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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노~난 실로~

이세계도 두번째면 지랄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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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뇨
작품등록일 :
2022.10.27 05:50
최근연재일 :
2022.12.20 23:5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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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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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행상인 아르망(1) - 수정

DUMMY

일전에도 잠깐 언급했던 적이 있듯이 북부에는 숲이 많았다. 얼마나 숲이 많으냐 하면 요새 도시 레오나스를 비롯한 몇 개 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땅이 숲일 정도로 숲이 많았다.


그리고 이세계의 숲에는 짐승들은 기본이고 각종 흉폭한 몬스터와 인류에 적대적인 이종족들이 즐비했는데 북부를 대표하는 적대 이종족에는 늑대인간이 있었다.


늑대인간, 달리 웨어울프, 라이칸스로프라고도 불리는 글자 그대로 늑대와 인간이 뒤섞인 듯한 외형과 특징을 가진 이종족.


부족 생활을 할 정도로 지성이 높으나 천성이 사납고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야성이 폭주하는 탓에 인간과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이종족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주요 서식지가 북부와 남부의 대수림인 탓에 북부와 남부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북부인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지간하면 대로만 이용하였는데 이는 발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행길에 오른 지 이틀째 되던 날, 발터는 방향을 틀어 대로를 벗어나 숲으로 진입했다.


숲을 통해 동부로 이동한다면 늑대인간과 마주칠 확률이 높아지겠으나 위험한 만큼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발터의 실수임이 드러나는 것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크르릉─


툭 튀어나온 주둥이와 날카로운 이빨. 그 사이로 뚝뚝 흘러내리는 침과 곤두선 잿빛 털. 발터를 둘러싼 늑대인간들은 척 보기에도 적대감이 가득해 보였다.


“하···최대한 늑대인간 부족들의 영역은 피해서 움직였는데 이게 이렇게 걸려버리네.”


숲에 진입한 지 삼 일째 되던 날. 그동안의 평화로웠던 여행길은 그저 준비기간이었다는 듯이 해가 저물기가 무섭게 모습을 드러낸 늑대인간 무리에 발터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보자···이 근처의 늑대인간이면 붉은 털 부족인가? 아니면 질주하는 야성 부족?”


발타자르 가문에 있을 적에 혹시나 해서 외워두었던 북부 군사지도를 떠 올린 발터가 예상되는 늑대인간 부족들을 언급해 보았지만 녀석들은 대답 대신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 들기만 할 뿐이었다.


그르르릉─


이에 불쾌감을 느낀 것인지 검둥이가 낮게 울자, 늑대인간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발터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제국어 할 줄 아는 인간. 아니, 늑대인간 없어?”


발터의 물음에 한 늑대인간이 무리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늑대인간 무리 중에서도 유독 덩치가 큰 것으로 보아 무리의 대장 격으로 추정되었다.


“인간.”


“오. 너, 제국어 할 줄 알아?”


“여긴 우리 영역이다. 이대로 꺼진다면 목숨은 해치지 않으마.”


“그건 좀 곤란한데. 난 이 지긋지긋한 숲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거든. 그러지 말고 조용히 지나갈 테니까 그냥 보내주는 건 어때?”


발터의 제안에 늑대인간이 사나운 울음소리를 흘려내며 몸집을 부풀렸다. 당장이라도 발터를 향해 달려들 것만 같은 기세였다.


“영수靈獸를 믿고 이렇게 겁 없이 구는 것이라면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영수? 아. 우리 검둥이? 얘도 잘 싸우기는 한 데···나도 제법 잘 싸우거든? 어떻게. 한번 해 볼래?”


발터가 어깨를 돌리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러면서 재빠르게 늑대인간들의 전력을 파악했다. 수는 대략 40. 수는 많았으나 마음먹고 싸운다면 쓰러트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다만 놈들의 싸움 방식이 한 번에 전력으로 맞부딪치는 것이 아닌 포위와 습격을 반복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한 싸움을 피하는 것이 현명했다. 재수가 없다면 숲을 벗어날 때까지 틈만 나면 늑대인간들의 불쾌한 방문을 받아야만 할 테니까.


쿵-


발터의 가벼운 주먹질에 나무 한 그루가 힘없이 넘어갔다. 그 광경을 목격한 늑대인간들이 뒤로 물러나며 포위망을 넓혔다.


“봤지? 피차 험한 꼴 보기 싫은 건 마찬가지인 것 같으니 이만하자. 응?”


솔직히 발터는 이만큼 실력행사를 했으면 알아서 물러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했듯 늑대인간들은 부족 생활을 할 정도로 지성이 높았고, 이는 무모한 싸움을 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한데 어디서 심기가 뒤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장 늑대인간은 제 동료들 사이로 돌아가더니 돌연 발터를 향해 소리쳤다.


“감히 인간 따위가 전사를 협박해? 고작 협박 따위에 내가 꼬리만 개처럼 도망칠 줄 알았다면 큰 착각이다!”


부하들을 이끌고 점점 멀어지는 대장 늑대인간의 행동에 발터는 녀석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인간들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새벽이 찾아올 무렵, 적막을 깨뜨리는 하울링이 울려 퍼지며 늑대인간들의 습격이 시작되자 발터는 깨달았다. 늑대인간은 처음부터 협상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누가 늑대 새끼들 아니랄까봐 치사하게 싸우네.”


크릉?


발터가 혀를 차며 투덜거리자 검둥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터를 빤히 바라보았다.


“짜식. 너한테 한 말 아니야.”


검둥이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준 발터는 달려드는 늑대인간의 주둥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억-


주먹에 적중당한 늑대인간이 빠르게 날아가 나무에 허리를 부딪쳤다. 머리와 발뒤꿈치가 맞닿을 정도로 등이 휜 늑대인간이 그대로 즉사했다. 지긋지긋한 싸움의 시작이었다.




※※※※




“와. 드디어 끝이네.”


숲이 끝나고 저 멀리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자 발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늑대인간들과 싸우기 시작한 지도 벌써 나흘째였다. 그동안 죽인 늑대인간 숫자만 어언 백 단위를 헤아렸으나 늑대인간들은 겁먹기는커녕 더욱 집요하게 발터를 향해 덤벼들었다.


비록 검둥이가 함께한 덕에 밤중에 선잠을 자는 일이나 식수 혹은 식량을 구하는 일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습격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틈만 보였다 싶으면 집요하게 달려드는 늑대인간들 덕에 발터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움직여야만 했는데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 탓에 태양이나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는 방법이 여의치가 않아 감에 의존하거나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방향을 잡아야만 했는데 그 탓에 미로에 갇힌 것처럼 한번 지나간 길이었음에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잦았다.


덕분에 점점 심적으로 지쳐가기 시작하고, 늑대인간들은 지칠 줄 모르고 덤벼드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만약 오늘도 숲을 빠져나가지 못했더라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숲에 불을 질렀을지도 몰랐다.


“어휴. 그래도 나왔으니 다행이지.”


발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판금 갑옷 덕에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으나 갑옷의 군데군데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들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수리하려면 돈 좀 깨지겠네.”


예상외의 지출이 발생한 탓에 투덜거리던 발터는 이내 머릿속에서 늑대인간에 대한 것을 지워버렸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어찌 됐건 발터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으니 계속 떠 올려봐야 속만 쓰렸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숲을 빠져나왔으니 마을까지는 금방이겠지?”


발터는 불만스런 손짓으로 가슴팍을 툭툭 두드렸다. 판금 갑옷은 입을 때는 좋았지만 막상 벗으려고 드니 팔이 뒤로 휘어 자유자재로 움직일 정도로 몸이 유연하지 않고서는 혼자서 벗는 것이 불가능했다. 덕분에 판금 갑옷 안쪽으론 습기가 가득하여 눅눅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여 발터는 마을에 도착하는 즉시 이 빌어먹을 갑옷을 벗어 던지고 따듯한 물로 몸을 씻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중이었다.


“어?”


그때, 길 저편에서 마차와 함께 일단의 무리가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차 안에 짐이 가득 실린 것을 보니 행상이 분명해 보였다.


“다행이다.”


발터는 저들 무리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행상인 만큼 저들의 목적지는 근처의 마을일 확률이 높아 보이는 데다 저들과 함께한다면 마을에 진입할 때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




“다, 다이어 울프다!”


“밥 먹고 뭔 헛소리야. 설산에나 있을 다이어 울프가 여기에 왜···진짜 다이어 울프다!”


마차를 호위하던 용병들은 검은 털의 다이어 울프가 빠른 속도로 접근하자 무기를 움켜쥐곤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비록 다이어 울프를 소문으로만 접해본 용병들이었지만 그 소문의 반만 진실이어도 지금 모인 용병들로는 감히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기, 기사! 기사를 불러!”


“멍청아! 상행에 기사가 어디 있어!”


“그럼 저건 대체 누가 막는데! 기사 셋 이상은 달려들어야 쓰러트릴 수 있는 괴물이란 말이야!”


다이어 울프가 가까워질수록 용병들은 점차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 재빠른 녀석들은 이미 마차는 나 몰라라 하고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용병대장 제이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쩐지 기분이 찜찜하더라니.”


마음 같아선 그도 다 내팽개치고 도망치고 싶었으나 제이콥의 꿈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꿈이란 바로 현재의 용병대를 용병단까지 성장시키겠단 꿈이었다. 이를 위해선 평판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사실을 알고 있던 제이콥은 행상의 주인인 아르망에게로 다가갔다.


“아르망씨. 결정을 하셔야 할듯합니다.”


“뭐, 뭘 말입니까?”


“짐을 포기하고 도망칠지. 아니면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지요. 뭐, 도망치기엔 많이 늦은 듯하지만요.”


마부석에서 몸을 덜덜 떨고 있던 아르망은 제이콥의 말에 눈을 꾹 감았다. 이러한 아르망의 행동에 제이콥은 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리란 것을 깨닫곤 미련 없이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그동안 쌓아온 평판에 금이 갈 것이 뻔했지만 그렇다고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빠르게 설명한다. 도망치기엔 늦었지만 그렇다고 맞서 싸워봐야 다이어 울프의 한 끼 식사가 될 것이 뻔해. 그러니까 우린 흩어져 도망간다. 이상. 도망쳐!”


제이콥의 외침에 용병들이 우르르 흩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




“아니. 이게 뭔···”


검둥이와 함께 마차 앞에 도착한 발터는 도망치는 용병들을 바라보며 황당하단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야. 아무래도 쟤들 너 때문에 도망치는 것 같지?”


아우우우!


발터의 물음에 검둥이가 고개를 치켜들곤 힘차게 포효했다. 마치 ‘보았느냐. 이것의 힘의 차이다.’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시끄러, 임마.”


그런 검둥이의 머리를 툭- 하고 친 발터는 검둥이의 등에서 내려왔다. 비록 용병들은 모조리 도망쳤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능하신 주여. 가련한 어린양을 보호하시고···”

“전능하신 주여. 가련한 어린양을 보호하시고···”


한데 뭉쳐서 두 눈을 꼭 감고 같은 말을 중얼거리는 노예로 추정되는 이들 다섯과 마부석에서 오줌을 지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중년의 사내. 양쪽을 번갈아 바라본 발터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너랑 있으면 대화가 안 될 것 같으니까 내가 부를 때까진 좀 멀리 떨어져 있어.”


말하며 발터가 얼른 가라는 듯이 손짓했다. 그러자 검둥이는 발터를 바라보며 고개를 두어번 갸웃거리더니 이내 숲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검둥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발터는 중년의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저기···”


“히익!”


발터의 부름에 중년의 사내가 더욱더 몸을 움츠렸다. 거기다 바지를 적신 액체가 좀 더 짙어진 것 같았다.


“해치지 않으니까 눈 좀 떠보세요.”


발터의 말에 사내가 실눈을 떴다. 그러더니 이내 두 눈을 번쩍하고 뜨며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기, 기사님! 기사님께서 그 흉악한 다이어 울프를 쫓아내고 저희를 구해주신 거군요!”


작가의말

하..비축분 다 날아갔..ㅠ


2022.11.19 시스템 무리수 수정 예정.

2022.1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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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베른야크(4) 22.12.20 316 14 7쪽
21 베른야크(3) 22.12.15 322 14 12쪽
20 베른야크(2) +6 22.11.20 481 21 11쪽
19 베른야크(1) +1 22.11.19 497 24 14쪽
18 행상인 아르망(5) +2 22.11.18 546 23 14쪽
17 행상인 아르망(4) 22.11.17 559 23 11쪽
16 행상인 아르망(3) 22.11.16 584 24 12쪽
15 행상인 아르망(2) +1 22.11.15 652 27 12쪽
» 행상인 아르망(1) - 수정 22.11.14 742 22 12쪽
13 정 없던 고향을 떠나(6) - 수정 +3 22.11.13 809 27 11쪽
12 정 없던 고향을 떠나(5) -수정 +2 22.11.12 782 31 12쪽
11 정 없던 고향을 떠나(4) +2 22.11.11 797 27 11쪽
10 정 없던 고향을 떠나(3) +3 22.11.10 806 32 12쪽
9 정 없던 고향을 떠나(2) +1 22.11.09 872 30 15쪽
8 정 없던 고향을 떠나(1) +1 22.11.08 895 32 12쪽
7 새로운 삶(7) +3 22.11.07 902 29 11쪽
6 새로운 삶(6) +2 22.11.06 914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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