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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 님의 서재입니다.

제로원 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완결

rlaalstn719173
작품등록일 :
2021.01.31 19:03
최근연재일 :
2021.03.16 06: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27
추천수 :
10
글자수 :
196,833

작성
21.02.03 08:00
조회
88
추천
2
글자
12쪽

제로원 하우스 4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 돌려 주세요."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형들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어린 아이를 한 남자 아이가 거칠게 밀어 제꼈다.

그 바람에 어린 아이는 골목 바닥에 고여 있던 구정물 위에 나뒹굴고 말았다.


" 이 새끼가 죽고 싶나...

어리다고 말로 했더니 상황 파악이 안 되냐?

너 이새끼 오늘 잘 걸렸어.

오늘 아주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마..."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어린 아이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그리고 막 주먹질을 하려는 순간...


"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순간 껌을 씹고 있던 다섯 명의 시선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향했다.

그곳엔 일곱 살 정도의 그림 같은 계집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 지금 오빠들한테 하는 소리냐?

맞기 싫으면 꺼져라.

특별히 이쁘니까 봐준다."


다섯 명의 사내아이들은 눈알을 부라리며 어린 계집아이를 위협했다.

그런데도 어린 계집아이는 조금도 위축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린아이를 또 다시 때리려고 하자....


"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 말이 전부였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가 된 채 울고 있던 어린아이는 퉁방울처럼 커다래진 두 눈만 깜빡이고 있을뿐 지금 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좀체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했다.


" 내가 분명히 그러지 말라고 오빠들한테 얘기했죠?"


잠시 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어린 계집아이 보다 몸집이 두세배는 될성싶은 사내 놈들이 물먹은 솜처럼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자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걔중엔 정신줄을 놓은 채 하얀 게거품을 연신 게워내고 있는 여석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어린 계집아이가 걱정스레 말했다.


" 어쩌면 좋아...

또 싸운 걸 아시면 엄마가 엄청 화내실 텐데...."


걱정하는 계집아이의 눈에 아직도 눈물범벅이가 된 채 바닥에 앉아 있는 사내아이가 보였다.


잠시 후...

계집아이의 가늘고 여린 손이 울고 있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었다.


" 바보 같이 울긴 왜 울어.

어서 일어나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


계집애는 아직도 훌쩍이고 있는 사내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걸어 주었다.

따뜻했다.


" 내 이름은 소영이야.

넌 이름이 뭐야?"


한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사내아이가 말했다.


" 난 건우.. 김건우..."


" 건우... 앞으로 누가 널 괴롭히거나 때리려고 하면 내 이름을 대...

난 소영이 친구라고 당당하게 말해.

그러면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

알았지?"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 기억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난 어린 계집아이의 얼굴에서 어떤 서광 같은 것이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난 이 계집아이와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손을 잡아 주던 그 계집아이의 손을 놓치기가 싫어 나도 그 손을 힘주어 꼭 잡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을까?

그 계집아이도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걸음을 멈추고 건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집은 2층 양옥집이었다.


그리고 그곳을 보고 있던 소영이의 두 눈엔 불신이 가득 묻어 있었다.


" 여기가.. 너네 집이라고?

여긴.. 우리 집인데..."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무엇이 생각 난 듯 소영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 참! 엄마가 오늘 지하방에 새로 이사 온다고 하셨어.

그게 건우 너구나..."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집안 어디에도 어른들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마당 여기저기에 짐 보따리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을 뿐이었다.


" 엄마?.. 아빠?.. "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 다들 어디 가신 거지?..."


어린 마음에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이삿짐 속에서 건우의 옷을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영이는 잠시 생각하다 건우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소영이는 분홍색 장롱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건우가 입을 만한 옷을 찾고 있었다.


" 내가 옷을 찾는 동안 너는 옷을 벗어...."


한참만에 옷을 찾아 돌아섰을 때 어린 계집아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옷을 다 벗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집아이의 시선이 멈춘 곳엔 새끼 손가락 보다 작은 고추가 달려있는 게 보였다.

그것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어린 계집아이는 황망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미안 속옷을 찾는 걸 깜빡했어..."


잠시 후...

계집아이가 내민 손엔 흰색 땡땡이가 박힌 분홍색 팬티와 가슴팍에 커다란 세일러문 그림이 그려져 있는 분홍색 속옷이 들려 있었다.


그 옷을 받아 갈아입은 건우는 영락없는 계집아이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소영이의 머리속에 며칠 전 들었던 할머니의 얘기가 떠올랐다.





" 사내 놈들하고 북어 새끼는 3일에 한번씩 두들겨 패야 조곤조곤한 것이 말을 잘 듣는 법이다.

알겠냐?

우리 강아지..."


이런 할머니의 말해 곁에 있던 소영이 엄마가 펄쩍 뛰며 난리를 쳤다.


" 엄마. 소영이 앞에서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마시라니까요.

소영이가 자꾸 따라 하잖아.

내가 창피해서 집 밖을 나갈 수가 없다니까.

내가 깡패새끼를 기르는 것도 아닌데 허구헌날 사내 놈들만 두들겨 패고 다니니...

아주 속상해 죽겠어."


그 말을 들은 소영이 할머니는 주둥이를 삐쭉 거리며 말했다.


" 이년이 복에 겨운 소리 하고 자빠졌네.

맞고 다니는 것보다야 때리고 다니는 게 백배는 났지.

맞고 다니는 자식새끼 보는 어미 마음을 네가 겪어 보지 않아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다.

겪어 본 사람들은 절대 그런 말 못 하지...

안 그러냐?

우리 이쁜 강아지...."


" 엄마!~"


" 이년이 기차 화통을 삶아 처먹었나.

애떨어질 뻔 했네.

그리고 늙은 애미 아직 귀 안 먹었다.

조곤조곤 이쁘게 얘기해도 다 알아 듣는 단 말이다."


소영이 엄마는 화를 삭히기라도 하려는 듯 다리미를 움켜잡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소영이가 할머니를 보며 물었다.


" 그럼 할아버지도 할머니가 3일에 한번씩 막 때려 주고 그랬어?"


딸내미와 그렇게 티격태격 할 때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던 할머니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서방님인데 절대 그러면 안 되지.

서방님은 하늘이니께."


" 서방님?"


"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결혼을 했응께.

할아버지는 서방님 할머니는 색시가 되는겨."


"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결혼했어.

어떻게?"


" 궁금하냐?

할머니가 얘기해 줄까?"


" 응! 얘기해 주세요."


할머니의 시선은 잊고 있었던 기억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날은 메밀꽃이 정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밤이었지..

달빛을 받은 메밀꽃이 정말 눈이 부실지경이였으니까... 그리고 그해 들어 그 날이 아마 가장 더웠을겨.

날이 얼마나 덥던지 촛대가 다 녹아내릴 정도였으니까. 정말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물 흐르듯 했다니깨.. 생각해보렴 내 나이 이팔청춘 한참 혈기가 방장 할 때니 그 열기를 어찌 참아 넘길 수 있었겠남..

그날밤 혼자 몰래 나와 물에 몸을 담그니 그제서야 살 것 같더라니까.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멱을 감았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옷을 입으러 물레방아간으로 향했지.

그런데 거기서 할아버지를 만난겨."


어느새 소영이 엄마도 다림질을 멈춘 채 할머니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할머니는 마른 침을 한 모금 삼킨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 환난 달빛 하고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어떤 조화를 부려 나를 취하게 한게 틀림 없구먼.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런 인연이 맺어질 수 있었겠어.

그날 난 똑똑히 보고 만겨...

할아버지 고추를!"


순간 소영이 엄마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미쳤어! 미쳤어!

엄마 지금 제정신이야?

어린손녀 앞에서 그게 할 얘기냐고..."


어느새 달려온 소영이 엄마가 두 손으로 소영이 귀를 틀어 막으며 악을 쓰고 있었다.


" 내가 정말 엄마 때문에 미치겠어.

할아버지 고추 얘기를 왜 하는데?

그런 말이 어떻게 소영이 앞에서 입밖으로 나와.

어떻게 나올 수가 있냐고?"


소영이 엄마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 소영이도 알 건 알아야지.

엄마 친구 분예 알지?

분예가 딱 소영이 나이때 윗마을로 시집을 갔는데 아들 딸 일곱이나 낳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


할머니 말에 소영이 엄마가 도끼눈을 뜬 채 따지 듯 물었다.


" 그럼 지금 소영이를 시집이라도 보내 자는 거야?"


" 아니다.

우째 이리 어린아를 시집을 보내게나.

내 말은 우리 소영이도 이정도 얘기는 듣고 알아도 괜찮다는 얘기다."


할머니의 말을 듣던 소영이 엄마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듯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도저히 안 되겠어.

엄마 내일 당장 시골로 내려가.

그리고 내가 올라오라고 할때 까지는 절대 우리 집에 올 생각은 꿈도 꾸지말고.

알았어?"


소영이 엄마의 말에 할머니는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 어미가 자기 새끼 보러 가는데 허락은 무슨 허락...

못된 가스나"


할머니는 이 말을 끝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고 나자 엄마를 향했던 화살이 소영이를 향했다.


" 소영이 너 당장 들어가서 공부 못해!..."


" 네!..."





한편 책상에 앉아있는 소영이의 마음은 이미 할머니 곁으로 가고 있었다.

소영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엄마 몰래 할머니 방문을 열었다.


" 할머니?"


" 아이고. 우리 이쁜 강아지.

할머니 보고 싶어서 온겨?"


" 네. 할머니."


" 그려! 그려! 아이고 이쁜 것.

뭐 맛난 것 좀 줘 야 겠는디...

아나. 이거 먹어라."


할머니는 가방에서 커다란 눈깔사탕 하나를 꺼내 소영이 입에 넣어 주었다.


" 어뗘? 맛이 아주 달제?"


" 네. 아주 달아요."


볼이 터져라 사탕을 입에 문 소영이가 할머니한테 말했다.


" 할머니. 아까 했던 얘기 또 해 주세요."


" 우리 강아지가 뒷얘기가 궁금 했나 보구먼.

우리 강아지가 해 달라면 해 줘야지.

그런데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할머니의 말에 소영이가 대답했다.


" 할아버지 고추!

할아버지 고추까지 얘기했어요..."


순간 어린 외손녀 입에서 할아버지 고추라는 말이 나오자 딸내미 말처럼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 그렇지.. 할머니가.. 거시기까지.. 얘기했지...."


그런데 막상 다음 얘기를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를 하면 좋을지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다음 얘기는 생각만 해도 두 볼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뜨거운 얘기였다.


" 그러니까.. 그게.. 뭣이냐.. 이 할머니가 거시기를..."


순간 자신을 보고 있는 소영이의 초롱초롱 빛나고 있는 눈동자를 보자 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그러니까 그게 뭣이냐....

할매가 할아버지 고추를 봐서...

그러니까...

결혼을 한겨..."


" 고추 보면 결혼해?"


" 그럼. 그거 봤으면 이미 갈 때까지 간건데 결혼해야지.

결혼을 못 하겠다고 하는 놈은 도둑놈에 후레아들놈의 자식이지.

암 그렇고 말고.

그래도 할아버지는 단번에 이 할매하고 결혼을 했지."


" 보면.. 결혼 해야 되는구나!..."


그때 소영이는 어린 마음 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만약 자기가 싫어하는 애의 고추를 보게 된다면 정말 큰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소영이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서 결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던 날 족쇄처럼 어린 소영이의 마음에 존재했던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 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로인해 섭섭함과 허전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4년이라는 시간은 소영이에게 있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다음 작품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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