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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받다] 『하지마! 요네즈』, 광기를 숨긴 소녀의 이계적응기문피아x조아라/ 간략감상

『하지마! 요네즈』, 광기를 숨긴 소녀의 이계적응기문피아x조아라/ 간략감상

2010/01/19 02:04

복사http://blog.naver.com/serpent/110078648707

 

 

 

하지마! 요네즈』는 문피아에서 연재중인 판타지 소설입니다. 문피아 작품 치고는 매우 희귀한 여주인공 소설이고, 장르는 차원이동 환생 판타지 쯤 됩니다.(이하 '마요네즈')

작가인 르웨느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진지한 글 찾는 분께는 개그 때문에 추천하지 못하고, 웃긴 글 찾는 분께는 진지 파트 때문에 추천하지 못하는 작품'인데, 꽤나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성넘치는 여주인공의 광기어린 행동이 눈길을 확 끌지만 진지파트와 개그파트의 부조화, 그리고 좋게 말하면 감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감정적인 관계 묘사로 인해 극단적으로 취향을 타는 글입니다. (참고로 르웨느님 이야기의 뒷부분은 '개성강한 여주라는 점에서는 자신있으며, 자신의 색을 살리려 노력했다'인데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알기 쉽게 예를 들어보죠. 저녁 식사 메뉴로 볶음밥이 나왔는데 배가 별로 부르지도 않고, 밥도 야채도 김치도 고기도 안땡기지만 거기 섞여있는 햄은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햄만 골라먹다가는 어머니의 천벌을 받을 테니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합니다. 햄을 위해 볶음밥을 먹을 것이냐, 그냥 안먹고 말 것이냐. '마요네즈'에서 제 취향에 맞는 부분이 20%, 거슬리는 부분이 30%, 미묘한 부분이 50% 정도입니다. 보통 이정도 비율이면 포기할 테지만, 취향에 맞는 20%가 흔히 맛보기 힘든 별미라 이걸 버리긴 아깝습니다. 그래서 일단 보는 중.

현실에서 깊은 절망을 맛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인이 판타지세계에서 한 소녀의 몸 속으로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꿈이라 생각하고 목을 그어버리기도 하는 등 오만 뻘짓을 다 합니다만 천천히 현실을 받아들여 적응해 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육체)의 남동생인 '요하스'만이 진정한 그녀를 알아주었기에 깊은 애착을 품게 되지요. 어쨌든 살아가기로 결정한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마요네즈에서 따와서 '요네즈'로 짓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정도 안정된 요네즈는 왕녀 '세피아'와 만납니다. 일반적인 여주 소설의 주인공이 가진 모든 요소를 갖춘 이 작품의 히로인격인 캐릭터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미모, 넘쳐나는 재능, 모든 것을 바치게 만드는 마성의 카리스마. 그야말로 주인공지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요네즈는 누군가에게 홀려서 주체성을 잃고 헌신하는 서브캐릭터1호나 2호가 될 마음이 없기에 그녀의 마력에 필사적으로 저항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세피아는 오히려 끌리고, 집착하게 되죠.

요네즈, 세피아, 요하스. 이 셋이 일단 중심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셋의 관계가 이야기의 큰 틀을 이루지요. 눈치채셨겠지만 요네즈는 요하스를 매우매우 아끼기 때문에 약간이지만 근친물 분위기를 풍깁니다. 내용물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겉으로 보기엔 남매니까요. 뭐 아직 10대 초반이라 성적인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한편 요네즈-세피아 관계에서는 진한, 아주 진한 백합의 향기가 풍깁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마요네즈'는 일상물에 가깝습니다. 요네즈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마음 먹은 후 검술도 배우려 하고 마법도 익히고 하면서 힘을 갖추고자 합니다만, 그런 부분은 곁다리에 불과하며 내용의 태반은 일상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요네즈가 요하스와 아침식사를 하고, 들러붙는 세피아를 피해 도망다니다 결국 잡혀서 고생하고, 마법을 시험해보러 다른 귀족가에 놀러갔다 맘에 드는 소년을 만나서 이런 저런 참견을 하다가 뭔가 발명해보겠답시고 뻘짓을 하고... 그런 나날들입니다.

하나의 중심줄기를 쭈욱 따라가는 일반적인 판타지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템포가 매우매우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검을 배우겠다고 했으면 어떻게 배우고 얼마나 고생하여 결국 어떤 경지에 이르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법이고, 마법을 배운다면 어떤 재능이 있고 그걸 어떻게 살리는지 등등이 나올 테지요. 특정 사건이 중심이라면 그 실마리를 쫓던가 해결을 위해 움직일 겁니다. 그 사이사이 일상이 삽입되고. 하지만 마요네즈는 정반대. 일상이 중심이고 그런 나날 속에서 요네즈가 어떤 고뇌를 품고 어떻게 변화해가며 어떤 일을 하는지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의 글이든 즐겨보려 노력하는 저입니다만 솔직히 좀 답답하긴 하더군요. 요즘 이런 템포의 글을 접한 적이 별로 없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글의 특성도 특성이지만 분량조절 자체도 능숙하진 않은 것 같고. 느릿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건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는지라 집중력이 분산되서 속도감은 전무하다고 봐야 합니다. 요네즈라는 캐릭터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면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형이긴 하지만요.

요네즈라는 주인공은 참 특이합니다. 초반엔 극히 자기파멸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광년이 포스를 뿜는데, 사실 그런 면 때문에 이 작품을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저는 광인애호가랍니다) 근데 갈수록 미묘한 캐릭터가 되어가는군요. 일단 어떤 구상 하에 요네즈라는 캐릭터를 구현하고 있는지는 대략 감이 잡히지만, 그녀의 면면을 전달하는 방식은 아직 거칠고 미숙한 점이 많습니다. 대화 상대를 앞에 두고 갑자기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지구쪽 단어까지 써가며 혼자 중얼중얼 거리는 요네즈를 볼 때마다 이건좀 아닌데 싶더군요.

게다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아티팩트를 만들겠다면서 지구측 지식을 활용한 아이템 제작을 시도하는데, 그 첫 타자가 세탁기입니다. 평민들이 옷을 몇벌이나 가지고 있을지 의문인 판타지 세계에서 세탁기의 어디가 실생활에 유용한지 모르겠습니다. 귀족들이 가진 비싸고 섬세한 의복은 세탁기에 돌리기도 힘들테고. 후속타로 구상하는 것도 전자렌지, 진공청소기, 오븐 같은 것들이니 할 말을 잃을 수밖에요. 차라리 순수하게 마법과 과학의 결합에 강한 열의를 보이는 정도로 묘사했다면 모를까, 진지함이 결여된 목표는 없느니만 못한 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뻘짓에 가까운 걸로 허송세월 하면서,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유니크 어빌리티 '노래 마법'을 활용할 생각은 못하는 점도 큰 단점입니다. 동생을 세피아 공주에게 빼앗기기 싫어 그녀의 매력에 저항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마법으로 즉석제작 해서 선물할 정도면서, 정작 자신이 같은 걸 만들어서 사용할 생각은 못합니다. 허구헌날 세피아에게 끌리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 제가 요네즈처럼 노래마법을 써서 반영구적으로 작동하는 각종 마법도구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팬티부터 머리끈까지 모조리 온갖 효과를 가진 아티팩트로 도배했을 겁니다.

뭐 개그와 진지가 혼합된 작품인데 지나치게 설정에 집착하는 것도 바른 태도는 아니지만, 이 개그와 진지의 짬뽕이란 게 또 미묘하단 말이죠. 안타깝지만 개그파트가 별로 웃기질 않아요. 풋- 하고 웃을만한 포인트는 몇군데 있지만 그런 짧은 즐거움의 댓가가 너무 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중한 부분까지도 만화식 개그 때문에 무게를 잃는 느낌이거든요. 어차피 여주 소설인데다 근친에 백합요소까지 넣어 메이져한 세계와는 영원히 바이바이한 이상, 철저하게 다크&시리어스로 갔다면 어땠을까 싶군요.

결론적으로 '독특하지만 무척이나 취향을 타는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도저히 타겟독자층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라인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글이에요. 저는 계속 볼 겁니다만, 다른 분께 추천하려 해도 적절한 기준을 제시할 수가 없으니 무리군요. 혹 관심이 생긴다면 직접 몇 편 읽어보고 결정하세요.

제가 만약 이 글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개그파트부터 싹 다 잘라버릴 겁니다. 가전제품 개발도 아웃. 하층민의 기본적인 의식주에 영향을 줄 만한 소재라면 괜찮겠지요. 근친이나 백합 요소를 빼버리면 정체성이 바뀌니 아예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단 최대한 거부감은 줄이고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게.(니시오이신의 니세모노가타리가 좋은 사례가 되겠죠) 일상이 중심이라곤 하지만 흐름이 너무나 산만하니 소소한 이벤트 몇개를 줄이고 재배치. 요네즈의 이미지 정립 과정을 좀 더 가다듬어 반복되는 사고패턴을 간략화하고 내부의 광기를 강조하는 식으로. 마법사 관련 설정의 껄끄러운 점 몇개도 보완해야겠고, 개인적인 취향까지 반영한다면 요네즈가 소드마스터를 '소다맛스타'라 부르는 부분 반드시 없애고 싶군요. 볼 때마다 몰입이 와장창 깨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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