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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이 님의 서재입니다.

12번째 회귀록의 엑스트라A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영초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16
최근연재일 :
2022.12.24 02:48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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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수 :
368,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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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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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종말의 나팔이 울릴 때에(1)

DUMMY

“시발.”

수오가 몸을 뒤덮고 있던 잔해를 치우자,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나무들이 곳곳에 심겨 있는 숲이다. 12번째 회귀록에서는, 이곳을 거인의 숲이라고 불렀다.

바오밥나무처럼 거대한 몸통을 가진 나무들이, 하늘 끝까지 솟아나 있기 때문이었다.

“뭐지, 책 속에 들어온 건가?”

12번째 회귀록에서, 최영웅의 시작 지점이 이곳이었다.

2020년 3월, 하늘에서 광음이 들린다. 그리고 거대한 숲이 텅 빈 공간에서 나타나, 도시와 합쳐졌다. 그래서 온갖 식물과 나무들이, 거리와 건물을 뒤덮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게 현실이야? 꿈이야?”

수오가 보고 있는 것이 딱 그 광경이었다. 사방이 녹색의 향연이다.

“빙의물?”

이것밖에 없다. 그는 판타지 소설에 흔히 나오는 설정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건 회귀록에서 읽었던 사건이다.

“그럼 내가 누구지?”

소설 속의 인물로 빙의 된 것이라면, 주조연 중에 한 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야.”

모습이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인물로 빙의 된 것이 아니라, 책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각성자 일 수는 있다.

“파..파이어볼.”

수줍게 손을 뻗어 소리를 내어 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수오의 얼굴이 살짝 화끈해졌다.

“이게 아닌가? 상태창?”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12번째 회귀록은 상태창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화끈거렸다.

“그래도 일단 각성은 한 것 같은데...”

몸 상태가 이전과 확실히 달라짐이 느껴진다.

회귀록에는 각성자라고 표현했다. 이후에 헌터나 나이츠 등으로 표현하는데, 쉽게 말해서 이능의 힘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웃샤.”

수오가 제자리에서 점프하자, 하늘로 붕 떠오른다. 2미터 가까이 뛰어올라, 나뭇가지를 두 손으로 잡았다.

“이거 각성한 거 맞는데. 능력이 뭘까? 하필이면 기절해 있을 때 각성하다니.”

각성하거나 등급이 올라가는 순간, 어떤 이능인지 머릿속에 각인된다. 하지만 각인 순간 정신을 잃으면, 무슨 능력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각성이 된 것은 확실했다.

“몸에 활력이 넘쳐 흐른다.”

기껏해야 40센티미터 정도 가능한 서전트 점프가, 2미터나 가능해졌다. 더욱이 힘도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군대에서 얻은,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이게 3등급이면 좋겠는데...”

각성자의 등급은 1~8등급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최초 각성은 보통 1~3등급 사이에서 결정됐다.

“그러면 주조연은 따놓은 거야.”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체력과 이능의 힘이 강해진다. 그래서 최초 각성 등급이 3등급인 각성자는, 여기에서 살아남기..살아남아?

“맞아! 등급이고 자시고,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해.”

회귀록의 처음 부분이다. 하루가 지났을 때는 별일이 없다.

하지만 이틀이 됐을 때부터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슬라임, 고블린 등 소형 몬스터들이.

“며칠이 지났지?”

수오는 다급히 휴대폰을 집어 화면을 켰다. 하지만 화면이 열리지 않는다. 전원 버튼을 꾹 눌러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역시 안되는구나.”

회귀록이 말한 대로다. 전기, 전파, 화석연료가 통하지 않는다. 이런 지형을 오염지역이라고 불렀다.

“균열의 던전이 터진 지역...”

그리고 현실에서 적용되는, 몇 가지 법칙들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진짜 소설에 적혀 있는 대로, 삐라가 내려오네.”

머리 위 나뭇가지 사이로, 수십 장의 종이가 팔랑거리며 내려온다. 거인의 숲에 비행기를 날리지 못하자, 긴급재난안내문을 풍선에 달아서 보낸 것이다.

수오가 종이를 낚아채어 읽기 시작했다.

[3월13일 성남시에서 긴급재난안내문을 알려드립니다.]

“3일이 지났네. 그럼 중대형 몬스터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할 거야.”

[3월10일 이상 현상으로 인해 분당구가 이세계에 침식됐습니다. 또한, 괴물들의 출현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은 외부 출입을 삼가시고, 자택이나 다른 건물 등에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군과 각성자로 이루어진 구출부대를 구성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거짓말! 여기 있다가는 다 죽어.”

몬스터는 점점 늘어난다. 더 많아지고 더 강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숲 전체로 구출부대를 보낼 여건이 안 된다.

“바깥도 난리니까...”

오염은 전 세계에 일어났다. 한국에만 해도, 수백 개의 균열과 오염지역가 생겼을 것이다.

분당 한 곳만 신경을 쓰기에는, 인원이 부족하다.

[그리고 초능력을 각성한 시민들이 있다면, 모란역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성남시 특별재난위원회가 있으니, 각성한 시민들은 즉시 모란역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모란역!’

회귀록의 초반에 최영웅이 자리를 잡아가는 곳이다. 거인의 숲에서 주조연들과 인연을 맺고, 모란역에 자리를 잡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수오가 지금 가야 할 곳이다.

“여기가 수내역이니까, 모란까지 얼마나 걸어가야 되는 거지?”

오염지역은 크다. 현실의 지형이 확장되면서, 이세계와 융합됐기 때문이다.

대충 보아도 아스팔트들이, 조각조각 찢어져 떨어져 있다. 그사이의 공간은 이세계의 지형이 메꾸었다.

“본래대로라면 2시간 정도 걸릴 거리인데, 5배 정도는 넓어졌다고 했어. 그럼, 10시간은 쉬지 않고 걸어야 하잖아.”

더욱이 거대한 나무와 풀숲이 시야를 가린다.

“거기에 숲이라서 더 힘들겠어. 그래도 살아남으려면 가야지. 목표는 모란역이다.”

높은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걸린 도로 표지판을 한번 보더니, 수오가 모란역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시작은 좋았다. 편의점을 발견해, 식료품을 가방에 빵빵하게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들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야 행운의 사나이~”

그래서일까? 긴장감도 조금 풀어졌다.

또한, 미세먼지가 없는 깨끗한 공기와 나무 향이 너무 시원하다. 마치, 외국의 한적인 국립공원을 거니는 느낌이었다.

“흐음~ 피톤치드~”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몇 시간 동안을 걸었지만, 계속 길을 잃었다.

일직선으로 간다고 생각하지만, 높은 나무들 때문에 조금씩 방향이 틀어진다. 그리고.

“또 시체가 있네.”

군데군데 사람의 시체가 보였다. 오염의 여파로 인해, 사고로 죽은 시체들.

하지만 몬스터들이 물어뜯은 것처럼, 보이는 시체도 있다.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처음에는 보자마자 구역질을 했지만, 지금은 인상을 쓰는 것 정도로 익숙해졌다.

“이 사람은 누구한테 당한거지? 몬스터? 아니면 인간?”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였는데, 다른 시체와 다르게 칼에 찔린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피가 다 마르지 않았다.

그 말은 이 근처에 범인이 있다는 것이다.

‘고블린이구나.’

죽은 남자 옆에, 녹색 피부를 가진 몬스터 사체가 있다. 둔기에 머리를 맞았는지, 움푹 파여 있었다.

‘무리를 이루어 다니니까. 동료가 근처에 있을 수 있어.’

고블린, 거인의 숲에서 가장 흔한 몬스터이다. 이유는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일정한 영역을 구축해 살고 있다. 하지만 고블린은 숲 전체에 흩어져, 각성자를 노리기 때문이다.

수오가 고블린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집어 올린다.

‘방패는 쓸만하겠어.’

나무로 만들어지고, 끝부분을 쇠붙이로 마무리한 둥근 방패이다. 가죽 띠에 손을 넣어 반대편 손잡이를 잡으니, 팔뚝에 착 밀착돼 든든한 기분이 든다.

[사사삭 사사삭]

그때 앞쪽의 수풀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수오가 방패를 들어 올려, 상체를 가리고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수풀이 열리며, 녹색의 무리가 튀어나온다.

“케르륵.”

“크륵 크르륵.”

녹색의 피부, 구부정한 모습, 1미터 정도의 키 그리고 못생긴 얼굴.

“고블린!”

낡은 천으로 대충 하체를 가린, 고블린 세 마리가 그의 앞에 등장했다.

회귀록에서 고블린을 표현할 때, ‘강약약강의 치사한 난쟁이 새끼들’이라고 한다. 자기보다 강하다 싶으면 도망치고, 반대면 공격하기 때문이다.

[피슉]

역시나 고블린 하나가 독침을 쏜다. 수오가 방패로 얼굴을 가림과 동시에, 양옆의 2마리가 뛰쳐나와 그의 다리를 노렸다.

“어딜 이 새끼들이.”

회귀록에 적힌 고블린의 공격방식은, 우선 다리를 공격해 못 움직이게 한다. 그런 다음 조롱하듯 근접전을 벌이는 것이다.

그걸 떠올린 수오는, 방패를 든 채로 주저앉아 검을 막았다.

[타탕]

날카롭지 않은 녹슨 검이라, 나무방패에 박히지 않고 튕긴다.

‘생각보다 묵직한데.’

하긴 고블린이 체구만 작을 뿐이지, 운동선수 이상의 근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오도 운동선수 수준은 한참 뛰어넘는 각성자이다.

“으라차!”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방패를 추켜 올려, 고블린 한 마리를 쳐낸다. 이어서 앞발 차기로 다른 한 마리의 머리를 가격했다.

“카악.”

그리고 쓰러진 고블린의 머리를, 방패의 가장자리로 찍는다.

[퍼억]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녹색의 체액이 수오의 얼굴에 튀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은땀이 흐른다.

“케르아락”

“크로록”

어느새 고블린들이 수오의 앞뒤로 자리를 잡고,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수오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으랏차!”

수오가 빙그르르 돌며, 방패로 검을 튕겨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킬레스건을 노리고, 뒤에서 낮게 들어온다.

그 느낌에 놀라 몸을 돌리려고 하자, 앞에 있던 놈이 팔짝 뛰면서 상체를 노렸다.

‘치..치사한.’

그렇게 정신없이 방어하는 가운데, 수오의 몸에도 생채기들이 쌓여간다. 핏방울이 옷을 붉게 물들이며 장미처럼 피어났다.

그리고 수오는 의문이 들었다.

‘나 왜 이렇게 잘 싸우지?’

각성자가 돼서 체력이 높아진 것은 알겠다. 하지만 칼을 든 상대와는, 처음 싸워보는 것이다.

죽고 죽이는 싸움 자체가 처음이다.

‘생각보다 긴장되지도 않아.’

마치 방패술을 익힌 사람처럼... 어설프지만 제법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방패술? 설마...’

회귀록에서 각성자의 이능을, 최영웅이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다. 거기에서 좋지 않은 이능에 대해 말해주는데, 방패술을 예로 들었다.

‘감각이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오른쪽 등 뒤에서 불길한 느낌이 들자, 왼쪽으로 피하며 팔꿈치로 고블린의 얼굴을 찍는다.

하지만 미처 다 피하지 못했는지, 옆구리가 시큰하다.

‘감각? 기감? 몰라 그냥 느껴진다. 사방의 환경이, 점점 뚜렷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검술, 창술, 궁술 등등을 기술이능이라고 한다. 기술이능은 각각의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잘 사용하는 것이다.

등급이 오를수록 더욱더 능숙하게 기술을 쓸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등 뒤의 고블린의 모습이 생생히 느껴져.’

뒤에서 아킬레스를 노리는 검을, 보지 않고 다리를 들어 피해준다.

이어서 고블린의 손을 발로 찍고, 돌아서 방패의 끝으로 목을 찍어 버렸다.

[우드득]

목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저건 죽었다고 봐야지.’

그리고 다시 몸을 회전하면서, 앞에 있는 고블린을 방패로 덮쳤다.

이어서 바닥에 눕히고.

[퍽퍽퍽퍽]

두 주먹으로 얼굴을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마지막으로-

[빠각]

-방패의 끝을 양손으로 잡아, 찍어내려 머리를 부수었다.

“헉...허..헉.”

얼굴에 묻은 고블린의 피를, 손으로 쓸어 버린다. 가쁜 숨이 진정될 때까지, 고블린의 사체 위에서 마음을 추스른다.

처음으로 생명을 죽였다.

“해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이것도 기술이능의 영향이다. 적을 상대할 때에,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 시켜준다.

‘잠깐 이럴 때가 아니야.’

기쁨은 잠시, 수오가 방패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아니겠지. 방패술은 아니겠지?”

초조해진 심정으로, 심장이 가쁘게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블린의 단검을 잡으려고, 몸을 숙여 손잡이를 잡는다.

아니,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움켜쥐지 않았다.

“아..안돼...”

마치 절대로 검을 쥘 수 없다는 듯이, 손이 바들바들 떨며 거부한다.

한참을 시도하다 포기한 수오가, 하늘을 향해 소리 질렀다.

“씨바아아알!”

기술이능의 유일한 단점은, 자기 기술에 관련된 장비만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패술을 각성한 수오는, 이제 다른 무기를 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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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만나다(5) 22.09.22 47 0 13쪽
18 만나다(4) 22.09.21 53 1 14쪽
17 만나다(3) 22.09.20 50 0 13쪽
16 만나다(2) 22.09.19 57 0 15쪽
15 만나다(1) 22.09.18 63 0 13쪽
14 가짜 영웅을(5) 22.09.17 62 0 12쪽
13 가짜 영웅을(4) 22.09.16 63 1 12쪽
12 가짜 영웅을(3) 22.09.15 59 1 21쪽
11 가짜 영웅을(2) 22.08.27 63 1 14쪽
10 가짜 영웅을(1) 22.08.19 81 0 14쪽
9 은빛의 용과(5) 22.08.15 99 1 13쪽
8 은빛의 용과(4) 22.08.12 94 1 19쪽
7 은빛의 용과(3) 22.08.11 98 1 16쪽
6 은빛의 용과(2) 22.08.10 113 0 12쪽
5 은빛의 용과(1) 22.08.09 132 0 13쪽
4 종말의 나팔이 울릴 때에(3) +2 22.08.08 151 1 17쪽
3 종말의 나팔이 울릴 때에(2) 22.08.07 193 2 13쪽
» 종말의 나팔이 울릴 때에(1) 22.08.06 264 2 13쪽
1 프롤로그 22.08.06 322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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