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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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형이 죽였다.’
김익수의 병실엔 사촌형 외엔 없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하루는 즉시 최대림에게 연락하려 했다. 그런 그의 눈에 침대 위에 있는 영수증이 보였다.
‘증거를...’
하루에게 작전세력은 위협을 주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해 막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몇 대 맞아주고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김익수의 죽음에 친족이 관여되어 있음을 알게 되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퇴실할게요.”
열쇠를 반납하고 오래 묵었던 숙소를 벗어나는 것이 그의 의지표명의 첫번째였다.
“마루야. 나다.”
-어...어어...
“누구랑 같이 있구나. 그냥 들어. 핸드폰 어떻게 되었는지, 전화해줘. 이 전화로.”
버리고 온 핸드폰에는 김익수와 관계되었다는 증거들이 들어 있다. 김익수를 쫓던 이들이 타고 다닌 차와 그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도 보관되어 있다.
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루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야?
“나중에. 핸드폰은?”
-대림형에게 부탁했어. 나 지금 서로 가는 길이야. 차하고 유류품 찾으려고.
“알았어. 나랑 연락되는 거 알리지 말고 다녀. 스완하고 스윌리, 담미하고 엔젤... 잠시 우즈벡에 보내자.”
-그래야 해?
“어. 나... 범죄조직에 쫓기고 있다.”
-허...하루 너...
“나중에 다 말할게. 너도 당분간 피해 있어.”
-너는?
“난 오늘 대림형 만나서 상담해보고 연락 줄게.”
-알았어...
“금고에 현금 있어. 직원들 휴가 보내고 고물상 당분간 닫아.”
-어. 그럴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위험한 일 하지 마라.
“...응.”
장담할 수 없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은 하루는 최대림에게 전화를 걸려고 차를 갓길에 멈췄다.
-띠리리링!
화면에는 어묵형이라는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하루는 다시 차를 움직이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죄송했습니다.”
-하루야...
“형, 급히 할 말이 있어요.”
-나부터 할게. 너 뭘 하던지 당장 멈춰. 이 새끼들 보통 놈들이 아냐.
“...알아요. 아는데. 찾아야 할 것이 있어요.”
-형이 나설게. 넌 그냥....
“형. 사건 조작되었어요. 아시죠? 경찰에도 손을 쓴 거라 전 생각해요.”
최대림이 답이 없자 하루는 짐작이 맞았다 여겼다.
“형, 제 핸드폰 찾아주세요. 거기에 중요한 거 있어요.”
-뭔데?
“죽은 김익수 사진. 김익수 뒤쫓던 놈들 사진. 그리고...”
-뭐? 김익수가 죽어?
“예? 예... 오늘 12시경에.... 모르셨나요? 아, 아직 발표가...”
실수했다 여길 때 최대림이 말했다.
-알았다. 핸드폰은 형이 가지고 있다. 지금 병원에 다녀올게.
“아, 예. 아참 형. 그 핸드폰에 위치추적기 달려 있었어요. 그런 거 김익수가 쓰던 핸드폰에도 달려 있을 거예요. 김익수 핸드폰은 찾았나요?”
-위치추적기라니...?
“뒤에 열어보면 배터리에 연결되어 있어요. 배터리 전원으로 발신하는 장치 같던데 시중에는 안 팔아요.”
하루의 말을 듣고 최대림은 납땜과 전선의 이유를 깨달았다.
-그 핸드폰 산 곳에서 바로 개봉했어요. 그때부터 위치추적당한 것 같아요. 쇼핑몰 6층에 매장인데, 신화통신이라고.... 아, 젠장. 스윌리랑 담미 폰도 거기서 샀는데. 형 끊을게요.
“하...”
전화가 끊기자 최대림은 고민하다 급히 차를 돌렸다.
‘그 새끼 잡아야 해.’
오산서의 경찰 명부에 없는 자. 김익수의 병실 앞을 지키던 박시만을 잡기 위해 최대림은 급히 차를 몰았다.
“젠장...”
도착한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병실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최대림은 간호사실로 향했다.
“육백일호 앞에 있던 환자는 어디 갔습니까?”
다급한 나머지 경찰이라 말해야 하는데 환자라 말했지만, 최대림은 그런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아... 가족이신가요.”
“경찰입니다.”
신분증을 꺼내자 애잔하게 보던 간호사의 표정에 당황이 깃들었다.
“경찰은? 그 앞에 있던 경찰은 어디 갔습니까?”
“그건 모르겠어요. 저 교대한 지 얼마 안 되서... 물어볼까요?”
“예, 물어봐 주시고... 김익수 환자는 아니, 사망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영안실에 있을 것 같은데...”
최대림은 급히 돌아서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도착한 승강기에 뛰어 탄 그는 지하실에 있는 영안실로 가지 않는 승강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1층 로비에서 최대림은 다시 달렸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찾아 뛰어 내려간 그는 영안실을 열고 들어갔다. 시신을 보관하는 곳 특유의 냄새에 인상을 쓴 그는 직원이 보이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 직접 김익수의 시신을 찾아보았다.
‘흐음.’
김익수의 모습을 보고 다가선 최대림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그리고 핸드폰의 촬영 버튼을 눌러 시신을 자세히 살폈다.
‘코에 멍자국.’
콧 볼이 변색되어 있었다. 감긴 눈을 열어본 최대림은 실핏줄이 터져 붉어진 눈을 보고 그 모습도 영상에 담았다. 두 가지 증거만 보고 그는 김익수가 질식사했다 결론지을 수 있었다. 이는 법의학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상식이었다.
무엇에 의한 질식인가 살피기 위해 최대림은 김익수의 입을 열어 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검은 씨앗이 보였다. 이빨에 낀 것을 꺼내 보았지만, 무엇인지 떠오르진 않았다. 다만 과일의 씨앗이라는 판단은 내렸다.
‘코를 막고 입에는 과일을 쑤셔 넣은 것인가? 그럼 범행도구는...!’
최대림은 입안 사진을 더 찍고 급히 영안실에서 나왔다. 다시 6층 병동으로 올라간 그는 아까 본 간호사에게 소리쳤다.
“먹지 마!”
간호사가 과일을 입에 물려다 그의 외침에 멈춰 섰다.
“그거 어디서 났습니까?”
“예? 모르겠는데요. 냉장고에 있기에...”
“교대자에게 물어보세요. 어서!”
간호사는 겁을 먹어선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어 그걸 최대림에게 넘겨주었다.
“경찰입니다. 과일 어디서 났습니까?”
-그건 왜 물어보시죠?
“말하세요! 누가 줬습니까!”
-육백일호 앞 지키던 경찰분이 주고 가셨는데요.
“그 경찰은 어디 갔습니까?”
-저야 모르죠.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전화를 끊은 최대림이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장님. 살인사건입니다.”
-뭐? 너 어딘데 갑자기 전화해서.
“김익수가 죽었습니다. 사인은 질식, 타살입니다. 범행도구는 과일입니다.”
따랑.
간호사가 손에 쥔 포크를 던지며 난 소리에 최대림이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여기 병실 앞 지키던 경찰이 있었습니다. 이름 박시만. 오산서에서 지원 나왔다 말했지만, 오산서에 연락해보니 그런 순경 없다고 합니다. 수배해 주십시오.”
-대림아, 일단 들어와. 들어와서 차근히...
“반장님! 김익수가 죽었단 말입니다! 그것도 오늘! 경찰이 지키고 있었는데.... 지켜본 사람이 한둘인 줄 아십니까.”
-아... 알았다. 감식반 보낼게. 아, 미치겠네... 오산서는 또 뭐야. 박시만이라고? 인상착의는?
“사진 보내겠습니다.”
이전 박시만을 만났을 때 몰래 찍어둔 사진이 있었다. 멀리서 찍었지만 모자를 벗을 때 찍어 얼굴 윤곽은 잘 나와 있었다. 전화를 끊은 최대림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환자 물품 어디 갔습니까.”
“모르겠어요....”
“쯧! 진정하시고... 생각해보세요. 보호자도...보호자? 보호자가 있었습니까?”
“모르겠어요. 저 교대해서...”
“아까 그 분에게 다시 연락하십시오. 그리고 김익수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제가 담당의사입니다.”
소란을 듣고 의사가 나왔다. 최대림은 그에게서 김익수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보호자는 있었습니까.”
“보호자라... 아, 사망확인서에 사인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성이 달라 가족은 아닌 것 같던데, 옆에 동행한 경찰이 보호자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사망 확인을 해준 의사를 최대림은 무심히 보았다.
“....알겠습니다. 병원내 CCTV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건 영장 가져와서 보셔야지, 일 처리를 참 허술하게 하시는군.
끼어든 이가 누군지 돌아본 최대림은 의사가운에 새겨진 원장이라는 글을 보았다.
“환자가 타살된 상황에서 영장을 말하십니까. 이 자리에서 긴급 체포되고 싶으십니까.”
“그거... 협박인가?”
이를 깨물며 보던 최대림은 원장 뒤로 다가온 경비원들을 보았다.
“타살이라니. 끔찍한 소리를 하는군.”
“점출혈이 있음을 확인했고, 암적색 피 색도 확인했습니다. 코를 막은 명확한 흔적도 보았습니다. 타살이 아니면, 의사가 코 막고 일부러 숨을 멈추기라도 한 것입니까.”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최대림이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란 것인지 원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곧 기동대 들어오고, 감식반도 올 것입니다. 사망자 시신 빼돌리거나 감추면, 제가 찍어 둔 영상과 사진 때문에 더 의심을 받게 되실 테니 유념하십시오. 사망자의 가족에게...”
시계를 힐끔 본 최대림이 말을 이었다.
“연락도 안하신 것 같군요. 12시경에 사망했는데, 지금 두시가 넘었습니다. 평택과 가까운 오산에 주소지가 있는 사망자인데, 가족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은 연락하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무슨...연락 안했어? 어?”
원장이 간호사에게 삿대질하며 말할 때, 계단과 엘리베이터에서 경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림아!”
강력2반 반장도 있었다.
“시신은?”
“영안실에 있었습니다. CCTV 보려했더니 협조해 주시지 않군요. 반장님.”
“허허... 자자, 원장님.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환자들 다 보는 곳에서....”
반장이 원장과 함께 간 후 대림은 감식반원에게 말했다.
“간호사실 냉장고에 과일 바구니가 있을 겁니다.”
“과일은 왜?”
“살해도구입니다.”
“과일이?”
“예... 이거... 뭐로 보이십니까.”
최대림은 찍어온 과일 씨를 보여주었다.
“수박은 아니고... 어, 저거네.”
감식반원은 간호사 앞에 놓인 접시에 예쁘게 잘린 과일을 가리켰다.
“용과.”
-우웁!
감식반원의 말에 간호사가 입을 막은 채 뛰어갔다.
“용과란 거군요.”
“용과라... 병실은?”
육백일호를 알려주자 감식반에서는 용과의 액이 튀어있는지 확인했다. 침대머리맡에 잔뜩 뿌려진 흔적을 발견했다. 같은 흔적이 세탁실로 들어간 시트와 이불, 베개에서도 발견되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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