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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진 님의 서재입니다.

원데이(One day)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19.04.01 11:35
최근연재일 :
2019.06.18 01:29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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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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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9,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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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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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꼭 필요한 사람 3

DUMMY

바람과 해와 물이 농사를 짓는다. 사람은 그저 더 많이 수확하려고 살려 노력하는 풀을 뽑는 일에 전념한다. 잡초라 매도하며, 그에 대한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풀은 거서 태어나려 자라는 것이지. 본래 그짝 땅이여.”


사람보다 풀이 더 먼저 태어났다고 강순례는 말했다. 무지할 것 같은 농촌의 아낙이 가지기 힘든 과학적 상식에 하루는 적잖이 놀랐다.


“소싯적에 책 좀 읽었네.”


옅은 미소를 보고 하루는 자신이 가진 선입견의 깊이를 깨달았다. 그는 나중에서야 강순례가 독학으로 대학 졸업장까지 딴 사실을 알게 되고 더 깊이 반성하게 된다.


사람보다 풀이 더 먼저 태어났다. 사람은 저들끼리 정한 약속을 법이랍시고 정해놓고, 본래 주인을 땅에서 몰아내려 애쓴다. 그것이 농사라고 강여사는 말했다.


사람은 또 자연이 농사를 짓는 동안 곡물 위에 부담과 욕심을 가득 뿌린다고 말한다.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사는 이들에게는 신기하게 여겨지는 자연농법도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 덧붙였다.


“그래놓고 또 욕심을 덕지덕지 붙이려하니 쉬운가. 어렵지. 그래서 농사짓기 어렵다 말하는 것이라고.... 영감이 자주 말했지.”


그런 지식도 자신이 배운 후 신기해하며 알려주자 깨달은 것이라 말하며 강여사는 수줍게 웃었다. 식물이 먼저 태어난 것을 알기 전에는 자신들도 그랬다고 그녀는 반성하며 말했다.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며 또 자연을 이겨보려 발버둥 치고, 저들이 하는 일이 자라는 작물에게도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잊고 만다고 말하며 그녀는 하루를 지긋이 보았다.


“땅 다 주고 가고 싶은데, 내 속에서 나온 놈들에게 뭐라도 주고 싶어 넘기기로 했네. 그래야 애미 원망 안하고 제사라도 해줄 거 아닌가. 농사 안 지을 거 뻔하니 싸게 임대 주던가, 팔라고 말해뒀어. 꼴통짓 하거든 봐주지 말고.... 내 말 알지?”


“일어나셔야지요. 뭘 그리 급히 가시려고 유언 같은 말을 하세요.”


“아적 갈 때는 아닌가?”


흐드러지게 웃고 강순례는 힘든 듯 눈을 감았다 떴다.


“그만 가볼게요. 내일 또 올게요.”


“아적 안 갔는가... 멀리 안 나가네.”


한숨 자고 일어나면 큰 목소리로 웃을 것이라고 하루는 생각하며 돌아섰다.


*


죽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하루는 평균수명에 도달하지 못한 강순례여사가 그날 밤 생의 마지막 숨을 토해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농민의 아내로 67세의 나이에 대학졸업장을 딴 일로 한때 이슈가 되었지만, 그녀를 기억하는 이가 없어 언론에도 소개되지 않았다. 하루 뒤 부고란에만 그 이름이 올라갔을 뿐이다. 그래서 하루도 그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다.


강순례여사의 사망 후 하루는 상주복을 입지 않은 채 상을 치렀다. 매일 빈소를 찾아가 세 시간 이상을 보냈고, 직접 관을 메고 싶어 했다. 상주인 큰 아들은 그 청을 들어주었다. 강순례여사의 가족과 사이가 원만했던 것은 딱 그때뿐이었다.


강순례여사는 유서를 남겼다. 그 유서에 하루가 소유한 토지 인근 농지를 우선 임대해 주거나 팔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우선권을 명시했기에 평택에 살지 않고, 땅을 관리하기 어려운 강순례여사의 자녀는 유언대로 하루에게 땅을 임대하고 싶어 했다.


“여기저기 알아봤네. 3만 4천평 모두 연 33억에 임대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


평당 약 10만원의 임대료를 제시하는 말에 공증인인 변호사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현재 그쪽 땅값이 평당 65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조금 떨어진 곳은 100만원까지 불러도 잘 나간다는 것도 들었고.”


큰 딸이 선심을 쓰고 있다는 듯 덧붙여 말했다. 함께 온 노인들도 그녀의 말에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사돈이고 친인척이라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불쾌한 기색은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 땅이 정말 65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루는 아직 강순례여사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상태다. 그런 상태였던 그를 불러내 돈 문제를 꺼내는 것에 불쾌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강여사의 자녀이며, 오리를 공급하는 식당의 주인이기도 했기에 되도록 논리적인 설명으로 합의를 끌어내려 했다. 하지만 듣는 자녀들의 입장에서 하루의 말은 시세를 무시하고 깎으려는 행위로만 보였나보다.


“그쪽에 차이나타운 들어오는 거 몰라요?”


막내딸의 날선 말에 하루는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자신이 내린 결론을 전하기로 했다.


“파십시오. 누가 65만원이라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거래된 최고 금액은 평당 27만원입니다. 그곳은 말씀하신 차이나타운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돈 곳이고요. 할머니의 농지와는 상당거리 떨어져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이 들어선다는 것도 아직은 뜬소문이라 치부되고 있고, 반대하는 이도 많습니다. 할머니와의 연을 생각해 평당 20만원에 사겠습니다.”


68억이라는 큰 금액이지만, 강여사의 자녀들은 콧방귀를 끼었다.


“날로 먹으려 드네.”


하루와 나이가 비슷한 큰손자가 비아냥거리자, 참다못한 한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냥 가자고, 하사장! 이런 놈들에게 웃돈 줘가며 땅 살 이유가 없어. 그 땅 빼고 남은 걸로 하자고.”


노인의 말에 다른 노인들도 한마디씩 꺼냈다. 직접 욕하지 않았지만, 욕이나 다름없는 말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하루는 바로 일어날 수 없었다. 강순례여사의 정성과 관심이 들어가 있는 땅이기도 했지만, 그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하루와 노인들이 합작해 만든 영농종합법인이 소유한 토지는 하루 일당 50만원을 받은 포클레인 기사들이 열심히 땅을 만들고 다지는 중이다. 대단위 토지공사를 해 장기간 농사하기 편한 땅을 만들려고 하루가 투자한 것이다. 하루가 산 땅은 길에 붙어 있고, 그래서 보다 비싼 곳이다. 그곳을 시세의 반값정도로 강여사가 자식들 몰래 하루에게 판매했었다.


문제는 하루의 땅과 다른 노인들의 땅 사이에 강여사의 땅이 있다는 점이다. 하루의 땅을 감싸듯 서 있어 하루의 창고에서 오가려면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사람과 차는 가능하지만, 오리가 문제다. 현재 만들어지는 농로 모두 하루의 창고를 중심으로 뻗어간다.


땅을 쓰지 못하면 길도 새로 내야 한다. 기존의 농로는 좁고 포장도 되어 있지 않다. 길을 만든 후에는 그곳을 오가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하루가 부른 금액은 시세보다 낮은 것이지만 현실적으론 매우 높게 쳐준 것이다. 그럴 이유가 있는 땅이다. 모르는 이들이 형성한 가격은 그 사실이 알려지면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하루는 강여사의 자녀들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강짜를 부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싸우기 싫어 현실적인 임대료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려 했다.


“평당 5천원씩 연 1억 7천으로 임대하겠습니다.”


이것이 그가 내 놓은 최종제안이었다. 그가 말을 내뱉자 노인들이 말했다.


“무슨 한 평에 오천원이나 줘?”

“쌀 다 팔아도 그 정도 수익 안나오겠구만.”


논 한마지기(200평)기준으로 농사가 잘 되어야 쌀 4가마(80kg)가 생산된다. 3만 4천평이면 170마지기고 총 680가마가 나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매 가격이 kg당 평균 1500원이 안되니 3만 4천평에서 수확한 쌀을 팔아봐야 팔천 백 육십만원의 수익이 생긴다. 거기에 소모된 비용을 빼면 3천만원 이하의 실수익이 생긴다. 1년 농사의 수익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수매하지 않고 직접 팔 생각이었고, 20kg당 오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하면 그보다는 많은 약 1억 3천만원의 수익이 생긴다고 해도 제시한 임대료보다 수익이 작다. 소모비용을 제하면 4천만원 가량의 수익이 생긴다. 직접 판매하며 드는 비용이 더 들기에 5만원으로 팔아도 큰 수익이 되지 않는 것이다. 평당 오천원이란 매년 1억 2천의 적자를 고려한 금액이었다. 하루는 그렇게라도 땅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노인들은 이미 계산을 마치고 말도 안 되는 금액이라 말했지만, 듣는 강여사의 자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여겼다. 하루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 오해하고 있음을 깨닫고, 그런 사실들을 전했다.


“겨우 이천만원을 버시려고 그런 고생을 하셨다는 건가...”


큰아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하루가 거짓말한다 생각하고 있었다. 노인들은 한심하다며 가슴을 치며 밖으로 나갔다. 하루는 조금 기다렸지만, 아무도 확답하지 않았다. 답답했는지 공증인인 변호사가 말했다.


“유언에 명시된 것처럼 우선권은 하루씨에게 있습니다. 토지 매매와 임대 모두. 하루씨를 제외한 거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 부모님도 쌀농사를 지으시고 계셔서 압니다. 하루씨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저희 집은 5만평을 짓고 있고, 평균 4천만원의 수입을 얻습니다. 그게 많다 여기신다면 농사에 얼마나 많은 재원이 들어가는지 저보다 모르시다는 말이겠지요. 저는 가끔 모내기도 돕고 했는데.... 전혀 모르시는 듯하군요.”


“변호사님은 누구 편이에요?”


막내딸의 날선 말에 변호사는 침을 삼키며 치밀어 오른 화를 내리 눌렀다.


“저는 공증인입니다. 유언집행인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하루씨가 배려해서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토지 전부 농업적합지입니다. 즉, 대지로 변경이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개발자체가 제한된 구역이라는 말입니다. 변경이 불가능한 곳인데 무슨 개발을 한다는 것입니까?”


“그게 사실인가요?”


큰 딸이 묻자 변호사는 토지대장정의 사본을 꺼내 보여주었다.


“여기 답이라 쓴 지역이 전부 논입니다. 대는 대지, 즉 건물 세울 수 있는 땅이고요. 보통은 과수원과 밭으로도 변경이 가능하지만, 강여사님이 소유한 곳의 절반 이상은 그런 용도변경도 불가능한 곳입니다..... 저 바깥쪽에 있는 지역은 관리지역으로, 대지로 변경이 가능한 곳입니다. 평택은 논농사에 적합한 지형과 토질을 가진 곳이라 이렇게 변경이 불가능한 지역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투자한다며 땅값 올리고, 서로 팔고 사며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겁니다. 수백 년 간 농사지은 땅이 농업에 부적격해질 이유가 있겠습니까?”


“잠시 저희끼리 대화를 하고....”


둘째 사위의 말에 변호사가 말했다.


“다 듣고 나서 말하십시오. 아직 제 말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어나려는 이들이 다시 자리에 앉자 변호사는 스스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물을 마셨다.


“후.... 잘 모르시는 듯하니 대지변경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농지에서 대지로 직접 변경은 불가능합니다. 우선은 전용허가를 받은 다음 집을 짓고, 준공이 난 후에 대지로 지목변경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변경이 가능한 토지여야 합니다. 설계사무소에도 전용허가 의뢰비용도 지불해야 하고, 전용부담금도 내야 합니다. 최고 5만원이며 공시지가의 30%지만, 알아보신 가격이 현재 부동산 시장의 시세라면 20%를 감해서 생각해도 최고금액에 해당하겠군요. 그렇다면 부담금이 17억입니다.”


-십칠억...!


자신들이 내야하는 금액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하루는 살짝 주먹을 쥐었다 폈다.


“개발행위 허가가 나오면 1년 안에 공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집을 다 짓고 준공허가가 나온 후 지목변경이 가능합니다만.... 3만4천평... 약 10만제곱미터의 부지에 뭘 지으시겠습니까. 지을 자금은 있으십니까? 아, 애초에 개발자체가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씀 드렸지요? 예.... 그럼 농지를 소유하시고 계실 때 생기는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농지를 소유했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판다. 그런 행위를 했을 시엔 양도세중과대상이 되어, 세금이 판매대금의 60%가 적용됩니다.”


“말도 안 돼!”


비명 같은 목소리를 내며 막내딸이 일어났다가 큰오빠의 눈총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감면할 방법이 있습니다. 농지의 소재지, 즉 평택에 사시면서 농사를 지으시면 됩니다. 예, 딱 8년만 농사를 지으시면 양도세액이 많이 감면됩니다. 아, 제가 빠트린 것이 있군요. 애초에 피상속인께서 농사를 지으신 땅이라 지금은 양도세가 없습니다. 그를 증명할 서류, 즉 8년간 농사를 지었다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감면할 방법이 있다는 말에 강여사 자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애매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으셨더군요. 토지를 임대해 주시지도 않았고. 부친이 작고하시기 전에도 농사를 짓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국세청에서는 따지고 들 것입니다. 상속이후 6개월이 경과되지 않았을 때 양도할 시에는 100% 감면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도 8년간 농사를 지은 땅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잠시...”


하루가 끼어들자 변호사를 비롯한 모두 그를 보았다. 그 중 큰 손자는 하루가 끼어든 것이 못마땅한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끼어들지 마시죠?”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하루는 공정해야 한다며 하려던 말을 꺼냈다.


“장기간 보유하셨고, 그 기간 내에 8년간 농사를 지으셨으니 8년 특혜의 범위에는 들어갑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그리고... 100%감면이 아니라, 양도세에서 100%를 감면해주는데.... 없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세법은 저도 아는 것이 여기까지 입니다.”


“굳이 말해주지 않으셔도 될 것을.... 저도 세법은 잘 모르기에 몇 가지 잘못 알고 있던 것이 있었군요. 그래도 상속세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시세가 평당 65만원이라는 정말 생각하지 못할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면, 상속세는 50%가 적용되겠군요. 변경이 불가능한 농지를 그 가격에 살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팔지 않고 그냥 가지고 계시면 8년 특혜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도 알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또 농사를 짓지 않으실 테니, 과세대상이 되실 테고.... 100억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20억이 남겠군요. 유서에 따른 배분에 의하면 그래도 상당한 유산이 되겠습니다.”


팔린다면 이라는 말을 변호사는 다시 반복하지 않았다. 변호사의 말이 끝나자 하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세요?”


막내딸의 질문을 무시하며 하루는 변호사를 보며 말했다.


“저도 간과한 부분이 있군요. 제시한 임대와 매매에 대한 제안을 변경하겠습니다. 임대는 평당 500원. 연 천 칠백만원이 되겠군요. 매매는 평당 10만원으로 하겠습니다.”


“예, 그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신 것이죠?”


“예,”


“500원이라니! 날강도가 따로 없네?”


하루는 이번엔 막내딸을 보았다.


“임대료 가장 비싼 땅이 인삼 농사하는 밭일 겁니다. 보통 평당 천원 받고요. 논농사 짓는데 평당 500원 받는 곳 없습니다. 아까 수입계산에 대해 말할 때 조셨습니까? 수매하면 이천 버는 땅에 천칠백만원을 누가 줍니까? 200일 정도 쉬엄쉬엄 농사일 거들어도 그것보다 많이 법니다.”


“당신이 일억삼천 번다고 말했잖아.”


큰손자의 말에 하루의 인상이 구겨졌다.


“직접 판매했을 시에 벌 수 있는 예상 수익입니다. 거기에서 유통과 포장 등의 과정은 생략된 것이고. 대략 4천 가량이 수익으로 예상되는데... 해보겠습니까? 나도 아직 안 해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말이죠.”


“그래도 10만원이라니. 너무 하네요.”


큰딸의 말에 하루는 한숨을 내쉬었다.


“길가 쪽 땅 가장 비싼 땅을 제가 시세보다 싸게 사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변이 전부 변경 불가능한 논인데, 누가 그곳에 건물을 짓겠습니까? 그런 곳을 제가 산겁니다. 시세보다 싸게 샀다지만, 평택이 부동산 거품이 일기 전에는 상상도 못할 금액으로 매매한 겁니다. 제가 부동산업자도 아니고, 정부 관계자도 아니라 단정 지어서 개발이 있다 없다 말하기 힘들지만, 직접 이 곳에서 살고 있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합니다. 송탄이나 남평택에도 노는 땅 많은데 굳이 서평택까지 개발할 이유도 없고.... 진 땅위에 높은 건물 세우지도 못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농사 외에 아무것도 못하는 땅인 걸 알고 있었고, 그래도 세금도 내셔야 하고 가족도 많으니 나눠야 하니 평당 20만원을 제안한 겁니다. 업자들이 만든 거품 섞인 가격은 실제 농사짓는 토지 소유자들과 무관한 겁니다. 짜투리 좁은 땅들이 거래되며 그런 가격이 된 것이지요. 국가에서 대단위 주택단지 조성하지 않는 한, 주변의 땅값이 올라갈 이유도 없습니다. 차이나타운 생기면 그곳에 가실 겁니까? 전 요새 중국인들 횡포가 워낙 심하다는 뉴스만 들어서 차이나타운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건 뭐 현지인의 입장이라는 것이겠죠....”


연신 한숨과 함께 할 말을 내뱉고 하루는 돌아서 나왔다. 그는 강여사의 가족이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매매나 임대도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공사 중단해 주십시오. 토지매매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서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일한 곳까지 두고 철수하십시오. 일당은 같은 계좌로 송금해 드리겠습니다.”


-아직 반나절인데... 반만 주십시오.


“기름값 하셔야지요. 다 드릴게요.”


-차는 어떻게 할까요?


“변경할 구간을 다시 정해야하니, 며칠은 걸릴 겁니다. 그래도 물 넣기 전에 공사 끝내야 해서 오래는 안 걸린 테니, 잠시 다른 일 하십시오. 만약 다른 일 잡아서 못 오셔도 서운해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시고요.”


-우리야 하사장님하고 일하고 싶죠. 뭐, 어쩔 수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꼭 불러주십시오.


하루는 차에 올라타 송금을 하고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해 배를 타기로 했다. 서해 대교를 건너 당진으로 간 그는 한진포구에 차를 세웠다. 그가 임대해 연습하는 어선이 그곳에 있었다. 그가 산 어선은 구입한 섬 인근 항구에 정박해 있다. 진도까지 차를 몰고 갈 수는 없기에 면허를 딴 후에도 가까운 곳에 있는 배를 몰며 연습하는 것이다.


평택에는 어항이 없다.


모래부두에 어선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파에도 피해를 입고, 태풍으로 전복되는 일도 잦다. 큰 배들을 위한 시설만 있고 그런 시설에 어선은 접근할 수 없다. 그래서 인근 어부들도 평택에 배를 세우지 않고 부두가 많은 당진에 배를 세우는 편이다.


하루가 딴 면허는 해기사(소형선박 조종면허)로 5톤 이상 25톤 미만의 배를 운전 할 수 있고, 영업용 선박도 조종이 가능한 면허다. 레저용으로 한정된 한정면허를 따지 않은 이유는 훗날 어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서다. 농사를 짓다 형편이 어려워지면 어부도 병행한다는 상상을 하며, 하루는 제한무선통신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동력선에 장착되는 무선설비를 이용해 무선 통신을 하려면 필요한 자격증이다.


신고를 한 후 낚싯배로 영업하는 배를 몰고 부두를 벗어난 하루는 아산만을 벗어나기 위해 계속 배를 움직였다. 목적지 없이 나온 것이지만, 제부도까지 갔다 온다는 신고를 했기에 그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으아아아!!! 아아아아~!!!”


배가 많고 땅도 가까워 아무리 달려도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자 하루는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질러 시원해지긴 했으나, 주변 어선의 신고로 하루는 해양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비명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지른 겁니다.”

“.....배를 조사해보겠습니다.”

“예....”


배는 당연히 텅 비어 있었다.


“음주하셨습니까.”

“아닙니다.”

“그럼....”

“가까운 사람이 돌아가셨습니다.”

“아...”


경사계급을 단 이는 잠시 하루를 보다 말했다.


“저도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것을 알지만.”

“아, 걱정시켰군요. 괜찮습니다. 소리 한번 질렀더니 속이 시원...”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누르려 하루는 숨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하...하하. 이거 참, 갑자기 왜...크으으...”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버리자 하루는 참지 못하게 되었다. 급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아도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흐느낌이 커지다 이내 몸까지 들썩거리자 경사는 배에 오른 순경들에게 손짓해 내리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배에서 내려 대기했다. 하루가 충동적인 생각을 할까 걱정이 들어서고, 그러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 싶던 까닭이다. 그를 아는지 하루는 울다 말했다.


“정말 세상에 필요한 사람들은 왜 이리 빨리 가는 걸까요....”


들으라는 소리인지 모를 낮은 목소리였기에 경사는 답하지 않고 그 말을 곱씹었다. 그러자 하루가 제발 들어달라는 듯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좋은 사람들은 왜.....”


작가의말

쓰기 어려운 글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을 초월하는 부담을 느낍니다. 

그런데 안 본 사이 100명이 넘었군요. 그래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데 혼자 고민해서 뭐하겠습니까. 욕을 먹어도, 비난을 받아도 우선 쓴 후의 일이겠지요. 쓰고 나서는 2년 전에 구상하고 왜 지금 썼을까 싶지만, 뭐.... 특별한 해이기도 하니까....


추천 해주신 분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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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핸드폰 7 19.05.17 307 8 21쪽
53 핸드폰 6 19.05.11 334 7 17쪽
52 핸드폰 5 19.05.11 289 6 21쪽
51 핸드폰 4 +3 19.05.09 317 5 11쪽
50 핸드폰 3 +2 19.05.07 313 9 22쪽
49 핸드폰 2 19.05.06 311 5 26쪽
48 핸드폰 1 19.05.05 355 7 29쪽
47 미래 고정하기 2 +4 19.05.04 312 7 25쪽
46 미래 고정하기 1 19.05.04 311 5 23쪽
45 미래는 시작되지 않는다 2 +1 19.05.03 320 7 23쪽
44 미래는 시작되지 않는다 1 19.05.02 314 5 16쪽
43 실종 +8 19.05.02 332 8 19쪽
42 추락 7 19.05.01 329 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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