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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100,000년 존버한 대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8.02.16 21:59
최근연재일 :
2018.03.10 17:02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321,137
추천수 :
7,414
글자수 :
128,491

작성
18.03.02 17:31
조회
6,763
추천
223
글자
9쪽

동쪽으로 가즈아(3)

DUMMY

두 사람에게는 다행히도. 더스틴과 천화련의 싸움은 쉽게 기울지 않았다. 그들은 공세를 퍼붓다가도 상대의 기술에 매료되어 잠시 손속을 늦추게 됐다.


지금껏 쌓아왔던 수련들은 이번의 싸움에 비하면 무척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특히 천화련은 이제껏 제대로된 적수를 만나지 못한지라 이 싸움이 더욱 달게 느껴졌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무엇을 해온거지?'


그녀는 지금껏 의미없이 보낸 것 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떠올리며 한탄했다. 그러나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본인도 알고있다. 지금 이 감각은 상대가 너무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더스틴의 공격 한 번, 몸짓 하나가 그녀의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이었다. 짧은 싸움으로 얻은 수확이 너무 큰지라 그저 창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황홀함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더스틴은 그녀의 속도 모르는 듯, 자꾸만 창술에 마법을 섞으려 했다. 천화련은 마법으로 그것을 받아치면서 날카롭게 외쳤다.


"그대는 나를 능멸하는 것인가! 시덥잖은 마법은 치우고 제대로 실력을 보여라!"


"너야말로 괜히 창질 하지말고 주문이나 써라. 지금 장난하는거냐?"


천화련의 창 끝에 맺힌 마법이 폭발하며 더스틴의 고함을 지워냈다. 더스틴이 현실과 타협하여 마창술을 고안했듯, 그녀 또한 만약을 위해서 무술과 마법을 접목시켰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만행에 치를 떨며, 상대의 진짜 실력을 끌어내기 위하여 물러섬 없는 싸움을 펼쳤다. 이윽고 더스틴의 창이 공간을 통째로 꿰뚫고, 천화련의 마법은 현실을 왜곡하기 시작했다.


'만만찮은 놈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지금은 자존심을 꺾을 수 밖에 없겠다.'


더스틴은 천화련을 사로잡아서 그녀의 마법적인 지식과 기술들을 캐낼 생각으로 잔뜩 들떠있었다. 이렇게 마법을 겨루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실력이 늘어나는 기분인데, 만약 제대로 정보를 뜯어낸다면 어떤 성취가 이루어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천화련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스틴에게 살해당한 수호영수에 대한 생각 따위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다.


때문에 두 사람의 싸움은 그야말로 백중세였다. 종합적인 실력은 경험에서 앞서는 더스틴이 조금 더 뛰어났지만, 두쪽 다 노골적인 살수를 꺼렸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정신없이 나누어지던 공격들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뚝, 하고 끊겼다. 서로의 수확이 한계에 달해서 소화를 위해 잠시간의 휴식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천화련은 그제서야 주작의 시체로 눈을 돌리고 더스틴을 추궁한다.


"그대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주작의 내단을 얻어봤자 아무 이득도 없을텐데... 어찌하여 동방국가들의 수호영수를 해친 것인가."


"쓸데 없는 소리를 하긴. 벌써 지친 것이냐."


더스틴은 천화련의 말에 코웃음을 쳤지만, 본능적으로 헬무스를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의 의식이 잠시나마 다른 곳으로 향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기감을 집중한 그녀는 어렵지 않게 헬무스의 존재를 알아챘다.


"그렇군. 본인이 아니라 제자를 위해서인가..."


"그쪽이야말로 그 정도의 마법을 휘두르는 주제에 왜 창술 따위를 쓰는거지? 본인의 집착이 족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냐?"


"웃기고 있네."


두 사람은 오래전에 눈치챘다. 상대는 자신과 동류다. 더할나위 없이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굳이 다른 것을 바라는 욕심쟁이다.


때문에 더스틴의 핀잔은 그저 도발에 불과했다. 천화련은 엷은 미소마저 머금으며 다시금 창을 앞세웠다.


까딱하면 둘 중 하나의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싸움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기꺼이 창날과 화염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천화련이 더스틴과의 싸움에서 마침내 무아지경에 닿으려고 하던 때. 끝내 그녀의 질주에 제동이 들어왔다. 그녀의 집중을 깨뜨린 것은 더스틴도, 헬무스도 아니었다.


"스, 스승님! 이게 무슨..."


"괜찮으십니까! 뭐 하는거야? 빨리 가세하자고!"


"오지마!"


천화련이 직접 가르친 제자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꿇리지 않는 수준의 무인들이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기에는 손색이 있었다. 더스틴의 넓은 공격 범위와 속도를 감안하면 그들은 그녀의 짐이 될 뿐이다.


그녀가 제자들의 참전에 당황하던 찰나. 더스틴은 빠르게 계산을 마치곤 검산까지 끝내버렸다. 이것이 바로 경험과 연륜의 차이였다. 그는 저격 위치를 잡고있던 헬무스에게 명령했다.


'헬무스, 신창에게서 가장 멀리있는 제자를 쏴라!'


'네엣? 스, 스승님. 하지만...'


'어차피 안 죽으니까 쏘라고!'


더스틴이 고개를 돌려서 서슬퍼런 안광을 보이자, 헬무스는 자기도 모르게 주문을 짜내게 됐다. 지금의 스승님은 정말로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지팡이에서 쏘아져나간 섬광이 목표물의 머리를 정확히 노렸다.


눈 앞의 강적에게 집중한 제자들은 헬무스의 저격에 만족스레 반응하지 못했다. 결국 그것을 받아낸 것은 다름이 아닌 천화련이었다.


천화련이 헬무스의 저격을 쳐내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졌지만, 문제는 더스틴이 처음부터 그 틈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렵사리 잡은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본래 그의 마창술은 창술을 무리하게 깎아내서 마법을 보조하는데에 쓰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초식만큼은 다르다.


마창술의 오의라고 부를 수 있을법한 마지막 초식은 더스틴이 자신의 자존심을 완전히 뭉개버린 결과물이다. 수 많은 강적들과 맞서 싸우기 위하여, 창술을 주로 내세우고 마법을 보조로 배치한 필살의 일격.


불행히도 천화련은 강적들과 싸워본 경험이 적은지라 창술에 대한 자존심을 완전히 던져내지 못했다. 제자들을 감싸느라 대응 또한 늦어버렸다. 평소보다 훨씬 부실한 방어의 위로 더스틴의 절초가 내리꽂히려 한다.


"흡!"


이제껏 즐거움까지 느끼며 그의 공격을 받아냈던 천화련조차. 이번의 일격에는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 막대한 마력이 더스틴의 창을 가속시키며, 그의 창 끝에서 온전히 발휘되었다.


더스틴의 재능이 온전히 녹아든, 산 하나는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는 일격이 천화련에게 날아든다. 그녀는 뒤쪽의 제자들 때문에 회피를 취할 수도 없었다. 더스틴은 그녀가 이것으로 죽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두 사람 모두에게 다행히도 그것은 기우였다. 필사의 주문을 쥐어짜낸 천화련은 시공간을 부분적으로 왜곡해가며 더스틴의 장창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러한 마법조차 그의 공격을 온전히 받아낼 수는 없었다.


장창을 받치고 있던 천화련의 왼팔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으스러졌다. 자신이 이러한 상처를 입은 것이 도대체 얼마만일까. 천화련은 그렇게 생각하며 비교적 온전한 오른팔로 장창을 내세웠다.


적어도 양팔을 완전히 빼앗아갈 셈이었던 더스틴은 그녀의 분전에 감탄하며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간만에 사용한 오의는 더스틴에게 있어서도 굉장한 부담을 줬다. 아직은 괜찮지만 여기서 더 싸우면 온 몸이 삐걱이기 시작할 것이다.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그러나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방금 전의 일격에 기겁한 제자들을 등에 진 천화련은 여차하면 더스틴과 공멸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홀몸이면 저렇게까지 하진 않을텐데... 그럼 이쯤에서 물러날까.'


천화련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던 더스틴이 먼저 등을 돌렸다. 8서클 마법사의 존재가 확인된 이상,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그는 이미 그녀가 자신과 동류라고 확신했다.


"잠깐. 어딜 가는 것이냐!"


"로치린 왕국."


더스틴은 짧게 대답하곤 헬무스와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스승의 기행에 당황한 헬무스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스승님. 어째서 저희 소속을 알려주신겁니까? 동방 국가들이 이 일을 알면 외교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도..."


"헬무스, 저 여자는 입을 닫고 있을거다. 너 같으면 더욱 높은 경지로 통하는 열쇠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겠느냐? 절대 안 되지."


더스틴의 예상대로, 싸움을 끝낸 천화련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에 대한 치료가 아니었다. 그녀는 응급처치를 하려는 제자들을 멈춰세우곤 엄중히 경고한다.


"너희들... 오늘의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 만약 말한다면 나와의 인연이 끊어질 줄 알거라. 알겠느냐?"


"하, 하지만 스승님! 우리 동방국가들의 수호영수인 주작이 당했습니다. 이건 절대로 조용히 못 넘어갈텐데요..."


"이까짓 짐승따위 알게 무어냐. 우리가 왔을때는 이미 죽어있었다고 하거라. 아무튼 방금 전의 사내에 대한 말이 퍼져서는 안 된다. 너희 모두 명심하도록."


천화련은 처참하게 박살난 왼팔을 움켜잡곤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비록 변명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참패했건만, 볼은 발갛게 달아오르고 입꼬리는 높게 휘어져 있었다. 10년이 넘도록 멈춰있었던 심장이 다시금 뛰기 시작한 듯한 기분이었다.


작가의말

이 소설로 유료연재를 하는건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장기연재를 하자니 이미 밀려있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빠르게 완결까지 달리겠습니다.


물론 완결이라고 해봤자 4,50 편 정도의 단편 수준이 되겠지만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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