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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신마불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19.12.16 16:34
최근연재일 :
2020.01.08 16:0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79,690
추천수 :
5,863
글자수 :
75,956

작성
19.12.16 16:46
조회
10,561
추천
132
글자
11쪽

불사신마 (2)

DUMMY

“밥도 적게 먹고, 일도 잘할 수 있어요······.”

초명의 마지막 말이었다.

한쪽 팔이 없는 노인이 더는 듣기 싫다는 듯 초명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아혈을 짚어 말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붉은 피로 원이 그려져 있고 원 주위로 알 수 없는 기묘한 문양들이 그러져 있었는데, 초명은 원의 한 가운데에 위치했다.

한쪽 팔이 없는 노인은 초명의 두 다리와 두 팔의 혈도까지 짚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 비통함도 터트리지 못하게 입까지 막아버리는 것이냐! 아이야! 여기 추잡한 것들을 원망하고 또 원망해라. 늙은 것들의 얼굴을 모조리 기억해서 염왕 앞에 원통함을 조아려라. 또 아느냐 염왕께서 니놈의 원통함과 억울함을 들어주어 늙은 것들을 지옥으로 불러들일지 말이다.”

독고무정의 말에 초명은 덜덜 떨면서도 석실 안의 노인들을 둘러봤다.

노인들의 일부는 외면을 했고, 일부는 서릿발처럼 차갑게 응시했다.

초명은 마지막으로 노도사를 바라봤다.

노도사는 여전히 외면했다.

초명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시작하시오.”

한쪽 팔이 없는 노인이 외쳤다.

그러자 태극건의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부터 이혼환체대법(離魂換體大法)을 시작할 것이오.”

태극건 노인의 말에 석실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혼백을 육신에서 떼어내 다른 육신으로 옮기는 것이 이혼대법이었다.

이혼환체대법은 이혼대법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모산파의 비기였다.

그렇다.

노인들은 불사신마 독고무정의 혼백을 초명의 육신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독고무정의 불사마황기가 너무나 강하고 괴이하여 사로잡아 놓고도 죽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창천검 남궁황!

남궁검가의 태상가주인 그가 독고무정의 목을 베었다.

하지만 목이 잘린 독고무정의 몸에서 미친 야수처럼 쏟아져 나온 불사마황기에 되레 한쪽 팔이 잘리고 말았다.

정도십천의 고수들이 다섯 명이나 더 있었지만 간신히 막아냈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미친 야수처럼 날뛴 불사마황기는 독고무정의 잘린 머리를 도로 붙이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그때 했던 독고무정의 앙천광소가 정도십천의 고수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본좌조차도 이 육신을 죽일 수가 없거늘! 니들 따위가 감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크핫하하하하!”

정도십천이 낙담할 때 나선 이가 모산파의 장문인이었다.

이혼대법을 펼쳐 만사지황 독고무정의 혼백을 다른 육신으로 옮긴다면 그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불사마황기는 혼백이 사라진 육신에 남게 되겠지만, 그 육신을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곳에 봉인해 둔다면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사라질 거라고 했다.

문제는 이혼대법에 필요한 새로운 육신이었다.

모산파 장문인은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완벽한 육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력을 쌓지 않은 가장 순수한 육신.

그래서 찾아낸 것이 초명이었다.

“밤낮이 아홉 번 바뀔 동안 진행될 것이니 인내를 가지고 집중하기 바라오.”

태극건의 노인, 모산파 장문인이 모두를 향해 말하고는 이혼환체대법을 시작했다.

부적들을 붙이고, 검은 개의 피로 이혼진을 그린 다음 진언을 읊었다.

이혼환체대법을 펼칠 때 정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두 육신의 상태다.

건강한 육신에서는 혼백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육신으로는 다른 혼백이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혼백이 빠져나가야할 독고무정의 육신이 더욱 망가져야하고, 독고무정의 혼백이 들어가야 할 초명의 육신 또한 철저히 망가져야 한다.

푹!

검이 어린 몸을 파고들었다.

진저리를 치듯 마구 떨다가 혼절해버리는 초명.

“한 번 더 하시오!”

모산파 장문인의 외침에 또 한 자루의 검이 어린 육신을 찔렀다.

초명의 육신은 단박에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다.

이때 누군가가 바쁘게 손을 놀려 초명의 육신을 죽음의 문턱에서 멈추게 만들었다.

“이제 독고무정 차례요!”

모산파 장문인의 외침에 한쪽 팔이 없는 남궁황이 독고무정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심장에 박혀 있는 검자루를 잡았다.

“크크큭! 남은 팔마저 잘리고 싶은 모양이지?”

독고무정이 빈정거린 순간이었다.

싸늘한 눈길로 응시하던 남궁황이 검자루를 힘껏 비틀었다.

“끄으으읍!”

독고무정이 이를 씹으며 고통을 참아낸 순간 그의 육신에서 광포한 기운이 쏟아져 나오려고 요동쳤다.

순간 다섯 명의 노인들이 일제히 공력을 발휘하여 독고무정의 육신을 억제했다.

불사마황기는 독고무정의 육신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게 되자 발광하듯 난리를 쳤다.

남궁황은 심장에 박아 넣은 검을 더욱 비틀어댔다.

“크하하하! 죽이는구나!”

독고무정이 광소를 터트리며 빈정댔다.

하지만 곧 심장이 찢어발겨진 그의 육신이 철저히 망가지자 의식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모산파 장문인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진언을 읊조렸다.

독고무정의 혼백에게 새로운 육신으로 이혼하라고 강요하는 진언이었다.

석실 안은 폭풍이 휘몰아친 것 같았다.

독고무정의 육신 안에 갇혀 날 뛰는 불사마황기를 억누르는 다섯 고수들의 공력발휘와 끊임없이 읊조리는 진언소리.

그 속에서 초명은 고통으로 인해 간간히 꿈틀거리기만 했다.


대법은 구 일 동안 계속 되어야만 한다.

혼백이 결국 버티지 못하여 새로운 육신으로 옮기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다.

그런데 칠 일 째가 되는 날이었다.

콰-앙!

갑작스런 굉음과 함께 독고무정의 불사마황기를 억제하고 있던 고수들이 일제히 나가떨어졌다.

“무슨 일이오?”

눈을 감고 대법에 집중하고 있던 모산파 장문인이 혼비백산 하여 소리쳤다.

나가떨어졌던 고수들은 누구하나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눈앞만 바라봤다.

처참하게 망가진 독고무정은 축 늘어진 그대로였다.

“대체 무슨 일이······!”

모산파 장문인이 다시 한 번 소리치다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도 느낀 것이다. 뭔가 거대한 존재가 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나가떨어졌던 고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모였다.

지금껏 죽은 듯이 웅크리고 있던 초명의 몸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옷 밖으로 드러난 목과 팔에는 시커먼 혈관이 터질 것처럼 불거져 있었다. 흡사 뭔가가 혈관 속에 살아서 사납게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대법을 위해 초명의 몸에 박아놓았던 검들은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었다.

“불사마황기······!”

누군가가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하기야 그게 아니면 무엇일까?

이렇듯 대하는 것만으로도 정도십천에 속하는 고수들조차 위축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을 쏟아내고 있거늘.

“불사마황기 때문이란 말이오?”

뒤늦게 상황을 눈치 챈 모산파의 장문인이 소리친 순간 초명이 두 눈을 번쩍 떴다.

흰자위가 사라져 버린 새까만 묵빛의 두 눈.

새까만 눈을 희번덕거리며 정도십천의 고수들을 쓸어보던 초명의 몸이 석실의 서쪽 암벽을 향해 갑자기 쏘아갔다.

쾅!

다섯 자는 능히 나갈 것 같은 두께의 암벽이 터져 버리며 초명의 작은 육신이 밖으로 사라졌다.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다들 당황했다.

뻥 뚫린 암벽으로 달려가 바깥을 내다보는 정도십천의 고수들.

초명은 사라지고 까마득한 높이의 천장단애만 내려다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크크크큭! 크핫하하하하하!”

뒤쪽에서 들려오는 앙천광소.

모산파 장문인과 여섯 명의 고수들이 깜짝 놀라 부리나케 돌아봤다.

경악스럽게도 독고무정이 앙천광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남궁황이 가장 먼저 그에게로 달려가 심장에 박혀 있는 검자루를 움켜잡았다.

순간 웃음을 뚝 그친 독고무정이 비릿한 조소를 내뱉었다.

“뭘 망설이느냐! 이제 쉽게 죽일 수 있을 텐데.”

“······?”

“크크큭! 본좌의 혼백 대신 불사마황기가 그 아이의 몸으로 옮겨갔다. 또 다른 독고무정이 탄생한 셈이지. 니들에게 원한을 품은 어린 독고무정! 참으로 기대가 되는구나! 크핫하하하!”

통쾌하게 웃어대던 독고무정의 얼굴에서 생기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


대륙 서쪽. 신강 오로목제.

대륙의 한인들이 서역이라고 부르는 지역의 일부로 동서교통의 요충지이자 동서문물의 집산지이다.

여러 문물이 모인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이 모인다는 뜻이다.

특히 오로목제 남쪽엔 광활한 사막이 펼쳐져 있는데 사막 주변에는 물과 목초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각자의 삶을 이어오고 있었다.

문제는 세상을 제아무리 미화해도 결국은 약육강식이라는 것이다.

힘이 없는 소수인종, 소수민족은 핍박에 시달리고 공격받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노예사냥꾼과 노예상인이었다.

노예에 대한 수요는 어디에나 있었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무공을 익힌 이들과 돈 좀 있는 이들에겐 그 어떤 일 보다 사업성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마풍람.

죽음의 상인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악랄한 곳이다.

이들은 이백이나 되는 숫자의 노예사냥꾼들을 거느리고 있어서 상당한 규모의 유목민까지 서슴지 않고 공격하곤 했다. 이때 돈이 되는 아이들과 여인 외에는 모조리 죽였다.

“이번엔 꽤 많군.”

“지난번에 놓쳤던 월족을 찾았거든.”

“아! 저들이 월족인가?”

“맞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장한들은 노예사냥꾼들이었다.

활과 화살이 든 화살통을 어깨에 멨고, 허리춤에는 커다란 장도가 걸려 있었다.

두 사람 주위에는 꽤 많은 숫자의 노예사냥꾼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대동소이한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노예사냥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이 끄는 다섯 대의 수레가 줄지어 마풍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수레 위에는 짐승을 가두는 커다란 우리가 지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과 여인들이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자신들을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응! 저건 뭔가? 복장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아! 저건 오다가 주웠어.”

“주워?”

“그래. 어디서 떨어져 나온 건지 혼자 헤매고 있길레 주워왔어.”

“복장이······ 한족 같은데?”

“그런 것 같더군.”

“괜찮을까? 저 녀석을 찾고 있는 이들이라도 있으면······.”

“허드렛일이나 하는 자의 새끼일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크큭! 다 아는 수가 있지.”

비릿하게 웃은 사내가 성큼 수레로 다가가더니 우리 문을 열고는 손을 뻗어 작은 아이의 목을 잡고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대화를 나누던 사내 곁으로 돌아와서는 다른 손으로 아이의 뺨을 냅다 후려쳤다.

짝!

아이의 고개가 부러질 듯이 돌아갔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 비명처럼 튀오나오는 소리.

“악! 말도 잘 듣고 밥도 적게 먹어요! 살려······ 주세요!”

비명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목소리가 점점 신음처럼 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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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사신마 (1) +7 19.12.16 12,195 13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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