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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덤지기 님의 서재입니다.

가상현실 게임은 친구찾기가 겁나게 힘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완결

별무덤지기
작품등록일 :
2022.10.31 00:39
최근연재일 :
2022.11.30 06:0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1
추천수 :
47
글자수 :
228,208

작성
22.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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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재회

DUMMY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왕이시여.


회수할 수 있는 목재는 최대한 회수하였사옵니다.


병력들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무장을 완료하였사옵니다.”



“백성들의 상태는 어떠느냐?”



“왕궁이 조금 비좁기에 모든 이들이 들어가 있기가 조금은 힘들지만, 각자가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중이옵니다.”



병사의 보고에, 잠시 고민하던 우트나피쉬팀은 망설임 없이 성소를 개방할 것을 명령했다.



우르크 성 내에서 살던 모든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이용해야만 했으니까.



“지하제단을 개방하거라. 원래라면 사제단을 제외한 누구도 들어가서는 안되는 신성한 장소.


허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제사장의 권한으로서 이를 허가하노라.


엔키님께서도 이를 눈감아주실 것이다.”



“옛!”



“저녁까지 이제 한 시진 밖에 남지 않았다.


최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여 적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그의 명령을 받은 병사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는 것인지 고개를 슬며시 뒤로 돌린 그 병사는, 작은 목소리로 우트나피쉬팀에게 질문을 건네었다.



“옛! 전하. 그런데 이 상황에 이방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의 손이 필요할지도···”



“짐이 그에게 명하여 쉴 수 있도록 하였다.


아마 지금쯤 좋은 시간이라도 보내고 있겠지···”



“예?”



“아무 것도 아니니 신경쓰지 말거라.


어차피 전투준비는 우리들만으로도 충분하니.


그 자는 필요한 때 싸우기 위해 지금은 쉬어두는 것이 낫다.


그럼 어서 가서 움직이거라!”



“옛!!”



하늘을 바라보면서 실실거리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우트나피쉬팀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나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잠을 자면서도 흐느끼는 헤넨의 손을 잡아준 것은 좋았다.



그런데 점점 그녀의 손이 나의 팔을 당겨오더니, 갈수록 나한테 달라붙는 것이 아닌가.



결국은 나를 잡아당기다가, 버티는 나의 힘에 못이겨 나에게 당겨와지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내가 이대로 버티다가는 그녀가 침대 밑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니, 차라리 내가 침대에 올라가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한 나였다.



하지만 그녀의 잡아당김은 전혀 멈추질 않았고, 어느새 곰인형이라도 끌어안듯 나를 꼭 끌어안은 채 자고 있는 헤넨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 벌써 한 시간이 흘렀다.



차라리 깨어있는 상태에서 이랬다면 명백한 유혹이기라도 하겠지만, 뻔히 잠들어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니 손을 대서 빠져나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빠져나가려고만 하면···



‘무슨 여자애가 힘이······! 전혜정이냐고!!’



혜정이가 들었다면 나에게 저먼 수플렉스를 먹이려 하겠지만, 그녀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힘으로 내 허리를 조여오는 그녀의 팔힘에, 나는 그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물론 억지로 떼어내려면 떼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잠이 깨는 것은 둘째치고, 나던 헤넨이던 한 명은 심적으로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니, 그냥 이대로 잠이나 자게 내버려두고 있었다.



물론 남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올 리가 없으니, 말똥말똥한 눈으로 천장과 잠든 헤넨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근데 이것 자체가 이미 지옥이었다.



헤넨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과, 여자애치고는 꽤나 바람직한 수준의 발육은 나를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마치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여자의 샴푸냄새랄지, 체취라고 할지 하는 것들 역시 재현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설마하니 게임 상에서도 이런게 가능한지는 몰랐지만,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남성 신체의 일부에도 피가 쏠리며 ‘현실적인 VRMMORPG 게임!’이라는 그 광고의 진실성을 몸소 깨우치고 있는 상황인 나였다.



‘이런 젠장!! 그렇다고 어떻게 이걸 덮치냐···!’



‘발육이 좋은 요즘 애들’에 대한 현실반영인 것인지, 헤넨의 몸매가 상당히 훌륭한 편에 속한다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 마음이 아픈 애를 덮치며,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나의 입장에서는 그냥 단순한 고문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내가 게임을 접속한 아이디의 정보가 성인 남자로 되어있고, 성인 남자를 위한 서비스 에피소드로서 넣어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좀 그랬다.



얼굴은 말 그대로 어린애인데, 몸매는 어른을 씹어먹을 정도라니.



이건 말 그대로 베이글녀의 표본이 아닌가?



그런데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나는, 이제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할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끼고 천천히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나의 허리를 붙든 그녀의 손을 그녀가 인지할 수 없도록 최대한 천천히 조심스럽게 시간을 들여 떼어내고, 나의 몸을 빼내는 순간에 그 사이에 동그란 원기둥 모양의 쿠션을 집어넣는 치밀함(?)을 보이며 마무리까지 해내었다.



무사히 탈출하는 것에 성공하자, 쿠션을 꼭 끌어안은 채 잠들어있는 헤넨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본 나는, 대검을 챙기고 발소리를 죽여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나의 그 도망치는 뒷모습을 누군가가 슬픈 곁눈질으로 바라보고 있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것은 아마 내 잘못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

.

.

.


“반 시진 남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전하께서 지휘하고 계셨습니다.


케이님은 더 쉬다가 돌아오시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많이 쉬었어요. 이정도 쉬었으면 엄청나게 쉬었죠, 뭐.


반 시진이라··· 그정도 남았다면 이제 슬슬 저도 준비해야죠.”



“슬슬 때가 왔는데, 우리는 여기 왕궁까지 밀려나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왕궁의 입지나 구조도 방어에 상당히 유리한 것은 맞으니, 최대한 열심히 버티면 우리에게도 활로가 보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번에는, 말 그대로 ‘해가 떠오를 때 까지 버티는 것’이 관건이 될 겁니다.


기존에는 끝없는 괴물들을 죽여 없애면서 싸움의 끝을 바라봤다면, 더 적어진 우리 인원으로는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게 되어버렸으니까요.


버텨내야만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하앗!!”



“기존처럼 동, 서, 남, 북으로 병력을 배치하되, 성벽이 뚫려있는 서쪽에는 괴물이 더 몰릴테니 추가적으로 병력을 더 투입합니다···.


그···. 병사 200에 전투사제 5명 정도로 하죠. 나머지들은 균등하게 방어합니다.


결국 면적만 작아졌을 뿐이지, 성을 방어할 때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될거에요.


나중에 조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다시 지시하도록 하고, 일단은 이렇게 방어하는겁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 있습니까?”



“그럼 케이님께서는 어디에···”



“저는 일단 서쪽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다른 곳들의 상황을 계속 전해듣고, 지원하러 다닐겁니다.


뚫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 있다면 곧바로 파발을 보내세요.


일단 방위마다 말 10필씩을 배정하는 것으로 할테니까··· 소식이 전해지면 바로 달려갈게요.


그럼 한 식경 정도 남은 거 같은데, 다들 힘내봅시다!


꼭 다들 살아서, 내일의 태양을 함께 보도록 합시다!”



“와아아아!!”



힘찬 함성소리와 함께 병사들의 결연한 다짐이 하늘 높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하늘에서는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지며 땅바닥을 적시기 시작한 빗방울은, 그래도 아직까지는 무덥고 건조한 우르크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비라··· 전투 개시까지도 내리면 답이 없을 것 같은데···”



“하하! 그대의 고향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곳 우르크에서 비는 신의 뜻을 의미하기도 하네!


꽤나 감동적인 그대의 연설을 듣고 신께서 호응해주시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런가요? 그럼 적당히 내리고 빨리 그쳐줬으면 좋겠네요.


비가 오는 중에 전투를 하는 건 힘드니까요.”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비는 점차 세를 불리며 태풍이라고 불리기 직전 정도의 위력으로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거세어지는 비의 강도에, 설마 대홍수의 전조인가 하는 불안감이 나의 마음 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좋은 타이밍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좋지 않은 타이밍이었다.



아직 방주는 완성되지 않았다.



만일 이대로 대홍수가 오는 것이라면, 이대로 전부 다 함께 쓸려나갈 뿐인 거다.



그 대홍수가 최소한 내일까지는 일어나지 말아야만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그 시간이 찾아왔다.



“시간입니다!”



“들었죠? 시간 다 됐댑니다! 전원, 전투 준비!


다들 특히나 신경써서 주의하고, 반드시 살아남도록 합시다!


우트나피쉬팀! 이제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을 챙겨주세요! 헤넨님을 부탁합니다.”



“와아아아!!”



“알겠네. 내가 잘 챙기지. 그대가 다치는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겠네! 조심하게, 친우여!”



그렇게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누군가의 외침과 비명소리와 함께 시작될 전투의 시작을 말이다.



퍼부어지는 비 속, 나를 비롯한 수많은 병사들은 계속해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며, 곧 그들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다.



목재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거의 대부분의 집들을 헐어놓은 상태이기에, 주변에는 시야를 가릴 만한 요소도 없었다.



서성이 뚫린 이상 가장 먼저 그들이 들어오는 것은 바로 그 곳일 것이기에, 나는 탁 트인 전망을 통해 놈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고 있었다.



‘비 때문에 시계가 안 좋은데··· 이래서는 제대로 된 전투가··· 음···?’



“서성에서부터 적 발견···!”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무너진 서성의 잔해를 타고 넘는 움직임을 발견한 나는, 곧장 소리를 질러 병사들이 경계하도록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괴물들의 울음소리와 파도처럼 밀려오는 괴물의 군세는 존재하지 않았다.



둘 다 비 때문에 가려지는 것일까? 울음소리도, 군세의 모습도?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나의 눈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사람처럼 보이는 어떤 존재 하나만이 서성의 잔해를 넘으며, 이제는 집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황량해진 마을을 가로질러, 이 쪽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오는 모습을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 그것도 저 밖에서부터 들어올 수 있는 인간은 단 하나 뿐이다.



이제는 다른 병사들의 시계에도 완전히 포착된 듯, 다른 병사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혜정···’



“검은 팔의 마녀다!”



어느 새, 우르크의 병사들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인지, 혜정을 검은 팔의 마녀라고 부르는 병사들이었다.



공포 뿐만 아니라 성을 무너뜨리고 사람들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한 증오 역시 큰지, 눈을 부릅뜨고선 당장이라도 활을 쏠 것 처럼 시위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혜정이야 어떻게 되었건, 지금까지 괴물들이 밀고들어오지 않았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티나지 않게 한숨을 쉬고는 큰 소리로 모든 병사들이 들을 수 있게끔 외쳤다.



“내가 나가보겠어! 잠시 대기!”



병사들을 대기시키고, 나는 왕궁의 대문에 걸린 빗장을 걷어내고 천천히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혜정을 향해 달려갔다.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발 밑을 바라보며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는 그녀는, 앞에서 달려오다가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 진 이후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나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어느새 그녀의 앞까지 도달한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짧은 침묵이 흐르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고 있던 혜정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미안해······”



사과를 하고 싶어하는 듯한 그녀의 한 마디였지만, 그걸 들은 나는 도저히 어떤 대답도 꺼낼 수가 없었다.



침실에서 헤넨의 손을 붙잡으며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던 그 때, 그 때에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의 답을 아직 내리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나와 마주친 혜정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내가 침묵을 고수하자, 혜정의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하게 굳어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쏟아져내리는 비 때문에,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치 당장이라도 울고 있다고 말해도 믿을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는, 다시 한 번 목을 쥐어짜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로··· 미안해···! 난······!”



“......”



“이제 공격은 없어··· 다 끝났으니까···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왔으니까···”



비록 그녀의 두 번째 사과 역시도 도저히 반응할 수 없는 나였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그녀의 마지막 발언에, 의문으로 인해서 나의 말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끝났다는게 무슨 뜻인데?”



“엄마··· 라마슈투는 이제 없어······


그러니까 아이들이 여기를 공격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거야··· 잘 있어···”



“라마슈투가 없다니? 공격을 안한다는건 어째선데···?”



뒤로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급해진 내가 달려가서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자, 혜정은 잠긴 목소리로 나의 말에 대답했다



“현수야, 이거 놔··· 나는··· 너한테 사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온거야···


그러니까 이제 다시 떠날거야··· 엔키라는 신이 이제 곧 대홍수가 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마 나무가 필요할 거 같아서 좀 가져왔어.


부숴진 성 바깥에다가 둘테니까, 나중에 가져가···


일단 너라도 튜토리얼을 통과하면··· 난 다음에······”



“제대로 말하라고, 전혜정··· 왜인지!


니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거 모를거 같아?


일부러 나쁜 짓을 할 애도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이해할 수 있게 제대로 말을 해보라고!


지금 하나부터 열까지 도대체가 상황을 알 수가 없잖아!”



나의 외침에 그저 가만히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그녀의 오른팔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검은 색이었던 그녀의 팔이, 이제는 깨끗하게 다듬은 상아처럼 하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새하얀 마네킹의 팔을 갖다붙인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걸 포함하더라도 상당히 생동감있는 모습에 나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겨버린 것만 같아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화내서 미안한데, 대충 짐작해보면 아마 너는 라마슈투한테 퀘스트를 받은거겠지.


그런데 그 퀘스트를 받아들이고 사람들을 공격한 이유를 모르겠다는거야.


너라면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을거니까······”



“엄마 같았어.”



“뭐라고?”



“뭐라고 설명할 방법은 없지만··· 그분은 정말 내 엄마 같았어.


나를 자기 아이라고도 여겨주고··· 나를 위해주고···


그래서, 나도 라마슈투가··· 엄마가 원하는게 이뤄질 수 있도록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어···


처음에는 그냥 성벽을 부수는 게 목적이라고 들었으니까···”



혜정에게는 어머니가 없었다.



가정사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고 언젠가 지나가듯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을 뿐이었다.



이미 내가 그녀와 알기 시작했던 그 어린시절부터, 그녀에게는 어머니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혜정이 그 기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을 거라고 착각하고, 그저 방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만약 인간보다 인간같은 이 존재들 중에, 하필 그 여신이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서 혜정에게 다가왔다면, 아마 혜정에게 있어서는 거부할 수 있는 종류의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우르크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이들을 죽인 혜정을 한순간 적대시하고 증오했었던 나 역시도 똑같은 일을 경험해본거나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성벽을 부수는게 목적이라 들었다고?”



“그 후에, 오늘 낮에서야 진실을 알 수 있었어.


원래는 사람들을 몰살하러 한거였다고···


그래도 이제는··· 아니지만······”



“라마슈투가 없어졌다는건 뭐야?”



“말 그대로 이제 없어졌어.


마음을 정리하고, 하늘로··· 승천했으니까···


그래서 이제 더 이상 공격도 없을거야···”



“아···”



“그리고··· 어제 성 밖에 있던 사람들···


나 때문에 죽은 거··· 맞아. 그 여자는··· 내가 죽였어······


다른 사람들은 죽이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의 아이들이 죽인거지만···


하지만 나는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았어!


그냥··· 아이들도··· 그 여자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나를 죽이려해서···!”



“하아······”



결론만 따지자면, 혜정이는 라마슈투에게 속았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라마슈투가 승천했을 때, 혜정이 진실을 알았던 바로 그 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을거다.



비록 승천했다는 그 이유,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그 내막까지는 말하지 않은 혜정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루갈반다와 전투사제들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흐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의 장난이라는 것일까.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얼굴에서 계속해서 물방울이 흘러내렸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인지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만났으니 기뻐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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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구원의 손길 22.11.29 18 0 14쪽
30 기믹(gimmick) 22.11.29 20 0 14쪽
29 의지의 열쇠 22.11.28 18 0 12쪽
28 새로운 궁지 22.11.28 18 0 14쪽
27 안주(Anzū) 22.11.28 18 0 18쪽
26 잠시간의 평화 22.11.27 17 0 16쪽
25 후회와 화해 22.11.26 16 0 17쪽
24 "재회" IF 루트(한여름낮의 꿈) ※설명주의 22.11.25 23 0 27쪽
» 재회 22.11.25 21 0 18쪽
22 고뇌 22.11.24 21 0 17쪽
21 무너진 희망의 어머니 22.11.23 21 0 24쪽
20 잘못된 만남 22.11.21 28 1 15쪽
19 작전 결행 22.11.19 27 1 17쪽
18 무너진 성벽 22.11.18 39 2 17쪽
17 0과 1의 존재? 22.11.17 31 2 11쪽
16 우르크의 왕 22.11.16 29 2 10쪽
15 마녀의 계략 22.11.15 28 1 12쪽
14 마녀는 달빛 아래에서 속삭인다 22.11.14 28 1 10쪽
13 전투, 전쟁(2) 22.11.12 32 1 10쪽
12 전투, 전쟁.(1) 22.11.11 30 1 10쪽
11 전투사제단 22.11.10 34 1 10쪽
10 꿩 대신 닭 +2 22.11.09 45 2 10쪽
9 고인물이라서 당했다. 22.11.08 41 1 9쪽
8 절대 못 참지 22.11.07 5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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