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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냥] 쓰고 나니까 오류...

로지아나는 손가락마디를 잘근 씹어댔다. 하녀들을 보내어 감시한 바 경비대장과 측근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다. 정황상 떳떳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감한 그녀는 이 사태를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사건의 중심에는 브라이어트가 끼어있었다. 특별한 그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로지아나는 부친을 거스르고 싶지도 않았다. 우연찮게 들은 아비의 혼잣말이 그녀의 가슴을 적셨었다. 남의 재산을 강탈할 정도로 아비가 제 혼사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가문을 위해서 부유한 상인에게 팔려가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했던 그녀에게 그것은 굉장한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일이 좋게 흘러갈까 고민했다. 브라이어트도 다치지 않고 아비의 계획도 어그러짐 없이 흘러갈 수 있도록. 궁리 끝에 로지아나는 단장을 새로 하고 브라이어트에게 하녀를 보냈다.

간단한 말을 전하는 것이니 만큼 하녀는 금방 돌아왔다. 로지아나는 하녀의 뒤를 두리번거렸다. 찾는 이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자리에 없었다.

“왜 너 혼자니? 펜지 경은?”

“늦은 시각에 숙녀를 찾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거절하셨어요.”

“아, 그렇구나. 역시 펜지 경.” 생각지 못한 배려에 로지아나는 발그레 뺨을 붉혔다. 이것은 자신을 이성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가 같은 나라의 귀족이기만 했어도 그의 의사를 존중해 새벽이 밝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소니의 귀족도 아니고 안전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중요한 일이라 했잖아! 어떻게든 모셔왔어야지! 다시 가!”

로지아나의 재촉에 하녀는 울상이 되었다. 종전에도 이 밤중에 제 아가씨가 찾는다는 말을 전하는 게 얼마나 낯부끄럽던지, 듣는 브라이어트 또한 난처해하며 필히 저가 들어야 할 말이라면 아침에 찾아뵙겠노라고 전해 달라 했었다.

“아가씨, 어떤 말을 해도 그분은 나오실 것 같지 않아요. 또 이렇게 재차 찾아갔다가 영랑께서 아가씨를 나쁘게 오해하실 수도 있구요.”

“나쁘게라니, 난 그저! ……그럼 이러면 되겠다. 가서 내 아버지께서 보고자 하신다고 전하렴. 아버지가 찾는다 하면 그분도 어쩔 수 없으실 거야.”

임시방편으로 떠올린 계획치고는 그럴 듯해서 로지아나는 제 잔꾀에 우쭐해댔다. 하녀를 내보내고 그녀도 장소를 옮겼다.

어두운 방 안에 들어서서 등불을 손에 쥐고 있으니 마치 밀회라도 가지는 듯해 로지아나는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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