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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노~난 실로~

이세계도 두번째면 지랄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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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뇨
작품등록일 :
2022.10.27 05:50
최근연재일 :
2022.12.20 23:5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7,675
추천수 :
649
글자수 :
121,355

작성
22.12.15 23:55
조회
322
추천
14
글자
12쪽

베른야크(3)

DUMMY

“허. 싸움꾼 하락이 저리 쉽게 당하다니···”


“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지? 이봐 들. 저 녀석에 대해 뭔가 아는 놈들 없어?”


“생긴 건 샌님처럼 보이는 데 무슨 힘이···”


“자자. 다들 봤지? 저 녀석이 이겼으니 이 돈은 이제 다 내꺼다?”


발터와 사내가 일으킨 소란 때문에 잠시간 조용해졌던 길드가 다시금 시끌벅적해졌다. 개중에는 발터와 사내를 두고 내기판을 벌인 모양인지 테이블 위에 쌓인 돈들을 주머니에 쓸어 담는 이도 있었다.


탁탁-


흐트러진 옷가지를 바로잡은 발터는 다시 직원에게로 다가갔다. 그런 발터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직원이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네?”


“방금 쓰러트린 저 사람. 저희 길드 유망주 중 하나인 하락이라는 분인데 실력이 금 등급에 근접해서 공적치만 쌓으면 곧장 승급할 거라고 소문이 자자하던 분이거든요.”


“···금 등급이요?”


발터가 고개를 돌려 쓰러진 사내, 하락을 바라보았다. 저게 금 등급이라니. 이쪽 세상의 용병 등급이 두 단계 더 많은 만큼 같은 금 등급이라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곤 해도 이건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났다. 심지어 이쪽 세상은 마나가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차이는 더 심했다.


‘암만 봐도 동 등급인데···’


발터는 전생의 금 등급 용병들을 떠 올려 보았다. 비록 마나라는 기이한 힘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지만 그쪽 세상의 금 등급 용병들은 그야말로 초인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이세계 전이 특전으로 초인적인 힘과 재생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발터가 괜히 꿈을 소박하게 가진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호승심을 참지 못하고 몇 번 싸워봤지만 매번 패배하기도 했고 말이지.’


그때의 쓰라린 패배가 떠오른 탓인지 발터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저기···괜찮으신가요?”


“아. 실례했습니다. 잠시 생각을 좀 하느라. 그런데 아까 스콰이어로 등록하려면 신분 증명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음···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추천서를 통한 증명이고요. 그게 여의치 않으면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보증인을 데려오시기도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신분을 증명할 수 있다면 융통성 있게 허용하고 있답니다.”


설명을 다 듣고 나니 발터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 올랐다. 바로 아르망이었다. 아르망을 통해 미고랭 상단의 추천서를 얻어낸다면 발타자르 가문 출신임을 드러낼 필요가 없을 테니까.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네요.”


“신분은 위조하려면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다 보니 그리 까다롭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니까요.”


“그렇군요. 아. 용병 등록은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당장은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요.”


“네. 알겠습니다. 상담료는 은화 1개입니다.”


‘어쩐지. 생각보다 친절하다 싶더라니 상담료 때문이었구나.’


상인이 크게 득세한 동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관도 그렇고, 여기 용병 길드도 그렇고 어째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직원에게 상담료를 지불한 발터는 1층의 한쪽 벽면을 통째로 차지하는 게시판을 향해 걸어갔다. 게시판에는 D에서 S등급까지 각 등급에 따라 의뢰가 나뉘어 있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무슨 게임 퀘스트 받는 것 같네.”


의뢰는 몬스터 토벌 같은 위험한 의뢰부터 고양이 찾기 같은 사소한 의뢰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한데 의뢰들을 훑어보던 발터의 눈에 문득 익숙한 단어가 발견되었다. C등급 란의 제일 하단에 [하르파이 마을 도적 토벌]이라고 적힌 의뢰 내용에 시선을 고정시킨 발터는 의뢰 내용을 읽어보며 하르파이란 단어와 연관된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하르파이. 하르파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렇게 얼마간 고민했을까. 발터는 어제 만났던 데이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고 거기서 하르파이 마을이 데이지가 사는 마을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게 이 마을이었구나.”


한번 읽었던 내용이지만 발터는 다시 한번 의뢰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하르파이 마을 도적 토벌]

의뢰등급: C

의뢰인: 하르파이 마을 촌장.

선수금: 없음.

의뢰 완수 보상금: 금화 5개.

의뢰 내용: 하르파이 마을을 약탈하는 도적들의 토벌.

참조: 현재까지 확인된 도적의 숫자는 30명 정도이며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음. 발견된 도적들은 전부 말을 타고 있었음.


“이래서야 맡으려는 용병이 없겠는데···”


발터가 보기에 이 의뢰를 완수하려면 최소한 은 등급 용병 10명 이상은 모여야 했다. 그러면 한 명당 떨어지는 돈이 은화 50개였다. 낮은 금액은 아니지만 들이는 수고와 의뢰의 위험성과 비교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돈을 보고 할 만한 의뢰는 아니었다.


“쯧. 영주가 토벌대를 보내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엔 없겠네.”


발터가 혀를 차며 중얼거리고 있는데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터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발터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아르망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르망씨?”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기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 발터님이 맞으셨네요.”


“아르망씨가 여긴 무슨 일로···?”


“아. 일전에 그 용병놈들 있잖습니까. 그놈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보상금을 받으러 왔습니다. 그런데 발터님은 여기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혹시 용병 등록을 하시려고요?”


아르망의 물음에 발터는 마침 잘됐단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스콰이어로 등록하려면 신분 증명이 필요하다더군요. 해서 말인데 혹시 미고랭 상단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추천서요? 발터님께서 굳이 미고랭 상단의 추천서를 받으실 필요가···아아!”


발터의 부탁에 의아하단 표정을 짓던 아르망은 이내 그가 대공의 서자라는 사실을 떠 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고작 용병 등록을 하는 일에 대공가의 서자임을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발터님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구나.’


대공가의 서자인 것은 오해였으나 그 뒷 내용은 얼추 정답에 가까웠다. 나름대로 발터의 사정에 대해 추리한 아르망은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발터님. 발터님이 원하시는 것은 스콰이어로 용병 등록을 하기 위한 신분 증명뿐이지요?”


“예. 맞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굳이 미고랭 상단의 추천서를 받으실 필요 없이 제가 바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여기 길드 사무소의 소장이 제 고향 친구거든요. 다만 문제는 실력 검증 절차인데··· 발터님 실력이면 금방 식은 수프 먹기보다 쉬우실 겁니다. 자자. 가시죠. 제가 오늘 내로 최종 심사까지 끝마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르망이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하자 발터는 이게 웬 떡이냔 표정으로 그의 뒤를 쫄레쫄레 쫓아갔다.




※※※※




길드 사무소의 소장이 고향 친구라는 아르망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장의 방 앞에 도착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쿵쿵-


거침없이 문을 두드린 아르망은 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들려오기가 무섭게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누군가 했더니 아르망 너였어?”


길드 사무소의 소장쯤 되는 인물이면 나름 연륜있는 은퇴한 용병일 것이란 발터의 상상과는 달리 막상 마주하게 된 소장의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동네 아저씨였다.


“리암. 또 대낮부터 술인가?”


“술이라니. 이건 약이라고. 약. 심신의 안정을 위한 약.”


“참나. 약은 무슨. 아랫사람들 보기 부끄럽지 않아?”


아르망의 질책에 리암은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발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잔소리는 그만하고. 누구야?”


“아. 발터님 여기는 길드 사무소의 소장 리암입니다. 그리고 리암. 이분은 어제 내가 말했던 발터님.”


“아···그 귀족 도련님?”


“야!”


“아씨. 소리는 왜 지르고 그러냐.”


“내가 소리 안 지르게 생겼어? 발터님께 그게 무슨 무례야!”


아르망의 호통에도 리암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귀를 후비며 자리를 권했다.


“목 안 아프냐? 그만하고 앉아. 그쪽 나리도 앉으시죠.”


“너···어휴. 발터님. 이놈이 이런 놈입니다. 누가 용병 출신 아니랄까봐 무식하기 그지 없는 놈이니 언짢으시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아르망이 면목 없단 표정으로 사과하자 발터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아무렇지 않으니 그렇게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거봐. 나리도 괜찮으시다는데 네가 왜 난리냐.”


리암이 대화 중간에 끼어들어 딴죽을 놓자 아르망이 다시금 버럭 소리 질렀다.


“야!”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발터는 이대로는 정말 끝이 없겠다고 생각하곤 화를 내는 아르망을 진정시켰다.


“자자. 아르망씨. 전 정말 괜찮으니 어서 앉으시죠.”


“하아···”


발터의 권유에 아르망이 깊게 한숨을 내쉬며 풀썩-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용건이 뭐야? 보상금?”


“그것도 있고 부탁할 것이 있어.”


“부탁?”


“그래. 추천서 한 장만 써 줘라.”


아르망의 말에 리암이 힐끗- 발터를 바라보았다. 용병 생활을 하며 단련된 눈치로 보건대 아르망의 부탁이 발터와 연관되어 있음을 단박에 깨달은 리암은 발터를 향해 턱짓하며 물었다.


“혹시 추천서가 필요한 이유가 저 나리 때문이냐?”


“다 눈치챘으면서 뭘 또 묻고 그래. 추천서 쓰면서 실력 검증도 바로 진행할 수 있게 좀 해주고.”


마치 맡겨놓은 물건을 내놓으라는 듯한 아르망의 태도에 리암이 코웃음을 쳤다.


“하. 무슨 여기가 저잣거리 노점상인 줄 아냐? 얌마. 암만 용병 길드라고 해도 나름 절차라는게 있다 이 말이야. 특히나 용병 등급 관련해서는 규정이 엄격해서 지인 부탁이라고 옛다. 여기 금 등급이다. 백금 등급이다. 하고 팍팍 내줄 수가 없다 이 말이에요. 아르망씨. 예?”


“누가 절차를 무시하래? 실력 검증은 규정대로 하되 명목상 있는 신분 증명 절차만 사무소장 재량으로 넘겨달라고.”


“맨입으로?”


“이러기야? 이번에 내가 네 사정 봐줘서 보상금도 최소 금액으로만 받은 건 기억 안 나지? 이것뿐이야? 그동안 내가 너한테 사준 술값은 또 얼마고. 모르긴 몰라도 건물 한 채는 살 수 있을걸? 그리고 너 코찔찔이 시절에 그 누구냐. 엘리? 걔한테···”


다다다 쏘아붙이는 아르망의 언어 폭격에 귀를 틀어막고 있던 리암은 어느샌가 그의 어릴 적 첫사랑의 이야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자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쯧. 알았어. 알았다고. 대신 흑금은 안되는 것 알지? 신분 증명 절차가 형식상 있는 거라고 해도 기사로 등록하는 건 그 기사 나리들의 체면 문제도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반드시 영주의 추천서가 있어야만 하니까.”


“알지. 잘 알지. 그럼 이야기된 거다?”


아르망이 반색하며 묻자 리암이 고개를 푹 숙이곤 중얼거렸다.


“후우···이런 놈도 친구라고.”


“뭐?”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나리. 따라오시죠. 제가 직접 심사를 봐 드릴 테니까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후딱 끝낼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리암이 방을 나서자 아르망과 발터 또한 그 뒤를 따라나섰다.


작가의말

전 직장이랑 일이 많이 꼬여서 한동안 정신이 없었습니다..

일단 대충 일은 마무리 지은 터라 내일자 부터 연재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공지도 못올리고 무단 휴재한 점 죄송합니다..ㅠㅠ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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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베른야크(5) 22.12.20 239 16 4쪽
22 베른야크(4) 22.12.20 316 14 7쪽
» 베른야크(3) 22.12.15 322 14 12쪽
20 베른야크(2) +6 22.11.20 481 21 11쪽
19 베른야크(1) +1 22.11.19 497 24 14쪽
18 행상인 아르망(5) +2 22.11.18 546 23 14쪽
17 행상인 아르망(4) 22.11.17 559 23 11쪽
16 행상인 아르망(3) 22.11.16 584 24 12쪽
15 행상인 아르망(2) +1 22.11.15 652 27 12쪽
14 행상인 아르망(1) - 수정 22.11.14 742 22 12쪽
13 정 없던 고향을 떠나(6) - 수정 +3 22.11.13 809 27 11쪽
12 정 없던 고향을 떠나(5) -수정 +2 22.11.12 782 31 12쪽
11 정 없던 고향을 떠나(4) +2 22.11.11 797 27 11쪽
10 정 없던 고향을 떠나(3) +3 22.11.10 806 32 12쪽
9 정 없던 고향을 떠나(2) +1 22.11.09 872 30 15쪽
8 정 없던 고향을 떠나(1) +1 22.11.08 895 32 12쪽
7 새로운 삶(7) +3 22.11.07 902 29 11쪽
6 새로운 삶(6) +2 22.11.06 914 30 11쪽
5 새로운 삶(5) +4 22.11.05 976 35 13쪽
4 새로운 삶(4) +2 22.11.04 1,022 35 13쪽
3 새로운 삶(3) +7 22.11.03 1,120 38 13쪽
2 새로운 삶(2) +5 22.11.02 1,259 36 14쪽
1 새로운 삶(1) +14 22.11.01 1,583 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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