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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갑의 서재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도수갑
그림/삽화
멜떡
작품등록일 :
2021.03.21 22:11
최근연재일 :
2021.05.06 19:01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8,800
추천수 :
302
글자수 :
205,289

작성
21.03.23 19:05
조회
732
추천
10
글자
12쪽

신선인데 용병이었습니다 3화

DUMMY

3화


방금 전까지의 권태로운 표정은 그의 착각이었다는 듯 그녀의 기세가 일변했다.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들겠다는 듯한 위압적인 기운이 그녀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왔다.


항상 유리한 상황에서만 전투에 임할 수는 없으니 불리한 상황에서도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지원자인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면 괜찮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지훈이 누구던가.


‘음···. 굳이 당황한 연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이 정도의 기세는 그에게 그저 산들바람처럼 포근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호오?’


그런 그의 반응을 확인한 캐서린의 눈동자에 흥미롭다는 듯한 기색이 깃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자신이 발한 기파는 결코 학생 수준의 능력자가 저렇게 평온하게 견뎌낼 수 없는 정도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뭐 하는 놈이지?’


그냥 일반적인 장학생 지원자1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던 그녀의 마음속에 이지훈이라는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생겨난 순간이었다.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그의 실수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자료를 열심히 찾아봤어도 실제와는 상당한 괴리가 생기기 마련.


“가겠습니다.”


검끝을 바닥에 향하게 늘어뜨린 채 한 손으로 편하게 검을 쥔 지훈이 담담하게 공격의 시작을 알렸다.


처음은 가벼운 내려치기였다.


물론 가벼운 인사 정도에 불과한 공격이었기에 지훈의 검은 그녀의 몸에 닿기도 전에 권갑에 막혀 튕겨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2격, 3격, 4격. 계속해서 이어진 공방에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대련장 안을 울렸다.


그가 현재 사용중인 검술은 삼원검의 인검(人劍). 천지인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는 삼원검의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검술이었다.


찌르기와 베기 모두를 사용하는 연속적이고 변칙적인 검초를 사용하며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이 특징이었다.


그 특징상 쾌검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제대로 쾌검을 익힌 검사의 경우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축에 속했다.


검로를 읽어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


그래서 그런 것일까. 처음에는 완벽하게 지훈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처럼 보였던 캐서린이 조금씩 유효타를 허용하고 있었다.


다만 검에 날이 서 있지 않기도 했고 딱히 기도 운용하지 않은 상태라 유효타라곤 해도 데미지는 그다지 입지 않는 상황.


그녀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제대로 맞으면 늑골이 다 나갈 것 같은 돌려차기로 지훈을 걷어낸 캐서린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뭐야. 제대로 해. 타격이 없잖아. 검기는 쓸 수 없나?”


자신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을 하라는 말이었다.


‘위험할 텐데···.’


지훈이 속으로 생각했다.


날이 없는 훈련용 검이기에 그에 맞춰 행동했을 뿐인데 아무래도 그게 아니었던 모양.


검기는 기본적으로 마력을 각성한 다음에야 별도의 훈련을 거친 후에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는 마력을 각성하지 않은 것으로 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만약에 그가 권능까지 각성한 듀얼이 아니었다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검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꺼렸을 테지만 다행히 권능이라는 만능 치트키가 있었다.


영기를 사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 권능이라고 우기는 수밖에 없었는데 어차피 실제로 개인이 소유한 권능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여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권능이라는 거짓말이 들킬 염려도 없었다.


“음···. 검기는 아니고 권능으로 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기는 한데···.”


“뭐? 푸하하···.”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지훈의 모습에 캐서린이 우습다는 듯 깔깔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전 세계에 3천 명도 안 되는 M1급의 고위 용병이었기 때문이다.


“애송아.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전력으로 덤벼. 그 정도론 절대 합격할 수 없으니까. 날 때려눕힐 생각으로 덤비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지훈이 태청기공을 운용하자 그가 들고 있는 검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조심하세요.”


괜히 그녀의 성질을 더 돋울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주의는 줘야 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경고의 말을 던졌다.


“하, 참. 내가 아주 우습게 보였나 보네.”


하지만 주의는커녕 되려 그녀의 뚜껑을 열어버린 모양이었다. 여태껏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하던 그녀가 먼저 주먹을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실로 섬광 같은 속도의 빠른 훅이었지만 지훈이 고개를 젖혀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웁스.’


스위치가 켜졌는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실로 급작스러운 변화였다.


대부분의 고위급 용병이 그러하듯 캐서린 역시 마력 각성자인지 불타오르는 듯한 푸른색 마력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집중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지 발과 다리 쪽의 마력이 좀 더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화난 것 같은데···?’


뭔가 신경질적인 주먹이었다.


물론 지훈도 가만히 방어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뒤로 스텝을 밟으며 검으로 그녀의 요혈을 공격해나갔다.


캐서린은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찔러 들어오는 지훈의 검을 눈으로 확인했지만 공격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의 검을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려줘야지.’


이런 풋내기 따위에게 뚫릴 자신의 마력 방벽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유형화된 마력의 경도를 굳게 믿고 있던 그녀는 지훈의 검이 어깨에 닿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뚫렸다고?!’


지훈의 검이 그녀의 마력 방벽을 깨뜨리며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베테랑답게 겉으로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캐서린이 속으로 대경실색했다.


‘이 새끼 뭐야.’


자신의 마력 방벽은 이탈리아의 M1급 용병이자 레이피어의 달인인 안드레아의 찌르기도 한 번 정도는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했기 때문에 그 놀라움이 더했던 것이었다.


완전히 피해내지 못했는지 그녀의 찔린 어깨에서 피가 얇은 실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심하라는 경고를 단순히 치기 어린 허풍으로 받아들였던 그녀도 이쯤 되니 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이름이 이지훈이라고 했었지···. 테스트가 끝나면 개인적으로 한 번 알아봐야겠어.’


반면 적당히 우수한 지원자를 연기하겠다는 의도가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버린 지훈은 벌써 자신이 지나친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캐서린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은 본 지훈이 잠시 공격을 멈추고 질문했다.


“음···. 계속할까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었지만 이제 막 3분이 지난 상황.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만 한쪽 손을 들어 올려 총 모양처럼 만들어 그를 향해 겨누더니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을 뿐.


“하···. 장학생 테스트하는데 이렇게까지 하게 될 줄이야···.”


이내 총구의 위치에 해당하는 그녀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탁구공만 한 크기의 불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좀 뜨거울 거다.”


어린아이 장난 같아 보이는 손 모양과는 대조적으로 캐서린의 손가락 끝에서 사라진 화염구는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추며 이글거리는 열기와 함께 지훈을 공격해왔다.


불덩어리의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긴 했지만 탄환처럼 정직하게 직선으로 날아왔기 때문에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엇.”


그러나 가볍게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옆으로 피하던 지훈의 신형이 순간 휘청거렸다. 멀쩡했던 바닥이 갑자기 빙판길처럼 미끄럽게 바뀌어버린 탓이었다.


‘초능력?’


마법이 분명한 화염구와는 다르게 별도의 마력이 움직이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파앙-


급한 대로 허공을 걷어차 눈앞까지 다가온 불덩어리를 피해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캐서린이 발차기로 그의 턱을 부숴버리려 하고 있었다.


‘이크.’


백 덤블링으로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발차기를 피한 지훈이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바닥이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얼굴로 재차 화염구가 날아왔지만 검을 들지 않은 한쪽 손을 들어 태청수(太淸手)로 강하게 후려치니 방향을 꺾어 다른 쪽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터져버렸다.


‘미친···.’


캐서린이 경악했다.


‘얜 진짜 뭐지.’


그녀가 지훈을 동급의 검사로 가정하고 계속해서 거리를 벌리며 대련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근접 격투술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사실 그녀의 장기는 마법이었다.


근접해서 몸을 치고 박고 싸우는 것에 대해 로망이 있어 약간의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박투술의 고수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그녀의 근접 격투술 능력만으론 결코 M1급의 용병이 될 수 없었다.


캐서린이 시스 시술을 받았을 당시 그녀의 초기 각성 능력은 육체 강화 B급, 마력 B+급, 초능력 C급으로 상당히 잠재력이 높은 트리플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전장 경험과 훈련 등을 통해 지금에 이르러서는 육체 강화는 A+급, 마력이 AA급, 초능력마저 B급까지 성장해 전체 용병의 상위 0.1%에 속하는 M1급 용병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녀 또한 전력으로 테스트에 임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이 전부라고 하더라도 이미 이지훈의 전투력은 M2급 용병에 필적할 정도였다.


날이 없는 훈련용 검을 가지고도 자신의 AA급 마력 방벽을 뚫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참격을 사용하며 자신의 공격을 다 회피해내는 민첩성만을 고려해도 육체 강화 능력은 이미 A급 이상.


어디서 이런 괴물이 숨어 있다가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났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캐서린은 지금 이상으로 대련의 페이스를 올릴 생각이 없었기에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비슷한 수준의 공방이 이어졌고 그렇게 남은 7분의 시간도 빠르게 지나갔다.


삐이-


시작 전에 10분으로 설정해 놓은 타이머에서 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알림음이 크게 울렸다.


“수고하셨습니다.”


매번 상상 속에서만 대련을 펼치다 실제 사람과 대련을 해 보니 생각 이상으로 재밌었던 탓에 지훈이 웃으며 캐서린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학생에 선발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정해져 있는 대련이었지만 뭔가 그동안 혼자서 고된 수련을 견뎌낸 성과를 처음으로 직접 몸으로 확인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캐서린의 반응.


“야.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그녀는 지훈의 인사도 받지 않고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혼자 대련장을 나가더니 금방 뭔가를 손에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밖에서 가지고 들어온 것은 자신의 스마트 디바이스. 컴퓨터, 전화기, 지갑, 신분증 등 필요한 여러 기능이 전부 들어 있는 현대인의 필수품인 최첨단 기기였다.


지훈 또한 스마트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가격이 저렴한 양산품인 그의 것과는 달리 캐서린의 스마트 디바이스는 누가 봐도 고가의 하이엔드급 디바이스였다.


“여기 네 번호 찍어.”


그리고는 대뜸 지훈에게 자신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건네며 번호를 요구했다.


“어···. 왜요? 뭐가 잘 못 됐나요?”


임시 교수라는 그녀가 갑자기 번호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지훈이었기에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적정 수준으로 제한된 퍼포먼스를 의도에 맞게 훌륭하게 선보였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어진 캐서린의 한 마디에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보여준 것들 중에 뭔가 의도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넌 무조건 합격이야. 그러니까 번호 찍어.”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게 맞는 것 같았다.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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