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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이 님의 서재입니다.

12번째 회귀록의 엑스트라A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영초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16
최근연재일 :
2022.12.24 02:48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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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수 :
368,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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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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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은빛의 용과(3)

DUMMY

하지만 이쯤 되자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 분명 나를 따라서 오고 있어.’

첫째는, 사건 현장들이 수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수오가 지나친 곳에서 그 일들이 벌어졌다.

“가장 큰 이유이지. 가는 방향이 같다고 해도, 잠깐만 한눈을 팔면 길을 잃는 곳인데. 그렇게 동선이 똑같을 수가 없어.”

둘째는, 꼬마가 자신을 콕 집어서 도와 달라고 했다는 점이다.

“아마도 근처에서 유일하게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았겠지. 그리고 그게 나였을 거야.”

역시 뿌린 만큼 거둔다더니. 식료품도 챙겨주고 몇 번 도와줬더니,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쫓아오는 거지?”

수오가 뒤를 쳐다보았다. 나무와 풀에 가려서 먼 거리는 볼 수가 없다.

애들이 추적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수십 미터 뒤에 있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나?”

그때 소녀의 메시지가 생각났다.

“솔이 길을 잘 찾는다고 했지... 흐음.”

수오는 갑자기 자리에 서서 기감을 열었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렇게 5분, 10분...15분. 머리가 지끈거리고 영역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쯤, 그 녀석이 나타났다.

‘역시. 이 꼬마 녀석 귀엽네.’

등 뒤 8미터 부근에, 꼬마의 형상이 공중에 생겨났다.

‘이러니 알 수가 없었지.’

그리고 잠시 수오와 주변을 한번 쓱 훑고는 다시 사라진다.

“하하, 이건 뭐 기러기 파티원도 아니고.”

헛웃음이 나온다. 평소에는 살기만 느낄 수 있게 능력을 조절해 몰랐던 것이다.

“똑똑한 녀석들이야.”

이러면 애들은 몬스터를 만날 걱정도 줄어든다. 이미 수오가 해치웠을 테니까.

그리고 수오가 죽는다면, 그곳을 피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한테는 일행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나?”

전혀 괘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좋은데.”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심장을 간질간질하게 했다.

‘혼자가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수오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다짐한다.

‘아그들아 이 아저씨만 따라와라. 버스는 아니더라도 모닝은 태워줄게.’


그래서 더 흔적도 많이 남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에 자연스럽게 물과 음식도 흘려주고, 나뭇가지들도 부러트려서 길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어휴, 이것들도 안 보이게 치워 놓자.”

미관상 좋지 못하니 몬스터의 사체도 멀리 던져 놓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몬스터들을 처리하면서 움직였다.

“이제 거의 단지에서 벗어날 것 같은데?”

한동안 걸어도 아파트가 보이지 않는다. 잘하면 중앙공원에 일찍이 도착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중에 3명의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좋은 소식을 들었다.

“이쪽 방향으로 30분 정도만 가면 중앙공원이 나와요.”

“진짜요?”

그들은 중앙공원에 자리 잡은 사람들 중 하나라고 하면서, 식료품들을 찾기 위해 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당연하지요. 형씨,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여기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라도 가져가세요.”

수오는 자신이 가진 초코바를 나누어 주면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들은 좋은 인상만큼, 서글서글한 사람들이었다.

‘좋았어. 이제 곧 공원이 나온다.’

그들과 헤어지고 기쁜 마음으로 십여 분을 걷고 있는데 솔이 나타났다.


“허..허억. 도..도와주..세요.”

꼬마가 가쁜 숨을 쉬면서 수오를 바라보면서 주저앉는다.

눈가는 퍼렇게 물들었고, 볼은 크게 부었다. 입술이 찢어지고 입안에 터졌는지, 말을 할 때마다 피가 흘러내렸다.

“어디야?”

수오의 머리가 차갑게 식어 버리고,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대로 솔을 감싸 안아 뛰었다.

“나쁜 아..저씨들이.”

솔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억..지로 누나 헬멧을 벗기더니.”

얼굴 뿐만이 아니라 몸도 다쳤는지, 뛰어가는 진동에 연신 움찔거린다.

‘이 작은 아이를 이렇게 때리다니.’

수오의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

“내가 막..으려고 했는데. 흐윽흐윽.”

솔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하나씩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수오에게 고백한다.

“내가..흐윽 내가...못 지켰어요.”

“아니야. 넌 잘했어. 아저씨 불렀잖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닥에서 헬멧을 발견했다. 그곳에 솔을 눕히고,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더 들어가자 소녀가 보였다.

“아..아우...”

도끼를 든 남자 둘이 한 곳을 구경하고 있었고, 그곳에는 한 남자가 소녀를 깔고 앉아 옷을 강제로 벗기는 중이다. 그리고 소녀는

“우우..아..아아.”

두 팔로 저항하면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멈춰 개새끼들아.”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소녀는 지금도 목에 핏대가 드러날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수오가 듣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아우성이다.

“하아... 걸렸네. 이거 형씨 일행이었어?”

소녀를 깔고 앉았던 남자가 일어났다. 그러자 망을 보던 남자 둘이 수오를 향해 도끼를 든다.

그들의 얼굴을 보자, 수오는 또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

조금 전 수오에게 길을 알려주었던 인상이 좋았던... 아니, 인상이 더러운 쓰레기 삼인방이었다.

남자가 한숨을 쉬며 피식 웃음을 진다.

“하, 이거 일행인 줄 알았으면 안 건드렸을 텐데. 아니지, 이렇게 예쁜 애라면 내가 참았을 리가 없잖아? 그치?”

“넵 형님. 그리고 다음은 우리 차례지요. 하하하.”

그들은 수오는 안중에도 없는지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린다.

수오는 그 말에 더한 분노를 느꼈다. 곧이어 심장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쿵쾅거리기 시작하자, 앞으로 뛰쳐 나갔다.


“짐승 새끼들 죽어!”

수오의 돌진에 잠깐 주춤했지만, 곧바로 한 남자가 도끼를 찍어 내렸다.

[텅]

방패에 가해지는 충격으로 봐서 일반인이다.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방패로 몸을 덮쳤다.

“커억!”

차에 치인 듯, 남자의 몸은 비명과 함께 풀숲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다른 도끼가 허리를 노리고 날아온다.

[탕]

막지 않고 방패를 휘두르면서 튕겨 버리자, 남자의 상체가 열렸다. 그 모습에 수오가 왼 주먹을 끌어올린다.

[퍽]

남자의 턱이 돌아가고, 수오의 발은 남자의 가슴을 걷어찼다.

“크악.”

그렇게 뒤로 굴러간 남자는, 바위에 부딪치며 의식을 잃는다.

“이제 너 하나야.”

수오의 살기 짙은 눈이 남은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부하가 당했어도 동요하지 않는다.

“보아하니 형씨도 각성자네. 이거 각성자랑 싸우면 손해가 큰데. 제대로 찌르지 않으면 잘 안 죽는단 말이야.”

어느새 남자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져 있다. 남자가 단검을 혀로 핥으며 말을 이었다.

“쓰읍. 그리고 형씨도 이해 좀 해줘. 캠프에서는 보는 눈이 많아서 풀 수가 없단 말이야.

그래서 밖에 나올 때 욕구를 해소해야 하거든. 뭐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

그 말에 수오가 부서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까드득]

‘이 새끼 이거 한두 번이 아니야.’

종말의 날이 시작되고 계속 이 짓거리를 반복했다는 뜻이다.

“퉷! 더러운 놈.”

수오가 부서진 이빨을 뱉고는, 방패를 가로로 눕히며 다가간다. 그리고 얼굴를 향해 방패의 테두리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렇게 느려서야.”

놈은 닿기 직전에 잔상과 함께 빠르게 사라진다. 방패는 그대로 나무에 박혀버렸고, 단검이 스쳤는지 왼쪽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다.

‘속도 계열 각성자인가? 상성이 좋지 않아.’

충격에 나무가 흔들리고 나뭇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아래에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우우...”

팔로 가슴을 가리고, 떨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 투명한 눈망울에서는 눈물이 쉬지 않고 떨어지고 있었다.

‘지켜야지 수오야.’

뒤를 돌면서 방패를 뽑아 들었다. 놈은 어느새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여기는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켜주고,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보답해야지. 그런 거였다니까 형씨.”

놈이 다시 잔상을 만들며 수오에게 빠르게 다가온다.

단검을 휘두르는 동작이 보이지 않는다. 동체 시력이 따라가지 못했다.

“크윽.”

기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방패를 들어서 막아냈지만, 두 번째 휘두르는 단검에 허리가 스쳤다. 또 짧은 고통이 이어졌다.

‘너무 빨라. 따라가지를 못한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여자들은 어디에 있지?”

시간을 벌어보고자 물은 질문에, 놈은 치아를 보이며 함박 미소를 짓는다.

“흐흐흐. 캠프에 들키면 안 되니까 잘 묻어줬지.”

그 말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이 뜨거워졌다. 시간을 벌다가 화병에 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그리고도 사람이냐?”

다시 놈에게 뛰어든다. 하지만 주먹을 휘둘러도 잔상을 맞출 뿐이다.

방패로 단검을 막아도, 연속으로 이어지는 공격에 살이 베인다.

싸우면 싸울수록 상처가 늘어갔다.

“후우..후우..”

피 냄새가 진동한다. 짧은 시간인데도 수오의 옷은 핏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러다가 과다출혈로 죽겠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치명상은 없었다.

“하아..하아..”

수오의 다리가 떨린다. 들고 있는 방패가 무거운지 팔이 점점 내려간다.

‘좀만 더...’

눈꺼풀도 무거운지 내려앉으려 한다. 살짝 눈이 감기자 놈이 움직였다.

‘오른쪽! 목을 노린다.’

기감을 통해 보이는 곳으로 방패를 들었다. 단검은 막아냈지만 수오의 상체가 열렸다.

그리고 그놈이 수오의 품 안으로 들어온다.

“끝이다.”

단검이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오히려 수오는 그것을 반겼다.

“진짜?”

정확히 말하면 단검은 가슴을 가린 왼손바닥에 박혔다. 그리고 수오는 손바닥을 더 깊숙이 박아넣으며 놈의 손을 붙잡았다.

“이 새끼가!”

놈은 당황하며 단검을 빼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제 못 도망가겠지?”

수오의 눈이 또렷해진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놈이 긴장을 푸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

“절대 놓이지 않는다.”

피를 흘리고 고통이 온몸에 새겨져도, 이것만이 녀석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커억!”

순간 수오가 오른손으로 녀석의 목을 움켜준다. 그리고 팔에 힘을 주자, 놈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올라갔다. 역시 속도에 특화돼 힘은 수오가 유리하다.

“크으으윽”

그러자 놈이 왼손으로 수오의 얼굴을 난타했다. 그의 발도 수오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쳐봐. 쳐봐 개새끼야.”

수오는 육체의 고통을 참는 거에는 익숙하다. 아프지만 참을 수 있다. 고통스럽지만 이겨낼 수 있다.

마음이 상처받는 거에 비하면, 이런 건 너무나 익숙하다.

“꺼억..꺼..”

점점 숨이 다해가는지 저항이 약해진다. 그리고

“꺼...”

놈이 축 늘어졌다.

“하아..하아.. 시발 죽을뻔했네.”

오른손에 힘을 풀자 놈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수오는 잠시 가쁜 숨을 돌리고는 뒤를 돌아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어서 입어.”

바닥에 떨어진 옷을 소녀에게 건네준다. 어느새 눈물을 멈춘 소녀가 옷을 잡았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수오의 몸을,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아..우..”

무언가 말하고 싶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자 수오가 안심하라는 듯 미소 지었다.

“괜찮아. 크게 다치지 않았어. 어라?”

말을 하는 수오의 몸이 살짝 기우뚱거린다.

“우...아..”

“그냥 쫌 어지러운 것 뿐이야. 원래 피 많이 흘리면 다 그래.”

소녀는 단검이 박힌 수오의 손바닥에 손을 뻗었다. 핏물이 소녀의 새하얀 손에 전해진다.

“이건 좀 심각한데. 한 2~3일 쉬면 낫지 않을까?”

소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그 모습에 수오가 웃음을 지었다.

“하하, 일단 네 걱정이나 하라고. 어서 옷 입고 솔이랑 같이 잠깐만 여기있어.”

수오는 그렇게 말하며 소녀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손바닥에 박힌 단검을 잡았다.

“이건 잡을 수가 있네.”

몸에 박힌 무기를 잡을 수 있다는, 좋은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숨을 참고 뽑는다.

“큿.”

그러더니 옷을 찢어 손바닥을 돌돌 감았다. 손가락이 잘 움직이는 것을 보니 근육을 다치지 않은 것 같다.

“응급처치 완료. 그리고 이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지.”

수오는 기절한 놈과 부하 둘을, 소녀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수오의 눈에 살기가 깃든다.

“판사님 어떻게 할까요? 연쇄 강간에 연쇄 살인범입니다.”

허공을 향해 수오가 중얼거렸다.

“사형이 맞겠지요?”

또한, 수오도 죽이려고 했었다. 그래서 더욱 분노한 감정은 어서 죽이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같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을 죽인다? 내가?”

말을 하면서도 수오는 자기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법을 통해 합당할 처벌을 받아야지.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된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는 거인의 숲이잖아?”

이곳은 치외 법권인 곳이다. 경찰도 없고 판사도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한다. 누군가는 합당한 처벌에 맞추어, 이런 사람들을 벌해야 한다.

그때 수오의 머리에 무언가 스쳐 갔다.

“잠깐? 사람?”

수오의 눈이 커지며 불쾌한 감정이 머리를 뒤흔든다. 그리고 살기 얽힌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게 사람?”

그제야 그의 눈에 짐승 세 마리가 보인다. 마침내 어지러운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사람? 짐승? 살릴까? 죽일까?”

수오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우면서 기괴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콰직콰직]

한 짐승의 두 무릎이 박살이 났다. 이어서

[콰직콰직]

다른 짐승의 무릎도 박살이 났다.

“이건 특별한 짐승이라서 회복될 수도 있으니까... 일단 다리부터 조지고.”

[콰직콰직]

이 짐승도 수오처럼 각성자이다. 일반인보다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다.

그래서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엄지손가락을 눈에 가져다 댔다.

“각성자도 손실된 것은 회복하기 어려우니까.”

일부 재생에 특화된 각성자가 아니라면, 사라진 신체를 재생시키지는 못한다.

그래서 두 눈을 없애기로 결심했다.

[푸욱]

자신이 어떤 처지가 될지 아는 건지, 기절했음에도 온몸이 부들거린다. 그리고 눈가를 따라 끈적한 붉은 액체가 땅으로 흘러내렸다.

“내가 죽이는 건 아니지.”

수오가 손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숲이 죽일 거야.”

두 짐승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한 짐승은 거기에 눈까지 잃었다. 이대로 두면 하루도 못 가서 몬스터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수오가 내린 해답이었다.

“아저씨! 아저씨!”

솔의 부름이 들린다. 아마도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찾는 것 같았다.

“응. 갈게.”

수오는 상처들 때문에 어기적거리며, 수풀을 비집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소녀는 어느새 옷 가짐을 바르게 하고 다소곳이 앉아 있고, 솔은 그를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야. 진짜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수오도 그들에게 다가가며 함박웃음을 지는다. 그리고 손을 내밀며 물어보았다.

“너희 나랑 같이 갈래?”

그 말에 소녀가 수오를 바라보며 배시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수첩을 보여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네 좋아요.

수오는 그것을 보자 안심이 됐는지, 긴장이 확 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점점 시야가 흐릿해진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그럼. 난 좀 잘게.”

그 말과 함께 수오는 자리에 픽 쓰러졌다.

그래도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담겨 있었다. 이제 수오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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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만나다(5) 22.09.22 47 0 13쪽
18 만나다(4) 22.09.21 53 1 14쪽
17 만나다(3) 22.09.20 50 0 13쪽
16 만나다(2) 22.09.19 57 0 15쪽
15 만나다(1) 22.09.18 63 0 13쪽
14 가짜 영웅을(5) 22.09.17 62 0 12쪽
13 가짜 영웅을(4) 22.09.16 63 1 12쪽
12 가짜 영웅을(3) 22.09.15 59 1 21쪽
11 가짜 영웅을(2) 22.08.27 63 1 14쪽
10 가짜 영웅을(1) 22.08.19 81 0 14쪽
9 은빛의 용과(5) 22.08.15 99 1 13쪽
8 은빛의 용과(4) 22.08.12 94 1 19쪽
» 은빛의 용과(3) 22.08.11 98 1 16쪽
6 은빛의 용과(2) 22.08.10 113 0 12쪽
5 은빛의 용과(1) 22.08.09 132 0 13쪽
4 종말의 나팔이 울릴 때에(3) +2 22.08.08 151 1 17쪽
3 종말의 나팔이 울릴 때에(2) 22.08.07 193 2 13쪽
2 종말의 나팔이 울릴 때에(1) 22.08.06 264 2 13쪽
1 프롤로그 22.08.06 322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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