섯 사람이 자고 있었다.

검버섯이 가득한 노인은 가장 안쪽 침상에서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고, 바로 건너편 침상에는 화운휘가 자고 있었다.

초명과 적요랍은 병실 입구 쪽에 나란히 붙어 있는 침상에 누워있었는데 코고는 소리는 그 맞은편 침상에서 나고 있었다.

석청.

코를 골고 있는 이는 바로 그였다.

드르렁 푸우! 드르렁 푸우!

초저녁부터 시작된 코고는 소리는 밤이 깊어져도 그칠 줄을 몰랐다.

음기와 양기의 기세가 완전히 뒤바뀐 자정 무렵이었다.

드르렁 푸우! 우드드득! 드르렁 푸우! 우드드득!

코고는 소리 사이사이로 기이한 소리가 끼어들었다.

그건 분명 뼈마디가 어긋나거나 뒤틀리면서 나는 마찰음이었다.

드르렁 푸우! 우드드득! 드르렁? 우드드드득!

푸우! 우드득! 드르렁? 우득! 우드득!

파골음이 계속 들리자 코를 골던 석청이 인상을 썼다.

우득! 우드드득!

파골음이 계속 들렸다.

“뭐야! 아프면 도련님한테 가.”

석청의 잠꼬대 때문인가?

파골음이 그쳤다.

드르렁 푸우! 드르렁 푸우!

주위가 조용해지자 석청이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한 사람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검버섯이 가득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소리 없이 침상에서 내려와 화운휘에게 다가가 수혈을 짚어 깨어나지 못하게 한 후 초명의 침상으로 향했다.

얼굴엔 흥미롭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우득! 우득! 우드드득!

초명의 몸에서 다시 파골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달리 짧으면서도 빠르게 들렸다.

“왤케 시끄러워. 아프면 도련님께······.”

잠꼬대를 하던 석청이 입을 다물고 다시 코를 골았다.

검버섯 노인이 수혈을 짚은 것이다.

노인은 다시 초명에게로 다가와 지켜봤다.

우득! 우득! 우드득!

초명의 몸 여기저기에서 파골음이 들렸다.

관절들이 기이하게 꺾였다가 제자리를 잡고, 허리가 휘어져라 굽어졌다가 펴지는 등 온몸 여기저기에서 뼈마디가 뒤틀렸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환골탈태라도 하는 걸까?”

흥미가 놀람으로 바뀐 노인.

환골탈태!

공력이 심후해져 상승의 경지에 오르거나 전설에나 나올 법한 귀한 영약이나 영물의 내단을 복용하여 육체가 재구성 되는 걸 말한다.

일반인이 환골탈태를 하게 되면 무병장수하게 되고, 무인이 환골탈태를 하면 단숨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최적의 육체를 얻게 된다.

골격이 단단하게 강화될 뿐만 아니라 전신의 기혈들에 쌓여있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여 내력을 운행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신체로 만들어주는 게 바로 환골탈태이기 때문이다.

“흐음.”

노인은 말로만 들었던 환골탈태를 직접 보게 된 것 같아 조용히 지켜봤다.

초명의 몸에서는 쉴 새 없이 파골음이 들렸다.

온몸의 뼈란 뼈는 죄다 한 번 씩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살가죽이 잔뜩 불거질 정도로 자리를 벗어났다가 도로 제자리를 잡곤 했다.

그러길 반 시진, 갑자기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뼈가 맞춰졌으니 이제 탈태를 하려나······?”

노인이 낮게 중얼거릴 때였다.

초명의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점점 뜨거워지더니 침상 가까이 앉아 있던 노인이 놀라 뒤로 물러나야할 정도로 공기마저 후끈해졌다.

인간의 몸에서 나는 열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한 겨울에 화롯불을 피워놓은 것처럼 온 실내를 후텁지근하게 만들었다.

초명의 몸도 벌겋게 변했다.

흡사 쇠가 달궈진 것처럼 보였다.

노인은 놀람과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초명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초명의 몸에서 땀이 새어나오듯 누런 진액 같은 노폐물이 모공을 통해 흘러나왔다.

노폐물은 잔뜩 달궈진 몸의 열기에 그대로 말라붙었다.

그러길 일다경.

노인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초명의 몸이 누가 잡아 일으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천천히 세워졌다.

노인은 그 모습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침상에 우뚝 선 초명.

키가 반 자는 더 커졌다.

노인은 그런 육체의 변화보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더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런 가운데 초명의 정수리를 뚫고 시커먼 연기 덩어리 같은 것이 솟구쳤다.

흡사 악마의 근원인 악기처럼 강렬한 기세를 내뿜는 기운이었다.

불사마황기!

정도십천과 사도칠존이 모조리 합공을 하여 절반을 희생하고서야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던 불사신마에게서 초명에게로 전해진 바로 그 기운이었다.

불사마황기는 초명의 몸 주위를 유영했다.

그러면서 천지간의 기운을 흡수하여 기력을 보충하기 시작했다.

노인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한 식경이 지나자 검은 연기덩어리처럼 보이던 불사마황기가 기력을 회복하여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렇게 형태를 갖춘 불사마황기는 숨죽이고 있던 노인을 향해 쏘아지듯 다가가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노인은 움찔 했으나 피하지 않았다.

“난 적이 아니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노인은 불사마황기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노인에게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불사마황기가 초명에게로 돌아갔다.

초명의 다리부터 전신을 휘감아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정수리로 내리꽂히듯 파고들어 순식간에 종적을 감추었다.

이윽고 침상에 우뚝 서 있던 초명은 꼿꼿한 채로 천천히 뒤로 눕혀졌다.

이후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잠깐 더 미동도 않고 지켜보기만 하던 노인은 초명의 얼굴 가까이 바짝 다가가 살폈다.

초명은 그 나이 대의 아이처럼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보고도 믿기 어렵구나!”

검은 뱀의 형상을 한 기운.

내기가 형상화된 것이 맞다면 일반적인 무인들의 무공경지로는 설명이 안 된다.

선가에서는 오기조원이라는 경지를 인간의 몸으로 오를 수 있는 지고지순한 경지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고 본다.

운기조식을 할 때 머리 위로 오행의 성질을 가진 다섯 개의 기운이 각각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오기조원의 경지다. 그 기운들이 두개골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깨달음이 한 단계 더 깊어지면 다섯 개의 기운이 세 개의 꽃봉오리로 피어난다고 하는데, 이 경지를 삼화취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지고지순한 경지의 완성경.

천화난추!

금색 연꽃을 만개하며 하늘로 오른다.

등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가의 법통을 잇는 극히 일각에서는 삼화취정과 천화난추 사이에 한 개의 경지를 더 말하기도 한다.

적사투관이 바로 그것이다.

운기행공을 할 때 붉은 뱀이 두개골을 뚫고 솟구쳤다가 천지대자연의 기운과 소통을 한 후 다시 두개골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완성경인 천화난추가 입신하여 선경에 오르는 것이라면 적사투관은 신의 기운에 반응하는 응신의 경지라는 것이다.

“거참······.”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노인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물론 이토록 어린 나이에 오기조원과 삼화취정의 단계를 거쳐 왔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니 적사투관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방금 본 광경은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육신의 뼈가 뒤틀리고 어긋났다가 제자리를 찾고, 몸뚱이가 달궈진 쇠처럼 벌게진 가운데 몸속의 노폐물들이 배출된 건 틀림없는 환골탈태의 현상이었다.

그건 눈앞의 아이가 무공을 익히기에 완벽한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적사투관이든 뭐든, 상상도 못할 기운을 몸에 지니고 있으니 손발 혹은 병기를 놀리는 투술만 익히게 된다면 절대적인 고수가 될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노인은 자신에게 절대적 존재가치를 지닌 제자가 있다면 눈앞의 아이가 바로 그런 제자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좀 더······ 살아볼 이유가 생겼구나.”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노인.

병세가 완연하여 금세 핼쑥해진 얼굴로도 한참동안 초명의 침상 옆에 앉아 있었다.

밖에는 어둠에 찬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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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사신마 (1) +7 19.12.16 12,195 139 9쪽
1 서장 +9 19.12.16 14,461 12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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