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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눠요


[☆을 나눠요] YR님의 「리비롯사의 황후」를 읽고

이 글은 순전히 팬심으로 쓰인 ‘조금’ 장문의 리플이다.

〈리비롯사의 황후〉를 선물 받았다. 나도 이번에 개인지를 내니 물물교환하자고 청하였는데 선뜻 응해주셔서 기뻤다. 내 글은 아직 인쇄소에 보내지도 못했으므로 송구하게도 먼저 물건을 받고 말았으니! 아무리 물물교환이라 할지라도 덤이 없으면 서운한 법! 해서 이 리플을 쓴다. 넋두리(…)가 많을 지도 모른다. *추가: 리플이 아니라 결국 감상문이 됐다.

 

〈리비롯사의 황후〉를 읽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없다. 〈Yones In Wonderland〉를 연재하는 동안 성실히 리플을 달아주신 분 중의 한 명이 YR님이었다. 자주 보이는 닉네임(필명)이 연재란에 보여 호기심에 클릭해버렸고, 그 뒤 나는 “시리엔 여신니뮤!!”를 외치게 되었다.

 

《프롤로그, 그 마음에 답하다》

이 글을 연재본으로 한 번, 종이책으로 한 번. 도합 두 번을 읽었다. 두 번째 정독은 이미 아는 내용이었기에 큰 감상이 없었지만 첫 번째 정독에서는 프롤로그가 참 진부했다.

여신이라 불리는 이계의 존재가 나오고 그 여신이 떠나 갈까봐 어쩔 줄 몰라 하는 황제의 모습.

아, 이 글은 해피 엔딩인가벼─라는 감상이 바로 나올 만한 프롤로그. 그것만으로 볼장 다 본 것 같았다. 그래도 다음 편으로 넘어갔다. 왜냐고? 로맨스 판타지가 거기서 거기인 것은 다 같다. 로판 독자들이 주로 기대하는 것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중간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결국 ‘사랑’이란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정신적 상호교류를 뜻한다. 허니 ‘사랑’이란 소재로만 보면 로판은 다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다. 다만 누구의 이야기냐는 게 다를 뿐이다. 그것은 별것 아니지만 아주 큰 차이기도 하다. 캐릭터가 다르다는 것만으로 그것은 그 캐릭터와 작가의 고유 얘기가 되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리비롯사의 황후〉는 그런 독자의 요구를 매우 만족시키는 글이다. 서비스조차 훌륭하다!

잡설이 길었다. 아무튼 프롤로그에 대한 감상은 저것 하나. 두 번째 읽었을 때도 달리 보이는 것이 없었으니까.

내용면과는 상관없지만 같은 글쟁이로서 이런 구성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 플롯면은 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결말을 제시하면 완결에 대한 긴장감이 줄어든다. 이미 결말을 알고 읽기 시작하기 때문에 비극적이거나 절망적인 부분에서 해당 감정을 주긴 힘들다. 주인공 령화가 워낙 막강하기도 했기에 갈등선이 완화되는데 결말까지 공개된 형편이니, 쩝.

만약 반전의 효과를 노려, 령화의 우울한 과거를 시작했다면 후반의 성혼식 사건으로 인해 독자를 쥐락펴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YR님의 작품에 딴죽을 거는 건 아니다. 〈리비롯사의 황후〉는 이미 종이책으로 발간된 완성된 글이고 독자는 어디까지나 감상 후기를 남길 뿐이지. 다만 나도 글쟁이인지라 단순히 읽지만 않고 공부하면서 보기에 저런 생각이 나왔을 뿐이다. 타인의 글을 가지고 사건과 단락을 해체해 정리하면 구성면에서 공부가 된다. 물론 그 연결구조에서 본인은 어떤 감수성을 느꼈던가 메모해두면 더 좋다.

 

《여신강림》

자아, 첫 번째 챕터로 들어가자. 버릇이기 때문에 타독자는 이 글을 어떻게 봤을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은 나처럼 별 감응 없지 않았을까.

왕국을 침략하러 오는 신제국 황제의 군사와 그에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왕녀.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서문만큼이나 진부한 배경 설정이다. 첫 속독 시에는 흔한 내용으로 알고 슥 읽어버렸지만 두 번째 정독 시에는 확실히, YR님의 세세한 캐릭터 설정이 처음부터 잡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인을 바친 나라만은 구제해준다는 황제의 소문에 팔려가게 생긴 왕녀 아사렐, 그녀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으로 모신 시리엔에게 기도한다. 그러자 정말로 여신이 강림?

첫 속독 시에는 ‘아, 저 여신이 왕녀 대신 황제를 만나러 가서 로맨스를 하겠구나.’라는 스토리 예측이 되었다.

두 번째 정독 시에는 ‘호오, 아사렐. 이제 보니 꽤 성깔 있었구만.’였다. 여신이 진실로 기도를 들어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아사렐은 기도를 한다. 왜냐? 그래야 자기기도 안 들어줬다고 신을 원망할 수 있으니까. 참 실속적이면서 인간적이지 않는가?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좋아한다.

황제와 왕녀 그리고 왕녀의 의무를 대신해줄 듯한 여신. 이 구조는 로판에서 흔하다. 하지만 흔하다 만큼 깨기 쉬운 것도 없다. ‘머리에 꽃을 달고 헤벌레 웃는 여자가 광년’이라는 편견은 꽃 안 달고 미친 여자 쓰면 깰 수 있다. 쉽지?

그것처럼 이 인물의 뻔한 신분 구도에 YR님은 약간의 재해석을 곁들었다. 여신으로서 강림한 령화는 사실 공방045의 거주자라는 것. 레브라는 에너지를 통해 모든 현상을 구현화 가능하지만 그 레브를 얻기 위해서는 계약자를 얻어 소원을 이뤄 줘야 한다는 것! 어때? 새롭지 않나?

아아, 〈마족의 계약〉이나 〈정령왕의 뉴라이프〉 등 이미 출간 된 작품들이 왕족과 계약해 그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내용은 많지 않냐고 딴죽을 걸고 싶겠지? 난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하겠다. 〈마족의 계약〉은 마족이 첫 계약 기념으로 공주에게 무료 봉사한 거고 〈정령왕의 뉴라이프〉는 셀리온이 유희 나가서 차지한 빈 육체가 황녀였을 뿐이잖아. 게다가 엔딩에서 훼이크까지 있던 작품. 먼산.

일단 〈리비롯사의 황후〉는 여타 작품들처럼 소원을 비는 대상이 말소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육체를 넘김으로서 대신 살아가는 내용이 되지 않는달까. 아사렐 왕녀는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칠 요량이었던 것 같지만 령화의 계약에서 그녀가 대가로 주어야 했던 건 얼굴이었다. 제 얼굴이 못생겨 살해당할 걸 알면서도 황제의 앞에 진상되어야 하는 처지였건만 나라를 구함받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얼굴이라니, 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듯 연관은 별로 없는 계약의 대가도 이런 ‘의문’을 품게 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오브제였다.

황제의 군사를 돌려주기로 계약한 령화는 바로 황제를 찾아간다. 생각보다 황제를 수호하는 휘하가 만만치 않은데? 그 철벽 같은 수비를 뚫고 섭혼술을 걸 요량으로 황제에게 살수를 펼치는 여신 령화! 허나 그 신하에 그 주군이라고! 황제도 만만치 않았다! 피해도 중상일 공격에 황제는 유유히 달려나가 여신을 제 품 안에 끌어안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청혼?!

어어어, 이거 도대체 무슨 내용이야? 막장인가? 막장인가 보지? 아주 막 나가려나 보지? 중간 단계 따위 거두절미하고 첫 눈에 반했다는 전개인가 보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신감이나 분노는 들지 않았다. 로판에서 첫눈에 반하는 거야 정석이고 무엇보다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령화를 피하거나 마주 부딪치거나 해서 막는 게 아닌 포옹으로 막는 구성이 로맨틱했어. 그때부터 감이 왔지. 아! 이 글은 널리고 널린 로판이 아니구나!

응? 나 로판 비하하는 건 아니야. 다만 흔하다는 건 귀하다보다 점수가 짜지 않겠어? 맛있는 것도 매번 먹으면 질려서 이내 먹기 싫거나 맛을 모르게 되는 것처럼 로판도 마찬가지라고. 비슷비슷한 내용을 보다보면 그 얘기가 저 얘기 같단 말씀? 그런데 로판 중에서도 다른 얘기들이랑 섞이지 못하는 애(작품)들이 있어. 오롯이 자기 개성으로 존재하는 글들 말이야. 〈리비롯사의 황후〉도 그런 글이었던 거야. 음? 물론 세상에 안 그런 글은 없겠지만?

〈리비롯사의 황후〉는 흔한 양식에 YR님이 재해석을 곁들었기에 신선한 맛이 있지. 음, 된장국, 김치국, 계란국. 주재료가 다를 뿐이지 조미료는 다 같은 것처럼 말이야~. 글도 어떤 재해석이 되었냐에 따라 똑같은 소재들이라도 감상과 여운이 다르다구?!

황제 카벨론이 여신 령화에게 한눈에 반해 프러포즈한 것이었다 해도 그가 여신을 맞이하는 방법이 신선했기에 난 그때부터 이 글에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했어. 으으~ 다른 글들을 예시로 들자면 말이야. 특히 동양풍 로판일 경우 이계로 떨어진 여주는 천녀나 여신 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지. 대부분은 남주랑 사이가 안 좋다든가 이미 호감 만땅의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대부분은 무시한다든가 덮치는 걸로 시작되지.

카벨론 황제는 비슷하지만 달라. 그는 시작부터 령화를 여신으로 알아보고 황후가 되어달라 청을 올린 거니까. 제 목에 향해진 살기를 느끼지 못한 일반인도 아닌데 그는 령화를 경애했어. 뭔가 찌잉~하고 필이 오지 않아. 이놈이 뒤로 갈수록 얼마나 달달해질지 말이야.

독자에게 잔뜩 기대감과 설렘을 주는, 그 소소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에 글쟁이로서도 하악되지 않을 수가 없었어! 그게 몰입감을 주는 거거든.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쭉! 빨려 들어가게 하는 거라고. 다시 말해 그런 절차들이 절차가 아닌 이미 한 세계의 이야기가 시작된 거지. 난 이 부분에서부터 엄지를 척 들어버렸어!

황제 카벨론이 여신 령화에게 청혼을 해버렸기에 황제의 군대는 왕녀의 나라에서 떠나기로 하지. 령화는 그것으로 제 계약이 완수되어 거주지인 공방045로 돌아가려고 해. 갑툭튀인 령화가 수상쩍은 공작 홀데스는 그녀가 못마땅하지만 황제가 원하는 여성이니 그냥 보내줄 수 있나? 하지만 령화는 이미 레브를 이용해 시공간을 넘고 있었어.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녀의 귀환을 막을 수 없었겠지. 하지만 홀데스는 꽤 강했던 고수! 아, 글쎄. 여신이 신계로 돌아갈 걸 막히 위해 검에 오러블레이드를 두르더니 대뜸 여신의 배때기에 칼빵을 놓내?!

악! 이거 뭐얔! 솔직히 나는 카벨론이 황제로서 난처한 입장이고 그로 인해 정당성이 필요하고 령화는 여신의 유명세를 빌려줌으로서 둘의 관계가 시작되지 않을까 짐작했었어. 진부하짘? 그런 내 진부함을 여과 없이 부셔준 거야, 〈리비롯사의 황후〉는.

카벨론이 대뜸 청혼한 건 흔한 내용인데 그런 카벨론을 여자 밝힌다고 하찮게 보던 여신은 “너 군대 돌린다 했지? 그럼 난 계약 끝났다. 안녕.”하고 쿨하게 떠나려 하네? 여기까지만 봐도 참 새로웠는데 말이지, 여기서 한 술 더 떠 황제의 부하가 여신 귀환 막는다고 그 신체에 칼침을 놓아! 올~!

도대체 다음 내용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겠냐고! 공격당한 령화가 가만 있겠냔 말이야. 황제에게 섭혼술 걸어서 군대를 돌리려고 한 것부터 정의와 선의와는 거리가 먼 성격인 것 같은데 말이지. 충공깽이 일어날 것이란 건 짐작이 가지만, 아사렐의 인간미와 카벨론의 우호적 반응과 령화의 쿨함과 홀데스의 닥돌을 보면 이 작가가 ‘황궁이 따분해서 가출했어요, 그런데 불량배를 만났네. 난 엄청 강하지만 방심해서 그만 위험해져버렸어. 어머, 그순간 백마탄 황제님 등장. 날 구해줘요. 멋져요. 내 심장은 쿵쿵비트박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라는 스토리를 쓰진 않을 거란 말이지.

이미 견고하게 자기 캐릭터를 주장하는 인물들이기에 어떤 소재로 흔한 얘기를 한다 해도 흔한 내용이 아니게 되겠지만, 기대감을 주면서 막상 그 실체는 뭔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첫 챕터 《여신강림》. 여기까지만 읽어도 마지막 챕터까지 전력질주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암!

그리고 아사렐이 대가를 치루고 난 후 령화가 신과는 거리가 먼 존재일 거라고 이 챕터의 마지막 문구를 장식했는데, 의미심장해. 내 감은 작가가 령화란 존재가 신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어서 작위적으로 깐 문구 같단 말이지.

헌데 캐릭터적으로도 해석하면, 아사렐은 마지막까지 인간의 속성을 보여줘. 화내고 싶어서 탓할 빌미를 만들기 위해 령화에게 기도했던 것처럼. 그녀는 령화가 어떤 존재든 결국 제 소원을 들어주었는데도 얼굴이란 대가를 치렀기에 신은 아닐 거란 원망 한 줄기를 흘려보내지.

음~ 하지만 역시 아사렐의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서 《여신강림》 챕터의 마지막을 그 문구로 했다기보다는 령화의 정체를 독자에게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하기 위해 썼다는 느낌이 들어. 응.

뭐, 어때. 걸려서 못읽을 만큼 작위적이라고 느끼는 것도 아니고. 내가 글쟁이다 보니까 문장의 배치나 문구의 의미,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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