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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눠요


[☆을 나눠요] □□□의 〈녹턴 에스트렐라〉를 읽고.

□□□의 〈녹턴 에스트렐라〉를 읽고.

 

정독한지 1시간도 안 되어서 적는 이 날것의 감상을 기대하시라! 두둥!

편하게 쓸까 하다가 그래도 아는 분이니 격식을 차려보겠습니다! 다소 까불거리는 것은 성격이니 양해 바라오!

대략 5만자 되는 분량을 읽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그렇게 많은 얘기를 읽었다는 게 안 믿기네요. 무엇을 어찌 말씀드려야 할지, 이 문서를 작성하면서 생각하는 중입니다.

5만자가 결코 짧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짧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녹턴 에스트렐라〉는 아직 발단 부분이니까요.

‘전제 된 목적성이 없는 사건’ 전개의 구성은 다행스럽게도 익숙합니다. 보통 이런 글은 장편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전제 된 목적성이 있는 사건’으로 전개 된 작품은 그 목적성이 완료되는 순간 엔딩이니까요.

근데 전자의 경우는 끝이 없죠. 그야 말로 한 소설을 가지고 우주탄생부터 시작해서 우주멸망 후 차원이동까지 이어 쓸 수 있는 게 이 전자의 장점입니다.

이런 소설은 초반에 잡아둔 설정을 계속 우려먹고 가는데, 은하가 이제야 오필리아로 자리잡았더군요. 흐름상 그 귀족영애의 몸에 정착하게 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오필리아의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은하와 오필리아는 분명 동일인물이지만 사는 환경도 주변 인물도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없어지던지, 적응하고 바뀐 사람으로 살아가던지 둘 중 하나밖에 없어요. (적응했는데 안 바뀐다, 그런 건 없습니다.)

 

즉 하고픈 이야기는 스토리-라인 면에서는 기승전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안 나뉘어서 그쪽으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 점을 감안하고 발단 부분인 이 5만자에 대해 늘어놓아 봅시다.

 

유은하가 기존에 갖고 있던 이능이 무척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동시에 좀 무섭게도 느껴지네요. 현실 같은 꿈을 밤마다 계속 꾸게 하다니, 깨어나서 기억이 안 나면 그뿐이겠지만 깨어나서도 꿈일 걸 체감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합니까. 은하가 지구인 여고생이라는 뿌리의식이 얕기라도 했다면 딱 정신병자 되기 좋은 성장 환경이라 봅니다.

이리에에게 부림당하는 처지인 것을 봤을 때는 그리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꿈이라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 자체가요.) 마음이 열려 있는 건 아니지만 자기 영역 안에 있는 것만큼은 사수하는 타입입니다.

이리에와 엘리아스뿐이죠. 본문에서 직접적으로 은하와 같이 등장한 건(일단 후작은 은하 위주로 봤을 때 엑스트라). 그들이 은하를 어떻게 생각하건 은하는 타깃을 고르고 나면 광증이든 애정이든 받아내고 또 마음으로써 돌려주려고 합니다. (그것만으로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하죠, 여주인공이 갖춰야 할 필수자격증!)

은하의 성격은 이쯤 정리하고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리에에 대한 묘사는 참 설레면서도 슬펐습니다. 은하가 그 아이를 감싸주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호 본능을 건드립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이 가시나야! 당장 가서 끌어안아주지 못해!’하고 외쳤는지 모릅니다. 은하는 둔해요, 그래도 극적인 순간에는 행동하니 다행이지만요.

아이는 아이답게 웃을 수 있도록 같이 웃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이리에 또한 그런 감수성을 건드리는 캐릭터였습니다.

냉소적인 척 해도 결국 감정을 다 쏟아내는 것이 아홉 살다운 생생함이었고 협박성 어린 위협을 하는 것도 결국 은하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를 지으려고 하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기뻤습니다. 아직은 이리에가 행복해질 수 있으리란 기대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그 연결고리조차 포기해버리고 아예 사람과 자신을 단절시켜버린 이들이니까요.

은하를 원한다는 게 시간만 주면 모나긴 했어도 멘탈 튼튼한 남주로 성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거기서 그렇게 끊으시면 어떡합니까악!!!!!!

이제 이리에는 글렀어요. 틀렸어요. 비뚤어지고 말 거야! 은하를 다시 만나고 관계가 회복 되도, 오해가 풀려도 집착하겠지!!!!!!! 너무해!!!!!!!!

라고 잠시 난리 브루스를 춰봅니다. 이리에는 이미 마수에 빠졌기 때문에 위험한 매력을 풍기는 남성이 될 거라고 기대치를 수정하고는 다음 내용을 보았습니다.

은하의 어머니상이 좋더군요. 은하 같이 밤마실하게 되는 성장 과정이라면 얘가 현실에 좀 부적응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유은하라는 자의식이 언뜻언뜻 보였던 것은 이 어머니 때문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란 아이에게 둥지 같은 거잖아요. 내가 머무는 곳, 내가 있을 곳. 그런 거요. 그렇기에 오필리아가 되고 나서는 유은하라는 자의식에 멘붕이 왔을 겁니다. 은하가 있던 곳이 이제 나타나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여기서 어머니의 소중함을 새삼 깨우칩니다. 자아, 이 문구를 읽고 나서 곧바로 엄마한테 사랑해, 메시지 한 통 보냅시다. 육성으로 하면 더 좋고 허그 하면 그날 하루는 복 받으실 겁니다.

무튼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으나 은하는 오필리아의 몸을 얻어 바야흐로 본격적으로 이계 정착할 때를 맞이합니다.

오필리아의 가족 구성은 후작하고 엘리아스 정도 같더군요. 그중 후작이 제법 매서운 인간군상으로 묘사되었으나 오필리아의 정신상태를 확인한 후 감추려든다는 그의 행동방식을 보고 감히 추측합니다. 얘는 찌라시구나! 해서 패쓰! 발단에서 전개로도 안 넘어간 내용인데 후작에게 뭔가 얻을 만한 감상은 없었습니다. 그저 오필리아라는 인물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배경(백그라운드~) 중 하나로 보았습니다.

신경 쓸 건 엘리아스인데, 저는 쇼타콤입니다. 로리콤이라 해도 됩니다. 그냥 어린애들이 좋습니다. 어른을 쓰면 슬퍼집니다. 아이들 때처럼 순수하게 사람을 사귈 수 없습니다. 직장이건 사회건 자기 위치를 의식하고 관계에 있어서도 취존의 호불호가 아닌, 상대의 명성, 업적, 학식, 지위 등에 얽매이게 됩니다. 해서 저는 어른 캐릭터 별로 안 좋아하고 나이가 성인이더라도 철부지 캐릭터를 애정합니다.

엘리아스의 나이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는데 종교보다 가족을 더 경건히 대한다는 면에서 이 남자도 내면아이가 미성숙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런 타입이 가족을 잘 챙긴다는 점에서 어른스럽다는 평을 받지만 알고 보면 가족을 챙김으로서 어른스러운 이미지를 자신이라 믿고 유지해나가곤 하죠.

랄까,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여동생에게 존대하는 오빠캐라니. 시니컬한 쇼타에 이어서 취향 작렬입니다. 이거 참, 이쪽 류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쉽게 매료될 캐릭터들이라 봅니다. 벗! 좋은 오빠는 심술궂은 남동생보다 입지가 좁죠.

오필리아가 되고 나서는 은하의 멘탈에 붕괴가 찾아왔기 때문에 엘리아스와 관계는 유지하되 본문 내용도 은하의 정신 상태에 대해 전개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소재를 썼기 때문에 은하의 상태를 공감합니다. 요네즈 같은 경우는 그런 상태가 되기 전에 자기 자신을 ‘요네즈’라 결정짓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없어져 가고 있지만 은하는 ‘오필리아’로 바뀌면서 은하가 변질되어버리는 겁니다. 위에서 적었던 것 같은데.

 

은하와 오필리아는 분명 동일인물이지만 사는 환경도 주변 인물도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없어지던지, 적응하고 바뀐 사람으로 살아가던지 둘 중 하나밖에 없어요. (적응했는데 안 바뀐다, 그런 건 없습니다.)

 

이거 말예요. 바뀐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나인 것은 변함없지 않느냐는 얕은 말씀은 안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소재를 다뤄서 그에 대해 파고들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잖습니까. 또한 기억이 얼마나 사상누각 같은 것인지 이미 본문에서 직접 묘사하기도 했고.

사람은 살아가면서 가면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그 가면은 어느 순간 자신의 얼굴이 됩니다. 자기 자신이란 건 무엇이냐. 어떤 고명한 철학자 분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듯이 생각하는 나가 나 자신입니다. (이런데 써먹으라고 있는 말이 아니지만)

생각하는 나라는 건 관념적이며 변화무쌍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생각하던 나가 이계에서 생각하던 나와 같아질 수 있겠습니까? 사는 세상이 다른데. 그럴 경우 좀 더 지금에 필요한 ‘나’를 택하게 되고 선택받지 못한 것은 부정하게 됩니다. 여기서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게 되죠.

은하가 좀 더 개방적이었거나 나태했다면 그렇게까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앓지 않았을 텐데요, 뭐 주인공이란 앓아줘야 독자가 재밌는 법이니까요?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도중에 만난 아스라는 존재에게 “오필리아”라고 말하는 부분이, 저는 섬뜩했습니다. 감정이입해서 보자면, 그건 ‘유은하였는데 지금은 오필리아로 살기로 했어’라는 건전한 전개가 아니라 ‘유은하였지만 지금은 오필리아로 살고 있으니 오필리아인 거 아니야’로 보였습니다. 저런 정신머리는 건강하지 못해요. 뭔가 감당 못할 사고나 충격 하나 받으면 그때부터 땅굴파기나 하향 곡선 타고 미끄러지기의 달인이 되어버릴 겁니다.

 

어디 보자, 내용면에서 빠트린 건 검은 용에 대한 부분이군요. 유일신이라고 엘리아스가 소개해주었죠. 은하가 이세계로 오게 된 원인 같은데, 치는 대사를 보니 은하도 제법 고생할 것 같습니다. 세계 평화를 지킬 깜냥이 되지 않을까요?

 

전반적으로 여주답지 못한 묘사로 은하를 취급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남캐들도 고유 매력이 있었습니다. 아쉬운 건 사생아 (2)화 후반 정도였나.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그도 소설에 대해 애정을 갖고 나서는 사라지더군요. (3)화에서 이리에의 사이코패스 기질이 마이할트를 쿵떡하게 했기 때문에 지루해할 틈이 없었습니다.

오필리아가 되고 나서부터는 저도 은하와 함께 ‘이리에! 이리에! 어딨어! 너님의 여주가 왔는데 왜 보지를 못하니! 왜 보지를 못해!’하고 있었기에 이야기 내내 긴장했습니다. 스토리상 바로 안 나올 거 알지만 그래도 기대했다고요, 눙물. (이게 바로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쇼타콤, 인가 봅니다.)

 

캐릭터, 구성은 거의 다 적은 거 같고. 이제 뭐가 남았지요. 세계관, 배경 설정 같은 것도 은하의 이능과 후작으로 언급했고. 문체가 남았나요?

호흡이 짧지는 않습니다. 길다고 하기에 조금 부족한 느낌? 지루함은 거기서 왔습니다. 전개상 자극적인 사건이거나 혹은 코믹하지 않을 때 서술이 루즈해보이긴 하는데, 글쟁이의 문체구나 하면 그다지 문제로 삼을 것은 아니라 봅니다.

과도한 비유는 조금 자제하면 좋을 것도 같습니다. 은아가 심리적인 묘사를 할 때는 제법 맛깔나게 어울리는데, 원본 파일에 메모 달아놨으니 이건 그 파일을 보는 게 더 나을 겁니다.

그리고 문단 조정이 아직 미숙하십니다. (이건 남말 할 게 아닙니다만.) 단락 나누기는 저도 아직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좋다는 어떤 규칙성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들일 말씀은 없습니다. 다만 이전까지 그리고 현재에도 저는 한 문단을 나눌 때 그 안에 공통적인 주제가 담기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문장의 서술 대상이 바뀌거나 장소가 바뀌어도 주제가 같다면 한 문단 안에 연결시키곤 했습니다. 그 기준으로 □□□님의 소설을 보았을 때 어긋나는 문단이 후반부에 특히 많더군요.

뭐 문단도 작가 개성이겠지만 읽는 쪽, 독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것은 빠르게 잘 읽히는 것을 고려할 때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다면 엔터엔터 해주는 게 더 낫다 합니다. 이건 저나 □□□님이나 다른 작가 분의 글을 읽을 때 경험해봐서 무슨 말인지 알리라 믿습니다.

 

음! 음! 음!! 좋았어, 이걸로 〈녹턴 에스트렐라〉를 읽고 감상을 마칩니다.

재미있게 읽었고 기도 좀 죽었습니다. 비슷한 소재로 저보다 표현력이나 구성이 훨씬 좋으셔서 좀 슬펐습니다. □□□님이 못나야 한다는 건 아니고!! 그냥 제 필력이 못나서 제가 미웠어요!

〈러버 인 매드니스〉는 〈인공패〉 다음 편 쓰고 나서 정독 후 바로 감상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때 또 봐요! 그 사이에 쪽지 해도 좋고요!

 

 

 

 

 

 

 

자까님이 필명 비공개를 요청하셔서.

현재는 비공개 상태의 글입니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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